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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319화 (319/430)

제319화

천영어의 속도는 빨라도 너무 빨랐다.

인황의 극한 속도를 뛰어넘은 데다, 인황도 이렇게 극한 속도를 유지하며 오랫동안 달릴 수는 없었다.

다시 말하면 천영어의 속도만큼은 인황의 위에 있는 것이다.

그렇게 혈살군을 떠나 영주로 가는 중, 운청휘는 영가의 수많은 사람들을 포착했다.

“영흥제국의 일을 끝내면 영가를 쓸어 버려야겠군.”

운청휘가 이를 갈았다.

일의 경중을 따지자면 세 번째 봉마비를 찾은 후 인왕경에 도달하고 기령을 구해야 한다. 영가를 치는 건 그 후에도 충분했다.

“위경륜, 천찬학관을 아나?”

운청휘가 갑자기 물었다.

“알죠. 천찬학관의 원장이 바로 제 스승인 흙보살이니까요!”

위경륜이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음?”

운청휘의 눈이 살짝 커졌다.

“천찬학관에 대해 말하도록.”

이제 운청휘의 계획이 다듬어졌다. 우선 천찬학관에서 봉마비를 찾고, 봉마비의 힘을 빌려 인왕경에 도달할 것이다.

그 후 영흥제국의 황실로 가 기령을 구한다.

마지막으로…… 이염죽을 찾는다!

위경륜은 천찬학관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천찬학관은 전문적으로 찬명사를 양성하기 시작한 최초의 학관으로, 영흥제국뿐만 아니라 천성대륙 전체에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심지어 수천 년 전에는 영흥제국 제일의 학관이라는 호칭도 있었다.

그러나 연단사, 연기사, 진법 대사에 비해 찬명사가 희소하다는 약점 때문에, 천찬학관을 찾는 인재는 점차 줄어들었다.

더욱이 영흥제국이 만든 영흥성원(永恒圣院)이 굴기하며, 제일의 학관이라는 명성마저도 빼앗겨 버렸다.

위경륜의 스승인 흙보살은 천찬학관을 이어받은 후 대대적인 개편을 시도했다.

본래 천찬학관은 찬명사가 되고자 하는 생도들만 받았으나, 흙보살은 천부적인 재능만 있다면 무인, 연단사, 연기사, 진법 대사까지 가리지 않고 생도들로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과거의 영광을 회복했나?”

운청휘가 물었다.

“아닙니다!”

위경륜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비록 기력은 회복했다고 하나, 겨우 상위 10위 안에 든 정도입니다. 애초에 천찬학관이 몰락했던 것은 모집이 너무 까다로워서였는데, 개편을 시도한 뒤에는 너무 포괄적인 게 문제가 되었습니다. 영흥성원을 예로 들자면, 그들은 오직 무인 생도만을 받아 최고로 키워냅니다. 대륙의 모든 대세력이 앞다투어 졸업생들을 데려가죠. 하지만 천찬학관은 다양한 분야에서 모집하다 보니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무인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먼저 영흥성원의 시험을 보고, 탈락하면 천찬학관을 고려하곤 합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위경륜은 머뭇거리다 계속 말했다.

“저희 스승님의 노력으로 열 손가락에 꼽는 학관이 되었다지만, 외부에서는 천찬학관을 넝마주이라 부릅니다. 다른 학관에서 받아주지 않는 생도들을 흡수하고 있으니까요.”

가만히 듣고 있던 운청휘는 의혹을 감출 수 없었다.

흙보살은 영흥제국, 심지어 대륙 제일의 찬명사인데 그러한 문제들을 모르는 것일까?

한데도 어찌 생도들을 모으는 데 집착하고 있단 말인가.

“당신 스승의 무위는?”

운청휘가 또 물었다.

그는 이번에 천찬학관에 가는 목적은 봉마비 때문이다.

그리하여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이 바로 흙보살의 무이다.

만약 그가 인왕이라면 운청휘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직접 강탈이다.

“모르겠네요…….”

위경륜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를 포함하여 누구도 스승님의 무위를 모릅니다. 다만 찬명 쪽에는 조예가 최고조에 달하여, 모든 생령들의 운명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운청휘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흙보살에 대한 호기심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세상 모든 생령들의 운명을 추측한다면…… 정말로 기대되는군!”

문득 운청휘는 선계의 옛 친구를 떠올렸다,

10대 선제 중 한 명인 ‘복제’로, 또 다른 신분은 찬명사였다.

“흙보살이 복제의 능력보다 뛰어날지 모르겠군…….”

영흥제국으로 향하는 이번 여행길에, 운청휘의 기대가 실렸다.

하룻밤이 지나고, 천영어는 영주에 도착했다.

이때 영흥제국으로 가려면 상고 전쟁터를 반드시 지나가야 했다.

운청휘와 위경륜은 전송진을 가진 성을 찾아 반나절 가까이 배회했다.

그 끝에, 겨우 상고 전쟁터에서 가장 가까운 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자, 상둔천사가 너무 눈에 띄는데…… 저희 그냥 허공을 날 수 없을까요?”

문득 위경륜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렇게 하지.”

운청휘도 괜히 문제를 만들기 싫었기에, 천영어를 거두었다.

그뿐만 아니라 하늘을 날 때에도 신식으로 두 사람의 기를 감추었다.

상고 전쟁터는 도처에 흉수들이고 경계가 높으니, 반절 인왕경이며 인왕경의 흉수가 무수하게 널려 있었다.

운청휘는 상고 전쟁터를 가로질러 가며 도중에 몇 번 멈췄는데, 반절 인왕경 흉수 천 마리와 인왕경 흉수 30여 마리를 죽여 마종으로 만들었다.

“이것으로 인왕경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운청휘가 마종들을 위경륜에게 던져 주었다.

위경륜은 천부적인 재능의 부족으로 인왕경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이 마종들이 있다면 늦어도 두 달 안에 인왕경에 도달할 터였다.

“감사합니다, 공자님!”

위경륜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운청휘는 그저 고개를 한번 끄덕여 주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두 사람이 사흘을 내리 날았을 때, 마침내 영흥제국에 돌입할 수 있었다.

상고 전쟁터의 면적이 어찌나 큰지, 그들은 겨우 일부분을 지나쳤을 뿐이었다.

“공자, 이곳은 화주(火洲)인데 천찬학관은 막주(莫洲)에 있어요…….”

위경륜이 아공간 반지에서 영흥제국의 지도를 꺼내 설명했다.

신식으로 지도를 훑은 운청휘의 눈이 살짝 커졌다.

영흥제국은 108개의 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각 주가 모두 영주 못지 않은 면적이었다.

다시 사흘 동안, 두 사람은 천영어를 타고 떠돌며 마침내 막주의 수도인 막주성에 이르렀다.

“공자, 막주성에는 셀 수 없는 강자들이 생활하고 있는데 그중 인황경의 최강자도 있으니…… 막주성에 걸어서 들어가는 것이 좋아요!”

운청휘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막주성 안에 인황경의 강자가 있나?”

위경륜과 달리, 운청휘는 인황경의 경지라도 최강자라 칭하지 않았다.

위경륜은 세심하게 그 점을 포착하고, 조금은 의아한 빛을 띠었다.

“막주성에는 두 세력이 있는데, 막가(莫家)와 백가(白家)입니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길, 두 가문에는 각각 인황경의 최강자가 있다고 하셨지요.”

운청휘는 막가와 백가를 머리에 새겨 두었다.

천영어를 거둔 두 사람은 막주성으로 발길을 재촉했고, 곧 막주성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찌나 큰지, 운청휘의 신식으로도 성을 전부 덮지 못했다!

성문 입구로 연결된 돌길의 넓이만 해도 이백여 장에 달했으니.

위경륜의 안내로, 두 사람은 성문 입구에 도착하자 허공에서 내려와 오가는 인파에 섞여들었다.

운청휘는 한동안 사람들을 지켜보았고, 성문을 드나드는 이들이 모두 비범한 무인들임을 알아차렸다.

선천경은 거의 볼 수도 없었고, 대부분이 영단경, 현경, 영변경의 무인이었다.

성문을 지키는 호위병들의 무위도 영변경이었고, 호위대장이나 상급자는 공적경, 반절 공적경의 무위를 지녔다.

“반절 인왕경이 영흥제국에서 지위가 그리 높지 않군?”

운청휘가 위경륜에게 물었다.

“높지 않습니다!”

위경륜이 고개를 끄덕였다.

“막주성 내에도 수천만의 반절 인왕경이 있습니다!”

잠시 후 그가 또 말했다.

“제가 막주에서 지위가 있는 것은 찬명사이고 흙보살의 제자이기 때문이죠.”

“인왕경은?”

운청휘가 또 물었다.

“인왕경은 일종의 분수령입니다. 반절 인왕경이 매우 많아도, 인왕경에 도달하는 이는 손에 꼽지요. 그 덕분에 영흥제국 전체에서도 상당한 지위를 차지합니다. 다만 그 지위가 영주에서보다는 낮을 겁니다.”

위경륜의 설명에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주에서라면 인왕경은 최절정의 강자에 속하지 않던가.

특히 영가가 나타나지 않은 시점에서는 인간 인왕경, 요족 인왕경들이 영주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으니.

그때, 멀리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멀리 성문 바깥에서 먼지가 피어오르고 바퀴와 지면이 마찰하며 나는 굉음이 가까워졌다.

거대한 마차가 성문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운청휘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위경륜의 설명대로라면 누구든지 성문을 출입할 때는 마차든 말에서든 내려서 호위병의 검사를 받고 들어가야 했다.

“세상에나, 어떤 가문의 마차인가, 차를 끄는 것은…… 교룡이잖아!”

“뭐, 교룡? 누가 감히 요족을 노예로 삼은걸까……. 요족의 복수가 두렵지 않은가?”

“헤헤, 교룡이 끄는 마차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건가?”

“누군데?”

누군가 물었다.

“내가 어제 봤는데, 낙가(骆家)의 직계 자제인 낙휘(骆辉)라네!”

“낙가의 사람이니까 요족의 보복이 두렵지 않은 거구나!”

여기저기서 수런거리는 소리가 나자, 운청휘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위경륜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느낀 위경륜이 설명했다.

“막주성에 숨겨진 가문은 막가와 백가가 맞습니다. 다만 두 가문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대변인을 세웠는데, 그중 한 가문이 낙가입니다.”

교룡이 모는 마차는 멈추지 않고 다가왔고, 호위병들도 그들의 신분을 알았는지 나서지 않았다.

군중들도 스스로 길을 트며 마차가 지나갈 공간을 내주었다.

‘어수권(御兽圈)!’

운청휘의 신식은 교룡이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에 머물렀다.

그 목걸이에는 부적이 새겨져 있었고, 이는 어수권이라는 뜻이었다.

어수권에 제압된 영수는 장시간 영수의 모습만을 유지하게 되며, 주인을 거스르는 어떤 행위도 할 수 없었다.

만약 어수권의 통제를 벗어나려고 하면, 처절한 반격을 당할 뿐.

“음?”

운청휘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마차를 끌고 가던 교룡이 그의 앞을 지날 때 별안간 멈춘 것이다.

교룡의 동그란 두 눈이 운청휘 쪽을 바라보았는데, 그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절망 중에 희망의 끈을 붙든 것처럼, 격동하고 있었다.

짜악!

그때, 마차 안에서 채찍이 날아들어 교룡을 내리쳤다.

“본 공자의 분부 없이 네놈이 감히 멈춘다고?”

냉랭한 목소리와 함께, 채찍이 허공에서 춤을 추었다.

짜악! 짝! 짝!

멈추지 않는 채찍질 끝에, 교룡의 가죽이 벗겨지며 피를 머금었다.

운청휘는 미간을 찌푸렸다. 채찍을 휘두르는 이는 공적경이었고, 교룡은 어수권의 통제를 받아 영변경의 무위일 뿐이었다.

어찌 그 채찍을 감당하겠는가?

‘저 교룡이 나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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