제274화
한 인왕의 말에, 진인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쉽지 않겠어. 소식을 퍼뜨려 모두가 알게 해야 하는데.”
“운청휘가 영원히 상고 전장에 있지는 않을 테니, 영주로 돌아오면 반드시 이 소식을 접할 걸세.”
곧 다른 인왕이 덧붙였다.
“물론, 그 외에 운청휘가 바로 소식을 알 수 있는 가능성도 있어.”
진인왕이 또 말했다.
“소도도에게 운청휘와 연락이 가능한 전송 옥석이 있을 걸세. 이렇게 하지. 영주 전체에 이 소식을 퍼트리겠네. 또한, 시간을 정해 진관해와 하흡, 진상상, 소도도를 처형한다면 오지 않을 수 없겠지. 시간은 보름 후, 장소는…… 영주성으로 하겠네!”
인왕들의 논의가 한창일 때, 소도도는 이미 영주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소엽과 기령이 함께하고 있었다.
“기령, 소엽. 이러지 말게. 진인왕의 생각을 모르겠는가? 함께 호랑이 굴로 들어간다면, 운 형제를 더 위태롭게 할 뿐이네!”
소도도가 탄식을 흘렸다. 그로서는 소엽과 기령을 위험에 빠트리고 싶지 않았던 터였다.
“진인왕이 너희를 이용해 운청휘를 유인하려는 걸 알잖아. 너야말로 영주성에 가면 안 되지.”
기령의 말에, 소엽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가지 않으면 진인왕이 상상을 죽일 걸세! 기령, 상상은 내 형제야. 쌍둥이 형제라고!”
소도도가 강경하게 말했다.
더욱이 그는 소엽 몰래 기령에게 음을 전달하기까지 했다.
-기령, 소엽을 데려가 주게. 나, 나는…… 상상을 구한 후 자결할 걸세. 진인왕의 목적은 나를 이용해 운 형제를 유인하려는 것이니, 내가 죽으면 더는 상상을 곤란하게 하지 않겠지. 상상이 뭐라고 하든, 그는 진가의 후계자이니!
기령은 생각도 않고 고개를 저었다.
-네가 그렇게 하게끔 둔다면, 운청휘가 날 용서하지 않을걸? 또, 너도 생각이 짧아. 우선 진인왕이 널 자결하게 두겠어? 설령 네가 자결한다고 해도 진상상은 살아남을 수 없어! 진인왕이 정말 진상상을 손자로 생각했다면, 그를 이용하지 않았겠지!
기령이 비록 혼돈 영수이나 살아온 세월이 아득해 소도도를 능가했다.
어찌 진인왕의 인품을 파악하지 못하겠는가?
잠시 후, 기령이 입을 열었다.
“아주 열세는 아니야. 영주성에 도착하면 나서지 말고 있어. 내가 기회를 봐서 진상상을 구할게. 만약 구하지 못하더라도…… 아니, 우리는 아무 일 없을 거야!”
기령이 이렇게까지 자신만만하니, 소도도는 의아했다.
“설마 비장의 수가 있는 건가?”
“비장의 수? 그런 거 없어!”
기령이 딱 잘라 말했다.
“고작 인왕들이야. 그들은 내가 진상상을 구하는 걸 지켜보게 될걸? 그렇지 않으면,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지!”
소엽이 청므으로 입을 열었다.
“만약 진상상을 구하지 못해 우리가 잡힌다면…… 왜 그들이 후회하게 되는 거죠?”
“헤헤, 그놈들이 불에 달려드는 나방 같은 놈들이라 그래!”
기령이 웃으며 말했는데, 운청휘에게 배운 듯 두 눈은 실눈이 되었다.
“이 세계에는 위협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어. 왜냐면 그들이 분노하면 누구도 견뎌낼 수 없으니까!”
몇 시진 후.
기령과 소도도, 소엽은 전송진이 있는 한 성에 도달했다.
남북영의 수백 개 성으로 통하는 전송진이 있기에, 일행은 수십 개의 전송진을 연달아 탑승했다.
그렇게 걸음을 재촉한 끝에, 일행은 다음 날 정오에 영주성에 도달할 수 있었다.
기령은 소도도와 소엽을 객잔에 머무르게 한 뒤, 자신은 기를 숨기고 진인왕이 지정한 장소로 향했다.
이 각 후.
기령은 누구도 구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로잡혔다.
기령이 탄식을 내뱉었다.
“보아하니 반절 인왕이 되기 전까지 인왕의 적수는 되지 못하겠어.”
기령을 생포한 사람은 홍인왕이다.
하지만 기령의 안색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걸 보고, 홍인왕이 의아해했다.
“어린 신동, 어쩜 이렇게 침착하고 두려움도 없는게냐.”
“겁먹을 게 뭐가 있겠어. 고작 미끼가 되어 운청휘를 유인하는 거잖아!”
기령은 상관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어차피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건 너희들이야.”
두 시진이 지나도 기령이 돌아오지 않으니, 소도도와 소엽은 기령이 실패했다고 여겼다.
그리하여 그들은 스스로 함정에 빠지기 위해 진진왕이 정한 장소로 향했다.
그날 저녁.
폭풍이 빠르게 몰아치듯 각 전송진을 통해 온 영주에 소식이 퍼졌다. 고작 사흘도 걸리지 않은 일이었다.
“들었어? 영주 전체에 이름을 떨치는 운청휘가 곤경에 처했다는데?”
“응? 무슨 일인데?”
“8대 가문 중 5대 가문의 가주들이 운청휘에게 사죄하러 오라고 한다더군!”
“헤헤, 5대 가문뿐만이 아니야. 북영의 두 요왕도 운청휘에게 오라고 했다던데?”
“맞아, 운청휘의 친구며 탈것, 제자도 생포되었다더군!”
“소도도와 하흡, 진관해. 그리고 영주를 뒤흔든 어린 신동이라지? 어린 신동이 운청휘의 탈것인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뭐? 어린 신동도 잡혔다고? 세상에, 듣자 하니 어린 신동은 반절 인왕을 한 손에 때려죽였다던데!”
“헤헤, 그게 뭐라고. 진짜 인왕 앞에서 어린 신동도 고작 찍혀 눌러지는 개미일 뿐.”
소문은 사람들의 입을 타고 영주 전체로 퍼져나갔다.
이튿날 정오, 두 개의 놀라운 소식이 새로 전해졌다.
진가의 후계자 진상상이 동영 난쟁이족과 결탁한 죄로 진인왕의 분노를 사, 후계자의 신분을 박탈당했다!
또 다른 소식은, 운청휘가 7일 후 영주성에 도착하여 사죄하지 않으면.
소도도, 진관해, 하흡, 어린 신동을 처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들 뿐 아니라 진상상도 처형될 것인데, 운청휘와 관련이 있다고 하네!”
“맞아, 진가에서 나온 소식인데 진상상이 동영 난쟁이족과 결탁한 이유는 운청휘가 중간에서 다리를 놓았다고 하더군.”
“그렇다는 것은 운청휘도 동영 난쟁이족과 결탁한 걸까?”
“헛소리야. 그렇지 않으면 5대 가문과 두 요왕이 연합하여 운청휘를 겨냥하진 않았을 거야!”
“흥, 동영 난쟁이족은 영주의 종양이거늘, 인간으로서 난쟁이족과 결탁한다는 것은 죽어 마땅한 일이야!”
“그것뿐만이 아냐! 홍가에서 나온 소식인데, 영주성에 운청휘가 오지 않으면 그의 가족도 화를 입을 거라던데!”
“어? 운청휘는 신비롭던데 그의 배경을 조사했다고?”
“듣자 하니 혈살군에서 왔다는데 그곳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랑캐의 땅이야. 혈살군 같은 작은 곳에서 운청휘라는 천재가 나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
한편, 영주성 고층 건물의 꼭대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5대 인왕과 두 요왕이 모였다.
“영주에 소식은 전했어. 운청휘가 상고 전장에서 나오면 알게 되겠지.”
“홍인왕, 정말로 운청휘가 이 땅강아지 따위들을 위해 죽으러 올 거라고 확신하나?”
홍인왕이 말했다.
“우리들한테야 땅강아지 같은 놈들이지만, 운청휘에게는 다르지. 아마 목숨도 바칠 걸세!”
“헤헤, 본왕이 어린 신동을 심문했을 때 어린 신동도 이렇게 말했지.”
나인왕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어린 신동의 말로는 우리가 불에 뛰어드는 것이나 다름없다더군. 운청휘는 위협받는 것을 가장 싫어해서, 조만간 우리를 죽인다나?”
“하하하, 어린 신동이 정말 그렇게 말했다고?”
다른 인왕들이 그 말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기령의 표현은 그들에게 있어 약자의 포효나 다름없었다.
운청휘가 감히 이곳에 나타난다면? 그들 일곱 중 누구가 나서든지 한 손으로 운청휘를 죽일 수 있었다.
“그런데 진인왕, 진가의 후계자가 정말로 동영 난쟁이족과 결탁한 건가?”
풍인왕이 갑자기 입을 열어 진인왕을 봤다.
“하하하, 풍인왕, 자네도 속았구려. 진인왕이 그런 소식을 퍼뜨린 것은 체면 때문이라네!”
“생각을 해 보게. 진상상은 진가의 후계자일 뿐 아니라 진인왕의 손자야. 진인왕이 운청휘를 유인하기 위해 손자를 이용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진인왕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족까지 이용한다고 하겠지?”
“차라리 진상상에게 터무니없는 죄명을 씌워야 사람들이 진인왕을 오해하지 않겠지!”
어떤 인왕이 크게 웃으며 설명했다.
진인왕은 면목이 없었는지, 그저 묵묵부답이었다.
운청휘가 상고 전장에 들어온 지 열흘이 지났다.
인왕들이 제시한 시한 중 6일이 남았다.
운청휘와 참천신검이 제회한 후, 영변경을 노리고 있었다.
‘참천신검이 검집보다 얼마나 강한지 모르겠군. 그때의 전투에서 신검이 손상되었지만, 지금 내 무위로는 아직 참천신검을 사용할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참천신검이 이지가 있어 스스로 나를 도우니 천운이나 다름없군. 가령, 나를 도와 심마선겁도 풀 수 있을 것이다.’
세상 대부분의 물질은 빛과 어둠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다.
참천신검은 빛을 대표하는 병기고, 심마선검은 어둠에 속하니 도움이 될 터였다.
운청휘가 지금 영변경까지 이를 수 있는 것은 참천신검 덕분이었다.
인왕경의 마종에는 내포된 힘이 많아, 참천신검의 도움이 필요했다.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도 되지 않는 양인데 나를 단번에 영변경까지 이끌었군.’
그 짧은 시간에, 천지에 기이한 힘이 강림하더니 운청휘의 영혼을 심마선겁으로 이끌었다.
이때 참천신검이 금빛을 내뿜더니, 심마선겁의 힘을 단번에 두 동강 내어 버렸다.
운청휘는 그 광경을 보고 침착하게 마종을 계속 연화시켰다.
절정기의 참천신검은 선계의 공간도 파괴할 수 있으니, 비록 전성기가 아니더라도 심마선겁쯤은 간단히 벨 수 있었다.
반나절 후, 운청휘는 영변경 2단계에 도달했다.
운청휘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연화에 힘써, 또다시 반나절 후에는 영변경 3단계까지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영주성.
거대한 안개가 성문 입구의 상공을 덮고 있었다.
영주성에 도달한 반절 인왕경들이 안개에 시선을 주었으나, 그들은 안개 너머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하하, 이 안개는 인왕이 만든 진법이야.”
“뭐? 인왕이 만든 진법? 어쩐지 내가 안갯속을 볼 수 없더니만!”
“설마 저 안개에 운청휘의 친구들이 감금된 걸까?”
“그렇겠지. 다섯 인왕, 두 요왕이 그들을 처형하겠다고 결정한 장소가 바로 여기야!”
“이제 7일 기한 중에 이틀이 지나갔어.”
상공에 떠오른 안개는 자연스레 영주성의 모든 시선을 이끌었다.
안개 속에는 기령과 진상상, 소엽, 하흡, 진관해가 견갑골이 묶인 채 굵은 기둥에 매달려 있었다.
개중 기령만이 편안한 표정을 유지했다.
“어린 신동, 운 형제가 곧 함정에 들어올 텐데 어찌 걱정을 안 하는 건가!”
진상상이 걱정스레 말했다.
“함정에 들어온다고? 운청휘에게 그 말은 어울리지 않아!”
기령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할 뿐이었다.
“기령, 운청휘에 대한 믿음이 이렇게나 커?”
아직 운청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소엽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연하지. 본 신동의 형님이나 다름없으니까!”
기령은 자랑스레 말하며 가슴을 펴려고 했으나, 견갑골에 묶인 갈고리 때문에 잠시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운청휘의 무위가 지금 어느 정도인지 알아?”
소엽이 또 물었다.
“지금은 몰라. 하지만 며칠 전, 헤어질 당시에 운청휘는 현경의 무위였어.”
기령이 선선히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