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8화
목만청이 그녀의 여동생을 흘겨보았다.
아부도 과하면 역효과일 뿐이다.
그녀가 보기에 운청휘는 최대 2품 중 단계의 명근이었지만, 일부러 2품 상 단계라 부르며 운청휘의 환심을 사려 했다.
하지만 만추가 말한 단계는 다소 과했기에, 다른 세 남자들도 만추의 아부가 지나치다 여겼다.
세 남자, 기방, 기한, 기현 중 기방이 입을 열었다.
“2품 중 단계의 명근은 공적경에, 2품 상 단계의 명근은 반절 인왕경에 도달했다는 뜻입니다.”
기한이 이어서 말했다.
“공적경이든 반절 인왕이든 우리들의 눈에 모두 신령스러운 인물인데, 일거수일투족으로 성 하나를 소멸시킬 수 있으니까요!”
기현 또한 넉살 좋게 아부를 늘어놓았다.
“운 형, 당신을 알게 된 것은 실로 저희들의 복입니다. 추후에 이 기현이 신명 같은 인물을 만났다고 할자랑할 수 있겠군요!”
운청휘는 그들의 말에 어떠한 흥미도 없었다.
그들 다섯이 자신에게 부리나케 아부하는 것을 어찌 모르겠는가?
더욱이 그들은 구해준 은혜에 감사하기보다는, 운청휘가 보인 실력에 감탄하고 있었다.
다만 반감을 가질 정도는 아니었기에, 운청휘는 이들의 안내를 받아 옥한성에 도착하는 즉시 헤어질 생각이었다.
“이렇게나 많이 얘기했는데 아직 운 형제가 구체적으로 무슨 품급의 명근(冥根)인지 듣지 못했군요.”
“운 형, 우리에게 명근 품급을 알 수 있는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기가의 세 남자와, 목가의 자매도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눈을 빛냈다.
“나는 명근이 없다!”
운청휘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이들의 대화로 추측해 보니, 명근이란 것은 선계의 선근과 비슷한 듯했다.
천성대륙으로 치면 무인의 ‘영해’인 것이다.
명계의 생령과는 관련이 없는 운청휘로서는, 명근이 있을 리가 없었다.
“뭐라고요, 우…… 운 형은 명근이 없어요?”
“불가능해요, 운 형이 이미 영변경 무위인데 어째서 명근이 없는 거죠!”
“운 형, 우리와 농담하는 거겠죠!”
다섯 사람은 내심 2품 중 단계나, 2품 상 단계의 명근을 지니고 있다는 대답을 기다렸다. 또는 아주 희박한 가능성으로, 3품 하 단계의 명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운청휘의 대답은 그들의 예상과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농담이 아니라 난 확실히 명근이 없다.”
운청휘가 못을 박았다.
“그렇다는 것은 운형은 횡련명수 중인가요?”
기방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와 동시에 다섯 사람의 눈에 가득했던 아부의 빛이 단번에 사라졌다.
명계의 생령이 수련을 하려면 명근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극소수의 사람은 명근이 없는 상황에서 무위를 익히기도 한다.
다만 그들이 택하는 길은 ‘횡련명수’로, 육신의 단련을 통해 잠재력을 끌어내고, 나아가 육신을 무리하게 사용하여 무위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운 형이 가는 길이 횡련인데 영변경까지 수련하다니, 소인 탄복했소!”
기가 삼남이 모두 피식 웃었다.
운청휘가 횡련명수한 것을 알고 그들 셋은 태도가 단번에 냉랭해졌다.
‘절세 고수를 낚은 줄 알았는데, 고작 횡련 조무래기라니.’
목만청과 목만추 자매도 속으로 중얼거리며 단번에 거리를 두었다.
이들이 말하는 횡련명수는 육신을 무리하게 사용하여 수련하는 만큼, 전투력은 동급에서 무적이나 다름없다.
다만 그 성취에 한계가 있기에 영변경까지 수련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더욱이 육체를 혹사한 만큼 수명이 짧아져, 횡련명수들은 100살을 넘기지 못했다.
그들의 눈에 비친 운청휘가 영변경까지 수련했다는 것 자체는 대단하나, 무위가 높은 횡련명수는 그만큼 남은 수명이 짧다는 걸 의미했다.
이 다섯 사람이 보기에 운청휘는 짧으면 5년, 길어도 10년 내에 죽을 터였다.
운청휘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다섯 사람이 손바닥 뒤집듯이 태도를 바꾸니, 그로서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가는 내내 다섯 사람은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고, 운청휘가 물어볼 때나 어쩔 수 없이 대답해 주곤 했다.
“운 형, 옥한성에 곧 도착해요. 우리 삼 형제는 가족에게 돌아가니 운 형을 모시고 산책할 수 없겠네요.”
기방이 입을 열었는데, 좀 전까지 열정적으로 운청휘를 초대하고 싶다는 태도는 온데간데없었다.
“운 형, 이걸 받아주세요. 명석(冥石) 30개입니다. 우리 삼 형제를 구해주신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라 여겨주세요!”
운청휘의 미간이 슬그머니 일그러졌다. 지금 누구를 거지로 본단 말인가?
그러나 신식으로 명석을 훑어본 순간, 운청휘는 찌푸린 미간을 풀고 기방에게서 명석을 건네받았다.
명석 안에는 저승의 기가 가득 담겨 있었고, 천지에서 얻을 수 있는 기의 1,000배나 짙었다!
이는 선계의 선석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목만청과 목만추는 고작 명석 30개로 은혜를 갚는 것을 보고 속으로 적잖이 비웃었다.
‘횡단명수는 횡단명수야. 고작 명석 30개로 끝내다니!’
목만청도 명석을 30개 꺼내며 말했다.
“운 공자, 이 30개 명석도 저와 만추를 구해준 은혜에 보답하는 것입니다!”
운청휘는 별말 없이 목만청이 준 명석도 받아들었다.
일 각 후.
일행은 한 성의 입구에 도달했다.
“만청, 만추, 마침내 돌아왔구나!”
“기방, 기한, 기현, 너희 삼 형제도 또 경솔하게 행동하여 만청과 만추를 데리고 떠난다면 노부가 가법으로 처리해도 탓하지 말거라!”
성문 입구에는 옷을 멀끔히 차려입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맨 앞에는 불혹의 중년인 두 명이 서 있었다.
그들은 일행을 보자마자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었다.
운청휘는 그들을 보자마자 영변경의 무위임을 알아차렸고, 그들이 목가 가주와 기가 가주이리라 짐작했다.
“만청, 이분은?”
“기방, 저 사람은 누구지?”
목가와 기가의 가주들도 운청휘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 그는 운청휘인데 영변경 무위고 저희들의 생명의 은인이죠!”
목만청과 기방이 동시에 대답했다. 그러나 운청휘를 소개하는 말투는 더없이 냉랭했다.
“뭐라, 이렇게 젊은데 이미 영변경 무위라니……!”
목가 가주와 기가 가주의 안색이 크게 변하며, 순식간에 운청휘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한껏 사람좋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우리 양가의 후배들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시니, 참으로 고맙소. 보답하고 싶은데, 저택으로 초청해도 되겠소?”
“아니. 누군가는 환영하지 않을 텐데?”
운청휘는 덤덤하게 대꾸한 후, 그들을 지나쳐 옥한성 쪽으로 향했다.
“만추!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기방, 그가 영변경 고수이며 생명의 은인이거늘, 아둔하게 죄를 범한 게냐?”
두 가주는 일시에 분노하며 목만청과 기방을 바라보았다.
지금 운청휘는 목가와 기가에 어떤 호의도 보이지 않았는데, 생각해 보니 저들이 운청휘를 대하는 태도가 이상했다.
두 가주는 단번에 원인을 알아냈다. 목만청과 기방 일행은 생명의 은인을 박대한 게 틀림없었다!
“아버지, 우선 화를 좀 가라앉히세요!”
“아버지, 제가 이유를 알려 드릴게요!”
목만청과 기령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운청휘는 횡련명수예요!”
“횡련명수였구나!”
두 사람의 대답에 가주들은 단번에 분노를 가라앉히고 시큰둥한 빛을 띠었다.
“그러나, 그가 설령 횡련명수여도 생명의 은인인데 이렇게 하는 것은 지나치구나!”
입을 꾹 다문 목가 가주를 대신해, 기가 가주가 체면치레를 했다.
“아버지, 저와 만청은 모두 그에게 각자 명석 30개로 생명의 은혜를 보답했어요.”
기방이 대답했다.
“그게 맞지!”
그제야 두 가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명석 30개가 비록 많지 않으나, 횡련명수에게는 충분하겠지.”
운청휘는 그들에게서 멀어지고 있었지만, 신식으로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을 수 있었다.
저절로 운청휘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옥한성에 들어간 후, 운청휘는 신식을 넓게 펼쳐 성내의 모든 대화를 듣기 시작했다.
이 각 후, 수천만 주민의 담화를 듣고 나니 명계의 정보를 제법 수집할 수 있었다.
이곳 옥한성 및 옥한성이 포함된 ‘정주(靖洲)’는 ‘여정추(余靖秋)’라는 여자 명왕의 영지였다.
명왕은 명주라고도 불리며, 명계의 명왕은 한 명이 아니었다. 인왕경에 도달한 명계 생령은 모두 한 주를 차지하고 왕이라 불리는 것이다.
‘채아의 ‘미움’을 훔쳐 간 명왕은 여정추라고 불리는 여자 명왕이겠군.’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채아의 ‘미움’ 회수의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었다.
‘지금은 전력을 발휘하지 못하니 당장 부상부터 치료해야 한다.’
계속해서 옥한성을 돌아다니며, 운청휘는 양손을 소매 아래로 감췄다.
한 손에는 반절 인왕경의 마종을, 한 손에는 명석을 쥔 채였다.
몇 번 시도한 끝에, 운청휘의 얼굴이 희색을 띠었다.
‘명석으로 마종을 연화시키면 정상적인 연화 속도에 도달하게 하는구나!’
처음 명석을 받았을 때, 운청휘는 신식으로 명석을 살피고 이런 추측을 해 두었다.
그 때문에 별말 없이 대가로 명석을 받은 것이다.
일다경도 지나지 않아, 반절 인왕경의 마종은 명석의 도움을 받아 삼 할의 힘을 연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60개의 명석 중 단 하나만이 남게 되었다.
운청휘는 투숙할 객잔을 찾은 뒤, 하나 남은 명석으로 투숙비를 지불했다.
명석은 이곳의 고등 통용 화폐이기도 하니, 비용으로 충분했다.
‘단시간 내에 대량의 명석을 모을 방법을 찾아야겠군. 그래, 조금 전 ‘단약각(丹药阁)’에서 본 단약들은 투박하고 품질도 낮았다. 단약을 만들어 판다면 명석으로 교환할 수 있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