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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290화 (290/430)

제290화

이 불바다가 청연지심화의 불꽃이니, 부소 공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어찌 모를까.

설령 청연지심화를 속일 수 있다고 해도, 운청휘의 신식을 피할 수는 없었다.

과연, 부소는 지금 불바다 속에 숨어 있었고 상태도 멀쩡했다.

“나오지 않겠다면 나오게 만들어 줘야지.”

운청휘가 가볍게 말을 내뱉더니 청연지심화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수십만 평에 달하던 불바다는 백여 평으로 줄어들었고, 운청휘는 빠르게 거대한 손을 만들어 내 부소 공자가 숨은 구역에 휘둘렀다.

“운청휘, 죽어라!”

거의 동시에, 부소 공자가 숨어 있던 곳에서 빛줄기가 쏘아져 나왔다.

규모가 청연지심화의 불바다와 비슷했으니, 그 찬란함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대낮임에도 하늘에서 번쩍이는 빛은 염성의 모든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순간, 운청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저 빛은 그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었다!

쿵!

운청휘가 휘두르던 거대한 손은 빛줄기에 관통되어 산산이 조각났다.

그럼에도 빛줄기는 속도가 줄어들지 않고 운청휘를 향해 똑바로 날아오고 있었다.

숨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

운청휘는 서둘러 검집을 쥐고 휘둘렀다.

콰르릉!

천지가 개벽하는 폭발음이 울렸다.

비록 빛줄기의 위력을 막았다고는 하나, 반동으로 운청휘는 피를 토하고 날아가 버렸다.

쿠웅!

수천만 장 바깥으로 밀려난 운청휘가 세차게 떨어졌다.

체내의 기혈이 일시에 끓어올랐다.

“푸……!”

운청휘가 또다시 울컥 피를 토했다.

부소 공자는 운청휘가 날아가는 순간 빠르게 질주했고, 잠시 후 운청휘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의 공격은 우리 가주님께서 봉인한 것이다. 한데 그 공격에서도 살아남다니?”

운청휘를 내려다보는 부소 공자의 눈에 의구심이 어렸다.

영가의 가주는 당대의 인황이니, 천성대륙에서도 최고층의 최강자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운청휘는 인황의 공격에서 살아남았으니, 부소 공자의 눈에 의외일 수밖에.

“운청휘. 도심종마대법과 천화, 검집을 내놓거라! 그리하면 본 공자가 네놈을 용서해 주마!”

운청휘는 냉정한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부소 공자는 별안간 품에서 호리병을 꺼내들었다.

“방금의 공격은 두 번은 더 쓸 수 있다. 지금 내놓겠느냐, 버티겠느냐?”

“인황의 전력에 비하면,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위력이군.”

입가의 핏자국을 닦아낸 운청휘가 둥실 떠올랐다. 운청휘의 두 눈은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부소 공자가 주춤했다.

“알아보았다고 해도, 네놈을 죽일 수 있는 건 똑같다. 방금 검집으로 막아내지 않았다면 죽었을 거라는 걸, 본 공자가 모르겠느냐?”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위력으로도 날 죽일 수는 있다. 네놈이야말로 지금 목숨을 거두지 않는 걸 감사하도록. 훗날 네 목을 취하러 갈 테니.”

담담한 목소리를 끝으로, 운청휘는 모습을 감추었다.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삼천 장이나 떨어진 곳이었다.

운청휘의 모습은 좌측으로, 혹은 우측으로,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이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부소 공자가 호리병의 뚜껑을 열어 빛줄기를 쏘아 보냈다.

신식으로 줄곧 부소 공자를 관찰하고 있었던 운청휘는 아슬아슬하게 몸을 꺾었고, 빠르게 멀어져 갔다.

허공에 우두커니 서 있는 부소 공자는 마지막 공격을 쓰지 못했다.

빗나가기라도 한다면, 그는 운청휘의 도마 위에 올라온 물고기 신세가 될 것만 같았다.

중상을 입은 운청휘는 밤낮으로 날아가며 신식을 펼쳤다.

마침내 성 하나를 발견하자마자 전송진을 이용해 다른 성으로 이동했고, 수십 차례 전송진을 갈아타길 반복했다.

그 끝에, 화어성(花语城)이 있었다.

객잔에서 객실을 하나 빌리고, 안전을 확인한 후에야.

운청휘가 무너지며 울컥 피를 쏟았다.

참천검집이 부소 공자의 공격을 막았다곤 하나, 운청휘는 부상을 피하지 못했다. 그나마 참천검집이 있었기에 목숨이라도 부지한 것이다.

지금이라면 인왕을 만나도 상대가 되기는커녕 위험한 처지였다.

그러니 일찌감치 염성을 떠날 수밖에…….

신식 덕분에 운청휘가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지만, 아직 부소 공자의 호리병은 한 번의 공격을 할 수 있었다.

사실 부소 공자에게 호리병이 없더라도, 중상을 입은 운청휘는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부소 공자가 지레 겁을 먹어 공격하지 못한 것이, 운청휘에게는 다행이었다.

운청휘는 몸속에서 들끓는 기혈을 가까스로 다스린 후, 영라 반지에서 인왕경 마종을 하나 꺼냈다.

즉시 마종의 힘을 삼키면서, 그 힘으로 상처를 치유해 나갔다.

인황의 전력에서 10분의 1.

그 정도 위력이라도, 검집이 없었더라면 운청휘는 시체가 되었으리라.

‘부소 공자는 영가의 후계자다. 원한을 맺는다면 영가 전체를 척지는 것과 다름없겠군. 이제 무위를 인황에 맞설 만큼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영주 어느 곳에서도 숨을 곳은 없다. 더욱이 영흥제국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지 않는가…….’

상처를 치료하며, 운청휘는 생각에 잠겼다.

이제는 부소와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영가가 그를 찾지 않아도 찾아갈 생각이었다.

또한 영흥제국에도 볼일이 있으니, 무위를 올리는 것은 필수였다.

다행스럽게도 염성에서 일전을 벌이며 아홉 개의 인왕경 마종이라는 큰 수확을 거두었으니, 이를 연화하면 인왕경에 도달할 수 있었다.

만일 인왕경에 도달한다면, 천성대륙 전체를 살펴봐도 무적의 존재나 다름없었다.

반절 인황은 일격에 죽일 수 있으며, 인황은 일격에 날려 버릴 수 있었다!

이튿날 정오.

마종의 힘을 삼 할 연화시키자, 운청휘의 몸은 전부 회복되었다.

운청휘는 멈추지 않고 연화에 몰두하여 저녁이 될 즈음에는 공적경 8단계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에 전투력이 두 배 증강하는 수확도 거두었다.

한 시진 동안 꼬박 연화를 하고 있으니, 마침내 손에 쥔 인왕경 마종의 힘을 전부 흡수할 수 있었다.

운청휘는 새로운 마종을 꺼냈다.

마종의 가장 좋은 용도는 무위 증가였고, 포진도 가능했다.

다만 운청휘로서는 가급적 무위 증가에만 마종을 사용하고 싶을 뿐이다.

꼬박 이틀 가까이 마종을 연화했던 때와 달리, 공적경 8단계에 이르니 하룻밤이면 마종 하나를 삼킬 수 있었다.

운청휘는 마종을 연화하는 데 푹 빠져, 창밖의 어둠이 가시고 따스한 햇살이 흘러들어오는 것도 몰랐다.

침상에 앉아 가부좌를 튼 운청휘의 몸이, 금빛 햇살로 흠뻑 젖었다.

“후우…….”

운청휘가 긴 숨을 내쉰 순간, 두 손에 들려 있던 마종이 햇살에 부서지듯 흩어졌다.

이제 그의 무위는 공적 9단계였다.

“아직 멈출 수 없겠군.”

또다시 마종을 꺼낸 운청휘. 수련에 몰두한 그는, 지금 영주 전체가 과열되어 있음을 알지 못했다.

영주 전체를 살펴보자면 만 개가 넘는 성이 존재하는데, 하룻밤 사이에 이 성들에 신비하고 강대한 이들로 이루어진 대열이 나타났다.

성의 크기에 따라 그 수도 달라졌다.

그중 남영의 구왕성(邱王城)에 나타난 대열은 30여 명으로, 인솔자는 인왕경이었다.

구왕성에 퍼진 소문으로는 이 대열이 구왕성에 나타나자마자 곧장 구왕성의 주인인 구인왕을 찾아갔다고 한다.

몇 시진이 지난 후, 구인왕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명령을 내렸다.

구왕성의 모든 세력은 저들을 도와 운청휘를 찾아야 한다!

이러한 일은 크고 작은 성을 가리지 않고 반복적으로 일어났고, 하룻밤 새에 영주는 운청휘와 그를 찾는 신비한 무인들에 대한 이야기로 분분했다.

“세상에, 도대체 어떤 세력이길래 이런 규모의 대열을 보낸 것이지?”

“너무 무서워. 내가 알기로 8개의 성에 인왕이 이끄는 대열이 나타났다고 하네. 그런데 이 인왕들은 우리가 알던 인왕들이 아니라는군!”

“듣자 하니 북영 요족의 영지에서 여섯 명의 인왕이 나타났는데, 알려지지 않은 인왕들이라더군! 더욱이 반절 인왕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고, 500개가 넘는 성에 모습을 드러냈다지? 놀라운 건, 저들이 모두 한 세력에서 왔다는 걸세!”

“어떻게 그럴 수가, 영주에 언제 그렇게 강한 세력이 있었는가?”

“영주 최강은 남영 8대 가문과 북영 3요족이 아닌가? 물론 8대 가문은 구가와 운가만 남고, 북영 쪽은 교룡왕만 남긴 했지만. 하지만 그 셋이 연합해도 저만한 규모를 이룰 순 없을 텐데?”

“헤헤, 소문에 의하면 우리 영주에…… 숨은 가문이 있다고 하네!”

운청휘가 몸을 숨긴 화어성은 남영의 운무군(云武郡)에 소속되어 있었다.

화어성은 총인구가 몇백만 명에 불과한 작은 성이지만, 운무군 전체의 인구는 백억 명이 넘는다.

이 운무군은 8대 가문인 운가의 영지였고, 운가 또한 하룻밤 새에 영주에 나타난 대열의 방문을 받았다.

곧 수색 명령이 내려지더니 화어성 전체에도 퍼져나갔다.

주루나 객잔, 상점뿐만 아니라 민가도 수색을 피해갈 수 없었다.

특히나 주루와 객잔이 수색의 대상이 되었는데, 이때 운청휘는 세 번째 마종의 연화를 끝낸 참이었다.

공적경 9단계에 머물러 있으나, 공적경 극강에 무한하게 접근한 참이었다.

“마종 하나만 더 연화시키면 극경에 도달한다!”

순조롭게 네 번째 마종을 꺼내 연화하던 운청휘는, 마종을 절반 정도 연화시켰을 때 연화를 멈추었다.

반경 3만 장 이내의 민가와 주루, 객잔에 수색 대열이 나타났음을 감지한 것이다.

운청휘의 흥미를 끈 것은 수색하는 이들이 들고 있는 초상화였는데, 그의 외모와 특징을 그대로 그려내었다.

‘화어성에 있다는 게 노출된 건가?’

운청휘의 안색은 변했으나, 곧 다시 완화되었다.

‘아니, 내 행적을 알았다면 저런 조무래기들을 보낼 리가 없다.’

운청휘의 머리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부소가 영가의 힘을 끌어들였군! 다만 영주의 모든 성을 헤아릴 수 없으니, 성의 규모에 따라 사람 수를 조절해 파견했구나. 더욱이 토착 세력의 힘을 빌려 나를 찾고 있다.’

운청휘는 신식을 방출하여 수색 대열의 동정을 살피는 한편, 마종의 연화를 멈추지 않았다.

화어성의 규모가 작으니, 이곳에 파견된 인원을 운청휘가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더욱이 그들을 죽일 생각도 없으니, 약시장안법(略施障眼法)으로 적당히 넘어갈 계획이었다.

일 다경 후.

운청휘가 거주하는 객잔도 수색대가 들이닥쳤다.

1층부터 모든 방이 수색을 당했는데, 운청휘가 머무르는 3층까지 오는 것은 차 한 잔 마실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운청휘는 그들이 가까워짐을 느끼고 손을 휘둘러 방 주변에 만든 금지를 제거했다.

쾅!

거친 발길질과 함께 문이 열렸고, 20여 명의 인원이 운청휘의 객실로 들어왔다.

“응? 이것은 운청휘가 아니라 절름발이잖아!”

20여 명의 대열은 운청휘를 한번 보더니 전부 물러갔다.

운청휘는 그들이 떠나고 손을 휘둘러 방문을 닫았다.

‘부소가 궁지에 몰려 급했던 모양이군!’

운청휘가 차디찬 웃음을 머금었다.

부소도 영가도, 이런 녀석들을 보내 봤자 운청휘를 찾을 수 없음을 알 터였다.

그럼에도 보냈다는 것은, 부소가 궁지에 몰려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찾고 있다는 뜻이었다.

“무엇이 그리 급하더냐. 인왕경에 도달하면 친히 영가를 방문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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