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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325화 (325/430)

제325화

“원장님께서 이런 것도 알려 준 것이더냐! 어쩐지 반절 인왕경을 고등반에 넣어달라고 했는데!”

“원장?”

운청휘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런 셈으로 쳐 두지. 하지만 단약으로 만들어진 인왕경은 정상적인 인왕경의 절반도 되지 않는 전투력을 지닌다.”

“흥! 내 전투력은 인왕경의 절반이어도 네놈 같은 반절 인왕경의 폐물보다는 낫다!”

낙가기가 애써 코웃음을 쳤지만,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했다.

“네놈이 원장이 보낸 사람이든 신경 쓰지 않을 것이고 반절 인왕경은 고등반에 들어올 꿈도 꾸지 말거라!”

낙가기가 일부러 목청을 높여 말하자, 수업을 듣고 있던 52명의 인왕경 생도들이 그 목소리를 들었다.

“뭐, 반절 인왕경이 우리 고등반에 들어온다고?”

“말도 안 된다. 또 배경을 믿고 들어오는 건가!”

“나가자, 녀석에게 본때를 보여 주자!”

생도들뿐만 아니라, 그들을 가르치던 반절 인황경 교관도 눈에 혐오의 빛을 띠었다.

배경만 믿고 들어오는 이들은 어디라도 환영받지 못한다.

생도들과 교관이 우르르 바깥으로 나왔다.

“명각의 위경륜!”

이들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위경륜에게 향했다.

운청휘는 저도 모르게 시선에서 배제되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좋은 삶을 누려왔으니, 그들이 눈여겨보는 이들은 몇 되지 않았다.

“위경륜이 천부적인 재능이 보통이나 찬명술에서는 원장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지!”

“위경륜은 우리 무원의 고등반에 흥미가 없어!”

“위경륜이 아니라면 그 옆에 있는 녀석이다!”

안에서 나온 이들이 모두 시선을 운청휘에게 주었다.

곧, 모두의 눈에 깔보는 빛이 떠올랐다.

“저런 쓰레기가 우리 고등반에 들어온다고?”

운청휘는 이런 시선들은 신경 쓰지 않고 노부인 낙가기를 봤다.

“방금, 전투력이 인왕경의 절반이지만 나 같은 반절 인왕경은 문제없다고 했나?”

“그렇다!”

노부인 낙가기가 생각도 않고 말했다.

“네놈 같은 폐물은 내가 공격 3번 안에 죽일 수 있지!”

“공격 3번 안에 나를 죽여?”

운청휘가 듣고 흥미가 생겼다.

“겨뤄 볼까? 누가 누굴 죽일지?”

“정말이냐?”

낙가기는 뛸 듯이 기뻤지만, 애써 감추며 황급히 덧붙였다.

“좋다, 나를 이긴다면 관례를 깨더라도 네놈을 고등반의 생도로 받아 주지. 하지만 실수로 네놈을 죽인다고 한들, 나를 원망하지 말거라!”

낙가기가 말을 끝내고 위경륜을 봤다.

“너도 들었다. 운청휘 스스로가 요청한 것이다! 원장이 묻게 되면 사실대로 보고하라!”

“낙 교관님, 걱정 마세요. 저희들이 증명하겠어요!”

“맞아요, 우리가 증명하겠어요. 녀석이 스스로 낙 교관님께 도전한 것이라고요!”

위경륜은 입을 꾹 다물었지만, 인왕경 생도들이 앞다투어 나섰다.

무원의 고등반은 주 전공이 무도라고 해도, 사서오경이나 천문지리 등의 지식도 가르쳤다.

낙가기는 시서 방면에 조예가 깊어, 이들을 오랫동안 가르쳐왔다.

비록 전투력은 학생들보다 못하다 해도, 이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백택(白泽) 교관.”

낙가기가 시선을 반절 인황경의 교관에게로 돌렸다!

“당신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아요. 공평한 대결이니 저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겠어요!”

백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낙가기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백택은 흙보살의 사람이고, 운청휘는 흙보살이 직접 고등반에 추천했다.

다시 말하면 운청휘도 흙보살의 사람이니, 그가 위기에 빠지면 백택이 개입할까 걱정한 것이다.

‘낙휘, 낙건, 고모가 너희들의 복수를 해 줄게!’

낙가기가 이를 악물었다.

곧이어 그녀의 신형이 수천 장 고공으로 솟구쳤다!

낙휘와 낙건 형제는 그녀가 아끼는 조카들이었건만, 한 명은 운청휘의 손에 죽고 한 명은 운청휘의 일행 덕분에 폐인이 되고 말았다!

“하늘까지 가야 하나?”

운청휘가 미간을 찌푸리며 매우 귀찮아했다.

“우리 인왕경이 조금만 충돌해도 하늘에서 해결을 보는 것이 관례인데. 이렇게 해야 파괴를 최소화한다.”

생도 하나가 말했다.

“헤헤, 반절 인왕경의 얼간이가 우리 인왕경의 규칙을 알 수가 있나!”

“그렇겠지. 인왕경이 한 번 때리면 천지를 멸할 수 있는데…… 반절 인왕경이 어찌 이해할까!”

“낙 교관님께서 부질없는 짓을 하네! 한 번이면 죽일 텐데 어찌 하늘로 올라가지!”

생도들은 운청휘를 가차 없이 조롱했다.

운청휘는 그들의 모습을 기억해 둔 뒤, 허공으로 솟구쳐 낙가기와 마주했다.

“경륜 선배, 저 반절 인왕경은 선배의 친구입니까? 왜 낙가기와 대결하는 것을 막지 않습니까?”

한 청년 생도가 물었다.

“친구? 그런 셈이지!”

위경륜이 침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운청휘를 굳이 주인이라 밝히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어째서 말리지 않습니까? 낙 할멈은 결국 인왕경이니, 반절 인왕경을 능가하는데 말이죠.”

이 생도는 위경륜을 잘 알고 친분도 두터운 듯, 친근하게 말을 붙였다.

“걱정 말게, 담운(谭云). 나는 내 친구가 자신 없는 싸움을 한 것을 본 적이 없으니까!”

위경륜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어? 설마 저 친구도 인왕경인 겁니까?”

담운이 흥미롭다는 듯 말했지만, 곧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니야. 그의 기운은 반절 인왕경이 확실해!’

흙보살의 요구로 운청휘는 천찬학관에서 자신의 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 덕분에 경계가 그보다 높은 이들은 단번에 그의 무위를 파악했다.

“운청휘. 인왕경인 네가 네놈을 괴롭혔다는 오명은 쓰고 싶지 않다. 네놈에게 3수를 양보할 테니, 공격해 보거라!”

수천 장 상공, 낙가기가 절대적인 자신감에 차 말했다.

“헤헤, 낙 교관님의 도량이 안타깝네. 나였다면 열 번을 양보…….”

한 생도가 비웃었는데,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운청휘의 목소리가 울렸다.

“고작 3수? 이렇게 하지. 눈이 침침한 할머니를 괴롭혔다는 말을 듣기 싫으니, 10수를 양보하마!”

운청휘의 말은 생도들에게 큰 파란을 불러일으켰다.

“너무 건방진데?”

“감히 인왕경에게 공격 10번을 양보해준다고? 정말로 혓바닥을 함부로 놀리는데?”

“흥! 내가 보기엔 죽을 것을 알면서 발악하는 것 같아!”

“어쨌든 녀석이 낙 교관님의 분노를 샀으니, 아마도…… 학살당할 거야!”

낙가기의 두 눈이 서늘한 살기를 품었다.

“운청휘, 네놈이 죽음을 자초했으니 나를 탓하지 말거라!”

후우우……!

낙가기의 뒤로 무수한 법원의 힘이 떠오르더니, 별안간 운청휘에게로 몰아쳤다!

운청휘의 신형이 허공에서 스륵 흩어지더니, 낙가기의 첫 번째 공격을 피했다.

“피했어!”

많은 이들이 눈에 이채를 띠었다.

반절 인왕경이 인왕경의 공격을 피한 것은 정말로 예상 밖이 아닌가.

“9번 남았다. 힘을 내지 그러나, 낙 할멈? 고작 이 정도의 공격이라면 내 옷자락도 스치지 못한다.”

운청휘가 다시 나타나더니 시큰둥한 소리가 들렸다.

“저 녀석 정말로 낙 교관님에게 공격 10번을 양보한 거야?”

“정말이야. 저 녀석이 9번 남았다고 했어!”

“저 기백만큼은 대단할 지경이군!”

적지 않은 사람들이 떠들고 있을 때, 낙가기가 두 번째 공격을 퍼부었다!

온 하늘을 뒤덮은 벽처럼 빽빽한 법원의 힘이 모조리 운청휘에게 쏟아졌다.

그때, 운청휘의 신형이 재차 사라졌다.

어찌나 빠른지, 인왕경의 생도들은 그의 궤적을 보지 못했다.

반절 인황경인 백택 교관만이 뜻밖이라는 표정이었다. 그만이 운청휘가 움직이는 궤적을 알아차렸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아주 빠르게 하강했다가 다시 허공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낙 할멈, 아침에 밥을 안 먹었나. 어째서 힘이 없는 거지!”

다시 모습을 드러낸 운청휘가 조롱하자, 낙가기의 두 눈에 불똥이 튀었다. 그녀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었다.

“운청휘, 다음 공격을 받거라!”

낙가기는 법원의 힘뿐만 아니라, 천지를 멸할 듯한 주먹마저 휘둘렀다.

이중 공격, 엄밀히 말하면 두 번의 공격이었다!

“너무 느려, 역시 사람이 늙으면 몸이 안 좋아지는데 이 속도는 세 살 어린이보다도 못하군!”

운청휘가 재차 허공에서 사라지더니, 별안간 낙가기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 이런……!”

생도들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속도로만 본다면 운청휘는 그들의 속도마저 초월한다!

“직접 본 것이 아니라면 정말로 믿기 힘들어. 반절 인왕경이 이렇게나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니!”

“원장이 왜 운청휘를 합류하라고 추천했는지 이해할 수 있겠어!”

“속도만 보면 운청휘는 확실히 자격이 있어!”

위경륜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언짢았다.

‘네놈들이 뭔데 감히 공자와 비교한다는 것인가?’

운청휘의 힘을 똑똑히 목격한 위경륜이다. 인왕경의 흉수도 일격으로 죽이는데, 생도들을 어찌 운청휘와 비교하겠는가?

“그래, 운청휘, 확실히 네놈의 속도는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네놈은 나를 격노하게 했다!”

낙가기가 포효하니, 그녀의 몸에서 솟구치는 기세가 폭풍우와 같고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를 연상시켰다.

다음 순간, 낙가기가 운청휘에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모든 힘과 수단을 동원했다!

하늘에서는 사나운 바람이 휘몰아쳤고, 법원의 힘이 진공을 가르며 태양처럼 눈부시게 번쩍였다.

인왕경이 무엇이겠는가? 일거수일투족으로 천지를 변하게 하니 인왕경이다!

쿠우웅……!

연이은 굉음이 모두의 고막을 찢어놓을 듯했다!

낙가기는 쉴 틈도 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열 번째 공격까지!

온 하늘은 짙은 연기로 뒤덮였다.

인왕경들이라고 해도, 그 연기 속을 궤뚫어보지 못했다.

이때 운청휘의 능력을 아는 위경륜마저도 동요하며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인왕경의 공격을 본 게 처음은 아니지만, 볼 때마다 가슴이 서늘했다.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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