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6화
-성주, 운청휘가 돌아왔습니다!
전송 옥석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방금 소인이 운청휘와 소운, 능비가 함께 성안으로 날아온 것을 봤습니다.
옥 성주의 안색이 급변하더니 황급히 백발노인을 바라보았다.
“단 선배, 운청휘가 이미 돌아왔다고 합니다!”
“운청휘……!”
그 말에 아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조소를 머금었다.
“능력이 대단하구만. 감히 노부의 천단각까지 갈취하려고 하다니.”
백발 노인이 껄껄 웃으며 말하고, 송양의 웃음은 더욱더 짙어졌다.
“감히 내 아들을 죽였으니, 이 세상에 태어난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운청휘!”
모여 있던 이들이 일제히 천단각의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백발 노인은 그중 맨 앞에서 성문 쪽을 응시했다.
먼 하늘에서부터, 세 개의 신형이 이곳을 향해 느릿느릿 커지고 있었다.
“단 선배님, 붉은 장포를 입은 자가 운청휘입니다!”
옥 성주가 각각 세 사람의 신분을 말했다.
“소운과 능비는 정주의 기재들이 아닌가? 한데 운청휘와 함께하다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소운과 능비를 알아보고 의외라는 눈빛을 보냈다.
소운과 능비의 명성도 명성이거니와 그들의 능력이 워낙 걸출한 덕분이었다.
“흥! 그게 무슨 대수란 말인가! 이 일과 연관이 있다면 그들도 죽여버리겠다!”
송양이 싸늘하게 코웃음을 쳤다.
한편, 운청휘 쪽에서도 모여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아비가 잡혔군!”
운청휘의 눈길이 싸늘해졌다.
“어? 저 노인은 천단각의 각주 단의자(丹意子)인데?”
소운이 별안간 소리를 질렀다.
“아버님과 천단각을 방문했을 때 만난 적 있어, 각주가 분명해!”
옆에 있는 능비가 거들었다.
“단의자뿐 아니라 천단각의 장로 여섯이 이곳에 있다니!”
“응? 저기 묶인 사람은 아비 소저 같은데…….”
소운과 능비의 안색이 동시에 어두워졌다.
“운 형, 일이 묘하게 된 듯합니다. 오지 않은 장로는 아비 소저의 부친이로군요.”
“가서 사정을 들어보면 알겠지.”
운청휘가 담담하게 말했다.
‘반절 인왕경 하나, 공적경 일곱, 반절 공적경 열일곱, 나머지는 전부 영변경!’
운청휘의 신식이 허공에 떠 있는 사람들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반절 공적경 중에는 옥 성주도 포함되어 있었다.
“네놈이 운청휘구나!”
운청휘 일행이 다가가자 백발 노인이 운청휘를 직시하며 말했다.
“그렇다만.”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운청휘, 네놈의 죄를 아느냐!”
백발 노인, 단의자가 포효하니 반절 인왕경의 기세가 뿜어져나왔다.
그 기세에 눌린 소운과 능비가 비틀거리며 추락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운청휘가 제때 나서 기세를 막아냈다.
“헛소리할 시간 없으니 본론만 말하지. 명석 천만 개를 가져왔는가?”
운청휘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우리 각주를 마주하고 감히 이런 말을 하다니, 운청휘, 죽고 싶은 게냐!”
단의자의 뒤를 지키고 있던 반절 공적경 두 명이 코웃음을 쳤다. 그들은 거의 동시에 운청휘를 향해 살초를 날렸다.
“꺼져라!”
고함을 내지른 운청휘가 손뼉을 치니, 쿵 소리와 함께 살초를 날리던 이들은 단번에 날아가고 말았다.
쿵! 쿵!
그대로 추락한 반절 공적경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잠잠해졌다.
“운청휘, 네놈이 감히 노부 앞에서 반격을 하느냐?”
단의자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각주, 운청휘가 너무 날뛰었는데, 소인이 녀석을 사로잡게 허락하소서!”
송양이 말했다.
“알겠다!”
단의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각주님!”
송양이 곧 음흉한 표정으로 운청휘를 바라봤다.
“짐승 새끼야, 이제 송병을 위해 목숨을 내놓거라!”
송양이 장검을 뽑아 드는 동시에, 허공을 가르며 달려 나왔다.
차디찬 검 끝은 순식간에 운청휘의 미간 앞에 도달했다.
“송병이 네 아들이라고?”
운청휘는 뜻밖이라는 듯이 말하며 아무렇지 않고 검 끝을 밀어냈다.
“그보다, 명석이 준비되었냐고 물었을 텐데?”
“내 아들을 죽인 것도 모자라, 명석을 갈취하겠다? 이 짐승 새끼야, 남을 업신여겨도 정도가 있지!”
송양이 노발대발하며 포효하더니 장검을 거두려고 했으나, 장검의 끝은 운청휘에게 단단히 잡혔다.
“업신여긴다? 당연히 받아야 할 배상을 받는 것을.”
운청휘가 가볍게 말하며 손끝에 힘을 주니, 카득 소리와 함께 장검이 두 동강이 나 버렸다.
“말할 가치도 없군. 죽어라!”
송양이 생전에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운청휘의 일장이 가슴에 직격한 순간, 송양은 입에서 큰 피를 뿜으며 추락했다.
지면에 몸이 닿기도 전에, 그의 숨이 끊어졌다.
“아비!”
운청휘가 꽁꽁 묶여 있는 아비를 바라보며 손을 휘두르자, 아비가 휙 이끌려 왔다.
화르륵……!
놀랍게도, 아비를 묶고 있던 밧줄이 타오르더니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내 말을 있는 그대로 전했나?”
“그렇죠!”
아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운 공자의 말씀대로 본부에 전했는데, 명석 1천만 개를 가져오지 않으면 운 공자께서 천단각 본부를 쓸어버리겠다고도 얘기했죠.”
“각주, 저자의 오만이 너무 심합니다! 가, 감히 각주님 앞에서 송양을 죽이지 않았습니까!”
“각주께서 나서서 운청휘를 사로잡으소서!”
천단각의 사람들이 허공에서 무릎을 꿇었다.
단의자의 눈빛이 더할 나위 없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는 경솔히 나설 마음이 없었다. 옥 성주의 말에 의하면 운청휘는 영변경의 횡련명수였지만, 지금 그가 보여 준 무위를 지켜보니 섣부르게 승리를 자신하기 어려웠다.
비록 반절 인왕경의 강자인 단의자였지만, 운청휘를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희미해진 지금 나서기도 모호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운청휘, 네놈은 송병뿐만 아니라 천단각의 고수 셋을 죽였다. 송병의 괴롭힘에 대한 복수는 충분히 하지 않았나? 그러니 이만 마무리하는 게 어떤가.”
생각을 정리한 단의자가 침울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만 마무리하자? 단의자, 잠꼬대를 하는 것이냐?”
운청휘가 조소를 머금었다.
만약 그가 세 사람을 단번에 해치우지 않았다면, 단의자가 이렇게 물러났을까?
“말 돌리지 말도록. 명석 천만 개는 준비해 왔나? 빈 손으로 왔거든 나 운청휘가 천단각을 파멸시키겠다. 더욱이, 아비는 왜 묶어 두었지? 만족스러운 대답을 내놓지 못하면 천단각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
운청휘는 덤덤하게 말했으나, 그의 말에는 잔잔한 분노가 어려 있었다.
소운과 능비는 말없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들의 눈에 운청휘가 말하는 조건은 꽤나 일리가 있었다.
명왕도 그의 상대가 아니었거늘, 천단각 따위가 뭐라고?
천단각이 여전히 건재하고 싶거든 운청휘의 조건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운청휘, 내 제안은 우리 천단각이 주는 마지막 기회다. 한데 이렇게 나오다니, 굳이 노부가 나서야겠느냐?”
단의자가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
반면 반절 인왕경의 기세는 끊임없이 그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운청휘는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주변의 온도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사람들은 자연히 침묵을 지켰다.
“고작 반절 인왕경 따위가?”
운청휘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명왕도 그에게 일격에 당했는데, 반절 인왕경은 손가락 하나로만도 눌러 죽일 수 있었다.
“운청휘, 미쳤구나!”
단의자의 두 눈이 서늘해지더니 단번에 기세를 끌어올려 폭발시켰다!
다음 순간, 단의자는 천지를 파괴시킬 힘을 품은 채 운청휘에게 돌진했다!
“각주께서 마침내 나섰다!”
“각주께서 평화롭게 해결하시는 줄 알았는데!”
“각주께서 몸소 이 일을 덮으려 하셨건만, 운청휘가 눈치가 너무 없군!”
“아냐, 이대로 운청휘의 손을 잡으면 어찌 되겠나? 우리 천단각의 위엄이 손상되는 일일세!”
“그 말대로네. 운청휘는 반드시 죽이고, 죽인 후에 정주 전체에 천단각의 위엄을 알려야지!”
단의자가 공격에 나서니, 천단각의 일원들은 모두 승기를 잡은 듯이 희희낙락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옥 성주만이 몰래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그는 고작 반절 공적경으로, 운청휘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한데 이번에는 경솔하게 천단각의 손을 들어주고 말았다.
만일 운청휘가 승리한다면, 사후에 자신과 결판을 내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었다.
“응? 선부에 파견되었던 정탐꾼이 돌아왔다!”
옥 성주가 눈을 부릅뜨더니 황급히 소매 안의 전송 옥석을 꺼냈다.
“무슨 일인가? 그대들은 어찌 가지고 있는 전송 옥석이 아니라 성문 호위대장의 옥석으로 연락하는 겐가?”
옥 성주가 내던진 첫 마디는 문책이었다.
몇 시진 전에는 연락이 되지 않았던 정탐꾼들이, 이제야 연락을 취했다. 한데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성문 호위대장의 옥석으로 연락을 보내는 것이 아닌가.
“뭐라, 대전의 여파로 전송 옥석이 산산조각이 나? 그렇다면 그대들을 처벌하진 않겠네. 다른 일들은 제쳐두고, 우선 본 성주가 몇 가지 묻지. 운청휘가 어찌 옥한성에 무사히 돌아온 겐가? 도화원과 가엽종의 정주, 명왕까지 선부로 향했거늘? ……뭐라?”
옥 성주의 안색이 점점 굳어졌다.
“말도 안 돼!”
옥 성주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도화원의 종주와 가엽종의 종주가 운청휘에게 죽었다고?”
옥 성주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그러나 그가 충격을 덜 틈도 없이, 전송 옥석에서 다급한 보고가 이어졌다.
-그…… 그것뿐 아니라 여정추도 운청휘에게 패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