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1화
“능비, 운 형은 자신이 횡련명수라고 말한 적이 없잖아?”
“성주부에서 막소휘가 물었을 때 운 형은 명근이 없다고 대답했었어!”
“명근이 없다면 횡련명수가 확실하군. 해 형, 우리가 나섭시다.”
가엽종의 종주가 도화원의 종주를 보며 말했다.
도화원의 종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일을 위해 함께 공격하자!”
“바로 그 뜻이오!”
가엽종의 종주가 웃으며 말했다.
“운청휘!”
사방 천지간에 웅혼한 기운이 실린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그 외침에 모든 사람들의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저들이 나섰어!”
“뭐라고?!”
갑자기 주위 사람들이 또 소리쳤다.
“도화원의 종주와 가엽종의 종주가 동시에 나오다니!”
사람들의 주의력이 두 종주에게 쏠린 순간, 별안간 아래쪽 선부에서 휘황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그그극…….
무거운 석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 안에서 자욱한 연기가 퍼져나왔다.
찬란한 금빛과 자욱한 연기가, 반경 수백만 장의 천지를 안개 속의 선경처럼 물들였다.
“허, 허원선부가 열렸다……!”
누군가의 외침이 멍하니 있던 사람들을 일깨웠다.
“선부, 내가 선부에 들어갈 거야……!”
사람들이 앞다투어 방금 열린 석문으로 뛰어들었다.
쿠르릉!
그러나 이때 발동된 선부의 진법으로 인해 너른 대지에 천둥번개가 몰아쳤고, 30세 이상의 고수들은 모두 번개에 맞아 잿더미로 변해 버렸다.
“아아아……!”
또다시 긴 비명이 울려퍼졌다.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벼락을 맞아 피를 토했지만, 앞서 죽은 이들과는 달리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들은 모두 무위가 영변경 이하였다.
“응? 우린 다치지 않았어!”
벼락에 맞지 않은 이들은 얼굴에 희색이 만연한 채 선부의 문 너머로 사라졌다.
“곧 저들을 처리해야겠군.”
운청휘가 중얼거리며 신형이 허공에서 지워지듯 사라졌다.
다음 순간, 석문 앞에 나타난 운청휘가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콰르릉!
허공에서 수십 장 크기의 거대한 벼락이 운청휘를 향해 내리꽂혔다!
선부의 진법은 운청휘의 무위가 영변경을 초과했음을 감지한 터였다.
“참천신검!”
운청휘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등에 걸려 있던 참천신검이 운청휘의 머리 위로 나타나, 벼락을 대신 막아냈다!
신검이 다시 검집으로 돌아가자, 운청휘는 곧바로 석문 너머로 사라졌다.
“허원선부에 들어갈 수 있다니!”
도화원과 가엽종의 종주들의 안색이 참담해졌다.
허원선부에 들어가는 조건은 30살 이하인 동시에 영변경의 무위여야 한다.
운청휘는 매우 젊으니 나이는 맞지만, 무위는 영변경을 넘어선 게 분명했다!
“아냐, 선부에서는 거대한 벼락이 떨어졌는데, 장검으로 막아내지 않았나!”
“어서, 어서 명왕께 보고하라. 저 검이 수상하다고……!”
두 종주의 안색이 변하더니 일제히 전송 옥석을 꺼내 자신들이 본 것을 고했다.
선부에 들어간 후, 운청휘의 앞에는 좁고 긴 통로가 나타났다.
그의 앞에서는 수십 명의 젊은 기재들이 조심스럽게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그들은 운청휘가 선부에 들어온 것을 발견하고 놀란 기색이었다.
“운청휘가 들어오다니!”
“허원선부는 30세 이하의 영변경 천재만 들어올 수 있는데?”
“운청휘가 영변경의 명수는 아니지 않나?”
앞서 가는 이들 중 도화원과 가엽종의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은 선부의 존재를 미리 알고 있었기에, 운청휘를 보고 의외라는 기색을 보였다.
“응? 미친 건가?”
운청휘를 보는 이들의 안색이 다시 변했다.
운청휘는 그들처럼 조심스럽게 전진하지 않았다. 심지어 환영이 생길 만큼 속도를 내어, 그들을 앞질러가는 게 아닌가.
“녀석을 쫓아……!”
모종의 기회를 빼앗길까 걱정이 되었는지, 젊은 무인들이 운청휘를 뒤쫓았다.
기이하게도, 운청휘와 못지않은 속도를 내던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운청휘의 종적을 놓치고 말았다.
“여기를 좀 봐, 석실이 있어!”
누군가 큰소리로 외치자 순간 모든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석실? 석실이 어디에 있는데?”
사람들이 두리번거렸지만 석실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있는데, 보이지 않는 거야?”
가장 먼저 석실을 발견한 사람이 말했다.
“임흥(林恒), 간덩이가 부었구나, 우리 도화원의 사람들까지 속이다니!”
“임흥? 홍우문(鸿宇门) 의 임흥? 정말 돌았구나, 감히 가엽종의 사람들도 속이다니!”
20여 명의 젊은 기재가 냉소하며 살기 가득한 표정으로 임흥을 바라봤다.
“나…… 나는 자네들을 속이지 않았어, 석실이 여기에 있다고! 믿지 않는다면 내가 들어가서 보여 줄게!”
억울한 듯 외치던 임흥이 별안간 석벽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석벽에 삼켜지듯 사라져 버렸다!
“이럴 수가……?”
사람들의 안색이 변했다.
“진짜로 석실이 있는 거야?”
곧 누군가가 방금의 석벽을 향해 돌진했다.
퍽!
그자는 그대로 석벽에 부딪혀 비틀거렸고, 이마는 부풀어 올랐다.
“알겠다, 석실이 있었는데 임흥만 볼 수 있었고 임흥만이 들어갈 수 있었어!”
“기회, 이것은 분명 기회다!”
사람들은 곧바로 가능성을 짚어내었다.
그들은 또다시 나아갔는데, 삼백여 장도 가지 않아 누군가가 다시 외쳤다.
“나도 석실을 발견했어!”
다른 사람들이 돌아보기도 전에 그가 석실로 돌진했다.
또 한참 지나서!
“나도 발견했……!”
잠시 후 또!
“석실, 하하하, 나도 석실을 봤네!”
그렇게 일각여가 지난 후, 허원선부에 들어왔던 40여 명의 젊은이들 중 6명만이 통로에 남아 있었다.
소운, 능비도 그중에 있었다.
“우리는 아직 석실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선부와 인연이 없는 것인가?”
“그럴지도! 운청휘는 지금 기회를 잡았는지 모르겠네!”
“운청휘? 헤헤, 그가 기회를 잡으면 또 어떤가, 허원선부를 나가면 죽을 텐데!”
“반절 인왕 두 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지!”
소운과 능비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그들의 눈이 밝아졌다.
“석실이 아니라 화려한 궁전이구나!”
소운과 능비가 거의 동시에 화려하고 작은 궁전으로 날아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뒤를 4명의 기재들이 바짝 쫓아왔다.
이전의 석실과 달리, 이 궁전은 그들 여섯이 모두 목격한 터였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법보들이……!”
궁전에 들어간 6명의 시선은 곧바로 사방에 놓인 법보에 고정되었다.
“이, 이럴 수가, 이 법보들 모두 현천급의 법보야!”
6명은 일제히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들이 알기로 명왕 여정추의 법보가 바로 현천급이 아니던가!
그와 동급의 법보들이 이곳에는 잡동사니처럼 굴러다니고 있었다.
“우, 운청휘, 그도 이곳에……!”
운청휘는 이때 궁전 가장 위쪽에 있는 용상에 앉았다.
“사람 수가 맞으니, 곧 시작하겠군.”
운청휘는 가볍게 중얼거리며 용상에서 훌쩍 내려왔다.
소운과 능비만이 운청휘를 반겼고, 다른 네 사람은 운청휘를 보자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한눈에 봐도 운청휘를 꺼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운 형!”
소운과 능비가 인사를 건넸다.
“소운, 능비.”
운청휘도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잠시 후 시험이 있을 것이다. 어떤 문제가 나오든, 아이의 눈높이로 생각해 보도록.”
“어?”
소운과 능비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시험에 들 시간이 되었다. 답을 맞히는 이들에겐 이곳의 어떤 법보든 상으로 내리겠다!”
바로 이때, 고약한 기세가 느껴지는 목소리가 궁전 안에서 울려퍼졌다.
다음 순간, 비범한 품격이 있는 청의를 입고 깃털 부채(羽扇)를 든, 푸른 두건의 노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운청휘를 제외한 다른 이들이 놀라 물었다.
“본제는, 풍류와 운치를 알고 소박한 정취를 즐길 줄 아는 허원 선제라네!”
노인은 자신을 소개하며 손에 쥔 깃털 부채를 느긋하게 흔들었다.
“풍류와 운치를 안다? 소박한 정취를 즐길 줄 안다고?”
여섯 명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노인의 소개와 겉모습은 도저히 어울리지 않았던 터였다.
“첫 번째 문제를 내겠다. 아픈 사람 중 의원을 보지 않은 이는 누군가?”
불쑥 문제를 내놓은 노인이 누군가를 지명했다.
“이 질문은, 그대가 답하라!”
“명수! 무위가 높고 깊은 명수요!”
지목된 젊은이가 의기양양하게 답했다.
“어리석긴, 병에 걸렸으니 의원을 봐야지 무위가 높고 깊은 명수 따위가 뭐라고!”
노인이 가차 없이 욕설을 퍼부었고 손가락을 살짝 움직이자 대답한 젊은이의 몸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