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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318화 (318/430)

제318화

-줄곧 선택받은 사람이 지요 그 계집이라고 여겼는데, 운제일 줄이야!

여정추는 그 뜻을 모르기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말을 돌렸다.

“스승님, 운청휘가 명계에 다시 올까요?”

-물론!

사념이 곧장 답했다.

-명계에 세 개의 봉마비가 있으니까!

천성대륙의 천운왕조 서북쪽 황무지!

수만 장 고공에서 유성처럼 떨어지는 신형이 있었다!

콰아앙!

우레와 같은 굉음이 일고, 황무지에는 거대한 구멍이 파였다.

곧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라 온 세상을 뿌옇게 감쌌다.

“콜록……!”

구덩이 안에서 작은 기침 소리가 들리더니, 곧 붉은 장포를 입은 그림자가 황망히 날아올랐다.

“명계의 천도 의지는 정말로 흉폭하군.”

운청휘가 질린 듯이 중얼거렸다.

명계에 들어갔을 때처럼, 떠날 때도 천도 의지가 그를 공격했던 터였다.

“다만 천도의 공격을 막아준 그 손. 신비롭고 거대한 그 손은 대체……?”

홀로 중얼거린 운청휘가 조금 전의 일을 떠올렸다.

애초에 운청휘가 명계에서 큰 부상을 입었던 이유도, 천도 의지의 공격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천성대륙으로 돌아올 때도 천도 의지가 그를 공격했는데, 거대한 손이 왕생통로 안에서 나타나더니 그 공격을 막아 주었다.

‘내가 아는 명계의 힘 있는 존재는 허원 선제의 사념뿐이지만, 천도 의지를 막을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누구지?’

생각에 잠긴 운청휘는 계속해서 고개를 내미는 의혹에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게다가 은근히 불안한 느낌까지 들었는데, 보이지 않는 거대한 의지가 그를 감싸는 듯했다.

“지금은 실마리가 없으니 생각해도 소용없겠군.”

생각을 마친 운청휘가 곧바로 ‘봉천진지진’을 향해 날아갔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은 흡혈 박쥐족의 성지인 동시에, 천검종으로 통하는 입구 중 하나였다.

운청휘는 신식으로 자신의 기를 진법 결계와 융합시키는 동시에, 순조롭게 결계를 통과했다.

잠시 후.

운청휘는 천검종의 한 은신처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천검종으로 들어오자마자 그는 신식으로 온 천검종을 감싸 확인하기 시작했다.

부모님, 조부, 백부, 사촌 형, 소도도, 진상상, 소엽, 진관해에 이르기까지.

그의 가족과 친구들이 무사히 천검종에서 수련에 정진하고 있었다.

운청휘의 또 다른 몸은 명계로 통하는 동굴에 머물러 저승의 기를 막아내는 데 한창이었다.

“이것도 최선의 방법은 아니군. 진법을 보강하여 진법 자체가 저승의 기가 들어올 수 없도록 막아야 한다.”

그의 또 다른 몸을 오랫동안 결계에 묶어둘 수는 없었다. 운청휘는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옳지, 세계수!”

운청휘가 눈을 번쩍 뜨더니 순식간에 명계로 통하는 동굴로 향했다.

다른 몸 앞에 이르러, 운청휘는 세계수의 가지 하나를 꺼내들었다.

“세계수를 부활시키려면 어마어마한 영기가 필요하다. 만약 세계수가 저승의 기를 흡수할 수 있다면, 모든 일이 순조로울 터.”

운청휘는 곧바로 사방에 지원영진(地源灵阵)을 설치했다.

지원영진의 역할은 대지의 생기를 진법 안으로 끌어모으는 것이다.

만약 세계수가 저승의 기를 흡수하지 못한다면, 지원영진이 세계수에 양분을 주게 될 터였다.

운청휘는 손에 든 세계수의 고목을 조심스럽게 동굴 바닥에 심었다.

세계수의 고목은 생기가 없어 보였으나, 운청휘의 신식은 세계수가 서서히 대지의 힘을 흡수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희망이 보이는군.”

운청휘가 곧바로 지원영진을 발동시켰다.

그 순간, 세계수가 기운을 흡수하는 속도가 열 배 이상 증폭되었다!

운청휘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세계수의 부활은 그의 예상보다 순조로웠다.

이리 순조로운 줄 알았더라면, 맨 처음 세계수를 얻었을 때 바로 할 것을.

“지원영진이 유용하게 쓰였군. 이제 저승의 기가 세계수에 흡수될지 봐야겠구나.”

운청휘는 이번에 지원영진을 멈추고, 봉천진지진을 조종하여 저승의 기 일부분을 진법 안으로 들였다.

“저승의 기가 흡수되고 있다!”

운청휘의 눈에 희색이 돌았다.

“적어도 첫걸음은 내디뎠다. 속도는 빠르지 않아도 부활이 머지않았군. 이대로 부활한다면 흡수 속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터!”

저승의 기운은 저승의 근본이니, 저승의 모든 생령들은 이 기운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천성대륙의 생령에게 저승의 기는 맹독에 불과할 뿐이다.

“세계수가 완전히 부활하면 저승의 기가 대규모로 쏟아져나와도 세계수가 흡수할 수 있다. 그러니 다른 생령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막을 수 있겠군. 그전까지는 다른 몸이 이곳에 잠시 머무르게 해야겠구나.”

운청휘의 예측대로라면 3개월 내지 6개월 안에 세계수는 완전히 부활할 수 있었다.

그때가 되면 다른 몸도 이곳에 붙잡혀 있을 이유가 없었다.

운청휘는 다른 세계수 두 그루도 심어둔 후, 동굴을 떠나 숙소로 돌아왔다.

“채아를 깨우고 부모님께 알려야겠군”

운청휘는 곧바로 채아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밀실로 향했다.

밀실로 와 보니 채아는 여전히 의식이 없었는데, 비록 혼수상태라고는 하나 전신에서 고귀하고 성스러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운청휘는 곧바로 신식을 이용하여 채아의 ‘미움’을 몸에 주입했다.

긴장된 표정으로 채아를 주시하며, 신식으로 그녀의 온몸을 덮고 있길 잠시.

운청휘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의 예측대로라면 채아는 일 다경 내에 깨어나야 한다!

운청휘에게는 너무나도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그의 신식이 채아의 움직임을 감지했다.

“후…….”

운청휘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선제로 승격한 순간에도 이토록 긴장하지 않았건만.

“청휘 오라버니…….”

별안간 채아가 작게 잠꼬대를 했다.

운청휘는 비로소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채아가 마침내 의식을 찾은 것이다!

곧, 채아는 완전히 눈을 뜨고 별처럼 빛나는 눈으로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청휘 오라버니.”

무의식적으로 운청휘를 부른 채아가 몸을 일으켰다.

“청휘 오라버니……!”

마침내, 채아가 운청휘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운청휘도 시큰해지는 눈가를 닦을 새도 없이, 채아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였다.

“채아야, 괜찮다. 다 끝났다!”

운청휘가 다부지게 말했다.

“이제 이 오라비가 이 생명으로 너를 지키겠다.”

“청휘 오라버니, 난 오라버니를 믿어요!”

두 눈망울이 젖은 채아는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운청휘는 채아의 어깨를 다독이며 미소를 지었다.

생명으로 채아를 지키겠다는 말은 허세가 아니었다. 그는 진심으로 채아를 지킬 생각이었다.

“채아, 부모님이 보고 싶지 않더냐? 지금 두 분께 알려서 오시도록 하마.”

이제 막 깨어난 채아는 거동이 불편하기에, 부모님이 채아를 보러 와야 했다.

운청휘는 신식을 펼쳐 수련에 한창인 부모님을 포착했다.

-아버지, 어머니, 채아가 깨어났습니다.

운청휘가 음을 전하자마자, 그의 부모님은 단번에 폐관 수련을 접고 뛰쳐나왔다.

얼마 전 그들은 운청휘가 심어 준 마종으로 인해 현경에 도달했고, 몇 만 장 떨어진 거리라도 단번에 도달할 수 있었다.

단숨에 그들은 밀실로 접근했고, 깨어난 채아를 보자마자 눈물을 쏟았다.

“채아……!”

“아버지, 어머니!”

채아가 운청휘의 품을 떠나 부모님에게 달려갔다.

“얘야, 정말 고생이 많았다. 우리가 못나 너를 고생시키고 말았구나.”

부모님은 감격하고 격분하며, 자책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의 마음에 맺힌 한을 드디어 운청휘가 풀어준 것이다.

그날 저녁, 운청휘는 가족들을 불러 모아 연회를 열었다.

모두 일곱 명이 둥근 탁자에 자리잡았는데, 풍성한 요리들이 가득했다.

붕어찜, 탕수 갈비, 홍소육, 두부 무침, 마늘 공심채 볶음 등등.

더욱이 술은 500년이 넘은 죽염청으로, 영주 전체를 둘러보아도 참으로 귀한 술이었다!

술도 밥도 배불리 먹은 뒤, 운청휘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부를 바라보았다.

“할아버님, 손자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운청휘가 영라 반지에서 현천급 법보와 현천급 보검을 꺼냈다.

“이, 이것은 너무 진귀하구나, 할아비는 받을 수 없…….”

조부 운상이 손사래를 쳤으나, 그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운청휘가 영라 반지에서 현천급 법보를 쏟아내 작은 산처럼 쌓는 것이 아닌가!

“이토록 많으니, 사양하지 마십시오.”

운청휘는 웃으며 운상을 안심시켰다.

이윽고 백부 운한과 사촌 형 운현에게도 현천급의 법보와 보검을 선물해 주었다!

다시금 일가족은 담소를 이어갔다.

아주 오랫동안 모이지 못했던 가족이기에, 운청휘는 이 순간이 더없이 소중하고 편안했다.

‘염죽과 기령도 있었다면, 모든 것이 원만했을 텐데…….’

속으로 아쉬움을 달래던 운청휘는 내일 아침 영흥제국으로 떠날 결심을 했다.

기령은 영흥제국에서 보낸 이들이 잡아갔고, 이염죽도 영흥제국에 있을 터였다.

더욱이 운청휘도 완전한 인왕경이 되려면 영흥제국에 다녀와야 했다.

자칭 시간을 여행하던 이가 그리 말하지 않았던가. 운청휘는 큰 잘못을 저질렀고, 이로 인해 그가 인왕경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잘못을 씻어내려면 세 번째 봉마비의 힘을 빌려야 하는데, 이는 영흥제국의 천찬학관에 있었다.

일가족은 밤새 먹고 마시며 그간의 회포를 풀었고, 아침이 되자 운청휘는 떠날 채비를 마쳤다.

운청휘는 가족들에게 떠난다는 말을 하는 대신, 폐관한다고 일러 두었다. 더불어 일이 있다면 전송 옥석으로 연락하라는 말을 남긴 채.

다만 채아만큼은 운청휘가 다른 몸에게 데려가 수련의 지도를 맡겼다!

마침내 가족들을 떠난 운청휘는 홀로 찬명사 위경륜을 찾아갔다.

그는 영흥제국 출신이자 흙보살의 제자니, 위경륜을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그를 데리고 천검종으로 나온 후, 두 사람은 영주를 향해 질주했다.

“공자, 이…… 이것이 명계에서 얻은 둔천사입니까?”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이자 위경륜은 놀라서 함성을 질렀다.

“세상에, 영흥제국이 가진 둔천사라도 이럴 순 없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위경륜은 또 놀라게 된다.

“아니, 영흥제국의 주인이 가진 둔천사여도 이렇게 빠른 속도는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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