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6화
“운청휘라는 녀석, 능력이 있긴 하지만 정말로 공격 10번을 양보했어!”
“애석하지만 10번이 지나면 녀석도 끝이야!”
“뭐 어때. 반절 인왕경에게 있어서 이 전적은 쉽지 않았어!”
다들 운청휘가 죽었다고 여겼지만, 그들은 아까와 달리 운청휘의 기백을 칭찬했다.
보통의 반절 인왕경은 인왕경의 공격 한 번도 막아낼 수 없는데, 운청휘는 낙가기에게 10번을 양보했다.
자신들은 반절 인왕경 시절에 어땠겠는가. 절대로 운청휘의 경지에는 오르지 못했다.
많은 생도들과 달리, 낙가기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운청휘에 대한 경멸은 제쳐두고, 어느새 두려움마저 피어났다!
그녀는 연달아 공격을 퍼부었으나, 하나도 맞추지 못했을뿐더러 운청휘의 근처에도 닿지 못했다!
“정말로 실망스럽군. 10번이나 양보했거늘 내 옷자락도 건드리지 못하다니!”
그때, 실망스러워하는 운청휘의 목소리가 울렸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운청휘가 죽지 않았어!”
“언제 지상으로 돌아온 거지! 어째서 우리 모두가 발견하지 못한 거야!”
생도들은 완전히 넋을 놓고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바로 근처에 운청휘가 서 있었다.
그들 중 누구도 운청휘가 언제 이곳에 나타났는지 알지 못했다.
운청휘는 그들을 뒤로하고 천천히 허공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손을 휘두르자 거센 바람이 허공을 덮은 연기를 죄다 날려 버렸다.
“10번 공격이 끝났군. 이젠 내 차롄가?”
운청휘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하며 손을 풀었다.
낙가기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꺼림칙함을 느꼈지만, 냉정한 척 답했다.
“속도가 빠를 뿐, 네놈은 나를 털끝도 건드릴 수 없어!”
“낙 교관의 말이 맞아.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전투력을 설명할 순 없지!”
“낙 교관도 거만하다니까! 정말로 서서 공격을 받아낼 셈이면 고생깨나 할 텐데!”
“아니, 잠깐! 낙 교관이 아주 뻔뻔하잖아? 분명 가만히 서서 때리라고 하더니 반격을 하잖아!”
“……내 눈이 이상한거야? 낙 교관의 반격이 운청휘에게 전부 막혔어!”
허공에서 귀청을 찢어놓을 듯한 굉음이 울리더니……!
운청휘가 손바닥을 휘둘러 모든 공격을 파죽지세로 부수었다!
또한 일장으로 낙가기를 멀리 날려 버렸다!
아래쪽에서 지켜보던 이들이 순간 멍해졌다.
그들은 모두 얼이 빠진 채, 운청휘가 낙가기를 격퇴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들이 보기에 운청휘는 속도에서는 특출났지만, 속도가 전투력을 증명해 주지는 않기에 낮잡아 보았다.
적지 않은 이들이 속도에 천부적 재능을 가졌지만 전투력이 같은 경계의 무인들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운청휘가 속도 외에도 전투력까지 그들의 예측을 벗어났으리라고 생각할 수나 있었을까?
“낙가기가 죽었다!”
줄곧 말이 없던 백택이 입을 열었는데, 청천벽력같이 모든 사람의 마음을 폭발시켰다!
“네? 나, 낙 교관이 죽었다고요?!”
얼이 빠져 있던 생도들의 얼굴에 공포가 번졌다.
반절 인황경인 백택이 보증한다면, 낙가기는 죽은 게 확실하다.
그러나 여전히, 인왕경이 반절 인왕경에게 죽었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운청휘는 일절 천부적 재능을 지닌 거겠지. 그러니 인왕경의 전투력에 무한히 근접한 것이다. 더욱이 낙가기는 거만하여 방심했으니, 단번에 죽었을 터.”
반절 인황 백택이 분석했다.
“운청휘는 우리 고등반에 들어올 자격이 있다!”
운청휘는 이미 허공에서 내려와 지상에 우뚝 서 있었다.
반면 낙가기는 그대로 추락하여 지면에 곤두박질첬다.
백택은 사람을 시켜 낙가기의 시체를 거두게 했다.
“백 교관님, 시험 절차를 책임지는 낙 교관님이 죽었는데 고등반에 들어갈 수속을 해 주시겠나요?”
위경륜이 걸어와 백택에게 말했다.
“알겠네!”
백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처음에는 운청휘에게 반감을 가졌고, 흙보살의 배경만 믿고 들어온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운청휘가 보여 준 실력은 백택을 진심으로 감화시켰다.
심지어 그는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바쳐 운청휘를 제자로 키워내고 싶었다.
‘18살, 반절 인왕경, 고등반에 있다면, 천부적인 재능은 그저 그렇다. 허나 만약 일절 천부적 재능이라면 그의 앞날은…… 한계가 없어!’
백택이 속으로 가늠해 보았다.
일단 운청휘가 인왕경에 도달하기만 한다면, 모든 인왕경을 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백택은 조급히 굴지 않고, 마음을 다잡았다.
‘2년 안에 운청휘가 인왕에 도달하면 그때 제자로 받자.’
-공자, 분명 일격으로 때려죽였겠죠!
위경륜이 운청휘를 보더니 웃음을 참으며 음을 보냈다.
-어떨 것 같나.
운청휘가 음으로 물었다.
-공자께선 상고 전쟁터에서 인왕경 흉수나 반절 인왕의 흉수를 사냥할 때 모두 일격에 해치우셨으니…….
위경륜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웃음을 눌러 참았다.
운청휘도 새삼 우스워졌다. 생각해 보니 그도 나쁜 습관이 들고 있었다.
특히나 허원진해 제1식을 수련한 뒤로, 그는 모든 상황을 일장으로 해결하길 선호했다.
“운 형제, 우리 고등반에 들어온 것을 축하하네!”
생도 하나가 운청휘 앞에 걸어오더니 인사를 했다.
“내 이름은 담운, 위경륜 선배와도 아는 사이지.”
“운청휘라 한다. 만나서 반갑군.”
운청휘도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
그러나 나머지 51명의 생도들은 멀리서 운청휘를 힐끔거릴 뿐, 다가오지 않았다.
그들은 운청휘의 실력에 놀라 주춤거렸고, 어떤 이들은 동정의 시선을 보냈다.
“낙가기는 낙가의 핵심 고위층인데 그녀를 죽였으니 앞으로 번거롭겠어!”
“듣자 하니 낙가의 직계 자제들도 운청휘의 손에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폐물이 되었다지?”
“지금 낙가기까지 더하면 운청휘는 낙가와 완전히 적이 된 거야!”
“우리는 녀석을 멀리하자. 괜히 불쏘시개로 낙가라는 큰 적을 건드리면 안 되니까!”
운청휘에게 호감을 표한 담운을 빼고 나머지 51명은 운청휘와 거리를 뒀다.
“운청휘, 나는 무과의 고등반 담당 교관이다. 이제부터는 나를 백 교관이라 부르도록.”
백택이 운청휘를 봤다.
“알겠소, 백 교관.”
운청휘의 대답에 백택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등반에 들어왔으니 나를 따라 수업에 가자. 오늘 인왕경의 도리를 가르치고 있었다네!”
위경륜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그대로 삼켰다.
흙보살은 4개의 고등반의 운청휘를 등록해 두었지만, 명각은 수가 적어 중고등반을 구분하지 않았다.
-밖에서 나를 기다리도록. 이 수업이 끝나면 다른 과를 찾아가겠다.
운청휘는 위경륜에게 음을 전한 뒤, 수업에 참석했다.
백택은 운청휘가 중도에 합류했다고 하나 별다른 설명 없이 이전에 가르치던 내용을 이어서 풀어나갔다.
“무공과 무인은 노와 배의 관계나 다름없다. 배에 노가 없으면 전진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무인이 무공이 부족하면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도 아무런 쓸모가 없지. 하여 적절한 무공을 찾아 배우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단숨에 이 각 동안 수업을 진행한 백택이 한 명을 지목했다.
“송서항(宋书航), 자네가 무도에 입문하고 지금까지 몇 가지 무공을 수련했지? 그로 인해 어떤 깨달음을 얻었나?”
지명된 송서항이 일어나 말했다.
“본 생도는 지금까지 일곱 개의 무공을 수련했습니다, 무위를 증가시키는 무공 하나와, 검결 여섯 가지입니다. 깨달음에 대해 말하자면, 본 생도는 무위를 늘리는 무공은 하나로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무공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백택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는 송서항을 앉게 하고 다른 생도를 지명했는데, 고의든 아니든 운청휘가 지명되었다.
“운청휘, 송서항의 대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백택이 운청휘를 봤다.
운청휘는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일어났다.
“기본적으로는 동의하오.”
운청휘의 대답은 남을 깎아내리진 않았지만, 송서항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기본적으로 내 관점에 동의한다고? 기본적으로? 그렇다면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 거야? 그렇게 말했으니, 어떤 점을 동의하지 않는지 말해 보겠는가?”
송서항이 별안간 언성을 높였다.
운청휘는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방금 자신의 대답은 분명히 송서항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가 송서항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무공의 수련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 자질이 보통인 사람은 당연히 무위를 올려주는 한 가지 무공을 수련하는 게 옳다. 기본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한 것은, 네 상황에서는 그 방법이 적절하기 때문이지. 반대로, 자질이 뛰어난 이들은 무위를 증가하는 무공을 다양히 익히는 게 좋지 않겠는가?”
“푸훗……!”
여기저기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운청휘의 말은 어떤 욕설도 없었지만, 자연스레 송서항의 자질이 평범하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안색이 굳어진 송서항이 사납게 따지기 시작했다.
“그대의 말대로라면 나 송서항의 자질이 낮아서 무위를 증가시키는 한 가지 무공만 수련하는 것이 좋다고? 그렇다면 우리 운 천재님은 무위를 증가시키는 무공을 몇 가지나 수련했나!”
“송서항, 말을 가려 하도록. 이곳은 무도를 배우는 곳이다.”
백택이 송서항에게 주의를 준 후, 말을 이었다.
“운 생도의 말이 옳다. 무위를 증가시키는 무공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니, 어떤 사람은 한 가지, 어떤 사람은 두 가지, 심지어 더 많이 익힐 수도 있다. 나만 해도 무위를 증가시키는 무공을 세 가지 수련했는데, 이게 가장 이해하기 좋고 체질에 맞는 수련이기 때문이다.”
백택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의외라는 기색을 보였다.
“반절 인왕경이 무도의 견해에서 반절 인황경의 동의를 얻어내다니!”
“낙가기를 격파한 실력이니 지식도 탄탄하다는 것인가?”
“돌이켜 생각하면 원장께서 친히 고등반에 추천했는데 이것은 운청휘가 만만치 않음을 말해 주는 것이네!”
백택이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
“운청휘, 그대는 무위를 증가시키는 무공을 몇 가지나 수련했지?”
이 화제는 적지 않은 생도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나 송서항은 운청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백 교관, 나는 무위를 증가시키는 다섯 가지 무공을 수련했소.”
운청휘가 선선히 말했다.
사실 그가 수련한 무위 증가 무공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등급도 천차만별인 데다, 우연히 얻은 것부터 자신이 직접 만든 무공도 있었다.
다만 운청휘는 적당히 얼버무렸는데, 남들의 눈에는 다르게 비칠 수밖에.
특히나 송서항은 단번에 코웃음을 쳤다.
“운청휘, 정말로 허풍이 심하구나. 백 교관님도 무위를 증가시키는 무공을 세 가지만 수련했거늘 네놈은 어디서 온 용기로 감히 다섯 가지라고 말하느냐?”
“운청휘는 정말로 모르겠네. 방금 전에는 만만치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허풍을 떨다니!”
“허풍을 떠는 건 이상하지 않으나, 운청휘의 허풍은 도를 넘는군!”
“저 정도로 거짓말을 하니, 내 견문이 넓어지는 기분이군.”
다른 생도들도 수군거리며 눈에 경멸의 빛을 띠었다.
심지어 백택의 눈에도 옅은 실망이 깃들었는데, 본디 그는 운청휘가 큰 인물이 될 거라 생각하여 거두려는 마음이었다.
한데 지금 보니 너무도 오만방자하여 말이 통하지 않는다.
이런 이가 거두는 성취가 과연 빛이 나겠는가?
“운청휘, 자네가 말한 다섯 가지 무공을 보여 줄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