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329화 (329/430)

제329화

“백 교관님! 기회를 마다하는 이도 있지만 모두가 그렇진 않습니다. 영흥제국 전체를 봐도 교관님의 제자가 되고 싶은 사람을 헤아릴 수가 없을 겁니다!”

그때, 송서항이 끼어들더니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기회가 주어져도 놓치는 얼간이보다는, 본 생도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그가 나서자, 생도들이 목소리를 낮춰 수군거렸다.

“송서항, 정말로 간사하네. 이때 나서다니!”

“백 교관님이 홧김에 송서항을 제자로 삼을지도 모르지.”

누군가는 후회했다.

“젠장, 송서항보다 먼저 기회를 잡았어야 했는데!”

“맞아, 이때 튀어나오면 십중팔구는…….”

누군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백택의 전신에서 위압적인 기세가 터져나왔다.

“네놈 따위가 나를 사부로 삼으려는 것이더냐!”

백택의 일갈과 함께, 송서항은 거역할 수 없는 힘에 떠밀려 날아가고 말았다!

아무리 운청휘에게 거절당했다지만, 눈에 차지도 않은 사람을 홧김에 제자로 삼을 정도로 어리석진 않았다.

그 광경을 본 생도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하하하, 송서항. 주제를 모르고 나서더니 잘됐군!”

“내가 송서항처럼 뻔뻔하지 않아서 다행이군, 하마터면 화를 입을 뻔했어!”

“백택 교관님이 어떤 사람인가. 저 까다로운 분이 송서항이 눈에나 차겠어? 성질도 조급한 사람을 잘못 건드렸군.”

백택이 운청휘를 바라봤다.

“운청휘, 기회를 주어도 소중함을 모르는구나! 이후에 네놈이 아무리 간청해도 내가 제자로 받아 줄 일은 없다. 자,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치겠다!”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쩌렁쩌렁하게 외친 후, 백택은 몸을 솟구쳐 순식간에 멀어져 갔다.

묵묵히 듣고 있던 운청휘의 눈빛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흙보살의 부탁만 아니라면, 진즉에 백택을 때려죽였을 터였다.

자신을 은혜도 모르는 소인배로 몰아갔을뿐더러, 순간적이나마 살기를 드러내지 않았던가.

‘다음이 있다면 누구의 체면도 봐주지 않겠다!’

운청휘가 마음속의 살기를 눌렀다.

“운 형제, 어찌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 설마 백 교관님의 제안을 거절할 줄이야.”

담운이 쓴웃음을 머금고 다가와 말했다.

운청휘가 입을 열려는데, 담운이 즉시 음을 보냈다.

-운 형제, 백택은 하찮은 원한까지 반드시 갚는데 대중 앞에서 그를 거절했으니, 경계를 늦추지 말게나.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법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도록.

주변을 둘러보니, 운청휘를 향한 적의 어린 시선이 적지 않았다.

운청휘도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반절 인황경인 백택의 수업이 얼마나 자주 있겠는가? 자신으로 인해 수업을 중단하고 가 버렸으니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을 터였다.

그러나 운청휘는 개의치 않고 담운에게 인사를 건넸다.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도록 하지.”

운청휘가 인사했다.

“알겠네, 다음에 봅세!”

담운도 인사했다.

“가자.”

운청휘가 위경륜과 떠났다.

“공자, 돌아가서 쉴까요, 아니면 단원에 등록하러 갈까요?”

고등반에서 한참 멀어진 후에야, 위경륜이 물었다.

“돌아가기엔 너무 이르니 단원으로 안내하도록.”

거대한 천찬학관은 운청휘의 본가 천우성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규모였다.

어찌 되든 수천만의 생도들이 있는 만큼, 그 위용이 대단했다.

두 사람은 천천히 날았고, 한 식경 후에야 단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삼백만 장 규모의 단원에 오니, 공기 중에서 옅은 단약 냄새가 풍겨왔다.

“공자, 이곳은 천단탑입니다. 9층으로 되어 있고, 천급 이상의 연단사만에게만 들어갈 자격이 주어집니다.”

천단탑을 소개하던 위경륜이 덧붙였다.

“무원에 고등반이 있다면, 단원에는 천단탑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대가 원장이 추천한 운청휘인가?”

그때, 탑의 입구에서 분홍빛 옷을 입은 소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소녀는 십대 후반으로 보였으나, 운청휘는 그녀의 진짜 나이가 500살에 근접했음을 알 수 잇었다.

-공자, 부원장 중 한 명인 운석(云锡)입니다. 단원 유일의 현천급 연단사이지요.

위경륜이 음으로 말했다.

무공, 법보의 등급처럼 천급 연단사 위에는 소천급 연단사, 대천급 연단사, 현천급 연단사가 있다.

‘현천급 연단사?’

운청휘가 고개를 갸웃했다. 살펴보니 운석은 반절 인황경의 무위로, 몸에서 천화의 기를 풍겼다.

-주인님, 저 여인의 몸에 있는 천화는 ‘현빙한염’으로, 순위로 따지자면 93위입니다.

그 순간, 운청휘의 머릿속에서 청연지심화의 소리가 울렸다.

운청휘도 알아차렸기에,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빙한염이 네 존재를 감지할 수 있나?’

운청휘가 갑자기 떠올라 물었다.

-아닙니다. 주인님이 선제의 신식으로 감싸고 계시니, 현빙한염 따위가 신식을 뚫고 저를 염탐할 수는 없지요.

청연지심화의 답변에 안심한 운청휘가 분홍 옷을 입은 소녀에게 말했다.

“그렇다만.”

“시험의 준비를 마쳤으니 따라오게!”

운석의 모습은 매우 요염하였으나, 그녀가 뿜어내는 기세와 어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말을 마친 운석은 즉각 몸을 돌려 탑 안으로 들어갔다.

-공자, 천단탑은 제가 들어가기 불편하니 밖에서 기다릴게요.

위경륜이 음을 보냈다.

운청휘가 고갯짓을 해 보이곤 천단탑으로 들어가며 신식을 펼쳤다.

1층에서 3층까지 27명의 연단사가 감지되었다. 연령대가 다양한 이들이 단약 연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모두 천급 연단사군.’

그들이 연제하는 단약이 천급 단약임을 알아챈 운청휘는 다른 층을 살펴보았다.

4층부터 6층까지는 18명의 사람들이 있었고, 소천급 연단사였다.

7층과 8층에는 대천급 연단사 6명이 모여 대천급 연단을 연제 중이었다.

9층은 운석의 전용인지, 아무도 없었지만 단로와 최고급 연단 재료들로 채워져 있었다.

-잠시 연단을 멈출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2층에 집합하거라.

운청휘를 데리고 2층으로 들어선 운석은 천단탑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음을 보냈다.

그녀가 음을 보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36명이 2층으로 모여들었다.

“운 원장님, 무슨 일인데 연단 중에 부르신 겁니까?”

“맞아요. 무슨 일인데 연단보다 더 중요한 거죠!”

“일각 안에 설명해 주시지 않으면, 다시 연단하러 가 보겠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운 원장님, 빨리 말씀하세요!”

적지 않은 수의 연단사가 운석을 재촉했다.

연단사들은 다른 직업군과 달리 위계 서열이 뚜렷하지 않은 듯했다.

운석 또한 신경 쓰지 않는 듯, 입을 열었다.

“원장님께서 천단탑에 연단사를 추천하셨네. 쓸데없는 오해를 사기 싫으니, 시험은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치르겠다.”

“녀석인가?”

누군가 운청휘를 가리켰다.

“저렇게 어린데 우리 천단각의 시험을 통과할까?”

“우리 천단탑은 천급 이상의 연단사만 받는데, 저자가 천급 연단사라는 건가?”

“엄마 뱃속에서부터 연단을 시작해도 저 나이에 천급 연단사가 되는 것은 무리겠지?”

모든 연단사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천급 연단사? 틀렸다.”

운청휘는 선선히 대꾸했다.

“들었습니까, 운 원장님! 천급 연단사가 아니랍니다!”

“추천만 믿고 들어오려 하다니, 꿈에나 가능한 일이지!”

“운 원장, 저는 연단하러 돌아갈게요!”

“정말 재수가 없어, 연단 시간을 낭비했어!”

“운 원장님, 흙보살에게 아무렇게나 사람을 추천하지 말라고 말하세요!”

“맞아요, 근본적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입니다!”

연단사들은 곧장 돌아가려 했다.

운석을 나무라는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 원장인 흙보살도 거침없이 불러 댔다.

운석은 침묵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몸에서 반절 인황경의 기세가 은은히 퍼져 나오고 있었다.

누가 봐도 곧 운청휘를 응징하려는 것 같았다.

연단사들에게 시간은 보배나 마찬가지다. 특히 천찬학관의 부원장인 운석이라면 그녀의 시간은 값을 매길 수도 없다.

“천급이 아니라고 했을 뿐, 연단사가 아니라고 한 적은 없다만.”

운청휘가 덧붙였다.

더 이상 실력을 숨겼다가는, 운석과 맞붙어야 할지도 모른다.

더욱이 이 괴팍한 연단사들 앞에서는 제대로 된 설명이 필요했다.

“네놈이 연단사면 어떠하냐, 천급 연단사가 아니라면 천단탑에 들어올 자격도 없어!”

“운 원장님, 허튼소리 할 시간 없으니, 빨리 녀석을 쫓아내세요!”

운석은 도리어 모두를 조용히 시켰고 운청휘를 봤다.

“그렇다면 천급 이상의 연단사라는 건가?”

“아?”

운석의 질문이 뜻밖이었는지 연단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운청휘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소천급이다.”

사실대로 말하면 이들이 더 믿지 않을 것 같아, 운청휘는 적당히 둘러대었다.

“정말로 허풍을 떠는구만!”

“젖비린내가 나는 아이가 소천급의 연단사라니!”

“운 원장이 소천급 연단사가 되었을 때가 25살이었어. 설마 저 녀석의 재능이 운 원장보다 위에 있다는 것이냐!”

여기저기서 냉소와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운석만이 미심쩍은 눈빛을 띠고 있었다.

운청휘가 그리 쉽게 들통날 거짓말을 할까?

단로를 켜서 단약을 연제한다면 그의 실력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운청휘는 주변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든 개의치 않았다.

그가 운석을 바라보았다.

“단약을 연제해 보면 알지 않나. 지금 바로 하지.”

운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단탑에 들어오는 최소한의 조건은 천급 단약의 연제다. 단, 자네의 입으로 소천급 연단사라 했으니 기준을 높이겠네. 소천급 단약을 연제해 오도록!”

“쉽군.”

운청휘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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