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287화 (287/430)

제287화

“관해,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

운청휘와 진관해는 영주에 도착했을 당시 강제로 헤어져, 몇 개월 만에 이루는 해후였다.

“제자는 사부님께서 평안하시면 족합니다!”

진관해가 말했다.

“그래, 제자를 잘못 두지 않았군.”

운청휘의 표정이 절로 흐뭇해졌다. 진관해의 말이 참으로 가슴에 와닿았다.

“걱정 말거라. 너희의 고통을 이 운청휘가 모두 갚아 주겠다. 그리고 진관해, 오랜만에 만났으니 사부가 작은 선물을 주마.”

한결 온화해진 운청휘의 목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서 금빛 광채가 나더니 진관해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었다.

“조화금신결(造化金身诀). 내가 창조한 무공이다.”

그 말에 능천진선은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관해를 바라보았다.

비록 조화금신결의 품급은 모르지만, 선제가 창조한 무공인데 얼마나 고강하겠는가?

“가…… 감사합니다, 사부님!”

잔뜩 흥분한 진관해가 무릎을 꿇고 외쳤다.

“사제지간에 그리 겸손하지 않아도 된다.”

운청휘가 공원의 힘을 일으켜 진관해를 부드럽게 일으켜세웠다.

“운청휘, 이제 얘기를 계속해 볼까?”

부소 공자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물론!”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도도 등이 별 탈 없이 돌아왔기에, 마음속에 품었던 살기는 다소 옅어져 있었다.

그러나 운청휘는 순순히 넘어가는 대신, 능천진선을 바라보았다.

“능천, 그들을 데리고 이곳을 떠나도록. 이 반지에 둔천사가 있으니, 혈살군과 가까운 성에 도착하면 둔천사를 타고 천검종으로 돌아가거라. 그때는 도도와 관해가 경로를 안내해 줄 것이다.”

“네, 운제!”

능천진선이 명령을 받았다.

“운제, 전투를 벌이실 생각입니까?”

능천진선이 참지 못하고 또 물었다.

“물론, 나 운청휘의 사람들을 건드렸으니 당연한 일이다.”

운청휘의 눈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오늘, 영주의 모든 이들이 운청휘의 사람을 건드리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능천진선은 곧바로 일행을 데리고 아래쪽 전송진으로 이동해, 금빛 섬광과 함께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지기 무섭게 운청휘가 큰 손을 조종해 내려치니, 구역 내의 수백 개 전송진이 일시에 가루가 되었다.

“응?”

그 광경을 본 부소 공자 등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네가 부소라고?”

전송진을 파괴한 운청휘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여전히 큰 손에 대붕왕을 가둔 채였다.

“방금 했던 말을, 다시 해 보도록.”

“네놈이 대붕왕을 놓아주고 도심종마대법을 다시는 사용하지 않는다 맹세하라고 하셨다!”

부소 공자가 묵묵히 서 있자, 홍인왕이 끼어들었다.

“그런가, 부소?”

운청휘는 홍인왕을 가볍게 무시하며 부소 공자를 바라보았다.

그에게 붙이는 존칭은 가볍게 생략한 말투였다.

“그렇다네!”

부소 공자가 고개를 끄덕였는데, 눈에서 얼핏 한기가 스쳤다.

그를 안중에도 없다는 듯 대하는 운청휘의 태도는, 그가 출도한 이래 처음이었다.

“그럼 하나씩 대답해 주마.”

운청휘가 말했다.

“대붕왕은 다른 이들과 함께 내 주변인들을 죽이려 했다. 이로써 내 역린을 건드렸지. 비록 내 주변인이 죽지 않았으나, 용서할 마음은 없다. 그리고, 도심종마대법을 쓰지 말라?”

여기까지 말한 운청휘의 얼굴에 삐뚜름한 웃음이 걸렸다.

“네가 뭔데?”

한마디가 떨어지기 무섭게, 운청휘의 손에서 떠오른 마종이 대붕왕에게 스며들었다!

대붕왕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과 함께, 마종이 그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아……!”

“내 사람을 감히 건드렸으니, 죽어라!”

운청휘의 손에서 공원의 힘이 뻗어나왔다.

펑!

무위를 잃은 대붕왕은 순식간에 온몸이 터져 사라지고 말았다.

“죽기 싫다면 내 눈앞에서 사라지도록!”

대륙을 가로지르는 황하처럼 거대하고 끝없는 살기가 주위의 왕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뭐라고?”

대붕왕이 한순간에 폭발해 버리자 멍해졌던 부소 공자는, 이어지는 운청휘의 말을 듣고 서서히 얼굴이 일그러졌다.

“사라지라고 했다!”

운청휘의 고함과 함께, 펑 소리가 났다.

미처 대비하지도 못한 채, 부소 공자가 손바닥에 찍혀 멀리 날아갔다.

부소 공자가 소도도 등을 데려오지 않았다면, 운청휘는 진즉에 그를 죽였으리라.

누구도 감히 선제인 운청휘에게 명령할 수 없었다.

대붕왕을 놓아주라고?

무엇이 두렵겠는가? 부소 공자가 무엇이나 되길래?

부소는커녕 부소 선제라 해도 운청휘는 단번에 날려 버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더욱이, 부소 공자가 정말로 남을 도우려는 마음으로 이곳에 나타났다면, 운청휘는 그와 다투지 않았을 터였다.

그러나 부소 공자가 이곳에 나타난 목적은 따로 있었고, 운청휘는 그의 의도를 짐작했다.

‘도심종마대법’을 이야기할 때, 그의 눈에서 한순간 일렁이던 열기를 어찌 놓치겠는가?

“진인왕, 나인왕, 초인왕, 홍인왕, 풍인왕, 공작왕!”

부소 공자를 날려 버린 뒤, 운청휘의 표적은 여섯 왕으로 바뀌었다.

“대붕왕의 뒤를 따르게 해 주마!”

쿵!

운청휘의 몸에서 청색으로 선명히 타오르는 화염이 솟구쳤다.

청연지심화였다.

“천화감옥!”

건조한 외침과 함께, 불바다는 순식간에 반경 삼천 장 하늘로 퍼져나갔다.

여섯 왕은 손쓸 틈도 없이 불바다에 휩싸였다.

솨아아아…….

그들은 맹렬히 공격을 퍼부어 불바다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과연 가능한 일일까.

운청휘의 전투력이 인왕을 압도하고 있으니, 천화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화염으로 만들어진 감옥은 그들을 단단히 가둔 채 위협적으로 일렁였다.

별안간 운청휘가 그들과 간격을 좁히더니, 거대한 손으로 진인왕을 후려쳤다!

미처 피하지 못한 진인왕이 일격에 피를 내뿜었다.

“진인왕, 네놈은 내 주변인들을 이용해 나를 위협했다.”

불바다를 등지고, 진인왕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운청휘에게서 살기가 넘실댔다.

이미 그의 두 눈은 한껏 가늘어져 있었다.

“진상상으로 도도를 위협하고, 이를 통해 기령을 영흥제국으로 끌려가게 만들지 않았더냐!”

“진인왕, 네놈을 용서할 마음 따위 없다.”

운청휘가 다시금 손을 휘둘러 진인왕을 날려 버리니, 그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불 벽에 부딪쳤다.

진인왕의 안색이 공포로 물들었다. 고통보다는, 인왕이 되어 처음으로 부상을 입었다는 데서 오는 공포가 컸다.

그가 누구인가. 지고한 인왕경이다.

한데 이렇게 쉽게 부상을 입고 피를 토하다니?

“운청휘, 네…… 네놈이 무슨 짓을 한지 아는 게냐?”

진인왕이 몸을 추스르더니 운청휘를 노려보았다.

“네놈을 죽이는 것 외에 무엇을 하겠느냐?”

운청휘가 덤덤하게 말하며 공원의 힘을 내뿜었다.

진인왕은 법원의 힘으로 맞섰다.

기이하게도, 공원의 힘이 법원의 힘을 압도하며 진인왕을 억누르기 시작했다!

쿵!

결국, 진인왕이 또다시 힘을 이기지 못해 날아가며 피를 흩뿌렸다.

“운청휘, 네놈은 이미 큰 화를 당했다는 것을 아느냐? 도망치지 않고 감히 이곳에 머물다니!”

진인왕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부상을 입었지만 그의 표정만큼은 침착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운청휘, 방금 네놈이 날려 버린 사람이 누군지 알겠느냐?”

이때, 나머지 네 왕들이 날아와 진인왕을 감싸고 운청휘를 노려보았다.

“부소를 말하는군?”

운청휘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부소의 신분은 일찍이 가토왕에게 들은 터였다.

숨은 가문, 영씨세가의 소가주로 본명은 영소. 세간에는 부소라 알려진 청년이 아닌가?

“부소 공자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게냐?”

이제 홍인왕은 우습다는 듯 운청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설령 천황노자라도, 내가 너희를 죽이는 걸 어찌 막을까?”

운청휘가 조롱하듯 말하자, 거대한 손이 불길을 움켜쥐었다. 순식간에 거대한 손은 불을 머금고 이글거리며 홍인왕을 향해 쇄도했다.

콰아앙!

피할 틈도 없이 거대한 손에 맞은 홍인왕이 피를 울컥 뿜었다. 하마터면 뼈가 부서질 뻔했다.

“운청휘, 정말로 우리 다섯 왕이 연합해도 네놈을 못 이길 거라 여기느냐?”

홍인왕이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지도 않은 채 포효했다.

“모두 함께 운청휘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세!”

그의 외침을 필두로, 다섯 왕이 일제히 살초를 날리기 시작했다.

“고작 너희 따위로?”

그들을 조롱하듯 내뱉은 운청휘가 연달아 다섯 번 손을 휘둘렀다.

펑! 펑! 펑! 펑! 펑!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다섯 인왕은 거대한 손바닥에 맞아 각각 날아갔다.

비록 지금 운청휘의 전투력이 일격에 인왕을 죽이진 못한다고 해도, 그들을 날려 버릴 수는 있었다.

조금 더 많은 공격을 가한다면, 인왕을 죽일 수도 있으리라.

“만약 우리까지 더한다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