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320화 (320/430)

제320화

운청휘의 눈빛이 일렁였다.

교룡은 채찍을 맞으면서도 운청휘에게 시선을 보냈고, 낮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즉시, 운청휘가 신식을 내보내 교룡의 머릿속으로 침투했다!

‘운 형제, 살려 주시게! 날세, 용오천! 영주 교룡족의 소주! 운 형제여, 나를 모르겠는가?’

운청휘의 표정이 단번에 어두워졌다.

운청휘가 비록 교룡왕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나, 용오천과는 친분이 두터웠다.

다만 그가 의아하게 여기는 것은, 영주에 있어야 할 용오천이 가축 취급을 받으며 영흥제국에서 수레를 끌고 있다는 점이었다.

챙!

작은 빛이 번뜩이며, 영라 반지에서 현천급 장검이 튀어나왔다.

운청휘는 단번에 검을 잡고 휘둘러 교룡의 목에 걸려 있는 어수원을 베어냈다.

쨍강!

단번에 어수권이 두 동강 났고, 속박에서 벗어난 교룡은 순식간에 인간의 형상을 갖추었다.

눈앞에 보이는 약관의 청년은 교룡족의 소주, 용오천이 확실했다!

주위 사람들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감히 낙가의 마차를 끄는 교룡에게 손을 대다니? 이는 낙가에 대한 도전이었다.

위경륜의 안색도 변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도 막주성 주민으로서 낙가의 힘을 모를 리가 없었다.

“공자, 마차 위에 있는 사람이 낙휘인데 낙가의 직계자제로서…….”

위경륜이 운청휘의 친분을 알 리가 없기에, 그저 운청휘가 측은지심을 발휘했다 여겼다.

다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운청휘가 단호히 말했다.

“낙가 따위가 뭐!”

“운 형제, 이곳에서 만나게 되리라고 생각도 못 했네. 정말 다행이야, 그대가 아니었다면…… 평생 이곳에서 마차나 끌었겠지!”

청년으로 변한 용오천이 감격하며 다가왔다.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인 후 침착하게 물었다.

“어째서 이 지경이 되었지?”

“운 형제, 사실은 말일세…….”

용오천이 바로 말했다.

“나는 한 달 전에 영흥제국으로 왔네. 본래는 영흥성원의 생도가 되려 했으나, 1차 모집에서 탈락했지. 하여 천찬학관으로 갈 요량으로 막주성으로 오는 길에 낙가의 무리와 마주쳤네. 그들이 내가 교룡임을 알자마자 무력으로 날 제압하고 어수권을 채웠다네.”

운청휘의 날카로운 시선이 낙가의 대열로 향한 동시에, 마차 안에서 나온 검은 채찍이 다시금 춤을 추었다.

“어떤 망나니가 본 공자의 교룡마저 건드린 게냐?”

운청휘는 손을 들어 채찍의 끝을 휘감고 힘껏 잡아당겼다. 곧 마차 안에 있던 약관의 청년이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끌려나왔다!

퍽!

중심을 잃은 그가 얼굴을 석판에 부딪치며 떨어지고, 바닥에는 새하얀 이빨 조각 몇 개가 나뒹굴었다.

“공자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낙가의 수행원들이 일제히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

“감히 우리 공자께 손을 대다니, 죽어라!”

젊은 공자를 부축하던 수행원 중 4명의 중년인이 일제히 살초를 날렸다.

펑! 펑! 펑! 펑!

그러나 운청휘에게 닿기도 전에, 그들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힘에 떠밀려 날아갔다.

쿵!

그들은 땅에 부딪히자마자 목숨이 끊어졌다.

“저놈이 당신을 잡은 것이군?”

운청휘가 젊은 공자를 가리켰다.

“낙휘가 아니라 낙휘의 형 낙건(骆乾)일세! 나에게 어수권을 씌워 낙휘에게 선물했다네!”

용오천이 이를 갈더니, 마른 입술을 축였다.

“운 형제, 낙휘를 사로잡아주시게. 내가 친히 녀석을 죽이고 싶어!”

영주에서의 용오천은 교룡족의 소주로서 두려울 것이 없는 자였다.

어찌 가축 같은 대접을 받고 참을 수가 있겠는가?

“우리 공자께서 네놈을 구했거늘 네놈은 우리 공자에게 위협을 가할 생각이더냐?”

곧바로 위경륜이 쏘아붙였다.

위경륜의 눈에 비친 상황은 용오천이 운청휘를 이용해 낙가와 대립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위경륜, 용오천은 그런 뜻이 없다.”

운청휘는 위경륜을 제지하며, 용오천에게 시선을 보냈다.

“저자 따위를 상대하는 데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말을 마친 운청휘가 손을 뻗으니, 반절 인왕경의 기세가 낙휘를 감싼 수행원들을 단번에 날려 보냈다!

다음 순간, 낙휘는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운청휘의 손아귀로 잡혀들었다.

“감히 무슨 짓을! 나는 낙가의 직계 자제다. 나를 건드리면 낙가에 도전하는 것이야!”

낙휘는 겁에 질려 운청휘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대답조차 하기 귀찮았던 운청휘는 그저 한 손으로 그의 아랫배를 타격했다!

펑!

낙휘의 영해가 산산이 조각나며, 그의 무위가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고맙소, 운 형제!”

용오천이 이 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냉큼 낙휘를 받아들였다.

그가 낙휘를 바닥에 패대기친 후, 입술을 축였다. 두 눈은 시뻘겋게 충혈이 되어 있었다.

“이틀 동안 네놈은 나를 396번 때렸다!”

용오천, 그는 대범한 자였지만 원한은 절대 잊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이틀간 맞은 횟수를 전부 헤아려 둔 것이다.

이윽고 법칙의 힘으로 만든 채찍이 용오천의 손에 나타났다.

짜악!

채찍이 허공을 가르고, 낙휘의 얼굴이 찢기며 선명한 채찍 자국이 남았다.

짝! 짜악! 짝!

용오천은 그간의 수모를 갚기라도 하듯, 똑같이 396번이나 채찍을 휘둘러 그를 때려죽였다!

‘망했군. 이제 막주성에 왔는데 지역의 세력가를 건드리고 말았으니…….’

위경륜은 그 자리에서 울고만 싶었다.

낙가는 배후에 막가를 두었을 뿐만 아니라, 가문 자체의 힘도 막강했다.

운청휘는 지금 그 낙가를 건드렸으니, 벌집을 쑤신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낙휘가 구타당해 죽자, 낙가의 수행원들은 아연실색했다.

“망했어. 망했어. 망했어……!”

“낙 공자께서 죽었으니 저 청년과 교룡은 죽었고 우리들도…… 순장될 거야!”

“잠깐, 저 사람, 위경륜 같은데?”

“위경륜? 찬명사 위경륜?”

“찬명사 위경륜 말고 막주성에 위경륜이라는 사람이 또 있어?”

“만약 위경륜과 저 청년이 한패라면 우리는 죽지 않아도 될 거야……!”

“위경륜은 찬명사일 뿐만 아니라 반절 인왕경의 무인. 우리 중의 최강자도 공적경이니, 반절 인왕경의 손에서 낙휘 공자를 어찌 구하겠는가?”

“맞아. 이렇게 하자. 모든 책임을 위경륜에게 돌리자!”

안 그래도 울고 싶었던 위경륜은 낙가의 수행원들이 쑥덕거리는 소리를 듣자, 단번에 분노가 솟구쳤다.

본래 낙가를 자극할까 걱정하던 그였지만, 이렇게까지 상황이 되었으니 어쩔 수 없게 되었다.

마침 운청휘가 자신을 미묘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으니, 위경륜은 이를 악물 수밖에 없다.

어차피 한배를 탔으니, 그냥 저지르고 말지!

하물며 운청휘는 그에게 은혜를 베풀었으니, 모른 척 지나칠 수도 없었다.

위경륜이 이를 악물고 나서며 반절 인왕경의 기세를 내뿜었다.

“감히 공자께 불경하다니, 다 죽어라!”

위경륜이 나서자마자, 단번에 낙가의 남은 수행원들이 추풍낙엽처럼 쓸려 나갔다.

성문을 지키고 있던 수백의 호위병들도 그 광경을 지켜보았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그들 모두가 찬명사 위경륜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비록 배경이 낙가보다는 처진다고 하나, 호위병들이 건드릴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더욱이 반절 인왕경인 위경륜을 상대하러 나설 간 큰 자는 없었다.

“어서, 어서 전하도록! 위경륜과 붉은 장포의 청년이 낙가의 교룡을 탐내어 우리 앞에서 낙휘 일행을 죽였다고 보고하라! 우리들도 백여 명이 중상을 입었고, 그들이 교룡을 데리고 성에 들어갔다는 것을 보았다고 하라!”

운청휘와 위경륜, 용오천이 떠나고.

성문을 지키던 호위대장이 분주히 명령을 내렸다.

이어서 그가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너희는 그들을 미행하며 머무르는 곳을 알아내고, 전송 옥석으로 소식을 전하도록. 나는 지금부터 낙가로 가겠다!”

이때, 막주성으로 들어간 용오천은 초조해하고 있었다.

“운 형제, 자네는 어찌 그리 여유로운가? 물론 나도 배가 고프지만…….”

확실히 그는 운청휘를 부추겨 낙휘를 죽여 설욕했지만, 도망치지 않고 막주성에 입성할 줄은 몰랐다.

낙건에게 사로잡혀 낙휘의 마차를 끄는 동안, 용오천은 낙가의 강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일말의 과장도 없이, 낙가 한 가문이 영주 전체를 쓸어 버릴 수도 있었다. 그들의 가주는 반절 인황경이 아닌가?

물론 용오천이 숨어 있는 가문 영가를 모르기 때문에 그리 생각하는 것이지만.

“막주성에 볼일이 있으니 가는 것이다.”

운청휘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

“배가 고프다고 했으니, 객잔으로 가지.”

“아무리 그래도……!”

용오천은 거의 울 지경이다.

“어휴, 운 형제가 겁내지 않는다면 나도 사내가 되어서 떨 이유가 없지. 좋네, 목숨을 걸겠네!”

용오천은 이를 악물고 일행을 따라 ‘산해진미’라는 간판을 내건 객잔으로 들어섰다.

그 무렵, 호위대장은 낙가에 도착했다.

그는 낙건을 보자마자 다급히 외쳤다.

“공자, 큰일입니다. 당신의 낙휘 공자가 죽었습니다!”

낙건은 반절 인왕경의 기를 은은하게 풍기며, 예측할 수 없는 느낌을 주는 사내였다. 위풍당당한 기세를 내뿜던 그는 호위대장의 말을 듣자마자 노발대발했다.

“뭐, 내 동생이 죽어? 어떤 간덩이가 부은 놈이 죽인 거지?”

“낙건 공자, 사실은 말이죠…….”

호위대장은 낙건에게 사건의 경과를 말했지만, 상당히 과장하여 전했다.

위경륜과 그 일행이 내 동생의 교룡을 탐냈다? 하여 교룡을 빼앗을 뿐만 아니라 내 동생마저 죽였다는 건가!”

“네, 그래요, 맞아요!”

“위경륜, 이번엔 흙보살이어도 네놈을 지켜줄 수 없을 것이다!”

낙건이 얼굴이 일그러졌다.

“응?”

호위대장은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황급히 전송 옥석을 내밀었다.

“낙건 공자, 저희가 그들의 행방을 알아냈습니다. 지금 객잔 ‘산해진미’에 있다더군요.”

“아아아, 어찌 이럴 수가! 나 낙건과 낙가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더냐!”

잔뜩 노한 낙건은 두 눈에 맺힌 살기가 더할 나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낙가의 모든 무인들을 모아, 객잔을 포위하도록 일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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