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275화 (275/430)

제275화

“뭐, 현경?”

진상상, 소엽, 하흡, 진관해, 소도도가 모두 눈을 부릅뜨고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운 형제를 죽으러 오게 할 수 없어!”

“그래, 사부님이 오신다면, 함정에 스스로 뛰어드는 일일세!”

“운 형제라면 현경의 무위로 반절 인왕경을 죽이겠지만, 인왕은 무리야. 오면 안 되네!”

“운청휘가 후일 우리를 위해 복수를 할 수 있으나, 지금은 오는 것은 죽으러 오는 거잖아!”

운청휘의 소식을 듣자마자 이들은 하나같이 뜯어말렸다.

기령이 눈을 부릅떴다.

“내 말 제대로 들은 거야? 마지막으로 봤을 때가 현경이었어! 그로부터 열흘이 지났는데, 얼마나 더 성장했는지 누가 알겠어!”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으나, 진상상이 입을 열었다.

“경계가 높아질수록 무위를 끌어올리기 어려운 건 당연한 이치. 현경 무인에게는 열흘이든 십 년이든 무위를 올릴 수 없는 시간이야!”

진관해도 참지 못하고 말했다.

“비록 사부님이 으뜸가는 기재라지만, 열흘 안에 무슨 수를 내시겠나?”

소도도도 말했다.

“운 형제와 알고 지내며, 그가 일으키는 수많은 기적을 보았네. 하지만 열흘 내에 성장하는 것은 무릴세! 이건 기적의 범주를 벗어난 일이 아닌가!”

하흡이 절망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할아버지께서 생전에 일권으로 끝없는 산맥을 평지로 만드는 걸 봤어. 인왕들은 그런 존재야. 아무리 생각해도 운청휘가 상대할 수 있는 자들이 아냐!”

소엽은 아무 말이 없었지만, 표정으로는 모두의 말에 수긍하는 눈치였다.

그들의 말은 틀린 점이 없어, 기령은 못마땅해하면서도 바로 반박하지 못했다.

물론 세상에는 상식을 뛰어넘는 이도 있다.

이는 기령에게 다시 반박할 힘을 주었다.

“진상상, 네가 말하지 않았어? 운청휘가 상고 전쟁터에 들어가기 전에 동영 난쟁이족의 인왕을 죽였다며?”

기령이 갑자기 진상상을 봤다.

“그래. 할아버, 아니. 진인왕이 말하는 걸 들었네.”

진상상은 무심결에 대답하다 말을 고쳤다. 이제 와서 진인왕이 어찌 그의 할아버지겠는가?

“헤헤, 그럼 문제없어!”

기령이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운청휘를 향한 믿음이 더 확고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운 형제가 그리할 수 있었던 건 상고 전쟁터에서 발사된 빛 줄기 덕분이었다고 들었네. ”

진상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덧붙였다.

“어떻게 죽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어쨌든 운청휘가 인왕을 죽였다면, 문제없어!”

기령이 다부지게 말했다.

기령은 굳이 운청휘가 도심종마대법을 익혔음을 말하지 않았다. 어쨌든 인왕경의 마종을 얻었을 테니, 운청휘가 인왕까지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시간도, 얼마 지나지 않아 해결될 터였다.

더욱이 기령은 운청휘가 상고 전쟁터로 향한 목적도 짐작할 수 있었다.

운청휘가 곧 참천신검을 가지고 나타나리라 생각하니, 기령은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듯했다.

선계에서도 열 손가락에 꼽는 절세의 신검이자, 자신에게도 상처를 입혔던 참천신검이 아닌가!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기한은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이때 운청휘는 영변경 9단계에 도달해 있었다.

그는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마종을 연화시켰다.

“곧 영변경 극경이군…….”

운청휘가 중얼거렸다. 아직도 인왕경 마종의 힘을 이 할밖에 흡수하지 못했다.

후우우…….

그때, 운청휘를 중심으로 반경 삼백만 장 내의 영기가 폭발하듯 들끓었다.

천지의 영기가 모두 운청휘를 향해 다가왔고, 운청휘는 마른 종이가 물을 흡수하듯 천지 영기를 집어삼켰다.

주변의 흉수들은 질겁하며 사방으로 달아났고, 자연히 주변은 적막에 빠져들었다.

이에 운청휘가 감은 눈을 떴다. 잘 벼린 칼처럼 형형한 눈빛이 번뜩였다.

마침내, 영변경 극경에 도달했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들어온 지 벌써 이 주가 넘었군.”

중얼거리면서도 운청휘는 마종의 연화를 멈추지 않았다.

“기령 행방이 마음에 걸리는구나.”

이곳은 오래된 전쟁터로, 선인들 또한 이곳에서 적잖이 스러져 갔을 터였다.

다만 선인들은 죽고 난 후 그 영기가 자연으로 돌아가는데, 상고 전쟁터에는 잔류한 기가 너무나도 많이 고여 있었다.

이 영기들이 특수한 파장을 일으켜, 전송 옥석이며 영혼의 감응마저 차단해 버렸다.

자연히 기령 등의 소식이 묘연할 수밖에.

“기령, 도도 등이 교룡왕의 도움을 받는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운청휘는 마음을 다잡고 마종의 연화에 전력을 다했다.

아직 남은 팔 할의 힘으로, 공적경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연화에 전념하길 이틀째.

마종의 힘은 절반만이 남았다.

운청휘도 영변경 극경에서 반절 공적경이라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반절 공적경에 이르니 마종의 연화 속도가 눈부시게 빨라졌고, 이대로 하루만 있으면 마종의 힘을 전부 삼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때, 영주성에서는.

기령이 입을 굳게 다문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족해!”

마침내 입을 연 기령의 안색은 어두웠다.

“부족하다니?”

오늘이 바로 7일째 되는 날로, 기령을 제외한 이들은 마음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운청휘가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어느 정도는 실망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마음을 품은 채로.

비록 오늘 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도, 훗날 운청휘가 자신들을 위해 복수해 주리라 믿고 있었다.

“인왕 놈들이 기한을 7일로 주었다지만, 운청휘는 아직 상고 전쟁터에서 나오지 않았잖아!”

기령이 이를 악물었다. 그가 우습게 여겼던 인왕들에게 죽는다면, 이보다 억울한 죽음은 없을 터였다.

“이렇게 죽을 순 없어. 저 얼간이들에게 기한이 너무 짧다는 걸 알게 해야 해. 적어도 보름은 있어야 한다고!”

기령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섯 인왕과 두 요왕이 이곳에 강림했다!

이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언짢은 기색이었지만, 그중에서도 진인왕의 표정은 참담했다.

그는 운청휘를 유인하기 위해 무수한 자원을 들여 키운 진상상을 버리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지금, 어떠한 수확도 거두지 못했다.

“홍인왕. 자네가 운청휘에 대해 조사했지. 그의 과거와 사람됨을 파악했다고 하지 않았나!”

진인왕이 날카롭게 지적하자, 홍인왕의 얼굴이 절로 달아올랐다.

“본왕의 조사는 틀리지 않았네. 운청휘의 성정대로라면, 지금쯤 이 자리에 나타나야 하는 것을!”

“하하, 그렇다는 것은 지금은 정상이 아니라는 건가?”

진인왕이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홍인왕. 오늘 오시(오전 11시~오후 1시)까지 운청휘가 도착하지 않으면, 본왕이 그대에게 무례해도 탓하지 말게!”

“진인왕, 우선 진정하시게.”

풍인왕이 나서서 진인왕을 달래기 시작했다.

“진인왕, 자네가 이번 일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우리 모두 알고 있다네. 만약 오시까지 운청휘가 도착하지 않거든, 홍인왕이 충분히 보상해 줄 걸세.”

“그리되는지 지켜보겠네!”

진인왕은 여전히 냉소적이었다. 풍인왕과 홍인왕이 끼리끼리 다니는 것을 그가 어찌 모르겠는가?

“이야, 이제야 오는 거야? 얼마나 기다렸는데!”

그때 기령이 호들갑을 떨며 끼어들었다.

“이봐, 저 홍인왕인지 뭔지가 조사한 건 틀리지 않았어. 운청휘는 반드시 이곳에 올 거야. 하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겨우 7일이야. 그 안에 상고 전쟁터에서 여기까지 오는 게 가당키나 해? 내가 보장하는데, 열흘만 더 있으면 운청휘는 반드시 올 거야!”

소도도가 다급히 기령을 말렸다.

“기령, 어찌 이러나! 운 형제가 우리를 위해 목숨을 버리길 바라는 건가!”

진관해도 얼굴에 비장한 빛을 띠었다.

“우리가 죽으면 사부님께서 반드시 복수해 주실 테니, 기령……!”

“시끄러워, 어딜 감히 끼어들어?!”

기령이 호통을 치며 진관해의 말을 끊었다.

이윽고 기령은 태연한 얼굴로 인왕들을 바라보았다.

“열흘의 시간을 주면 운청휘를 유인한다고 보장한다면, 어떡할래?”

“네놈이 어떻게 운청휘가 온다고 보장하는 거지?”

대붕왕이 기령을 바라봤다.

“잊은 거야? 난 운청휘와 영혼으로 교류할 수 있어. 지금은 거리가 너무 멀어서 연락이 닿지 않는 것뿐이야.”

기령이 말했다.

“운청휘가 아직 상고 전쟁터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냐?”

누군가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우리가 잡혀 있는 걸 안다면 반드시…… 올 거야!”

반드시 이들을 죽이러 오겠지만, 기령은 구태여 그것까진 말하지 않았다.

“아직 상고 전쟁터에 있다면, 바깥의 소식을 모를 수도 있겠군.”

홍인왕이 급히 말했다.

“그렇다면 열흘을 더 기다리라고?”

나인왕이 물었다.

“열흘은 너무 긴 데다, 우리는 영주 전체에 7일이라는 시간을 알렸네. 이제 와 기한을 바꾼다면 우리가 웃음거리가 될 걸세!”

초인왕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쉽지. 우선 한 명을 죽이고 그들 중 하나라고 밝히면 그만이지.”

홍인왕이 히죽거리며 말했다.

“물론, 열흘은 확실히 너무 길어! 7일만 더 기다려 보자!”

“그럴듯한 제안이 아닌가. 우리의 명성을 지킬 수도 있고, 본보기도 될 걸세. 희생양을 찾아서 한 명씩 죽이고, 다음 기한에도 운청휘가 오지 않으면 이들을 단번에 죽여 버리지!”

풍인왕이 끼어들더니 맞장구를 쳤다.

“좋다. 본왕이 7일만 더 기다리겠다! 그때에도 만약 운청휘의 종적이 없다면!”

진인왕이 얼굴을 굳히며 눈을 부릅떴다.

“진인왕, 걱정하지 마시오. 홍인왕이 자네에게 반드시 배상할 테니.”

풍인왕이 재차 분위기를 수습하며 이야기를 맺었다.

가장 강경하게 나오던 진인왕이 동의하자, 다른 이들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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