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299화 (299/430)

제299화

운청휘는 방을 금지로 만든 후, 영라 반지에 넣어둔 연단 재료들을 몽땅 긁어모았다.

이윽고 청연지심화를 불러내 단약을 연제하기 시작했다.

곧 50개의 단약이 완성되었는데, 하나같이 지급 상품인 데다 조금의 불순물도 없는 최상급의 단약이었다.

물론 지급, 천급의 단약은 지금의 운청휘에게 불필요했고 소천급의 단약이라도 내놓기 부끄러웠다.

다만 이곳 옥한성에서 가장 강한 이도 영변경의 무위를 지녔으니, 지급 단약이라도 큰 가치를 지닐 터였다.

운청휘는 단약들을 챙긴 후, 객잔을 나왔다.

이윽고 그는 ‘천단각(天丹阁)’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단약각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선 순간, 운청휘는 영변경에 버금가는 기세를 방출하며 말했다.

“진짜 책임자에게 안내하도록. 큰 거래를 하겠다.”

운청휘는 이미 신식으로 천단각의 안채에서 현경의 여인이 차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포착했다.

그 여인이 이곳의 진정한 책임자라는 것도 알아볼 수 있었다.

“서…… 선배님은 영변경의 고수?”

단약각에 있던 노인은 운청휘의 기세에 눌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노…… 노부가 선배님을 주인님께 데려가겠습니다!”

노인이 즉시 운청휘를 데리고 안마당으로 갔다.

“아비(雅妃) 아가씨, 귀빈께서 사업 이야기를 나누길 원하십니다.”

노인은 운청휘를 데리고 호화로운 안마당으로 향했고, 대청 밖에서 공손히 말했다.

동시에 운청휘를 피해 음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영변경의 고수입니다!

향기로운 차를 즐기고 있던 여인, ‘아비’는 곧 정중한 모습으로 운청휘를 맞이했다.

“소녀 아비, 선배님께서 앉으시길 청합니다.”

운청휘가 앉자, 직접 차를 따라낸 아비가 물었다.

“선배님께서 어떤 사업으로 아비를 만나려고 하셨나요?”

“나는 운청휘로, 운 공자라 부르도록. 사업 이야기를 들으면 놀라게 될 것이다.”

운청휘가 향기로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너희에게 단약을 팔겠다.”

“단약을요?”

아비는 반사적으로 미간을 찌푸렸으나, 곧바로 화사하게 웃었다.

“운 공자, 우리 천단각은 단약을 파는 곳인데…… 이곳에 단약을 파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입니다.”

“적합한지 아닌지는 단약을 보고 다시 말하도록!”

운청휘가 품에서 검은색 작은 병을 꺼내놓았다.

안에는 그가 연제시킨 지급 상품의 단약이 들어 있었다.

병을 받아든 아비가 안을 천천히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지급 단약이군요. 진귀하나 우리 천단각에도 없지 않…….”

느긋하게 말하던 아비가 문득 말을 멈추더니 눈을 크게 떴다.

“응? 지급 상품일 뿐만 아니라 불순물도 없는 최상의 단약이야!”

아비의 말처럼, 지급 상품의 단약은 천단각에서도 구할 수 있는 물건이다.

그러나 품질이 우수하고 불순물이 포함되지 않은 단약이란, 명계 전체를 통틀어도 찾기 어려웠다.

“운 공자, 이 단약을 얼마나 가지고 계십니까? 제가 전부 사겠습니다!”

아비가 진지하게 말하더니 얼른 덧붙였다.

“명석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단 단약은 50개가 있고.”

운청휘가 여유롭게 말했다. 그의 말뜻에는 만족스러운 가격을 제시하면 또다시 제공할 의사가 있다는 뜻이었다.

“지급 단약은 현경이나 현경 이상의 무인에겐 소용이 없지만, 이 단약은 품질이 매우 우수해요. 제가 개당 명석 1천 개로 사겠어요!”

잠시 생각하던 아비가 가격을 제시했고, 운청휘가 거절할까 싶었는지 서둘러 덧붙였다.

“보통 지급 상품의 단약은 1개에 명석 500개로 거래해요. 하지만 운 공자의 단약은 품질이 최고급이라 두 배의 가격을 매겼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이 단약을 천단각에서 팔 때는 개당 명석 1,200개를 받겠지만요.”

“거래하겠다.”

운청휘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그는 신식으로 아비의 말에 진심이 담겨 있음을 알아챘다.

더욱이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상인이 겨우 2할의 이윤을 보고 판다니, 아비는 그만큼 운청휘에게 큰 혜택을 주고 있었다.

다른 단약각에서는 단약을 매입할 때는 절반 가치의 명석도 주지 않았으니까.

“운 공자. 만약 또 이 단약을 가져오신다면 우리 천단각은 명석 1,000개의 가격으로 매입하겠어요. 이는 옥한성에서도 최고의 가격이라 보장할 수 있답니다!”

거래를 마친 운청휘가 떠날 때, 아비가 직접 그를 천단각의 입구까지 배웅하며 당부했다.

“걱정하지 말도록. 또 팔게 된다면, 천단각을 우선하겠다.”

운청휘도 기분 좋게 답했다.

단약 50개를 팔아 명석 5만 개를 얻었으니, 만족스러운 거래였다.

운청휘는 그대로 객잔으로 향했는데, 뜻밖에도 아비는 미행을 붙이지 않았다.

그 선택이 아비에 대한 운청휘의 평가를 높이는 이유가 되었다.

만약 미행을 붙였다면, 천단각도 재앙을 피할 수 없었으리라!

객잔으로 돌아온 후.

운청휘는 마종과 명석을 꺼내 연화를 시작했다.

명석의 힘을 빌리니 연화 속도가 천성대륙의 5분의 1까지 회복되었다.

이런 속도라면 완치에 최대 보름이 걸릴 테니,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회복한 후, 여정추를 찾아 채아의 ‘미움’을 되찾는다.”

각오를 다지고 두 시진이 지난 후, 운청휘는 여섯 개의 반절 인왕경 마종을 연화시켰다.

명석은 1,200여 개를 소모했다.

다시 연화를 이어가 보니, 시간당 3개의 마종을 연화할 수 있었다.

명석은 시간당 600여 개가 소모되었다.

그리하여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에는 총 15개의 반절 인왕경 마종이 연화되었고, 명석은 3천여 개를 소모했다.

점점 밤이 깊어오는 가운데, 재차 마종 하나를 연화시킨 운청휘가 느릿한 한숨을 내쉬었다.

“점점 소모되는 명석이 늘어나는군. 명석 5만 개로도 부족한가.”

그동안 연화된 반절 인왕경 마종의 수는 33개.

사용한 명석은 거의 7천 개에 육박했지만, 운청휘의 몸은 일 할도 채 회복되지 않았다.

문제는 마종 연화에 필요한 명석의 수였다.

처음에는 600여 개면 충분했던 것이, 단번에 천여 개로 증가하더니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음? 누군가 옥한성 밖에서 싸우고 있군.’

그때, 운청휘의 신식에 전투가 감지되었다. 운청휘는 무심코 살펴보았고, 영변 7단계의 두 청년이 격렬하게 충돌하여 대지를 구멍투성이로 만드는 광경을 보았다.

‘영변경의 전투로군. 볼 필요도 없…….’

고개를 저으며 신식을 회수하려는 순간, 한 청년의 말이 운청휘의 주의를 끌었다.

“능비(凌飞), 나와 ‘명석모’를 두고 다투지 않는다면, 나 소운은 명왕 여정추를 설득해 한 달 후 ‘천룡대전(天龙之战)’을 열겠네!”

소운이 다른 청년을 바라봤다.

“다른 물건이라면 나 능비도 넘어가겠지만, 명석모라? 소운, 참으로 뻔뻔하구나! 네가 천룡대전에 나설지 나서지 않을지는 상관없다! 정주 전체의 기재들과 맞붙을 텐데, 너 따위 없어도 문제가 되겠나?”

능비라 불린 청년은 냉랭하게 대꾸했다.

“흥, 명석모가 세상에 나오면 능력으로 쟁탈해 보자! 한 달 후 ‘천룡대전’에서 네놈과 승부를 가르겠어!”

소운이 콧방귀를 뀌었다.

“지금으로서는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 우리 모두 영변 7단계인데 승부가 나지 않아.”

“그 말이 맞군. 명석모가 세상에 나오면 다시 승부를 가리자!”

능비가 동의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전투를 중지했고, 옥한성으로 향했다.

다만 이 둘은 운청휘가 자신들의 몸에 신식 낙인을 찍은 걸 알지 못했다.

‘횡재가 따로 없군. 명석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명석모의 단서가 나타나다니!’

운청휘의 눈에 기쁨이 서렸다.

객잔에 오기 전 옥한성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명석모 하나에 담긴 힘이 명석 1억 개와 동등했다.

‘이제 명석모가 세상에 나오면, 그들을 통해 먼저 알 수 있겠군.’

운청휘는 다시 마종을 연화해 상처 치료에 전념했다.

다음날 정오.

운청휘의 몸은 일 할에 약간 못 미치는 정도로 회복되었다.

진전이 있으니 잘된 일이지만, 운청휘는 절로 쓴웃음을 머금었다.

어제부터 45개의 반절 인왕경 마종을 연화시켰지만, 명석은 4만 6천 개나 소모하고 말았다.

더욱이 이제는 명석을 흡수하는 속도가 시간당 만여 개까지 늘어나 버렸다!

‘소운과 능비의 말대로라면 명석모는 가까운 시일 내에 나타난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를 모르니, 명석모에만 의지할 수는 없겠군. 일단은 천단각을 다시 방문해야겠다.’

운청휘가 영라 반지를 살펴보니, 지급 연단의 재료는 거의 없었다.

다시 지급 단약을 만들려고 해도 이곳에서 재료를 구할 수도 없는 일이다.

관심을 끌긴 싫었지만, 운청휘가 지금 연제할 수 있는 단약은 천급 단약이었다.

일각도 지나지 않아 운청휘가 연단을 마쳤고, 손에는 투명한 옥처럼 빛나는 10개의 단약이 들려 있었다.

“천급 하품이니 교환할 수는 있다. 사흘간 소모할 명석이 될지는 모르겠군.”

운청휘가 중얼거리더니 객잔을 나와 천단각으로 달려갔다.

“아이구, 운 공자님……!”

천단각을 지키고 있던 노인은 운청휘를 보자마자 반갑게 맞이했다.

운청휘가 영변경의 무위를 지닌 데다, 아비와 명석 5만 개 가치의 사업을 진행했으니 환영할 수밖에.

노인은 운청휘에게 매우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아비 소저에게 안내하도록.”

운청휘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운 공자. 이쪽입니다!”

노인은 곧바로 운청휘를 천단각 안채로 안내했다.

잠시 후, 운청휘는 어제 만난 아비를 다시 마주할 수 있었다.

“운 공자, 단약을 팔러 오셨나요?”

아비는 운청휘를 보자 활짝 웃으며 다가왔고, 직접 운청휘를 맞이했다.

어제와 달리, 두 사람은 대청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아비는 운청휘가 앉은 뒤 일부러 의자를 옮겨 운청휘의 옆으로 바짝 다가왔다.

어찌나 가까운지, 손바닥 하나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었다.

숨을 내쉬면 아비에게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마저 짙게 느껴졌다.

그러나 열정적인 아비의 태도와는 달리, 운청휘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지급 상품, 품질이 좋은 단약이 드물다고 해도 천단각의 주인이 이렇게까지 나올 필요는 없었으니까.

“운 공자, 하나만 묻고 싶어요. 어…… 어제 우리 천단각에 팔았던 단약은 직접 연제한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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