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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317화 (317/430)

제317화

“뭐라고!”

옥 성주가 들고 있던 전송 옥석을 떨어트렸다. 그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명왕마저 패배하다니……. 어찌 이럴 수가!”

물론 그도 믿기 어려웠으나, 속으로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에게 소식을 전한 이는 충실한 심복이니 거짓을 고할 리가 없었다.

더욱이 운청휘가 멀쩡히 나타났으니, 보고는 더욱더 신빙성이 있었다.

옥 성주가 혼란스러워하는 이때, 하늘 저편에서 귀를 찢을 듯한 굉음이 울렸다.

황급히 시선을 돌려보니 단의자가 맹렬한 기세로 날아가고 있었고, 그의 몸은 지면에 요란히 부딪혔다.

“각주가 운청휘에게 날아갔어!”

“아니야. 꿈일 거야. 각주께서 어떻게!”

“정주 전체를 봐도 명왕 여정추 외에는 각주의 상대가 되지 않거늘!”

천단각 일원들은 뜻밖의 광경에 겁에 질렸지만, 필사적으로 눈앞의 현실을 부정했다.

“하하하……!”

경멸에 가득찬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소운과 능비였다!

“아직도 억지를 부리는군! 반절 인왕경이라도 운 형에게 대수일까!”

“여정추도 운 형의 손에 패배했는데, 단의자가 한 번에 날아간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나?”

그 말에 옥 성주는 운청휘가 정말로 여정추를 격파했음을 완전히 믿게 되었다.

“응? 단의자가 아직 죽지 않다니!”

그때, 옥 성주의 시야에 구덩이에서 날아오르는 단의자가 보였다.

“죽이지 않은 이유가 궁금한가?”

운청휘가 갑자기 말했다.

“으헉!”

단의자가 허공에 무릎을 꿇었다. 두 무릎이 허공에 닿을 때 맹렬한 충격파가 일었다.

이는 단의자가 공원의 힘으로 만들어 낸 것으로, 그가 운청휘에게 투항했음을 알려 주기 위해서였다.

“명왕께서 알려 주소서!”

단의자는 곧바로 머리를 조아리며 엄숙하게 말했다.

“어……?”

천단각의 무리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각주께서 운청휘를 명왕이라고 불렀어!”

“뭘 꾸물거리나. 각주께서 꿇었으니까 우리도 꿇어야지?”

“어, 어서 꿇어. 운청휘는 명왕이다!”

눈치를 보던 이들도 허둥지둥 허공에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운 명왕을 뵈옵니다!”

운청휘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단의자는 수백 년을 살아온 노괴답게, 눈치가 빨랐다.

“명왕, 이 반지에 명석 2천만 개가 들어 있습니다. 사죄의 뜻으로 바치겠나이다!”

단의자는 즉시 공원의 힘으로 아공간 반지를 운청휘의 앞으로 보냈다.

“아비 소저. 이 반지를 드리지.”

운청휘가 반지를 만지작거리더니 아비에게 건넸다.

이미 그의 부상은 완치되었고, 명계를 떠나야 했으니 명석이 아무리 많아도 그에게는 쓸모가 없었다.

“운 공자……!”

아비가 작게 전율했다. 운청휘가 이토록 많은 선물을 줄 줄이야!

“천단각은 멸하지 않으마. 이건 소저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다.”

운청휘가 담담히 말하며 마종을 꺼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마종은 단의자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단의자, 이제부터 아비 소저를 나와 같이 여기도록.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의 말에 복종하라!”

“네, 명왕!”

내키지 않았으나, 단의자는 거역할 수 없었다.

이미 마종이 심어졌으니 어찌 운청휘를 거스를 수 있겠는가?

“아비 소저. 이제부터 단의자는 소저의 노예다. 그를 마음껏 부려 천단각을 장악하도록.”

운청휘가 아비에게 말했고, 음으로 보충했다.

-단의자의 배신은 걱정할 것 없다. 마종을 심었으니 내가 그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다.

“운 공자, 서…… 설마 떠나시는 건가요?”

아비는 감출 수 없는 상실감을 드러냈다.

“그렇다.”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이 마지막 만남이 되겠군.”

본래 오늘이 명계에 오는 마지막이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운청휘는 애써 마지막 만남이라 말했다.

그의 근원은 천성대륙과 선계에 있고, 명계는 수많은 여행지 중 하나였다.

천성대륙에서의 자잘한 일을 처리하고 나면 모든 가족과 친구들을 데리고 선계로 돌아갈 운청휘에게는, 다시 오지 않을 장소인 것이다.

“소운, 능비, 이렇게 인연이 되었으니…… 그대들에게 선물을 줘야겠군!”

운청휘가 소운과 능비를 보더니 신식으로 그들의 머릿속에 무공을 심어 주었다.

“운 형……!”

소운과 능비는 감격한 얼굴로 운청휘를 봤다.

“운 형의 큰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두 사람이 별안간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현천급 법보를 얻은 데다, 선까지 수련할 수 있는 무공도 얻었다.

생명의 은인일 뿐만 아니라 큰 은혜까지 베풀었으니 자연히 몸을 숙일 수밖에.

운청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일 뿐, 그들을 일으키진 않았다.

“아비 소저. 평생 아비 소저께 충성을 다하겠다고 맹세합니다!”

겁에 질린 옥 성주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다 모두의 앞에서 아비에게 무릎을 꿇어 보였다.

“눈치가 빠르군!”

운청휘는 가볍게 웃었다. 목숨을 구걸하는데 굳이 거둘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세 시진이 지난 후.

옥한성 상공에는 하늘을 뒤덮는 크기의 둔천사가 나타났다.

여정추가 천영어를 타고 돌아온 것이다!

운청휘가 천단각에서 날아올라 천영어에 가뿐히 올라탔다.

“가져왔군!”

운청휘는 최대한 단조롭게 말했으나, 그의 두 눈은 맹렬한 기세를 쏘아내고 있었다.

“가지고 왔어요!”

여정추가 고개를 끄덕이며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녀의 소매에서 혼백이 솟구쳤다.

운청휘는 혼백의 형상을 보고 단번에 채아임을 알아보았다.

이때 채아의 ‘미움’은 깊은 잠에 빠진 듯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응…….”

두 눈을 꼭 감고 있던 채아의 ‘미움’이 가벼운 잠꼬대를 했다.

그 직후, 그녀의 눈꺼풀이 가볍게 떨리더니 천천히 두 눈을 떴다.

“청휘 오라버니의 기다…….”

조그마한 목소리가 운청휘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청휘 오라버니……!”

채아의 ‘미움’이 운청휘를 향해 돌진했다.

운청휘는 다급히 신식으로 그녀가 자신의 몸을 관통하는 것을 막아냈다.

“채아……”

두 눈이 옅게 붉어진 운청휘가 채아의 어깨를 다독였다.

“채아, 아직은 격렬한 감정을 드러내지 말거라. 조금 더 자도록. 일어난 후에도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으니.”

운청휘가 채아를 달래며 말했다.

“응…….”

운청휘의 품에 기대고 싶었지만, 채아의 ‘미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재차 잠들고, 운청휘는 채아의 ‘한’을 소매에 넣어 두었다.

-동지여, 본제의 체면을 봐서라도 추자 놈 몸의 마종을 거둬주겠는가.”

이때, 허원 선제의 사념이 둔천사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운청휘가 선제임을 안 사념은 다른 호칭으로 운청휘를 불렀고, 이에 운청휘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운청휘가 손을 휘두르자, 무위가 담기지 않은 투명한 마종이 여정추의 몸에서 날아왔다.

“허원. 명계에서 태어난 건가?”

운청휘가 갑자기 물었다.

-아니, 본제는 우연히 이 공간을 발견했다네.

허원 선제의 사념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의 본체는 언제든지 명계와 선계를 오갈 수 있나?”

운청휘가 또 물었다.

-그대의 목적을 어찌 모를까? 명계를 통해 선계로 돌아가고 싶은 게지?

허원 선제의 사념이 히죽거렸다.

-그대를 속일 생각은 없네. 확실히 명계에는 선계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지. 이는 본제만이 아는 곳이네. 그대가 알고 싶다면 숨길 것은 없으나, 다만…….

말끝을 흐린 허원 선제의 사념은 손바닥을 내밀며 뭔가를 요구하는 태도를 보였다.

운청휘는 단번에 그를 때려 죽이고 싶었지만, 애써 눌러 참았다.

“조건이 무엇이지?”

-인선경(人仙境)의 무위를 회복했을 때, 다시 명계에 본제를 찾으러 오게. 그때 선계로 돌아가는 일을 논의해 보세!

허원 선제의 사념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명계에서 선계로 돌아가려면, 일정한 무위가 필요하다는 뜻인가?”

운청휘가 물었다.

-흠, 그 얘기는 접어두지. 하지만 본제가 그대에게 특별히 알려 주자면, 본제의 본체가 선계에 돌아간 건 이곳에서 큰 적을 만났기 때문일세!

말을 마친 허원 선제의 사념은 여정추를 데리고 멀리 떠나갔다.

운청휘는 굳이 그들을 막지 않았다. 어차피 막을 여력도 없었다.

지금 그의 머릿속은 사념이 남기고 간 말로 가득 찼으니!

허원 선제는 다른 아홉의 선제가 연합해도 그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한데 그 허원 선제가 큰 적을 만났다?

“나중에 생각해야겠군. 지금 가장 급한 것은 천검종으로 돌아가 채아를 부활시키는 것이니!”

마음을 다잡은 운청휘는 천영어를 몰고 명계에 들어왔던 입구로 향했다.

한참을 비행한 끝에, 천영어를 거둔 운청휘가 허공에서 신식을 전부 방출했다. 왕생통로의 존재를 감지하기 위함이었다.

잠시 후, 그가 눈을 번쩍 뜨더니 참천신검을 허공으로 돌진시켰다!

검에서 번쩍이는 빛이 명계의 태양보다 밝게 빛났고, 반경 수백만 장이 찬란한 금빛으로 휩싸였다!

쉬쉬식…….

찬란한 불빛이 사방에 점멸하는 가운데, 참천신검의 끝이 허공을 가르고 공간의 균열을 드러나게 만들었다.

그 안에 천성대륙으로 이어지는 왕생통로가 있었다.

운청휘는 주저 없이 왕생통로로 뛰어들었고, 참천신검도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이 사라진 후, 균열도 천천히 닫혔다!

한참 뒤, 운청휘가 사라진 허공에서 허원 선제의 사념과 여정추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스승님, 본체의 기억을 받으셨나요?”

여정추가 공손히 묻자, 허원 선제의 사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스치듯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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