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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313화 (313/430)

제313화

“본제가 대답하지 못하면?”

그는 속으로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그는 운청휘를 강적으로, 그것도 그를 능가할 수 있는 강적으로 여긴 것이다!

“간단하다. 허원선부를 넘기도록.”

운청휘가 담담히 말하며 허원의 사념을 바라보았다.

“지는 것이 두렵다면 응할 필요 없다.”

“헛소리 마라, 본제가 지는 것이 두려울까 봐?”

허원의 사념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다만 허원선부는 중요하니 본제가 잘 생각해 보고…….”

“나도 무서우면 그리 말할지도 모르지.”

운청휘는 이해한다는 눈빛을 보냈다.

“아아아……!”

비록 운청휘의 도발임을 알았지만 노인은 노발대발했다.

“후배, 본제는 네놈이 도발하는 걸 알면서도 응했다! 본제가 틀리길 기도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1억 명계년 동안 영혼이 불타게 될 테니!”

“하하하, 그건 답을 맞히고 논하도록.”

운청휘가 하하 웃다가 문제를 냈다.

“당신의 머리에는 머리카락이 몇 개 있는가?”

운청휘는 말을 마치고 싱글벙글 웃으며 허원의 사념을 바라보았다.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있는데, 지금 허원의 사념이 마주한 상황이 바로 그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운청휘도 허원의 사념도 신식이 있어 정확한 머리카락의 수를 세어낼 수 있으나, 이 문제의 답이 두 가지인 데서 함정이 시작된다.

하나는 ‘머리카락’이라는 답이 될 테고, 하나는 구체적인 머리카락의 수가 된다.

선계에 있을 당시, 허원은 이 문제로 운청휘를 괴롭힌 적이 있었다.

당시 운청휘는 구체적인 머리카락의 수를 제시했지만, 허원은 답이 머리카락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훗날, 다른 선제가 이 문제에 대해 ‘머리카락’이라고 답하자 허원은 구체적인 개수를 대라며 다시 억지를 부렸다고 한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억지를 부리는 문제로, 질문하는 이의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하하하, 네놈이 대단한 문제를 낼 줄 알았는데, 고작 이렇게 간단한 문제였느냐.”

허원의 사념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이 문제는 간단하지, 본제의 머리에는 자연스레 머리카락이 있지!”

“틀렸다. 엄밀히 말해 당신의 머리에는 13만 8,532개의 머리카락이 있으니. 믿을 수 없다면 신식으로 세어 보도록.”

운청휘가 답을 내놓았다.

“네, 네놈이 억지를 부리는 게냐!”

허원의 사념이 분노한 얼굴로 운청휘를 노려보았다.

답을 하면서도 복수의 정답이 있으리라는 예상을 했지만, 운청휘가 정말로 이리 나올 줄은 몰랐다.

결국 허원의 사념은 제발로 함정에 걸어들어온 것과 다름없었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인정하지 않고 남을 탓하느냐? 다른 말은 하지 않겠다. 패배를 인정하는가?”

운청휘가 냉소를 지으며 답했다.

실제로 운청휘의 마음속에는 웃음꽃이 만개했다.

그에게 있어 허원의 굴복을 얻는 것이, 선부를 얻는 것보다 더 즐거운 일이었다.

10대 선제 중에서 가장 뻔뻔한 허원 선제, 그는 보통 선인뿐만 아니라 다른 9명의 선제에게도 굴욕을 주기를 일삼았으니까!

운청휘도 그에게 기생오라비라 비아냥거림을 당하지 않았던가.

다른 이였다면 운청휘는 일격에 그를 죽일 터였다.

“본제는 지금껏 내기에서 패배를 승복한 적이 없지만! 네놈은 음흉해도 너무 음흉해! 차라리 문제를 하나 더 내라. 만약 본제가 대답하지 못하면, 선부뿐만 아니라, 허, 허원진해까지 전수해 주마!”

허원의 사념이 악에 받친 얼굴로 말했다.

“허…… 허원진해!”

운청휘는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허원진해는 운청휘의 ‘선제진해’와 같은 급의 무공이라 할 수 있었다.

10대 선제들은 각자 자신이 창조한 무공을 수련했고, 운청휘의 선제진해는 검법의 한 갈래에 속했다.

‘허원진해’는 장법에 속하니, 운청휘로서도 탐낼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그는 전투에서 장법을 즐겨 사용했던 만큼, 허원진해를 익히면 그의 싸움 방식과도 맞아 진정한 의미로 한 손으로 하늘을 평정할 수 있었다!

“좋다, 내기를 하지. 단단히 준비하도록!”

운청휘가 마음을 다잡으며 허원의 사념에게 어려운 문제를 낼 준비를 마쳤다.

솨! 솨! 솨!

운청휘의 뒤로 18개의 법력이 솟아올랐다.

각각의 속성이 모두 달랐다!

금, 목, 수, 화, 토!

풍, 빙, 뇌, 암흑, 광!

사망, 부패, 쇠락, 멸망, 파괴!

도덕, 질서, 인애!

“네…… 네놈이 18개의 법원의 힘을 터득했다니!”

허원의 사념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가 어찌 모르겠는가. 18개 법원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는, 선제만이 유일한 것을!

“그…… 그대도 선제인가!”

허원의 사념은 놀라움에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소운과 능비 등 여섯 기재의 안색도 하얗게 질렸다.

그들은 18개 법원의 힘은 무슨 뜻인지 모르나, 적어도 법원의 힘이 무엇을 대표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법원의 힘, 진짜 명왕만이 쓸 수 있는 힘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눈앞의 운청휘는 설마 명왕이란 말인가?!

“역시 운 형은 왕개, 이학 등 작은 세력에서 온 녀석이든 막소휘처럼 가엽종에서 온 녀석이든 안중에 없더니……!”

“역시 운 형, 도화원과 가엽종의 인마 앞에서 잔잔한 모습이더니!”

“운 형은 알고 보니 명왕 여정추와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절세의 인물이구나!”

* * *

“간단한 문제다. 이 18개 법원의 힘을 하나의 힘으로 합칠 방법은?”

운청휘가 담담하게 말했다.

“역시나 선제구나!”

이 문제를 낸 후, 허원의 사념은 운청휘가 선제임을 명백하게 확신할 수 있었다!

“동지, 본제는 그저 의식인데, 나를 괴롭히는 게 옳은가?”

허원의 사념이 원망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이 문제는 허원뿐만 아니라, 어떤 선제도 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선제는 선도의 종점이 아닌 만큼, 많은 선제들이 이 18개의 법칙을 하나로 융합시키는 것이 무상비경으로 가는 길이라 여겼다.

허원 선제가 이 문제의 답을 알고 있다면, 진즉에 무상비경에 도달하지 않았겠는가.

“사람을 골탕 먹이는 일, 허원 노인만 하겠는가?”

운청휘가 조소를 머금었다.

허원 선제의 악명은 참으로 드높아서, 요족 선제 중 몇몇은 연합하여 그를 죽이려 했던 적도 있었다!

“그…… 그대가 나의 본체를 알고 있는가?”

허원의 사념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운청휘를 보았다.

이때 자신을 칭하는 호칭마저도 변했다.

“알기만 할까. 일장으로 영감을 날려 버리지 못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운청휘가 이를 악물었다.

“헛소리는 되었다. 이제 그만 답하도록. 대답할 수 없다면, 선부의 통제권을 넘겨라.”

운청휘도 허원의 트집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허원이 싫은 선제이긴 해도, 신용을 중시하니 내기는 반드시 지켜져야 했다.

“에휴, 당당한 허원 선제가 똑같은 사람에게 두 번이나 당하다니!”

허원의 사념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곧 음흉한 웃음을 띠었다.

“우쭐대지 말거라. 네놈 또한 분신이거나 무위가 쇠락했겠지. 그런 몸으로 이 선부를 가지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허원의 사념이 운청휘를 가리키자, 운청휘의 몸에서 피 한 방울이 흘러나왔다.

허원의 사념이 이를 취하고 선부에 융합시켰다.

단번에 운청휘는 자신과 선부가 미묘하게 연결되었음을 느꼈다. 마치 법보가 주인을 인식하는 것과 같았다.

그럼에도 운청휘의 표정은 굳어졌다.

허원의 사념도 그를 함정에 빠트렸다!

선부는 확실히 넘겼으나, 선인이 아니라면 선부를 움직일 수 없다는 금제를 걸어 놓았다!

“녀석, 이를 악물고 있군. 큰 손해라도 보았으냐?”

허원의 사념이 득의양양하게 외쳤다.

“흥, 방법이 없을 것 같나?”

운청휘가 코웃음을 치더니 주변의 법보를 힐끗 보았다.

이윽고 영라 반지를 열어, 이곳의 법보들을 영라 반지에 무더기로 쓸어담았다.

이렇게 많은 현천급 법보는 외부로 새어 나가면 참혹한 쟁탈을 벌일 게 뻔했다.

운청휘는 만 개의 현천급 법보를 영라 반지에 담아 두었다.

“능비, 검을 사용하니 이 고철을 주마.”

운청휘가 손에 잡히는 대로 장검 하나를 능비에게 던졌다.

“고… 고맙소, 운 형!”

능비의 눈이 격동으로 떨려왔다. 이 장검은 그가 익히는 무공과 상성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야말로 그를 위한 맞춤 제작 무기가 아닌가!

“우…… 운 선배, 저희에게도 주세요!”

나머지 네 청년들도 간절한 얼굴로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소운은 이전에 현천급 법보를 얻었기에,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소운이든 능비든, 다른 네 명이든 신기하게도 운청휘와 허원의 사념이 나눈 대화의 뒷부분을 듣지 못한 듣했다.

“네놈들?”

운청휘가 차가운 눈으로 그들을 힐끗 봤다.

“네놈들을 죽이지 않는 것도 다행이거늘 감히 법보를 달라고?”

4명 중 3명이 가엽종, 나머지 하나는 도화원의 사람이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까지 운청휘를 업신여긴 자들이었다. 이제 와서 아부를 한다고 운청휘의 마음이 달라질까?

적어도 그들을 죽이지 않는 데에 감사하는 게 옳았다!

“법보뿐만 아니라, 무공과 단약 하나도 손대지 말도록!”

운청휘가 엄포를 놓더니, 신형이 스륵 사라졌다.

다음 순간, 운청휘는 선부 내의 또다른 궁전에 나타났다.

이 궁전 안에는 전부 깊은 경지를 담은 무공서들이 가득했다.

운청휘는 신식으로 이 무공들을 머릿속에 새겨 넣었고, 무공서들은 전부 영라 반지에 쓸어 담았다.

이어서 단약을 저장한 궁전으로 향한 운청휘는 급을 따지지 않고 모든 단약을 영라 반지에 담아 두었다.

허원의 사념은 줄곧 운청휘를 따라다니다,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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