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4화
이윽고 운청휘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부활시킬 수 있을지 시도를 해 볼까…….’
만약 세계수를 부활하는 데 성공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일까.
매일 무궁무진한 목황선기를 흡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다만 운청휘의 수단에 완벽한 확신이 없었고, 실패할 경우 세계수를 잃게 된다.
그리하여 운청휘는 2그루째 얻었을 때에도 일부러 시도하지 않았다.
이제 세계수가 3그루가 되었으니, 한번 시도해 볼 가치는 있었다.
만일 세 번 다 실패한다면 운청휘도 그때는 체념하리라.
“천성대륙에 돌아가서 세계수를 부활시키겠어…….”
운청휘가 작게 중얼거리며 세계수를 영라 반지에 집어넣었다.
경매는 계속되었지만, 운청휘의 흥미를 끄는 물건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옥한성은 영변경 무인이 고수라 불릴 만큼 작은 곳이니, 이런 곳에서 또 진귀한 물건이 나올 수 있겠는가?
“이어서 모두가 기대하던 물건이 곧 나타납니다…….”
경매사의 신비한 목소리와 함께 주위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경매의 마지막 물품입니다. 이전에 나왔던 신비로운 나무와 달리, 출처가 분명하고 압도적으로 신비한 물품이지요!”
“시간 끌지 말고 무슨 물건인지 빨리 내놓아라!”
“이번에도 신비한 물건이라고? 흥, 허세가 분명해.”
“아닐 거야. 이전의 그 나무토막은 일종의 관행 같은 물건이었어. 어쨌든 이곳은 매번 함정을 파긴 해도, 두 번씩이나 내지 않는다고!”
“맞아, 비록 간사한 수를 쓰긴 해도, 간판에 먹칠할 정도로 어리석겠어? 쓰임새도 불분명한 물건으로 사람을 거듭 속인다면, 경매에 올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뒤로하고.
경매사는 시종을 시켜 상자 하나를 가져오게 했다.
이전의 무공서처럼 투명한 상자가 무대 위에 올랐는데, 그 안에는 흑색의 법보가 담겨 있었다.
“여러분, 이것을 보신 적 있습니까? 이는 ‘천영어(天泳魚, 넓은 하늘을 헤엄치는 물고기)라 부르는 것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비행 법보로…….”
경매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끼어들었다.
“비행 법보? 그렇다면 어떻게 비행하는지 보여 주시오!”
“맞아, 우리가 본 것은 고작 하나의 법보일 뿐.”
경매사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천영어는 비행 법보가 확실하나, 구체적인 사용법은 누구도 모릅니다. 심지어 이 법보를 내놓은 이들도 말입니다.”
“젠장, 또 함정에 빠뜨리려는 것이냐!”
“사용할 줄도 모르면서 비행 법보라고 말한다고? 쓰레기라는 것이잖아!”
“이전에 나온 나무토막도 용도를 모른다지만, 적어도 공적경 고수도 망가뜨리지 못했어. 하지만 저 법보라는 건, 어느 명수든 부술 수 있을 것 같은데!”
늙은 경매사는 사람들의 반응을 예측하고 있었는지,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야유에도 옅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야유가 잦아들 즈음 두 손을 내밀어 사람들을 진정시키며 부드럽게 말하기까지 했다.
“여러분, 부디 노부의 말을 들어주십시오. 천영어가 비행 법보임은, 만보 경매장의 간판을 걸고 장담합니다! 비록 구체적인 사용법을 모른다고 해도, 이 천영어의 가치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천영어는 엽가(叶家)가 내놓은 물품이기 때문입니다. 네, 바로 그 정주 엽가입니다!”
겨우 잠잠해졌던 사람들은 ‘엽가’라는 한마디에 폭발하는 불꽃처럼 달아올랐다.
이번에는 야유가 아니라, 충격 때문이었다!
명왕 여정추가 굴기하기도 전, 그리고 정주에 아직 정주라는 이름마저 없었을 때, 엽가는 이 땅에 뿌리를 내린 가문이었다.
그 가문의 전승은 무려 만 년에 도달한다는 소문마저 있었으니, 명계 전체를 봐도 유구한 가문 중 하나였다.
그토록 유명한 엽가는 비록 100년 사이에 몰락의 길을 걷는 중이고, 앞으로 100년 후엔 완전히 쇠퇴할 운명에 처한다.
다만 엽가가 어찌 멸망한들, 일찍이 명계 최고의 가문이었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들의 선조 엽명황은 명계 전체를 아우르는 절정의 강자였으니까!
경매사는 사람들의 열띤 반응이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천영어는 엽가에서 전승되는 법보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런 천영어가 이곳에 온 계기는 간단하죠. 최근 엽가는 절정 기재를 양성하며 큰 기대를 걸고 있고, 그 육성을 위해서라면 전승되는 법보마저 팔 정도입니다. 자, 노부는 천영어의 가격을 300만 명석부터라고 선포하겠습니다! 제시할 수 있는 가격은 무조건 50만 명석 이상입니다!”
3층 귀빈실.
운청휘의 시선은 흑색 법보에 완전히 고정되어 있었다.
그의 눈에 비친 천영어는 최고급 둔천사였다!
그 면적만 해도 그가 가진 둔천사의 10배는 족히 될 터였고, 속도는 인황경 고수와 동급이었다!
운청휘는 완전히 천영어에 이끌리고 있었다.
더욱이 이곳의 사람들은 모르지만, 운청휘만큼은 그 사용법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가 가진 명석이 250여만 명석뿐이라는 것이다.
“4백만!”
가장 처음으로 가격을 제시한 이가 단번에 가격을 100만 명석이나 끌어올렸다!
보아하니, 이들은 천영어의 사용법은 모를지언정 엽가의 전승 법보인 만큼 그 가치를 높이 사는 듯했다.
“450만!”
운청휘의 옆 귀빈실에서 또다른 외침이 터져나왔다.
“5백만!”
요란하게, 세 번째 외침이 울렸다.
“아비 소저, 가진 명석을 전부 빌리겠다.”
운청휘가 아비를 보며 말했다.
“남은 것은 60만 명석인데…….”
아비가 실소하면서도 바로 명석을 꺼냈다.
“고맙군. 나중에 명석 100만 개로 갚겠다!”
운청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더니, 말을 이었다.
“만보 경매장은 단약도 받나?”
“운 공자께서 제게 팔았던 그런 단약이라면 만보 경매장도 구하고 싶어 미칠 거예요!”
아비가 즉각 답했다.
운청휘는 알겠다는 표정을 짓더니, 아비가 있는 것을 개의치 않고 영라 반지에서 연단 재료를 한 무더기 쏟아냈다.
솨아아…….
이윽고 청색 화염이 그의 손에서 아름답게 피어났다.
바닥에 쌓인 재료들이 둥실 떠오르더니, 저절로 청연지심화 위에 멈췄다.
아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운 공자께서 연단하시는 것입니까?”
이미 잔뜩 놀란 아비가 연달아 말을 쏟아냈다.
“세상에나, 정말로 단로를 쓰지 않고 연단을 하시다뇨! 이것은 어떤 방법인가요? 어찌하여 아비가 본 적이 없을까요? 더욱이 이처럼 빠른 연단 속도는 처음 봐요. 일 다경도 안 돼서 만들어 낸 100개의 단약이, 모두 천급 하품이라는 것도 아비를 감탄하게 하는군요!”
세상 물정을 잘 안다고 자부하는 아비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놀라움을 억제하지 못했다.
“이렇듯 무심하게 만들어 낼 수 있다니……. 맙소사, 이번에는 천급 중품의 단약을 100개나 만드시다뇨!”
아비는 눈앞이 아찔해질 뻔했다.
운청휘가 연단하는 모습은 그녀의 사고를 완전히 흔들어 놓았다.
일각도 지나지 않아, 운청휘는 200개의 단약 연제를 마쳤고, 천급 하품과 중품의 품질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응? 이번에는 어째서 50개지? 세…… 세상에, 수량이 적으나 하나같이 천급 상품인 단약이잖아!”
아비의 얼굴은 경악에 가득차, 원래의 표정을 알아보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일반적인 천급 상품의 단약이라면 천단각에서도 어찌어찌 내놓을 수 있으나, 품질마저 절세의 것이라면 천단각에서도 찾기 어려웠다.
설령 있다고 해도 판매하기조차 아까운 물건이 아닌가!
명계는 연단 기술이 낙후되어, 천성대륙에서는 그리 비싸지도 않은 천급 상품의 단약이 이곳에서는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물건이 되어 버렸다.
“천급 하품, 중품, 상품까지! 우, 운 공자. 일각만에 1,500만 명석 가치의 단약을 만들어 내셨어요!”
운청휘가 연단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목격했으니, 아비가 받은 충격은 일생일대의 것이었다.
이젠 누군가가 일장으로 하늘을 무너뜨린다 한들, 그녀는 전혀 놀라지 않을 터였다.
“1,500만 명석으로 평가했군?”
연단을 마친 운청휘가 250개의 단약을 내려다보았다.
자욱한 연기가 피어올랐고, 전부 은은한 약향이 배어 있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가슴이 후련해지는 상쾌한 향기가 진동했다.
“높을 뿐 낮진 않죠!”
아비가 숨을 깊이 들이쉬며 답했다.
지금에 이르러, 아비는 완전히 확신할 수 있었다.
사흘 후, 천단각 본부가 운청휘의 요구를 따르지 않는다면, 운청휘는 천단각을 세상에서 철저히 지워버릴 터였다!
“운 공자,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책임자를 불러오죠. 운 공자께서 마음 놓고 경쟁할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에요!”
“좋다!”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비가 귀빈실을 나갔다.
일각 동안 벌어진 경매로 인해, 천영어의 가격은 이미 1,100만 명석에 이르러 있었다.
다만 이 가격도 최고가가 아니었다.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이 적어질수록, 다들 50만 명석씩 올리며 가격 경쟁을 이어가고 있었으니까.
“1,500만 명석!”
그러나 이때. 자잘한 경쟁이 귀찮았던 운청휘는 단번에 400만 명석을 올려 버렸다!
“뭐라고, 3층 귀빈실에서 단번에 400만 명석을 추가했어!”
“역시 귀빈실의 고객인가. 단번에 1,500만 명석을 부른다는 것은 말도 안 나오는 일이야!”
“보아하니 ‘천영어’는 저 손님에게 넘어갔어!”
“그럴 거야.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목소리를 내지 않잖아.”
사방에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3층 귀빈실의 다른 고객들도 운청휘가 있는 방향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비가 방금 저 귀빈실에서 나오는 것을 봤어.
-응? 설마 값을 부른 사람이 천단각 본부에서 온 것인가?
-단번에 명석 1,500만을 부른다는 것은 천단각 사람일 텐데. 그만한 재력이 있으니까요!
다른 고객들이 은밀히 전음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아비는 80여 세의 노인과 함께 귀빈실로 돌아왔다.
“노부는 심암(沈岩)으로, 이곳의 담당자입니다. 아비 소저께 듣기를, 공자께서 1,500만 명석에 준하는 단약을 보유하셨다지요?”
귀빈실로 들어온 심암은 느릿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운청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생각하는 순간, 영라 반지에서 250개의 단약이 쏟아져 나왔다.
“아공간 반지!”
심암의 안색이 굳어졌다. 명계에서 아공간 반지를 지닐 수 있다는 건, 그 사람의 신분이 보통이 아님을 뜻했다.
“이 단약은……!”
심암의 시선이 빠르게 250개의 단약에 이끌렸다.
“이게 가능하단 말입니까. 천급 하품부터 상품까지, 하나같이 훌륭한 단약입니다! 특히 이 50개는 눈부실 정도입니다!”
심암은 만보 경매장의 책임자로 있는 동안, 갖은 일을 겪어 왔다.
그러나 이 순간만큼 그의 말문이 막힌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