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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300화 (300/430)

제300화

아비는 최대한 침착하게 물었으나, 두 눈에는 경외감이 가득했다.

어제 운청휘가 떠난 후, 즉시 그가 판 단약을 연구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알게 된 것은 단약이 최고급의 품질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나온 지 두 시진도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렇다.”

운청휘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아비가 적극적으로 나오는 이유가 짐작이 되었다.

연단사는 천성대륙이든 선계든, 심지어 명계가 되었든 모두가 귀하게 여기는 직업이었다.

특히나 운청휘처럼 불순물이 없는 단약을 연제할 수 있는 연단사라면, 연단의 최고봉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이곳에선 영변경 명수라는 것도 말해야겠지만.

“운 공자가 연단사라니 생각도 못 했어요!”

아비는 운청휘에게 애교스럽게 눈을 깜박이며 방긋 웃었다.

그녀가 웃으니, 한층 더 아름다움이 빛났다.

“운 공자, 오늘도 지급 상품의 단약을 판매하러 오셨나요?”

본론을 꺼낸 아비의 눈은 기대로 반짝이고 있었다.

“단약을 팔러 왔지만, 지급 상품은 아니다.”

운청휘가 말했다.

“지급 상품이 아닌건가요…….”

아비의 눈에 희미한 실망이 어렸지만, 그녀는 곧 웃음을 띠며 답했다.

“운 공자께서 어떤 단약을 파시든 품질만 좋다면, 아비가 정상가의 2배를 지불하겠어요!”

그 말만을 기다렸던 운청휘는 아비에게 단약이 든 작은 병을 내밀었다.

병을 받아 그 안에 든 10개의 단약을 확인한 아비가 숨을 들이켰다.

“우, 운 공자…… 이것은 천급 하품, 품질이 우수한 단약이네요?”

“그렇다.”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것도 운 공자께서 직접 연제시킨 것인가요?”

아비는 단번에 숨을 진정시키며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그래.”

운청휘가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운 공자는 과연 당대의 절정 기재로군요! 젊은 나이에 영변경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연단 조예까지 최고봉에 이르다니! 아비가 평생 남에게 감탄한 일이 드물었는데, 운 공자가 참으로 오랜만에 아비를 탄복하게 했어요!”

운청휘를 바라보는 아비의 눈은 반짝이다 못해 작은 별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물론 운청휘에게는 익숙한 시선이었다. 선제로서 얼마나 많은 선인들의 경외감 어린 눈빛을 받아 보았겠는가.

물론 아비는 천단각의 주인인 만큼, 곧 정신을 차리고 본론으로 돌아왔다.

“운 공자, 이 단약 10개, 제가 개인적으로 구매하겠어요. 가격은, 개당 명석 2만 개는 어떤가요?”

“좋다.”

운청휘가 명쾌하게 답했다.

그의 예상보다 적지 않은 금액이니, 운청휘로서도 만족스러웠다.

아비 같은 사람과 사업을 이야기하면 참으로 적절한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아비가 왜 개인적으로 구매하려는지는 짐작이 되었는데, 그녀는 지금 현경 9단계의 무위이다. 단약 10개라면 반절 영변, 혹은 영변경 1단계를 노려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운청휘는 20만 개의 명석을 챙겨 떠났고, 아비는 대외적인 책임자인 노인을 불러 명했다.

“백(白) 영감님, 얼마간 폐관할 테니 제가 나오기 전까지 천단각은 당신께서 관리해 주세요!”

잠시 후, 아비가 또 말했다.

“운 공자께서 오신다면 저를 불러도 좋지만, 다른 일로는 제 수련을 방해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아가씨!”

백 영감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의외라 여겼다.

‘아비 아가씨께서 운청휘를 그렇게나 중시하다니…….’

아비가 폐관 수련에 든 지 반나절도 되지 않았을 때.

천단각에는 다섯 명의 손님이 찾아왔다.

그중 맨 앞에 선 이는 이십 대 후반의 청년으로, 화려한 옷을 입고 고귀한 기운을 풍겼다.

“송(宋) 도련님, 어…… 어찌 오신 것입니까?”

백 영감이 청년을 보고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백 영감, 오랜만이군요!”

송 도련님이라 불린 청년이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옥한성에서 중요한 보물이 나온다기에, 운을 시험해 보려고 왔지요. 아비가 어찌 지내는지도 궁금하고. 백 영감, 아비는 안채에 있나요? 그녀를 만나야겠습니다!”

“그것이, 도련님. 때가 좋지 않습니다. 아비 아가씨는 오늘 폐관 수련에 드셨습니다.”

백 영감이 공손하게 답했다.

이 청년의 이름은 송병(宋兵)으로, 아비처럼 천단각의 본부에서 왔다.

아비와 송병은 각각 천단각 장로의 자녀였고, 송병은 줄곧 아비에게 구애해 온 참이었다.

“아비가 이미 폐관한 것인가…….”

송병의 눈에 실망이 흘렀다.

“그럼 잠시 여기에 머물 텐데, 떠나기 전에 아비가 나오면 좋겠군요.”

“백명(白明), 사람을 시켜 가장 큰 객실을 정리하도록 하세요. 도련님께서 그곳에 머무르실 겁니다.”

송병이 말하기 무섭게, 송병의 뒤에 있던 노파가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최대한 빨리 정리해 두겠습니다.”

백 영감이 정중하게 답했다.

방금 말을 꺼낸 노파는 송병의 유모로, 반절 공적경의 절세 고수이니 당연한 대우였다.

* * *

객잔에 돌아온 운청휘는 즉시 치료 준비에 들어갔다.

“명석 20만 개라. 얼마나 회복될지 모르겠군.”

운청휘가 중얼거리며 마종과 명석을 꺼냈다.

현재 시간당 소모하는 명석은 만 개를 넘었고, 부상이 나을수록 필요한 명석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었다.

과연 두 시진 후. 운청휘가 소모하는 명석의 수는 시간당 3만여 개에 육박했다.

반절 인왕경의 마종은 수백 개가 넘는 데다 인왕경의 마종도 한 개가 있으니 마종의 수는 걱정하지 않았다.

천성대륙이었다면 몇 시진 내에 상처를 완전히 회복할 테지만, 지금은 그걸 바랄 수 없는 처지였다.

20만 개의 명석을 전부 소모하는 데는 꼬박 하룻밤이 걸렸다.

운청휘의 부상은 거의 일 할에 근접하게 회복되었다.

“보아하니 명석모가 나타나기 전까지 매일 천단각에 가야 하는가.”

한숨을 쉰 운청휘가 다시금 연단 재료를 꺼내 연제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20개의 천급 하품, 최고급 품질의 단약을 연제해냈다.

아비가 어제처럼 가격을 내준다면, 족히 40만 명석이 생기는 셈이다.

‘40만 명석이면 오늘 쓸 양으로 충분하다. 더욱이 아비가 명석을 넉넉히 준비할 수 있도록 일깨워줘야겠군. 천단각에서 자금이 부족해 단약을 사지 못하면, 번거로워진다.’

단약을 챙긴 운청휘는 천단각을 방문했고, 입구에서부터 백 영감과 바로 마주쳤다.

“아비 소저에게 안내하도록.”

운청휘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운 공자, 아비 아가씨는 이미 폐관하셨는데, 긴급한 일이 아니라면 노부에게 맡겨주세요.”

백 영감이 공손하게 답했다.

동시에 운청휘가 아비를 만나길 원한다면, 가능하다는 뜻을 품고 있었다.

“백 영감님, 누가 아비를 만나려고 하나요?”

그때, 백 영감의 뒤에서 한 청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귀하고 화려한 옷을 입은 청년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송 도련님, 이분은 운 공자, 우리 천단각의 귀빈입니다.”

백 영감이 운청휘를 소개하더니, 이번에는 송병을 소개했다.

“운 공자, 이쪽은 송 도련님인데 천단각의 고위층 중 한 분입니다.”

운청휘는 고개를 끄덕일 뿐, 시선은 송병에게 두지 않았다.

“운 공자, 아비를 만나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이죠? 그녀가 폐관 중이니 괜찮다면 나와 얘기하는 것이 어떨까요.”

송병이 아무렇지 않게 제안해왔다.

“그대가 주관하고 있다면, 그대와 거래해도 문제는 없겠군.”

운청휘는 담담하게 대꾸하며 영라 반지에서 단약을 꺼냈다.

‘아공간 반지!’

운청휘가 아공간 반지에서 물건을 꺼내는 순간, 송병의 눈빛이 심상치 않게 빛났다.

명계에서 아공간 반지는 극소수에게만 허락된 물건으로, 송병도 영변경을 돌파했을 때 부친에게 받은 한 개가 전부였다.

심지어 내부 공간은 200평에 불과하니, 가장 급이 낮은 반지였다.

“응? 이…… 이것은 천급 하품의 단약! 게, 게다가 품질이 이리 좋다니!”

운청휘가 단약을 건넨 순간, 송병은 또다시 놀라고 말았다.

천단각에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고품질의 단약이 아닌가.

“이 단약이 얼마나 있습니까? 저 송병이 개인적으로 전부 사겠습니다!”

송병이 다급히 말하며 눈을 번뜩였다.

“딱 20개가 있다.”

운청휘가 건조하게 답했다.

만약 아비라면 이 말을 듣고 ‘지금은’ 이것뿐이라 여길 것이다.

곧 운청휘가 최상급의 단약을 또 가져올 테니.

그러나 이를 알 리 없는 송병의 눈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단약 20개는 단시간에 소모할 양이었다.

“개당 1만 영석의 가격으로 구매하고 싶은데, 어떻습니까?”

운청휘의 눈이 크게 떠졌다.

“지금 농담하나?”

아비가 제시한 가격이 개당 명석 2만 개였건만, 그 절반 가격을 제시한 송병의 말이 황당할 수밖에.

“그럼 얼마를 원하시죠?”

송병이 그윽한 눈빛으로 운청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의 눈에 알 수 없는 빛이 스쳤다.

“아비는 개당 2만 명석을 제시했다!”

운청휘가 말했다.

“개당 2만 명석?”

송병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이익을 좇는 상인이 고작 이 할의 이윤만을 보고 구매하다니.

더욱이 개인적으로 사는 것인 만큼 명석 2만 개를 쓰기엔 내키지 않았다.

“아비와 무슨 관계죠?”

송병이 또 물었다.

“너와는 무관한 일이니, 개당 명석 2만 개에 살 것인지 아닌지만 말하도록.”

운청휘는 참지 않고 말했다.

“좋습니다. 개당 명석 2만 개로 전부 사지요! 조금 듣기 싫은 말을 하자면, 아비는 신분이 존귀하니 누구나 그녀와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송병이 냉소를 흘리며 거래를 마쳤다.

운청휘는 명석을 건네받은 후 더는 그와 말을 섞기 싫어 바로 몸을 돌렸다.

송병을 보아 하니 한눈에 봐도 아비에게 구애를 하고 있었고, 그것도 일방적인 구애에 불과한 듯했다.

신식으로 명석을 전부 확인한 운청휘는 전부 영라 반지에 넣은 후, 안채를 벗어나 천단각의 입구로 향했다.

“앞에 계신 분은 운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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