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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288화 (288/430)

제288화

그때, 지하에서 울리는 듯 한없이 낮은 목소리가 천화감옥 바깥에서 울렸다.

운청휘에게 맞아 멀리 날아갔던 부소 공자가 어느새 되돌아와 있었다.

이윽고 세 신형이 감옥을 부수고 불바다로 뛰어들었다.

“운청휘, 본 공자는 평화롭게 이 일을 해결하려 했거늘, 감히 본 공자를 습격해?”

다시 날아온 부소 공자는 이전의 준수하고 늠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안색은 전에 없이 가라앉고, 눈빛에는 살기가 일렁였다.

“본왕은 영흥제국에서 사리 분별을 못하는 녀석을 많이 봤으나, 네놈처럼 하극상을 저지르는 녀석은 처음이구나!”

“만약 영흥제국이었다면 상명하복의 죄는 극형에 처한다!”

영흥제국의 두 인왕이 앞다투어 외쳤다.

“습격? 네게 그 말이 어울린다고 보나? 다시 공격해도 네놈을 일격에 격파할 수 있다.”

부소를 향한 운청휘의 시선에는 경멸과 멸시만이 가득했다.

이윽고 운청휘가 영흥제국의 두 인왕을 바라보았다.

“무인의 싸움에 신분을 들먹이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더 있겠느냐? 얼마나 노예로 부려졌으면, 상명하복의 죄를 입에 올리는가? 숨은 가문 따위가 위세를 떨칠 수나 있나?”

운청휘가 말을 마치고 부소 공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부소, 체면을 살려 주지. 죽기 싫으면 내 눈앞에서 사라지도록. 나를 위해 도도 일행을 데려와줬으니, 한 번은 넘어가 주마.”

“운청휘, 정말 죽고 싶어 하는구나!”

부소 공자가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질렀다. 운청휘는 완전히 그를 무시하고 있었다!

“정말로 본 공자가 네놈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여기나? 오늘 무엇으로 8대 공자 중 우두머리인지 알려 주마!”

부소 공자가 다가오며 두 손 가득 맺힌 법원의 힘을 연거푸 방출했다!

솨아아……!

그 여파로 불바다가 거세게 일렁였다.

부소 공자는 진심으로 화가 난 만큼, 전력을 다해 운청휘를 공격해 들어왔다.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군. 죽어도 내 탓은 말도록!”

운청휘가 피하지 않고 부소 공자를 맞이했다.

콰앙!

단번에 두 사람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전투력에서는 부소 공자가 세 인왕보다 위에 있으나, 운청휘는 개의치 않았다.

지금의 운청휘는 인왕경을 상대로도 무적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쿵! 쿵!

눈 깜짝할 새에 두 사람은 수천 합을 주고받았다. 빛이 번쩍이며 허공을 불살랐다.

어느 순간, 운청휘가 부소 공자의 아랫배를 정확히 가격했다!

부소 공자가 충격으로 긴 선을 그리며 추락하자, 운청휘는 여세를 몰아 거대한 화염을 양손에 움켜쥐었다.

퍽! 퍽!

두 번의 공격으로 부소 공자의 가슴과 아랫배가 깊게 파이고, 살점과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부소 공자……!”

영흥제국의 두 인왕이 기겁하며 외치더니, 서둘러 달려왔다.

“하찮은 놈들, 사라지거라!”

운청휘의 일갈과 동시에, 쿵! 쿵! 연달아 영흥제국의 두 인왕을 날려 버렸다.

“숨은 가문 따위가 내 앞에서 위세를 부리느냐? 누가 네놈에게 그런 자격을 주었느냐!”

부소 공자의 머리 위로 떠오른 거대한 손이, 그를 단번에 찍어 눌렀다.

콰아앙!

거대한 손이 만들어 낸 위력은 하늘에서 추락한 운석을 방불케 했다.

직격당한 부소 공자는 온몸의 뼈가 바스러졌고, 그대로 불바다 속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빌어먹을 운청휘, 멈추지 못하겠냐!”

“운청휘, 네놈이 하는 일은 불장난일 뿐이라는 것을 모르는 게냐!”

“부소 공자가 죽으면 우리가 그와 함께 매장되어야 한다고!”

“운청휘, 우리를 연루시키지 마라!”

다섯 왕이 목이 터져라 외치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너희를 연루시킨다? 곧 죽을 자들이 생각이 많군.”

운청휘가 차디찬 웃음을 흘렸다. 이미 신식으로 부소 공자가 살아 있음을 확인한 뒤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창끝을 돌려, 다른 왕들에게 쇄도했다.

“파리 떼처럼 성가시구나. 너희를 먼저 해결해야겠군.”

멀끔한 운청휘와 달리, 인왕들은 하나같이 경상 혹은 중상을 입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운청휘가 자신들에게 창끝을 돌렸으니, 그들은 억지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펑펑펑펑……!

무수한 불꽃이 튀며 하늘을 붉고 푸른 화염으로 물들였다.

만약 이 전투가 대지에서 벌어졌다면, 산과 강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져 대륙의 모습이 바뀔 터였다!

푸우……!

여기저기서 피를 뿜는 소리가 들려왔다. 특히나 진인왕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만약 이 일전에서 살아나가더라도, 그는 수년간 요양을 해야 할 처지였다.

“운청휘, 우리까지 감히 공격하다니 정말로 대담하고 완고하구나!”

뒤늦게 영흥제국의 두 인왕이 날아오며 포효했다.

그들은 단순한 인왕이 아니라, 영흥제국을 대표해 이 자리에 있었다.

한데 운청휘는 겁도 없이 감히 자신들에게도 손댄 것이다!

“공격만으로도 이리 짖어 대니, 죽이기라도 하면 내가 눈 감고 죽지는 못하겠군?”

운청휘가 코웃음을 치며 빈정거렸다. 그런 와중에도 놓치지 않고 세 왕을 때리고, 영흥제국의 두 인왕을 세차게 내리쳤다!

“네놈들처럼 신분을 내세우는 자들이 가장 보기 싫은 자들이다. 숨은 가문이니 영흥제국이니, 내게는 헛소리에 불과하거늘!”

펑! 펑! 펑!

운청휘는 그들에게 항변할 시간 따위 주지 않았다.

쉴 새 없는 공격이 퍼부어지며 두 인왕은 수백 번의 타격을 입었고, 어느새 전신의 뼈가 부서지고 핏줄이 터져나왔다.

늠름하고 당당했던 인왕의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핏물로 처참하게 물든 두 사람만이 남았다.

“본디 오늘의 목적은 일곱 왕을 죽이고 내 사람을 괴롭힌 대가를 알려 주기 위함이었지만, 기왕 나타났으니 너희도 거두어야겠군. 너희를 돌려보내면 영주 전체의 생령들에게 비웃음을 살 테지.”

사형 선고와 같은 운청휘의 말이 이어지고, 곧 두 개의 마종이 두 인왕의 몸에 스며들었다.

“그렇지, 너희가 오지 않았더라도, 너희는 내 표적이었다. 기령을 데려간 순간부터 영흥제국도 내 적이나 다름없었으니!”

운청휘는 그들에게서 마종을 빼낸 것으로 그치지 않고, 영혼을 끄집어냈다.

“너희가 죽으면 혼패가 깨지겠군. 한 번 더 신세를 져야겠다.”

운청휘가 두 사람의 영혼에 대고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

“죽기 전에 영흥제국에 똑똑히 전하도록. 나 운청휘의 친구만이 흥하리라고!”

외침과 함께, 두 왕의 영혼이 산산이 부서졌다!

같은 시각, 영주에서 몇억 리나 떨어져 있는 황궁의 정원.

그중에서도 ‘혼당(魂堂)’이라는 명패가 붙은 대전에서, 두 혼패가 부서졌다.

혼패를 지키던 사람이 당황하며 조각난 혼패를 확인했다.

“향인왕과 양인왕의 혼패다! 그들은 영주에 갔을 텐데? 어떻게 이런 작은 곳에서 죽은 거지?”

그자가 혼패를 주워담은 순간, 향인왕과 양인왕이 죽기 직전 보내온 목소리가 울렸다.

-죽기 전에 영흥제국에 똑똑히 전하도록. 나 운청휘의 친구만이 흥하리라고!

목소리가 울리자마자, 혼패를 주워담고 있던 이가 소스라치게 놀라 혼패를 다시 떨어트리고 말았다.

“대역무도야, 대역무도! 이런 일이 있나! 영주에서 황위를 무시하고 하극상을 벌이는 작자가 나오다니!”

혼패를 지키던 이는 대전을 뛰쳐나와 분개한 얼굴로 이 일을 알리러 사라졌다.

두 인왕의 마종을 거둔 후, 운청휘의 시선은 네 왕에게 향했다.

“이제 너희 차례군!”

네 왕들은 망연자실한 채 이 참상을 마주하고 있었다.

운청휘가 영흥제국의 두 인왕을 참살한 것은, 부소 공자에게 중상을 입힌 것과 비교할 수가 없었다.

부소 공자의 배경이 아무리 놀라워도 한 가문을 영흥제국의 황실과 어찌 비교하겠는가?

이 천성대륙에서 영흥제국의 위엄에 도전하는 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을 터였다.

더욱이 운청휘는 두 인왕을 죽이기 전 대역무도에 버금가는 말을 내뱉지 않았던가.

오직 운청휘의 친구만이 흥한다는 것은, 그 외의 존재들은……?

설마 운청휘는 영흥제국을 멸망시키기라도 할 셈일까?

그러나 기령이 영흥제국에 잡혀간 순간부터, 운청휘와 영흥제국의 대립은 예정되어 있었다.

“미친놈, 운청휘는 정말 미친놈이야!”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일을 하다니. 모든 영주의 생령들은 네놈의 충동으로 인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야!”

“운청휘, 우리가 네놈을 죽이지 않아도 영흥제국이 네놈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영흥제국 앞에서 네놈이 숨을 곳은 없다!”

네 왕들은 두려움도 잊고 분노에 사로잡혀 운청휘를 질타하기 시작했다.

“하찮은 걱정에 불과하군. 날 건드릴 수 있는 자는 없으니, 세상엔 오직 적과 친구뿐이다. 게다가, 뭐라고 했지? 너희가 나를 죽이지 않아도 어찌한다 했느냐?”

운청휘는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눈앞에 있는 이들은 이미 그에게 중상을 입었으면서 참으로 뻔뻔하게 말하고 있었다.

“죽어!”

짧은 한마디와 함께 운청휘의 신형이 사라졌다. 청연지심화의 불꽃이 넘실거리며 하늘에 사나운 파도를 만들었다.

고스란히 인왕들에게 몰아쳤다.

“최후까지 싸우자!”

“동시에 우리를 잡으려고 하다니, 네놈은 반절 인황인 게냐?”

인왕들은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더욱더 소리를 질러 댔다.

아니나 다를까, 천화의 불꽃이 지나가자 진인왕이 단번에 한쪽 팔을 잃었다.

“아……!”

진인왕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뱉었으나, 비명마저도 온전히 지를 수가 없었다. 운청휘가 곧바로 일장을 날리니, 진인왕의 얼굴에 명중했다!

퍼억!

허공으로 날아가는 진인왕에게서 이빨이 우수수 떨어졌다. 이를 놓칠세라, 천화가 잽싸게 그의 몸에 옮겨붙었다.

쐐애액!

공작왕이 단말마 같은 울음소리를 내더니, 거대한 공작으로 변신했다.

“두 날개는 내가 거두겠다!”

호쾌한 외침과 함께, 운청휘는 공작왕의 거대한 날갯죽지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가 공작왕의 날개를 잡고 힘을 주니…….

하늘을 가렸던 거대한 그림자가 맹렬히 퍼덕였다!

끄아악!

또다시 공작왕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졌으나, 이번에는 날개가 뜯겨나가는 고통의 비명이었다.

“공유, 나를 배신했을 때 이날을 염두에 두지 않았나?”

운청휘가 한 손으로 공작왕의 목을 옭아매고, 거대한 몸을 옴짝달싹 못 하게 가두었다.

쿵!

다른 손에서는 하늘을 뒤덮는 청색 화염이 나와 사납게 일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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