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315화 (315/430)

제315화

하늘을 덮는 잔혹한 기가 운청휘의 몸에서 나왔다.

“어리석은 놈들, 본제가 죽여 주마!”

운청휘의 깊이 가라앉은 목소리가 울리더니, 그 자리에서 신형을 감추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운청휘는 두 종주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모든 시선이 두 종주의 목을 조르는 운청휘의 손에 고정되었다.

“우선 네놈들부터 시작하지!”

운청휘의 음침한 목소리가 울리고!

카득! 칵!

두 종주의 목이 허무하게 부러지며 목숨이 사그라들었다.

운청휘는 그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선사할 생각이 없었고, 즉시 그들의 영혼을 낚아챘다.

“청연지심화, 나오도록!”

청색의 불바다가 순식간에 허공에 번졌다.

“아아아……!”

두 종주의 영혼이 참혹한 비명을 내지르며 불길 속에서 타올랐다.

운청휘는 그들을 내버려두고, 도화원과 가엽종의 사람들에게 시선을 향했다.

“네놈들도 죽어라!”

운청휘가 손을 흔들자, 희끄무레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거대한 손이 구름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번 공격에는 허원진해의 제1식이 동반되었다.

콰르릉!

온 천지가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하늘을 떠받치듯 거대한 손은 그대로 내리꽂혀 대지에 수십만 평의 손자국을 남겼다.

깊은 구덩이 속에는 50여 명의 무인들이 저항 한 번 해 보지 못하고 죽어 널브러졌다.

지켜보던 이들은 숨 쉬는 것마저 잊었다.

숨 몇 번 쉴 시간 동안, 운청휘는 이 자리에 있는 도화원과 가엽종의 모든 이들을 죽였다!

“여정추, 다음은 너다.”

운청휘의 시린 눈길은 그의 분노를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놀란 개미 떼처럼 뿔뿔이 흩어져 버렸고, 남아 있는 여정추의 얼굴은 굳어 버렸다.

“감히 인왕경에 도달하다니!”

“인왕 따위가 뭐라고!”

운청휘가 비웃으며 말했다.

“본제가 한 손바닥에 멸할 수 있노라!”

운청휘의 외침을 필두로, 허공에서 나타난 거대한 손이 빠른 속도로 여정추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법원의 힘, 나오너라!”

여정추의 외침에 따라 무수한 법원의 힘이 터져 나왔고, 제방을 파괴하는 거센 물줄기처럼 운청휘가 내뻗은 손으로 몰려갔다.

콰아앙! 쾅! 콰앙!

허공에서는 무수한 폭발이 일었고, 충돌로 인한 불꽃이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갔다.

멀리서 보면 이 구역만 번갯불이 몰아치는 듯했다.

아래쪽 지면은 종말이라도 온 듯, 무수한 구멍이 뚫려 참혹한 모습이었다.

푸……!

별안간 여정추가 피를 토했고,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며…… 명왕이 피를 토했어!”

그들의 눈에 신과 같은 여정추가 피를 토하다니!

“아, 저기를 좀 봐……!”

누군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여정추가 어느새 거대한 손에 사로잡힌 게 아닌가!

운청휘의 신형이 촛불이 꺼지듯 휙 사라졌다.

다음 순간, 여정추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왼손을 내밀어 여정추의 뺨을 후려쳤다.

“아직 남아있다고 말해!”

운청휘가 음침하게 말했다.

“인간, 다…… 단념하거라!”

오른뺨에 다섯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여정추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본왕은 인간의 육신이 필요해. 네놈의 여동생은 구음한맥이니, 본왕이 육신을 만드는 ‘주백’으로 삼았다!”

“죽어!”

운청휘가 짧게 포효하며 여정추의 팔 하나를 부러뜨렸다.

“아……!”

여정추는 가슴이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아직 남아있다고 말해!”

운청휘가 재차 말했다.

“하하하, 이미 연화시켰다고 말했……!”

으득!

여정추가 말을 마무리짓기도 전에, 다른 팔도 부러지고 말았다.

“채아의 미움이 남아있다고 말해라! 본제가 네놈의 영혼을 연화시키기 전에!”

분노에 찬 운청휘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

주위의 사람들은 얼이 빠진 듯 멍하니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그들에게는 더없이 존귀한 명왕이 운청휘에게 감금되어 조금의 저항도 하지 못하다니.

“우, 운 형도 이렇게 잔혹하다니……!”

소운과 능비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성주부에서 운청휘와 만났던 젊은 기재들도 이때만큼은 두려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들은 당일 운청휘와 충돌하지 않았던 스스로의 선택을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여정추마저 운청휘에게 당했는데, 자신들이 어찌 대적할 수 있겠는가?

“영원히 정주를 침범하지 않겠다 맹세하면 네놈의 여동생을 놓아주마!”

가까스로 숨을 들이켠 여정추가 조건을 제시했다.

“나와 거래를 하자는 것이냐?”

운청휘가 미간을 찌푸렸다. 멈추지 않는 법원의 힘이 여정추의 몸으로 파고들었다.

“아아아……!”

여정추가 긴 비명을 내질렀다. 전신을 개미 떼가 물어뜯는 듯 고통스럽기 그지없었다.

“말하겠어, 말하겠다고……!”

여정추가 숨을 몰아쉬며 황급히 말했다.

“내 침소! 내 침소에 있다! 나, 나를 풀어주면 가져오겠다!”

“알겠다.”

운청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그의 손에서 수정처럼 투명한 마종이 나타났다.

“이…… 이것은!”

마종을 알아본 여정추가 눈을 부릅떴다.

“어서 안내하도록.”

운청휘가 마종을 여정추의 몸에 넣고 말했다.

“안 돼, 나 혼자만 가야 한다!”

여정추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내 침소는 나의 거점이나 다름없다! 네놈을 데려갈 수 없어!”

잠시 후 여정추가 또 말했다.

“이미 마종이 심어졌으니 네놈을 배신할 수 없는데, 나…… 나를 믿어 주면 안 될까?”

“네놈의 비밀이든 거점이든 관심 없다. 어서 안내하도록.”

운청휘가 음침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나를 죽여라…….”

여정추가 말을 마치고 두 눈을 감았다.

-후배, 추자 놈을 혼자 가게 해라!

바로 이때, 운청휘의 귀에 허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추자 놈?”

운청휘가 잠시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허원의 사념이 여정추를 아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었다.

-추자 놈이 말하는 침소는 본제가 그녀에게 선물한 작은 허원선부겠지!

허원의 사념이 다시금 말을 걸어왔다.

작은 허원선부라?

운청휘는 비로소 의문이 풀렸다.

그녀는 운청휘가 작은 허원선부를 탐낼까 봐, 혼자 가려고 애쓰는 것이었다.

“3시진을 주마.”

운청휘가 조건을 달며 영라 반지에서 천영어를 꺼내들었다.

“3시진? 불가능이야. 내가 전속으로 날아도 사흘을 자지 않아야 하는데 왕복 6일이야!”

여정추가 말했다.

“응? 이것은……?!”

그 순간, 여정추가 눈을 부릅떴다. 그녀의 시야에 하늘을 가린 거대한 배가 나타났다.

“이…… 이것은 엽가의 천영어!”

여정추의 동공이 수축되며 그녀가 소스라치게 놀라자, 운청휘가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천영어의 속도는 인황의 극한 속도와 견줄 수 있으니, 3시진 내에 다녀올 수 있을 것이다.”

여정추가 천영어를 타고 떠난 후, 운청휘는 소운과 능비에게로 몸을 날렸다.

“소운, 능비!”

“우…… 운 명왕을 뵈옵니다!”

소운과 능비는 잠시 망설이더니 무릎을 꿇고 운청휘에게 절을 올리려 했다.

“소운, 능비. 그럴 필요 없다.”

운청휘는 법원의 힘으로 두 사람이 무릎 꿇지 못하도록 막았다.

“여정추에게 빼앗긴 법보를 돌려주마.”

운청휘가 장검 두 개를 두 사람에게 돌려줬다.

“소운, 능비. 함께 옥한성에 가지 않겠나?”

운청휘가 갑작스레 제안해 왔다.

천단각의 대전.

모여 있는 백여 명 주위로 흙먼지가 물씬 피어올랐다.

그중 옥한성의 성주가 뒷짐을 진 채 말했다.

“사흘 전, 허원선부가 나타나 운청휘를 비롯한 기재들이 선부에 들어갔고, 명왕 여정추가 움직였다네. 이대로라면 운청휘가 선부에서 살아나오더라도, 옥한성에 되돌아오긴 어렵겠지.”

모인 사람들 중에는 아비도 있었으나, 그녀는 꽁꽁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아비, 마지막으로 묻겠다. 내 아들 송병의 죽음과 관련이 있느냐!”

송병과 제법 닮은 중년인이 아비를 향해 눈을 부릅떴다.

“송병이 운 공자의 손에 죽은 것은 천단각의 많은 사람들이 증명할 수 있어요!”

아비의 입에는 핏자국이 선명했다. 그러나 그녀의 두 눈에는 한 점의 두려움도 없었다.

“흥, 옥 성주께서 증언하시길 네가 운청휘를 데려와 성주부의 연회에 참여하고, 만보 경매장의 책임자도 네가 운청휘를 경매장에 데려왔다고 했지. 여러 사람이 너와 운청휘의 관계를 증언하는데도 내 아들의 죽음이 너와 관계 없다는 것이냐?”

중년인의 눈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송양(宋阳), 우선 진정하게나!”

대전의 태사의에 앉아 있던 80대의 백발 노인이 그를 만류했다.

“옥 성주, 성부주의 정탐꾼들은 아직 소식을 가져오지 않은 겐가?”

백발 노인이 옥 성주를 바라봤다.

“단(丹) 선배님, 아침에 듣기로는 도와원과 가엽종의 종주 모두 선부가 오시 무렵에 다시 열린다고 추측했습니다. 정탐꾼이 가져온 정보이니 확실합니다. 다만, 그 이후의 정보는 없습니다.”

옥 성주가 백발노인을 향해 공손히 말했다.

“응?”

그때, 별안간 옥 성주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소매 안에 있던 전송 옥석을 급히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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