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6화
두 시진 후.
영주성 전체에 소도도라는 사람이 참살당하여 시체마저 남지 않았다는 소식이 퍼져나갔다.
다음 날.
8대 가문 중 하나였던 하가의 직계자제 하흡이 동영 난쟁이족과 결탁한 죄로 처형되었다는 소식이 퍼졌다.
역시나 시신은 남기지 않았다.
두 가지 소식으로 영주가 시끌시끌할 무렵.
운청휘는 마침내 마종의 연화를 끝마쳤다.
“마침내 공적경에 도달했다……!”
그의 손에서 마종이었던 가루가 후두둑 떨어졌다. 운청휘는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참천신검, 고생했다!”
운청휘가 참천신검의 칼자루를 쥐며 미소 지었다.
윙윙윙…….
검은 화답하듯 가볍게 진동하였다.
“그리 서두를 것 없다. 급한 일들을 처리하고 나면, 수집한 법보들을 마음껏 삼키게 해 주마.”
운청휘가 참천신검을 달래자, 다음 순간 등에 멘 검집도 울듯이 진동하였다.
“하하하, 걱정 말거라. 네 몫도 있으니.”
운청휘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너와 참천신검은 한 몸이니, 신검이 흡수하는 건 너도 먹지 않느냐. 너무 따지지 말거라.”
운청휘가 즐거운 듯 웃었아.
윙윙윙…….
윙윙윙…….
신검과 검집이 사탕을 조르는 어린아이처럼 운청휘를 에워싸며 진동했다.
“알았다. 일단은 영주로 가서 사소한 일들을 처리해야겠군.”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이며 검집을 들어올렸다.
“참천신검, 내 지금의 무위로는 너를 직접 휘두를 수 없으니 스스로 검집에 들어가도록!”
곧 참천신검이 금빛 광채를 뿜더니, 스스로 참천검집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운청휘는 검집을 챙긴 후, 영주 방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지금 운청휘의 속도는 둔천사와도 견줄 만하니, 이렇게 날아가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이틀 뒤, 마침내 상고 전쟁터를 벗어난 운청휘는 곧바로 북영으로 향했다.
교룡왕에게 기령 일행을 맡겨 놓았으니 그들을 만나러 갈 작정이었다.
이 각도 지나지 않아 운청휘는 작은 성의 상공을 지나고 있었다.
그간의 영주 소식을 듣기 위해 운청휘가 신식을 내보냈고.
순식간에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떤가? 오늘은 누가 죽었는가?”
“전해 오기로 오늘 죽은 사람은 운청휘의 제자 진관해라고 하더군!”
“이전에 처형된 소도도에 하흡, 소엽까지 하면 운청휘와 관련된 사람은 벌써 넷이나 죽었군!”
“아직 진상상과 어린 신동이 남아 있다던데?”
“운청휘를 알고 있다는 이유로 죽게 되다니 그들도 참 재수가 없구나!”
“응? 하흡은 동영 난쟁이족과 결탁했다는 죄목으로 처형당한 게 아닌가?”
“그걸 다 믿는가? 인왕들이 아무 죄목이나 붙인 것을. 아, 하지만 진상상이 동영 난쟁이족과 결탁한 것은 사실이라지? 진인왕이 손자임에도 친히 그를 사로잡았다고 들었네.”
“이변이 없다면 진상상이 내일 죽겠구만!”
성 곳곳에서 들려오는 비슷한 대화들이 운청휘의 살기를 불러일으켰다.
운청휘의 두 눈이 실처럼 가늘어진 찰나, 그의 신식에 새로운 대화가 감지되었다.
“그럼 운청휘는 효웅이구만, 동료가 처형되고 있는데도 무관심하잖나.”
“효웅? 개뿔, 애초에 겁쟁이잖아!”
“그래, 그것도 무책임한 겁쟁이지! 자신이 인왕과 요왕들에게 죄를 짓고 꽁무니를 내빼서 동료들이 연루되지 않았나!”
그 대화는 작은 성의 객잔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다음 순간, 한 줄기의 빛과 같은 신형이 객잔의 대청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누구냐?”
난데없는 등장에, 대청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던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을 향했다.
붉은 장포를 입고 신비한 장검을 짊어진 데다 허리까지 오는 검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이, 운청휘였다.
“너희가 말하는 겁쟁이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운청휘가 손을 휘두르니, 조금 전까지 기세 좋게 떠들던 중년인이 붙들렸다.
“방금 말한 인왕과 요왕들은 누구더냐.”
조용한 목소리는 객잔의 내부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 그들은 8대 가문의 인왕과 요족의 대붕왕, 공작왕이네! 놓아주시게! 이 일은 이미 영주 전체에 퍼진 일이네!”
운청휘의 손에 잡힌 중년인이 횡설수설하며 말했다.
“그들이 몇 명을 잡았지?”
운청휘가 다시 물었다.
“소도와 소엽, 하흡, 진관해는 이미 죽었고, 진상상과 어린 신동이 남아 있소!”
“교룡왕이 그들을 구하지 않았나?”
운청휘가 서늘하게 물었다.
“못 들었네, 나, 나는 그런 말은 듣지 못했어!”
중년인이 절규하듯 외치자, 그는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그의 옷깃을 붙잡고 있던 운청휘는 어느새 객잔에서 사라진 뒤였다.
“바…… 방금 그 사람이 운청휘라고?”
“그, 그럴 거야. 방금 스스로 인정하는 걸 들었잖나!”
운청휘가 사라진 뒤 한참 뒤에야, 객잔에서는 겨우 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운청휘에게 붙들렸던 중년인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는 영혼을 짓누르는 듯한 압박을 느꼈고, 운청휘에게 감히 거짓말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중년인의 모습은 운청휘에게 잊혀진 지 오래였다.
그는 빠르게 몸을 옮겨 전송진 구역에 나타났다.
이곳의 전송진은 모두 북영으로 통하는데, 개중 하나가 교룡족 영지인 횡룡령(横龙岭)과 연결되어 있었다.
운청휘는 마배령과 공작령 전송진 쪽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곧장 횡룡령과 연결된 전송진에 들어섰다.
“기령, 도도 등을 교룡왕에게 부탁했건만…….”
전송진에 들어가고 운청휘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만약 만족스러운 대답을 주지 않는다면 교룡족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전송이 끝나고, 운청휘가 기룡성의 전송진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는 곧바로 신식을 펼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나갔다.
‘이곳이 횡룡성의 또 다른 성지인가. 교룡왕이 사는 곳은 제1의 성인 백룡성이라는 거군.’
운청휘는 곧 백룡성으로 향하는 전송진으로 갔다.
“멈추거라. 백룡성에 들어가려면 선천영액 10근을 내놓아야 한다.”
전송진을 지키는 호위가 호통을 쳤지만, 운청휘는 아무 말 없이 손을 흔들어 그자를 날려 버렸다.
물론 날려 버렸을 뿐,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았다.
교룡왕의 입장을 명확히 알기 전까지는, 교룡왕의 부하들에게 손댈 마음이 없었으니까.
유유히 전송진으로 들어간 운청휘는 백룡성에 도착하자마자 신식을 뻗어 성안의 모든 대화를 감지했다. 교룡왕의 거주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전달되었고, 운청휘의 몸은 그대로 솟구쳤다.
전력으로 속도를 내니 일 다경도 지나지 않아 황궁 못지 않은 화려한 저택의 상공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교룡왕은 그 안에서 폐관 수련 중이었다.
-교룡왕, 설명하도록!
운청휘가 신식을 통해 소리쳤다.
“응?”
교룡왕은 처음으로 누군가에 의해 신식으로 음을 받았고, 정신이 번쩍 들어 눈을 떴다.
“운청휘!”
교룡왕이 곧 반응했다.
그의 두 눈동자에 경직된 빛이 떠오른 것과 동시에, 밀실에 일렁이는 구멍이 생겨났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점점 크기를 키워나가는 구멍은 외부와 연결된 듯 통로를 생성해냈고, 그 사이로 운청휘가 날아들었다.
구멍은 운청휘가 밀실로 들어오자마자 사라져 버렸다.
“이곳은 흑금운석으로 만든 밀실이거늘, 그대가 이곳을 통제한단 말인가?!”
교룡왕은 다소 충격을 받은 듯 얼굴을 굳히며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열흘을 넘게 못 본 거 같은데, 이…… 인왕경에 도달한 건가?”
“인왕경? 아니!”
운청휘가 고개를 저었다.
“경계에 있어서는 공적경일 뿐.”
운청휘의 부인을 듣자 교룡왕이 한숨을 쉬었다.
“본왕을 찾은 것은 어린 신동 등의 일 때문이겠군?”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초지종을 설명하도록.”
교룡왕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운청휘의 말투가 거슬렸던 탓이다.
그러나 그도 사소한 일에 구애받지 않는 성격이라, 바로 입을 열었다.
“그들은 자청해서 떠났네. 하흡이라는 아이도 함께 갔지.”
교룡왕은 운청휘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홍인왕이 하가의 일원들을 동원해 하흡을 속인 일부터, 진인왕이 진상상을 이용했던 것, 기령과 소연이 자청하여 소도도와 함께 떠난 일까지.
진관해에 대해서는 그도 소문을 들어 알았기에, 운청휘에게 제자가 있다는 사실을 흥미롭게 여기는 눈치였다.
“운 공자, 그들이 스스로 떠났기에 본왕은 그들을 막을 권리가 없었다는 것을 알아주게나.”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실례를 범했군.”
고개를 끄덕인 운청휘는 신식을 이용해 교룡왕의 머릿속에 무공을 흘려 넣었다.
“구연선결(九衍仙诀). 극도로 수련하면 선에 도달할 뿐만 아니라…….”
운청휘가 말을 맺진 않았지만, 교룡왕은 뒷말을 익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진정되지 않는 흥분이 일었다. 운청휘가 상고 유적 안에서 장담했던 것도 있지만, 선으로 도달하는 무공을 주리라곤 생각지 못했던 탓이다.
“그들이 정말로 죽은 게 확실한가?”
운청휘가 다시 물었다.
사실 그의 마음에는 한 가닥 희망이 남아 있었다.
그들 넷은 아직 죽지 않았고, 일곱 왕이 헛소문을 퍼트려 자신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그러나 교룡왕은 굳은 얼굴로 말할 뿐이었다.
“본왕이 며칠간 폐관하면서 그 소식들은 신경쓰지 않았다네. 허나 본왕의 족속들이 가져온 보고에 의하면 그들 넷은 확실히 죽었다네, 그리고…….”
“그리고?”
운청휘가 물었다.
“시체도 없이 죽었다네!”
그 순간, 운청휘의 몸에서 싸늘한 기세가 흘러나왔다.
아무리 교룡왕이라도 만년빙설에 휩싸인 듯했다.
“상고 유적에서의 일은 청산했으니, 이제는 서로 빚지지 말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