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308화 (308/430)

제308화

“푸!”

“하하하!”

소운과 능비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끅끅거렸다.

본래 그들은 운청휘를 얼간이로 보고 막소휘에게 놀아날까 걱정했지만, 운청휘가 도리어 이득을 챙길 줄은 몰랐다.

다만 막소휘에게 이득을 챙기는 게 그리 간단할까?

“농담도 잘하시는군, 운 형. 방금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아비 소저에게 ‘천영어’를 보여주지 않았소?”

막소휘의 안색이 굳어졌는데,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농담이라니, 무슨 말이지? 내가 안 가져왔다면 안 가져온 것이다.”

운청휘가 생각에 잠긴 듯이 고개를 주억거리다 말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아비, 이자의 말을 알아들었나?”

아비는 운청휘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어두운 안색의 막소휘를 힐끔 보고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운 공자께서 천영어를 보여 주셨지만 천단각에 있을 때 일입니다. 그리고 그대로 천단각에 천영어를 두고 오셨죠.”

“아비, 멸문당하고 싶은 게냐?”

막소휘는 완전히 사나워진 얼굴로 으르렁거렸다.

‘사람들 앞에서 운청휘를 위해 막소휘에게 거짓말을 했단 말야?’

지켜보고 있던 해당성녀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내 앞에서 위협이라니, 나는 안중에도 없단 말인가?”

운청휘가 냉기 어린 눈빛으로 막소휘를 노려보았다.

“네놈 따위가 뭐라고 감히 나 막소휘를 희롱하지?”

막소휘 또한 음침한 얼굴로 운청휘를 봤다.

“내 인내심에 한계가 있으니, 당장 천영어를 내놓는 게 좋을 거다. 그리하지 않고 나 막소휘를 탓하지 말거라! 그리고 아비, 천단각의 멸문을 피하고 싶다면, 당장 무릎을 꿇도록! 그 후에 옷을 벗고 이 앞으로 걸어 나와라!”

막소휘의 위협은 다른 기재들마저 두려움에 떨게 했다.

명성은 그들 중 가장 적다고 하나, 다른 기재들이 막소휘를 건드리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소운과 능비만 해도 명성이 자자한 이들이었지만, 막소휘를 두려워해 따로 음을 보내지 않았던가.

무위로 따지자면 막소휘는 여기 있는 기재들 중 최절정이라 볼 수 있었다.

신분과 배경? 막소휘는 유일하게 해당성녀와 어깨를 나란히할 수 있다.

막소휘가 어찌 감히 아비가 있는 천단각을 걸고 위협하겠는가?

막소휘가 소속된 가엽종은 해당성녀의 도화원처럼 명왕 여정추의 입김이 닿아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막소휘가 실성한 겐가? 어찌 사람들 앞에서 옷을 벗으라고 겁박하는지!”

적지 않은 사람들이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해했지만, 일부의 사람들은 음탕한 표정으로 시시덕거렸다.

“실성했으면 어때, 우리는 실컷 눈요기할 수 있으니!”

“자태로 보자면 아비는 해당성녀보다 못하지 않다고!”

“정말로 무리들 앞에서 아비의 몸을 볼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죽을 수 있어!”

이 말을 하는 사람은 뼈만 앙상한 데다 누런 이빨을 가진 중년인이다.

“그럼 지금 죽도록!”

차디찬 음성과 함께, 요란한 소리가 났다. 방금까지 히죽거리던 중년인은 일장에 납작해져 싸늘한 시체가 되고 말았다.

“네놈들 따위의 쓰레기 같은 말을 들어야 한다니……!”

다시 막소휘를 돌아본 운청휘에게서는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가 뿜어져나왔다.

“네놈은 아비에게 무례한 말을 했다……!”

“무례하면 어떤가, 오늘 100명에게 아비를 줄 생각인데!”

막소휘도 지지 않고 고함을 치더니, 법칙의 힘을 일으켜 운청휘를 공격해 들어왔다.

운청휘는 그 자리에 꼿꼿이 서 있었다.

막소휘와의 거리가 한 자밖에 남지 않았을 때, 운청휘의 전신에서 무궁한 살기가 일었다.

쿠웅!

강력한 소리와 함께 막소휘가 휙 날아가 버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운청휘가 다시 허공을 향해 손을 휘두르자 대전 위에서부터 내려온 거대한 손이 막소휘를 향해 돌진했다!

“좋지 않군…….”

해당성녀와 옥 성주의 안색이 굳었다. 지금 막소휘를 찍어 내리려 하는 저 손에서 살을 에는 듯한 살기가 느껴졌다.

아무리 막소휘라도 저 손에 대항할 수는 없으리라.

옥 성주가 급히 나섰다. 그는 공원의 힘으로 거대한 손바닥을 만들어 내어 막소휘에게 내리쳐지는 손을 막으려 했다.

“이럴 수가……!”

다음 순간, 옥 성주의 동공이 한껏 움츠러들었다.

그가 공격하는 순간 운청휘가 만들어 낸 거대한 손은 대응할 틈도 없이 빠르게 하강했다.

쿠웅!

눈 깜짝할 사이에 막소휘가 손에 직격당했고, 자욱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가까스로 연기가 흩어질 무렵, 막소휘가 있던 자리에는…….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지면에 남은 핏자국과 살점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막소휘의 최후를 짐작할 뿐이었다.

이 결과에 옥 성주마저 꺼림칙한 시선을 보냈다.

옥 성주도 똑같은 일을 할 수 있지만, 바꾸어 말하면 운청휘도 그와 비슷한 무위를 지녔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해당성녀, ‘천영어’를 아직도 보고 싶나?”

사방에 거북한 침묵만이 내려앉은 가운데, 운청휘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렸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검은 박옥같은 천영어가 나타나 있었다.

“아, 아뇨. 저…… 저는 몸이 불편해서 먼저 가볼게요!”

해당성녀는 다급히 숨을 들이켜고는 더듬거리며 말을 마쳤다.

동시에, 그녀는 이 자리를 뜨려는 듯 허둥지둥 몸을 일으켰다.

“멈춰!”

운청휘가 갑자기 소리쳤다.

“우, 운 공자.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해당성녀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해당성녀, 당신에게 명석을 좀 빌리고 싶군.”

운청휘가 찬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 운 공자. 얼마나 원하시나요?”

“2천만 명석이면 된다.”

해사하게 웃는 운청휘와 달리, 해당성녀의 안색은 종이처럼 하얗게 질려갔다.

운청휘는 해당성녀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터무니없는 양의 명석을 요구하고 있었다.

아무리 도화원이라도 단번에 마련할 수 없는 양인데, 그녀가 어찌 가지고 있을까?

“운 형, 정말 대단한걸요! 손바닥 한 번으로 막소휘를 죽였는데, 이제는 해당성녀를 갈취하다니!”

소운과 능비가 입을 크게 벌리고 악랄한 표정으로 운청휘를 바라봤다.

“운 공자, 빌려드리길 꺼리는 게 아니에요. 다만 해당은 그만한 명석이 없습니다.”

해당성녀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이 가지고 있는 아공간 반지. 나와 인연이 있으니 주지 않겠나?”

운청휘는 여전히 웃음 띤 얼굴로 해당성녀를 바라보았다.

분명 누구도 해치지 않을 듯한 미소였지만, 그 미소가 해당성녀를 몸서리 치게 만들었다.

“하하, 우…… 운 공자께서 좋아하신다니 해당이 공자께 드리죠!”

해당성녀가 억지웃음을 지으며 고운 손가락에 낀 아공간 반지를 빼냈다. 이윽고 그녀가 반지를 운청휘에게 전달해 주었다.

“정성을 보여 주었으니, 실례하지.”

운청휘가 웃으며 말하며 아공간 반지를 영라 반지에 넣었다.

“운 공자, 해당은 물러갑니다!”

해당성녀가 대전 밖으로 날아가려고 했다.

“멈춰……!”

운청휘가 말할 때 손을 내밀어 거대한 흡입력을 내보냈다.

단번에 해당성녀가 끌려왔다.

“운 공자, 또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해당성녀가 가까스로 웃어 보였지만, 차라리 우는 게 더 나은 표정이었다.

“반지는 고맙게 받았으나, 명석을 빌려달라고 한 것에 대한 대답은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운청휘가 또 그윽이 말했다.

“운 형 대단할 뿐 아니라 파렴치하기까지!”

소운과 능비가 또 비명을 질렀다.

“운 공자, 해, 해당은 정말로 그만한 명석이 없어요!”

해당성녀가 분노를 꾹 참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제 명석은 모두 아공간 반지에 있는데, 방금 그 반지를 운 공자께 드리지 않았나요!”

“그래, 방금 내게 주었지. 하지만 난 당신에게 명석을 빌려달라 하지 않았나.”

운청휘의 표정이 별안간 차갑게 가라앉았따.

“설마 해당성녀, 이 정도 체면도 주지 않는 건가?”

운청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실질화된 살기가 해당성녀의 전신을 뒤덮었다.

그 중심에 놓인 해당성녀는 차디찬 설원에 맨몸으로 서 있는 것처럼 숨도 쉬기 어려웠다.

“우, 운 공자. 화를 푸세요. 해당에게 조금의 시간을 주세요!”

해당성녀가 다급히 숨을 들이켰다. 지금 무슨 수를 써서라도 2천만 명석을 내놓지 않으면, 운청휘는 당장 그녀를 죽일 기세였다.

더욱이 이곳에서 유일하게 운청휘에게 대항할 수 있는 옥 성주마저도, 침묵을 지키고 있지 않은가!

“여러분, 가지고 계신 명석을 전부 해당에게 빌려주실 수 있나요?”

해당성녀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상석에 있는 기재들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시선을 받은 10여 명의 기재들이 앞다투어 일어났다.

“비록 급하게 나왔지만, 150만 명석을 가지고 있으니 성녀에게 빌려드리죠!”

“90만 명석이 있습니다!”

“나는 170만 명석이 드리죠!”

“나도 110만 명석이 있어요!”

그들은 일제히 명석을 내놓았다.

운청휘가 막소휘마저 일격에 죽였으니 저항할 마음은 사그라든 지 오래였다.

더욱이 해당성녀에 대한 구애의 마음도 절절해서, 그녀의 요청에 모두 기꺼이 명석을 바쳤다.

“모두 1,300만. 해당성녀, 아직도 700만 명석이 부족하군.”

운청휘는 1,300만 명석을 영라 반지에 쓸어담은 후, 다시 해당성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옥 성주……!”

해당성녀가 옥 성주를 바라보며 입을 떼려는 찰나, 옥 성주가 다급히 입을 놀렸다.

“있지! 700만 명석이 있으니, 운…… 운 공자에게 드리게!”

옥 성주가 황급히 아공간 자루를 꺼내 해당성녀에게 던져주었다.

본래는 운청휘의 이름을 부르려던 그였지만, 황급히 명칭을 바꾸어 ‘운 공자’라 부르며.

“딱 700만 명석이군!”

운청휘는 신식으로 가볍게 아공간 자루를 훑었다. 안에 든 명석의 양을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운 공자, 이제 가도 될까요?”

해당성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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