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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328화 (328/430)

제328화

운청휘는 손을 힐끗 보고 고개를 저었다. 전투력에서는 대붕왕이나 공작왕과도 견줄 수가 없었다.

애석하게도 송서항은 죽음을 자초한 것이다.

운청휘가 송서항에게 살수를 날리려는 순간, 그의 귓가로 또랑또랑하고 위엄 어린 음이 전해져 왔다.

-운 동포, 내 체면을 봐서 송서항을 살려 주겠소?

흙보살이었다!

운청휘는 살수를 거두고 몸을 날려 송서항의 공격을 피해냈다.

거대한 손의 영향권을 빠져나온 뒤, 운청휘도 음을 보냈다.

-걱정 말도록. 백택도 여기까지라 하였으니, 내가 어찌 거스를 수 있을까?

-콜록!

흙보살이 헛기침을 했는데 매우 어색했다.

-농담이 과하군, 동포여! 다른 사람이 백택을 어찌 대하든, 운 동포는 백택이 안중에도 없을 텐데?

흙보살이 덧붙였다.

-백택은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오. 더욱이 운 동포에 대해 잘 모르니 제자로 받아들이겠다는 오만을 보였겠지!

-반절 인황경이 사부가 되겠다는데 이만한 복이 어딨겠는가? 다만…….

운청휘가 빈정거리며 송서항의 공격을 피했다.

-내가 왜 그를 모셔야 하지? 고작 반절 인황경인 자를!

-운 동포의 말이 옳아요. 백택과 송서항을 대신하여 사과를 드리니, 부디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오.

쓴웃음이 절로 나왔지만, 흙보살은 다시 한번 운청휘에게 부탁했다.

어제저녁, 운청휘를 조사하기 위해 영주로 갔던 사람들이 돌아왔다.

그들은 운청휘가 영주에서 한 모든 일을 보고했고, 흙보살은 영주를 뒤집어 놓은 운청휘의 저력을 실감했다. 그의 손으로 멸망시킨 가문과 목숨을 거둔 이들이 대체 몇이란 말인가.

흙보살의 눈에 비친 운청휘는 파란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그런 운청휘가 자신을 건드린 송서항을 용서할 리도 없었고, 오만한 백택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도 당연한 이치였다.

-이번은 체면을 봐 드리지.

운청휘가 중얼거렸다.

-백택은 분수에 맞게 행동해야 할 터. 송서항도 목숨은 남겨 두겠으나, 나를 건드린 대가는 치러야 할 것이다.

-백택과 송서항을 대신하여 동포의 결정에 감사를 전하겠소!

흙보살이 감사를 표했다.

한편, 송서항은 이미 일곱 번의 공격을 마쳤으나, 한 번도 명중시키지 못했다.

“운청휘는 만만치 않구나. 송서항의 공격을 연속으로 일곱 번 피했어!”

“앞으로 세 번 더 피하면 이 대결은 끝나!”

“운청휘의 속도가 더 빠른걸!”

생도들의 웅성거림이 커질수록 송서항의 안색은 거무죽죽하게 물들었다.

운청휘의 속도가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이렇게나 날렵할 줄 알았겠는가? 그의 오판이 이 상황을 부르고 말았다.

“운청휘, 계속 피하기만 하니 사내대장부라 할 수 있나! 내 공격을 받아칠 배짱도 없는 건가!”

송서항은 수단이 바닥났으니, 운청휘를 도발하려 애썼다.

그러나 운청휘는 도발에 응하기는커녕, 무의식적으로 소도도를 떠올리고 피식 웃을 뿐이었다. 만약 소도도라면 여유롭게 받아치며 상대를 역으로 도발했을 것이다.

“응? 운청휘가 왜 사라졌지?”

구경하던 생도들의 안색이 변했다.

“역시나 참지 못하고 나를 공격하려는 것이다!”

희색이 만연한 송서항이 법원의 힘을 두 손에 응집시켰다.

설령 운청휘가 자신을 공격하더라도, 즉시 대응할 자신이 있었다.

그때가 되면, 운청휘는 피할 수 없으리라는 게 송서항의 계산이었다.)

“하하하, 나타났구나……!”

크게 웃은 송서항이 두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나 운청휘의 그림자는 그의 손에 잡힐 듯하더니 그대로 연기처럼 흩어지며 사라져 버렸다.

송서항이 눈을 부릅뜬 순간, 그의 뒤에서 검은 신형이 바람처럼 나타났다!

아래에 있는 이들이 반응할 틈도 없이, 송서항의 등에 일장이 작렬했다!

반격할 틈도 없이 배후를 당한 송서항은 팔을 쭉 뻗은 채 앞으로 밀려났는데, 어찌나 강한 충격인지 멈추지 못하고 날아가기 시작했다.

쐐애액!

진공을 찢어발기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송서항의 몸은 빠르게 날아가며 마찰열로 불꽃을 뿜었다.

백택도 놀란 눈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는 송서항의 입가에 피가 맺혀 있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송서항이 다쳤어!”

“전투력에서도 운청휘가 그와 대등하단 말인가?”

백택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숨을 들이쉬었다.

인왕경과 견줄 수 있는 자가 어찌 저리 쉽게 당한단 말인가?

송서항의 몸은 한참을 더 날아가다 겨우 주도권을 되찾고 멈출 수 있었다.

그의 입가에 선연한 핏자국을, 수십 명의 생도들이 똑똑히 목격했다.

“믿기 어려운 광경이군.”

“운청휘는 일곱 번이나 공격을 피했는데, 송서항은 한 번도 피하지 못했어!”

“대등한 게 아니라, 송서항이 운청휘의 아래라는 뜻인가!”

생도들 중 누가 이런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그들은 운청휘가 과연 공격 열 번을 피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췄지만, 송서항은 열 번의 공격도 채 끝내지 못했을뿐더러 다치기까지 했다.

“경기 규칙을 바꿨다면 결과는 이렇지 않았을 거야!”

“송서항이 자초한 거야. 운청휘가 공격을 열 번 피하면 송서항이 패배한 것이라고 했어!”

“정상적인 시합이거나 사생결단이었으면 패배하는 쪽은 운청휘겠지.”

“운청휘가 아무리 강해도 반절 인왕경이잖아. 다른 규칙이었다면 송서항의 상대가 되겠어?”

“운청휘가 공격을 죄다 피했으니 송서항도 초조했겠지. 운청휘는 그 틈에 송서항의 허를 찌른 거고!”

“하지만, 운청휘가 이긴 건 이긴 거야!”

여기저기서 온갖 의견이 난무할 때, 운청휘는 천천히 공중에서 하강했다.

위경륜이 서둘러 그에게 다가갔다.

“공자, 송서항을 죽이지 않았군요. 덕분에 번거로운 일을 피하게 되었습니다.”

위경륜은 목소리를 낮춰 운청휘에게만 들리게끔 말했다.

다른 이들은 운청휘가 제 실력으로 이긴 것이 아니라 운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으니까.

“네 사부가 친히 사정하는데 어찌 체면을 세워 주지 않겠나.”

운청휘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했다.

애초에 그가 이곳에 온 목적은 흙보살이 가지고 있는 봉마비 때문이니, 그와 척을 지어서 좋을 것은 없었다.

“운청휘, 내가 졌다!”

이때, 송서항이 허공에서 내려오며 외쳤다.

“이번엔 내가 방심한 것이다. 다음에는…… 열 번 피하는 약속 따위는 하지 않을 거야!”

송서항은 악을 쓰며 한이 가득 담긴 눈으로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다음?

운청휘는 아무런 말없이 냉랭한 눈으로 그를 보았을 뿐이다.

이번에 송서항을 살려 준 건 흙보살의 체면 때문이었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음이 있다면 누가 와서 무릎을 꿇든 목숨을 거둘 작정이었다.

“운청휘, 아주 좋아. 내 시험을 통과했구나!”

그때, 백택이 잔뜩 흡족한 얼굴로 다가오며 말했다.

“그대가 2년 안에 인왕경에 도달하면 나 백택의 직전제자가 될 수 있다네!”

순식간에, 운청휘를 향해 수많은 질투와 부러움의 시선이 쏟아졌다.

만일 백택의 직전제자가 된다면, 천찬학관은 물론이고 영흥제국에 위력을 과시할 수 있다.

영흥제국의 황실마저도 체면을 세워 줄 터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백택이 말을 이었다.

“인왕경에 도달하기 전에…… 기명제자가 될 수 있다!”

“뭣이라고!”

주위는 벌집을 쑤신 듯 들끓었다.

“기명제자라니! 직전제자보다는 못해도 제자라는 자격이 있는 이상 꿩이 봉황이 되는 격이야!”

“백택 교관님이 이렇게나 운청휘를 눈여겨보실 줄은 몰랐는데.”

“운청휘가 아직도 어리둥절하고 있잖아? 나였다면 바로 무릎을 꿇고 일곱 번 절했을 텐데!”

“맞아,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잖나! 이대로 놓치면 한이 될 거라고!”

“뭐, 무리도 아니지. 나였어도 너무 감격해서 믿기지 않았을 테니까.”

부러움과 질투가 뒤섞인 반응 속에서, 더는 참지 못한 담운이 운청휘의 등을 떠밀었다.

“운 형제, 뭐 하고 있는 건가. 어서 무릎을 꿇어!”

말하면서 백택 선생을 보며 운청휘를 위해 변호했다.

“백 선생님, 운 형제가 잠시 격동하여 정신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백택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가 제자로 거둔다는 건, 설령 기명제자라 한들 평생에 없을 영광이니까.

“자, 운청휘. 그대를 기명제자로 받겠으니, 무릎을 꿇고 사부로 모시게!”

백택은 인내심을 발휘해 잠시의 시간을 주었다.

이 정도라면 운청휘가 아무리 동요했어도 정신이 돌아왔으리라.

“유감이군.”

마침내, 운청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응?”

주위에서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자들도 있었다.

운청휘의 말은, 백택의 제안을 거절한다는 뜻인가?

“운청휘, 뭐라고 한 거지?”

백택의 반응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였으나, 그는 최대한 침착하게 말하려 했다.

“유감이라고 했다. 나는 사부가 필요치 않으니.”

운청휘가 재차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미친, 미친 거야. 배…… 백택 교관님을 거절하다니!”

“정말 미친 거야. 감히 반절 인황경을 거절하다니!”

“젠장, 운청휘 녀석 정말로 미련한 녀석이잖아!”

“맞아. 그럴 바에야 차라리 나한테 양보하라구!”

생도들 중 누구도 운청휘가 백택을 거절하는 이유를 몰랐기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운청휘, 기명제자의 자리는 서운한 겐가?”

한참 후, 백택이 생각을 마치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모두의 앞에서 재차 말하겠네. 2년 안에 인왕경이 되면 자네를 직전 제자로 받겠네!”

운청휘는 점차 밀려오는 불쾌감을 느꼈다.

마음 같아서는 백택이 얼마나 자격 없는 인간인지 말해 주고 싶었지만, 흙보살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었다.

하여, 운청휘는 다시 한번 인내심을 발휘했다.

“직전 제자든 아니든, 나는 누구의 제자도 될 생각이 없다.”

“이런 소인배, 기회를 주어도 놓치는구나!”

결국 백택이 코웃음을 치며 싸늘하게 말했다.

반절 인황경으로 살아오며 이런 거절을 언제 받아 보았겠는가?

한데 운청휘라는 얼간이가 기회를 몇 번이나 거절했으니, 그의 자존심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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