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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302화 (302/430)

제302화

“물론, 운청휘를 심문하는 것은 안 유모께 맡기겠어요. 저는 안 유모가 알아내지 못할 비밀은 없다고 생각해요.”

바로 그때, 천단각 밖에서 요란한 폭음이 들려왔다.

뒤이어 백 영감의 쩌렁쩌렁한 고함 소리가 안채까지 전해졌다.

“운청휘, 이게 무슨 짓이오?”

“보면 모르는가? 천단각을 해체할 생각이다!”

이어서 운청휘의 소리가 들렸다.

“응? 녕랑, 주성, 묘무 세 사람이 모두 실패했나?”

순간 송병의 얼굴이 굳어졌지만, 금세 비웃음이 떠올랐다.

“달아나도 모자랄 판에, 스스로 오다니! 안 유모, 나가지요!”

송병이 노파를 데리고 천단각 밖으로 향했다.

이때 천단각 입구에는 이미 20여 명이 쓰러져 있었는데, 모두 천단각의 호위들이었다.

백 영감은 부상을 입진 않았지만, 노발대발하고 있었다.

“운청휘, 아비 아가씨가 당신을 천단각의 귀빈으로 여겼는데 이렇게 보답하는 것인가?”

운청휘는 대꾸도 없이 시선을 안채로 두었다. 그의 신식에는 송병과 노파가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선연히 감지되었다.

“운청휘, 노부도 그대를 박대하지 않았거늘……!”

운청휘의 외면에 분노한 백 영감이 다시금 소리를 질렀으나, 이번에는 운청휘가 그의 말을 잘랐다.

“나를 박대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 편히 서 있지 못했을 터.”

“그렇다면 묻겠네, 왜 우리 천단각에서 난동을 부리려는 것인가?”

백 영감이 또 질문했다.

“그건 너희 송병에게 묻도록.”

운청휘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곤 덧붙였다.

“더불어, 난동을 부리려고 온 것이 아니다. 천단각을 없애러 왔다.”

“송병?”

백 영감의 미간이 찌푸려졌고, 어제 송병이 운청휘를 접대했던 것이 떠올랐다.

‘설마 송병이 그때 운청휘에게 미움을 샀는가?’

여기까지 생각한 백 영감은 황급히 운청휘를 달래며 말했다.

“운 공자, 노부가 아비 아가씨를 나오라고 할 테니, 서두르지 말고 아비 아가씨가 나오고 말하세.”

“그럴 필요 없다. 송병이 이미 왔으니!”

운청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송병과 노파가 안채에서 걸어 나왔다.

“운청휘, 감히 우리 천단각에서 난동을 부리다니 간덩이가 부었구나!”

송병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운청휘에게 호통을 쳤다.

노파는 아무런 말도 없었지만, 송병의 뒤에서 미간을 찌푸린 채 운청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의 몸에서 반절 공적의 위엄이 아련히 흘러나왔다.

“내게 할 말이 그뿐이더냐? 부하들의 생사에는 관심이 없나?”

그 말에 송병은 운청휘를 바라보았는데, 운청휘의 오른손 중지에 끼워진 아공간 반지를 알아보았다.

“녕랑, 주성, 묘무가 네놈에게 죽은 것이냐?”

송병의 시선은 단번에 침울해졌다.

“현경 따위가 내 상대가 될 것 같은가?”

운청휘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백 영감은 빠르게 일의 경과를 추측했다.

송병이 사람을 보내 운청휘를 미행했을 테고, 그만 운청휘에게 발각되어 살해당했으리라.

운청휘는 그들이 송병이 보낸 사람임을 알고 천단각을 찾았을 테지.

백 영감은 슬그머니 몸을 돌려 빠르게 안채로 들어섰다.

아비를 나오게 할 생각이었다!

“운청휘, 대단해, 오랫동안 누구도 나 송병을 건드리지 못했단 말이다! 감히 나의 사람마저도 죽이다니!”

송병의 안색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녕랑과 주성, 묘무는 이미 죽었으니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송병의 사람임을 알면서도 죽였다는 건, 송병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는 뜻이 아닌가?

이것만큼은 도저히 송병이 참을 수 없었다.

“그게 대수란 말이냐? 그보다는 내게 만족스러운 대답을 내놓도록.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면 네놈이 죽을 뿐만 아니라, 천단각 전체의 장례를 치르게 해주마.”

운청휘는 마치 사냥감을 훑어보듯 송병을 바라봤다.

“이곳 옥한성만이 아니라, 천단각 전체를 말하고 있다만.”

“하하하! 운청휘, 고작 횡령명수 따위가 감히 나 송병 앞에서 망언을 하느냐? 네놈은 이미 나를 화나게 하는 데 성공했구나!”

송병이 고성을 내지르더니 운청휘에게 달려들었다.

노파도 합세하려 했지만, 송병이 저지했다.

“녀석은 횡련명수니까 많아야 영변경 1단계의 무위이니, 안 유모께서는 나서지 마세요!”

횡단명수는 대부분 영변경에 도달하지 못한다.

운청휘가 영변경에 발을 들인 것도 용납하지 못할 일인 데다, 송병이 보아하니 운청휘는 영변경 1단계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횡단명수는 단계를 넘어 대적할 수 있으니 운청휘가 영변경 2단계를 격파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무슨 대수란 말인가?

송병은 영변경 3단계의 고수인 것을!

“횡단명수?”

운청휘는 그 호칭에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내다 눈을 부릅떴다.

어제 천단각을 떠날 때 목만청과 기방을 마주친 일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그들이 송병에게 그 사실을 알렸으리라!

“보아하니 천단각을 해결하고 목가와 기가에 가야겠군!”

운청휘가 중얼거리며 결심을 세웠다. 그들의 목숨은 운청휘가 구한 것이니, 거두는 것도 당연한 이치였다.

“운청휘, 이 몸이 죽여 주마!”

송병의 기세등등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운청휘와의 거리를 삼 장도 남겨두지 않은 채로, 송병이 일장을 휘둘렀다.

“버러지 따위가!”

운청휘 또한 분노를 터트리며 일장을 날리니,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송병이 날아가 버렸다.

“도련님……!”

안 유모의 안색이 급변하며, 황급히 몸을 날려 쓰러진 송병을 부축했다.

송병의 얼굴에는 다섯 손가락 자국이 진하게 남았고, 이빨이 몽땅 부러져 있었다.

“도련님, 괜찮으세요?”

안 유모가 걱정스레 물었다.

“괘, 괜찮아요. 아……안 유모, 당장 운청휘를 죽여요! 아니, 바로 죽이는 게 아니라 그의 무위를 폐해 주세요! 내가 친히 저놈을 죽일 테니!”

송병이 노발대발하며 눈에 독기가 서렸다.

“네, 도련님!”

송병을 안전히 내려놓은 노파가 시선을 운청휘에게 두었다.

곧 반절 공적경의 기세가 둑을 무너트리는 물줄기처럼 위세를 떨치며 운청휘를 덮쳤다.

“일격으로 우리 도련님을 이리 만들었다면, 최소 영변경 3단계로구나? 횡련명수가 이만큼 수련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지. 하지만 네놈은 우리 도련님을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어!”

“헛소리!”

운청휘가 코웃음을 치며 선제 공격을 가했다.

노파의 말은 운청휘의 심기를 충분히 건드렸다.

분명히 송병이 먼저 운청휘를 자극하고, 심지어 ‘시충명혼향’을 써서 독살하려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노파의 입에서는 다른 사실이 흘러나왔다.

설마 운청휘를 사로잡아 죽여야만 송병이 건드리지 않는 게 된단 말인가?

“감히 먼저 공격을?”

노파의 눈빛이 서늘해짐과 동시에, 그녀의 뒤편에서 무수한 공원의 힘이 나와 운청휘를 덮쳐들었다.

카가각……!

공원의 힘이 주는 압력에도 운청휘는 굴하지 않고 몸을 움직였고, 그의 신형이 스륵 이동했다.

쿵!

폭발적인 소리와 함께, 어느새 안 유모의 앞에 나타난 운청휘가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쿠웅!

날아간 안 유모의 몸이 천단각의 대청에 부딪혔고, 그녀의 주변 수십 장이 거인의 주먹에 맞은 듯 파였다.

안 유모의 전신이 부서지고, 온 구멍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일격으로……!”

때마침 도착한 아비가 그 광경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천단각 안.

모든 사람이 다 어리둥절해졌다.

“안 유모는 반절 공적의 무위인데 우…… 운청휘에게 한 번에 죽다니!”

아비보다 한발 늦게 나오긴 했지만, 안채에서 나온 백 영감도 운청휘가 일격에 안 유모를 죽이는 광경을 목도했다.

“우, 운청휘…… 감히 안 유모까지 죽이다니!”

이빨이 다 부러진 송병이 바람 새는 소리를 내며 분노를 터트렸다.

“네, 네놈은 우리 천단각의 보복이 두렵지도 않으냐?”

“내가 물어야 하는 질문이로군. 네놈이 감히 나를 건드렸는데, 천단각에 화가 미치는 것은 두렵지 않나?”

운청휘는 마치 산책을 나가듯 평온한 얼굴로 송병에게 다가갔다.

“우선 아공간 반지에 있는 명석을 전부 보이도록.”

운청휘가 말할 때 손가락에서 법원의 힘이 발사되었다.

“아……!”

송병의 외마디 비명 끝에, 아공간 반지를 끼고 있던 손가락이 법원의 힘에 베여 피투성이가 되었다. 아공간 반지는 단번에 튕겨 나가 운청휘의 눈앞에 떠올랐다.

‘음? 어제 명석 40만 개를 쓰고도 50만 개가 남아있군?’

운청휘의 눈이 이채를 띠더니, 신식을 사용하여 반지에 들어있는 명석을 강제로 빼냈다.

와르르!

50만 개의 명석이 운청휘 앞에서 작은 산을 이루며 쌓였다.

운청휘는 곧바로 그것들을 전부 영라 반지에 넣어 버렸다.

‘천단각 안에 명석이 얼마나 있을지 봐야겠어…….’

운청휘가 신식을 확장한 순간, 안채 객실 지하에 있는 저장고가 감지되었다.

“명석 200만 개…….”

운청휘가 개수를 헤아리며 중얼거렸다. 실망한 건지, 기쁜 건지 종잡을 수 없는 음성이었다.

이윽고 그의 신형이 스륵 흩어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안채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백 영감과 아비의 안색이 급변했다. 폭발음은 저장고에서 들려왔다!

그러나 그들이 나서기도 전에.

운청휘가 다시금 천단간 밖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비 소저. 천단각 본부에 전하도록.”

운청휘가 그윽이 아비를 바라봤다.

“송병이 나를 건드려 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혔으니, 천단각 본부에 요구하지. 사흘 내에 천만 개의 명석을 옥한성으로 나에게 보상하도록.”

아비가 어리둥절했으나, 나중에 난처한 얼굴로 웃었다.

“우, 운 공자, 노…… 농담을 하시는 것이군요!”

“농담? 송병이 시충명혼향으로 나를 독살하려 했는데, 소저라면 이렇게 끝낼 텐가?”

운청휘가 아비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분노가 없었다.

일은 일이고, 아비는 그를 진실하게 대했으니 괴롭힐 마음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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