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283화 (283/430)

제283화

“나성은 무사하지만, 나인왕의 나가 저택은 흔적도 없다는군.”

“요족들의 근거지를 두 개나 도살했지만, 인간의 근거지에서 죄 없는 사람은 죽이지 않았으니 참으로 호쾌해, 운청휘도.”

“그 말이 맞네. 나성에서도 나가 일원들만 죽였을 뿐이니 큰 소란은 없었다더군.”

“운청휘가 감히 초왕성에 나타나려나!”

“멍청이가 아니라면 초왕성에 나타나지 않겠지. 초왕성에는 초인왕이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흥, 운청휘가 초인왕을 두려워하진 않을 거야! 교룡족이 보여 준 회상정을 잊었나? 운청휘가 나가를 궤멸시킬 때 일장을 썼을 뿐이지만, 위력은 인왕 못지않았음을!”

“소문이 자자한데, 운청휘가 이미 인왕경에 도달했다고 하네!”

“인왕경에 도달했는지는 인왕과 전투를 해보면 알게 되겠지.”

신식으로 대화를 들은 운청휘가 미간을 찌푸렸다.

“초인왕은 이미 초왕성으로 돌아갔나?”

또 하나의 인왕경 마종이 생긴다면, 그는 공적 7단계를 노릴 수 있었다.

운이 좋다면 공적 9단계도 될 수 있을 터였다!

일 다경 후, 그들은 초가 저택의 상공에 멈춰 있었다.

규모는 나가 못지않았지만, 구성원은 50~60만 정도로 나가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역시 초가에 돌아왔군.”

신식에 초인왕이 잡히자, 운청휘가 평온하게 중얼거렸다.

“운청휘, 왔구나!”

다음 순간, 영력이 충만하게 실린 목소리가 초왕성을 떨어 울렸다.

곧 초가의 저택에서 한 신형이 날아오더니, 운청휘의 앞에 멈췄다.

초가의 가주, 초인왕이다!

“초인왕의 목소리다!”

“뭐? 운청휘가 왔다고?”

“허, 운청휘가 감히 초왕성에 나타났다니!”

“어서, 좋은 구경이 되겠군. 어서 가세. 인왕의 전투는 보통 사람이 평생 보기 힘드니까!”

“걱정하지 말게, 이곳은 초왕성이니 초인왕은 자신의 본거지에서 싸우지 않을 거야!”

“운청휘는 보통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겠지. 그러니 초인왕과 운청휘는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으며 조심할 거야.”

순식간에 초왕성은 들쑤셔진 벌집처럼 들끓었다.

무수한 무인들이 날아올라 초가의 저택으로 다가왔고, 개중에는 회상정을 든 교룡족의 반절 인왕경도 있었다.

“소인왕은 죽었을 텐데?”

초인왕의 시선이 능천진선에게 향했다.

영흥제국의 황실에서 사람을 보내 소인왕의 사인을 조사하게 된 건 비밀도 아니었다. 더불어 초인왕은 영흥 황실의 사람들을 만나 소인왕의 죽음을 확인받은 바 있었다.

“영흥 황실의 사람들은 소인왕의 혼패가 조각났다고 했네. 그렇다면 그대는 누구지? 어째서 소인왕의 육신을 빼앗았나?”

초인왕은 매서운 시선을 보내는 동시에 인왕의 기세로 능천진선을 짓눌렀다.

“내가 누구인지 네까짓 범인이 알 자격이 있느냐?”

능천진선이 코웃음을 치더니 자신도 인왕의 기세를 끌어올렸다.

“네…… 네놈도 인왕이구나!”

초인왕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옳거니, 이해했다!”

초인왕이 별안간 무언가를 깨달은 듯 무릎을 쳤다.

“운청휘가 연달아 요족의 성 두 개를 도살시켰고, 단번에 나가를 멸망시킨 것은…… 인왕의 힘을 빌린 것이구나!”

결론을 내린 초인왕은 곧바로 다른 왕들에게 소식을 전할 마음을 먹었다.

“운청휘는 인왕에 도달하지 않았고, 그가 붕성, 공작성을 도살하고 나가를 멸망시킨 것은 인왕의 힘을 빌린 것이라네. 게다가, 저 인왕이 누구인지 그대들은 짐작도 못 할 것이네!”

초인왕이 전송 옥석에 대고 재빨리 외쳤다.

“소인왕일세! 하지만 다른 이가 소인왕의 몸을 차지하고 인왕경에 도달한 것이네!”

영주성에 있는 세 왕과, 근거지에 있는 세 왕은 각각 초인왕이 보낸 소식을 받았다.

“대붕왕, 공작왕, 나인왕. 그대들은 영주성의 영흥제국 사람들에게 알리게! 홍인왕, 풍인왕은 초왕성으로 가서 돕게! 운청휘를 잡는 것 외에도 소인왕을 확보하여 영흥제국 황실의 사람들에게 맡겨야 한다네!”

여러 왕들에게 소식을 전한 진인왕은 자신도 초왕성으로 가는 전송진에 발을 올렸다.

이때 초왕성에서는.

초인왕이 능천진선만을 치열하게 공격했다.

운청휘는 이미 관심 밖이었다. 그가 어떤 일을 벌이든 아무런 영향도 없으리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콰르릉!

삼천 장 상공에서 대폭발이 일어났고, 점멸하는 빛이 아침 햇살보다 찬란하게 빛났다.

“이…… 인왕의 전투다!”

“이럴 수가, 내…… 내가 정말로 인왕의 전투를 보게 되다니!”

“이상해. 전투하는 두 인왕 중에…… 운청휘가 없는걸?”

구경하던 이들 중 공적경과 반절 인왕경들은 초인왕과 능천진선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한눈에 초인왕을 알아보았지만, 소인왕은 낯선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초인왕과 대결하는 인왕은 운청휘가 아닌데? 누구지?”

“혹시 동영 난쟁이족의 인왕인가?”

“바보 같은 소리. 난쟁이족에 이렇게 키가 큰 사람이 있다고? 난쟁이족은 모두 몸집이 작은데 난쟁이족의 인왕도 그럴 거야.”

개중 교룡족의 반절 인왕경은 회상정을 손에 든 채 하늘 위의 광경을 새기고 있었다.

그가 작지 않은 목소리로 외쳤다.

“저자는 영흥제국의 소인왕이 아닌가? 그가 어찌 인왕이 되었지? 게다가 듣기로 소인왕은 죽었다던데. 영흥제국에서 사람을 보낸 것도 사인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네.”

“교룡족이 말하길 초인왕과 맞붙은 이가 영흥제국의 소인왕이라는데? 하지만 이미 죽었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뭐? 초인왕과 싸우는 인왕은 죽은 사람이라고?”

“그것도 영흥제국에서 온 죽은 사람이야.”

교룡족이 내뱉은 말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종래에는 죽은 사람이 초인왕과 대결한다는 말로 바뀌어 버렸다.

“농담이지? 죽은 사람이 인왕과 싸운다고?”

“흥, 이 세계에 귀신이 있다는 말은 믿지 않아!”

“맞아, 정말로 귀신이 있다면 매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는데, 귀신을 못 봤겠나?”

“귀신이든 아니든 이것은 인왕의 전투야!”

초왕성의 모든 사람이 하늘의 전투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투는 쉽게 이어지지 않았는데, 능천진선은 운청휘의 동의 없이는 공격할 수 없었다.

초인왕은 이곳이 본거지이니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고, 그의 목적은 시간을 끌면서 다른 왕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이때 운청휘는 묵해와 묵안유를 데리고 초가의 상공을 벗어났지만, 그를 지켜보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인왕의 전투를 앞에 두고 한눈을 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운청휘도 개의치 않으며 한산한 틈을 타 하늘을 덮을 거대한 손을 불러내었다.

태양을 가리는 거대한 손이 어두운 그늘을 드리운 것도 잠시.

우르릉!

거대한 먼지구름이 하늘을 뚫을 듯이 솟구쳤다.

초가 50~60만의 인구는 이 일장으로 무수한 연기에 묻혀 버렸다.

초왕성 전체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인왕의 전투를 주목하던 이들은, 하늘에 닿을 듯 솟구친 먼지구름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생에 잊지 못할 규모이리라.

“바…… 방금 그 손바닥은 인왕이 찍은 것인가?”

“인왕을 빼고 누가 이렇게 하겠는가?”

“초인왕과 대결하는 저 인왕은 공격도 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들끓을 때, 운청휘는 곧바로 일행을 데리고 전송진으로 향했다.

이미 전송 옥석으로 다른 인왕들에게 소식이 퍼진 것을 알고 있으니, 이 자리에 있어서 좋을 것이 없었다.

허공에 떠 있던 초인왕은 한동안 넋을 잃고 있었으나, 정신을 차리자 길게 포효했다.

“아……!”

초인왕의 신형이 흩어지더니 아직도 구름이 피어오르는 초가로 날아갔다.

이때 능천진선은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 운청휘와 합류했고, 그들은 전송진을 통해 초왕성을 떠나 버렸다.

“운청휘……!”

운청휘 일행이 떠난 자리엔 초인왕의 포효만이 메아리칠 뿐이었다.

일 다경 후.

세 개의 신형이 전송진에서 번뜩이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진인왕, 홍인왕, 풍인왕이었다.

“우리가 늦은 건가?”

전송진을 나오자마자, 세 왕의 앞에는 자욱한 먼지구름이 펼쳐졌다.

그들은 구름이 일어나는 장소를 대번에 직감했다. 초가의 상공이 아닌가.

다음 순간, 또 다른 세 명이 전송진을 통해 나왔다.

대붕왕, 공작왕, 나인왕이다.

“운청휘는 어디에 있는가? 본왕이 그를 찢어버릴 거야!”

대붕왕이 울부짖듯 포효했다.

“응? 초가가 이미 소멸되었다고?”

대붕왕의 포효가 무색하게도, 그들 일행은 뭉게뭉게 피어 오르는 먼지구름만을 마주할 뿐이었다.

뒤이어 도착한 십여 명은 영흥제국 황실이 보낸 이들이었으나, 그들도 한발 늦었다.

“소인왕을 뺏은 자는 어디로 갔느냐?”

그중 두 인왕이 대붕왕 등에게 다그치듯 물었다.

“늦었네, 운청휘는 이미 떠났네.”

나인왕이 허탈한 표정으로 답했다.

“가세, 초인왕에게 가서 구체적인 상황을 알아보세!”

누구의 제안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자리에 있던 인왕들은 일제히 초가를 향해 날아갔다.

“초인왕, 소인왕의 몸을 뺏은 자를 붙잡고 있지 않았던가? 어찌하여 그가 초가를 궤멸시키도록 두었나?”

진인왕이 성급하게 물었다.

나인왕은 입을 꾹 다물었지만, 무언가를 찾는 듯 시선이 이리저리 배회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의 시선이 구경꾼들 사이에서 멈췄다.

“여기라네!”

나인왕이 외치며 주먹을 쥐자, 별안간 구경꾼들 사이에서 교룡족 한 명이 끌려나왔다.

그는 회상정을 꽉 쥐고 있는 상태였다.

“교룡족의 간이 크구나, 감히 운청휘라는 짐승 새끼에게 아부하다니!”

나인왕이 흉흉한 얼굴로 말하더니 교룡족의 회상정을 빼앗았다.

이윽고 힘을 주입하니, 회상정 안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전투가 재생되었다.

“젠장, 전투만 기록되어 있으니 초가가 파괴된 연유를 모르겠군!”

“나인왕, 이 회상정은 우리가 영흥제국으로 가져가겠네. 여기에 소인왕의 단서가 있으니!”

그때, 영흥제국의 두 인왕이 날아와 회상정을 요구했다.

나인왕은 거절하지 않고 곧바로 회상정을 넘겨주었다.

회상정을 살피던 두 인왕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소인왕인데, 그는 몸을 뺏겼어!”

“우리 영흥제국 황실의 사람마저 빼앗다니, 이자는 반드시 진압해야 한다네!”

영흥제국의 두 인왕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일행을 데리고 전송진 쪽으로 향했다.

남은 영주의 인왕들은 일제히 초인왕을 돌아보았다.

“초인왕, 방금의 상황을 우리에게 말해 보게!”

나인왕, 대붕왕, 공작왕은 위로는커녕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다른 세 왕은 침묵했지만 초인왕의 대답을 기다리는 눈치가 역력했다.

“초가를 멸망시킨 사람은 운청휘라네!”

초인왕이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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