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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330화 (330/430)

제330화

“하여, 어떤 단약을 연제할 셈인가? 필요한 재료를 준비해 주겠네.”

운석이 또 물었다.

“소천급 단약이라면, 무엇이든 연제할 수 있다.”

운청휘의 말은 연단사들에게 불쾌감을 불러일으켰다.

똑같은 급의 단약이라도, 손쉽게 연제할 수 있는 것과 과정이 까다로운 것이 있다.

심지어 어떤 소천급 단약은 대천급 연단사마저 연제에 애를 먹기도 한다.

한데 운청휘는 소천급 단약이라면 무엇이든 연제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고 있지 않는가.

운석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해 그를 소천급 연단사로 보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허풍쟁이가 아닌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운석은 내색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담담한 태도를 유지하며 말했다.

“그럼 영변단(婴变丹)을 연제해 오도록. 자네들은 재료를 준비하게.”

“헤헤, 운 원장이 화가 났구만!”

연단사들 사이에서 냉소가 터져나왔다.

영변단은 반절 영변의 무인이 복용시 영변경에 도달할 확률을 오 할 높여 주는 단약으로, 급으로는 소천급에 해당한다.

다만, 연제의 난이도만큼은 대천급의 단약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과정이 번거로울뿐더러, 더없이 세심한 불 조절을 요구하는 만큼 어지간한 연단사는 엄두도 못 내는 단약이었다.

“영변단이라, 간단하군.”

운청휘의 대답은 또다시 파란을 불러일으켰다.

“운청휘, 그 말은 영변단을 연제하고 다시 말하게나!”

결국 운석이 불쾌함을 드러내었다.

“그대가 영변단을 연제하지 못해서 흙보살의 체면을 깎는 일은 없게 하길!”

그녀의 성격상,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일은 없었다.

운석은 운청휘를 추천한 흙보살에게까지 화가 나, 마구 이름을 불러 댔다.

“운 원장님, 영변단의 약재와 단로 모두 준비했어요!”

두 연단사가 돌아와 말하자, 운청휘는 운석을 따라 소천급 연단사들의 연단 장소인 4층으로 올라갔다.

4층에는 영변단의 재료와 단로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운청휘가 손을 뻗어 단로를 천천히 더듬어 보았다.

‘단로라. 이렇게 만져 보는 것도 100년 만이군.’

선제가 된 이후로, 단로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더욱이 천성대륙에 돌아와 연단을 할 때도 단로를 쓰지 않았다.

‘심해비은으로 만든 단로라니, 천단탑이 보유한 재물이 상당하군. 하지만 천화를 지닌 연단사에게는 어떤 단로든 고철과 다름없다.’

가장 낮은 천화라도 세상의 대부분을 불태울 수 있으니, 이 단로에 청연지심화가 닿는 순간 녹아 버릴 수도 있었다.

운청휘는 손을 뗀 후, 자리를 잡고 앉아 준비된 약재들을 전부 단로에 쏟아부었다.

“미쳤구만! 지금 요리를 하는 건지, 연단을 하는 건지. 모든 약재를 한꺼번에 넣는 건 들어보지도 못했어!”

“설령 요리여도 저렇게 마구잡이로 하겠나. 내가 보기에, 운청휘는 연단을 조금도 알지 못하네!”

이윽고 연단사들이 운석을 보며 말했다.

“운 원장님, 영변단의 재료는 한두 푼이 아닙니다. 저자가 실패하면, 모든 손실을 배상받아야겠습니다!”

“맞아, 녀석에게 두 배로 배상하라고 하겠어요!”

운석이 손을 들어 그들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일단은 지켜보거라. 실패하면 두 배의 배상뿐만 아니라 다시는 마구잡이로 추천하지 않도록 흙보살에게 말할 테니!”

운석의 말을 들은 연단사들이 입을 다물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냉랭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모든 재료를 단로에 넣고 뚜껑을 닫은 뒤, 운청휘는 단로의 아랫부분을 두 손으로 감쌌다.

다음 순간, 그의 손에서 넘실거리는 불꽃이 피어났다. 처음에는 손바닥만 했던 불꽃은, 순식간에 몸집을 불려 세차게 들끓기 시작했다!

“어화결(御火诀)을 수련한 사람이라면 맨손으로 불을 피울 수 있어!”

“하지만 저 정도로 불길을 피워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흠. 연단은 문외한이지만, 어화에서는 상당한 인재로군.”

뜻밖의 결과에 적지 않은 연단사들이 입을 열어 칭찬했다.

연단사들은 하나같이 괴팍하지만, 그렇다고 인품이 뒤틀려 있진 않았다.

그들은 칭찬할 부분은 반드시 칭찬하고, 비난할 부분에서는 가차없이 비난한다.

“응?”

연단사들의 안색이 또 변했다.

운청휘의 두 손을 감싸고 있던 화염이 더더욱 거세져, 단로 전체를 감싸는 게 아닌가!

“운 원장님, 이, 이것은……?”

누군가 얼빠진 얼굴로 운석에게 물었다.

어화결로 이 정도의 화염을 키워내려면 인왕경 이상의 무위가 필요했다.

한데 운청휘는 정말 인왕경의 경지로 무원의 고등반에 들어갔단 말인가?

운청휘가 피워낸 불꽃은 어화결로 일으킨 것으로, 화 속성 법원의 힘으로 만들어 낸 불과는 다른 성질을 지닌다.

특히 어화결이 일으킨 불꽃은 힘의 소모가 어마어마해, 운청휘가 피워낸 수준은 최소 인왕경의 경지에 도달해야만 가능했다.

적어도 천단탑에 있는 연단사들 중 이렇게 큰 불꽃을 피워내는 사람은 없을 터였다.

“반절 인왕경의 무위야! 더욱이 천부적 재능을 가진 기재네.”

운석이 말했다.

운청휘가 기를 숨기지 않았기 때문에 운석은 단번에 운청휘의 실력을 알아볼 수 있다.

“반절 인왕경에 천부적인 재능까지 가졌다니!”

연단사들에게 심어 준 운청휘의 인상이 어찌나 나빴던지, 운석의 진단에 다들 놀랄 뿐이었다. 지금까지는 운청휘가 허풍만 심한 범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운 원장, 건의하고 싶습니다!”

연단사 하나가 갑자기 말했다.

“운청휘는 어화결에 이토록 조예가 깊으니, 연단사로 키워낸다면 천단탑의 또 다른 현천급 연단사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운 원장께서 관례를 벗어나 운청휘를 일원으로 받아들여 주십시오!”

“운 원장님, 저도 관례를 깨고 운청휘를 천단탑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비록 허풍이 심하지만 천부적인 재능은 확실히 우리보다 뛰어납니다!”

“저도 운청휘를 천단탑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연단사들이 일제히 말을 쏟아내었다.

비록 그들은 운청휘가 연단사, 그것도 소천급 연단사라고는 믿지 않ᄋᆞᆻ지만 불을 다루는 실력에 완전히 감탄했기 때문이다.

운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운청휘가 불을 다루는 실력에 경탄하고 있었다.

“모두의 뜻이 같으니, 운청휘를 받아들이지. 한데, 그대들은 운청휘가 연단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나? 아니면 소천급이 아니라는 건가?”

“어……?”

연단사들이 어리둥절해졌다.

“운 원장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내려가서 보세!”

운석이 말했다.

본디 그녀는 흙보살이 추천한 운청휘를 궁금하게 여겼다. 총원장의 눈에 든 사람이라면 보통의 사람일 리가.

그러나 운청휘가 늘어놓는 말은 그녀의 기대를 단번에 무너뜨렸다.

한데 이제는 불을 다루는 실력으로 그녀를 놀라게 했다.

어쩌면 운청휘가 지금까지 해온 말은 모두 사실이 아닐까? 운석의 마음속에서 확신이 짙어지고 있었다.

어떤 단약이든 연제에는 일정한 절차가 있기 마련이다.

약재를 넣는 시간과 불의 세기를 조절하는 방식 등등.

영변단을 예로 들자면, 먼저 하향초(荷香草)를 넣고 그다음에 오지백화고(五芝百花膏)를 넣는 식이다. 불 조절도 약한 불에서 다섯 가지 약재가 들어간 시점에서 단번에 센 불로 가열한다.

그러니 모든 재료를 단로에 쏟아부은 행동이 연단사들을 기겁하게 만들 수밖에.

확실히 운청휘의 행동은 연단의 정석에서 벗어났으나, 어디까지나 평범한 연단사가 아는 상식일 뿐이다.

선계에서는 선인들이 신식을 사용하니, 한 번에 모든 약재를 넣더라도 각각 신식으로 격리한 후 필요한 때에 연화하는 식이었다.

운청휘도 마찬가지로, 하향초를 먼저 태우고 오지백화고를 태우는 순서를 지켰다.

다른 약재들도 필요할 때 적절히 연화가 되리라.

불을 다루는 방면에서도, 선제인 운청휘에게 이런 불 조절은 어린아이의 장난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오차를 극한으로 줄여가며 세심하게 조절하고 있었다.

지금 센 불을 사용하는 건 단순히 연제에 걸리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보통의 영변단은 연제에 반 시진이 걸리는데, 운청휘는 일 다경도 지나지 않아 두 개의 영변단을 연제했다.

한 개 분량의 재료로 두 개의 영변경을 만들어 냈으니, 연단사들이 알면 경악할 터였다.

이렇게 연제가 끝났으나, 운청휘는 여전히 단로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영변단 완성에 걸린 시간을 그들이 알아서 좋을 게 없다.’

기재의 등장은 좋으나, 사람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일만을 벌인다면 반드시 좋은 일만 일어나리라 장담할 수 없다.

이미 운청휘의 연단 실력은 이곳의 연단사들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니, 적당히 연기를 해 두는 게 나았다.

한 식경이 지났을 무렵에도 단로를 감싼 작은 불바다가 힘있게 타오르는 광경에, 연단사들은 넋을 잃었다.

설령 인왕이라 해도 이런 세기의 불을 방출한다면 한 식경도 버틸 수 없건만!

이때 운석은 침묵에 잠긴 채 운청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따금 그녀의 깊은 눈에 놀라움이 스쳐 갔다.

반절 인황경으로서도, 한 명의 연단사로서도 놀랄 수밖에.

운청휘는 기운이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연제에 집중하면서도 때때로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기도 했다.

만약 운석 자신이었다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단성이군!”

운청휘의 목소리가 울렸다.

운청휘가 마침내 화염을 거두며 작은 숨을 내쉬었다.

그가 실패했다고 생각한 연단사들은 운청휘의 말을 흘려들었지만, 곧 누군가가 목청을 높였다.

“잠깐, 방금 뭐라고 했지? 단성?”

말을 내뱉은 사람은 스스로도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내가 잘못 들은 걸까? 운청휘가 단성이라고 말했어?”

“그럴 리 없어. 영변단을 연제하려면 최소한 반 시진은 걸려! 아직 한 식경이 조금 지났을 뿐이라고!”

주변이 시끌시끌해지고, 그 중심에 있던 운석도 미심쩍어했지만 이내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모두가 말을 멈추고 그녀의 손끝을 바라보았다.

운석이 입을 열었다.

“운청휘, 단성을 했다고 말하니 단로의 뚜껑을 열어 보게!”

“얼마든지.”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가볍게 휘둘러 단로의 뚜껑을 날려 버렸다.

순식간에 단로 안에서 자욱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천단탑 4층은 하얀 연기로 뒤덮였다.

“고소한 냄새, 이…… 이것은 확실히 영변단이다!”

“이상해. 이 영변단의 냄새는 정상적인 영변단보다 훨씬 진해!”

“이런 경우는 단 두 가지다!”

곧 누군가 말했다.

“하나. 운청휘가 품질이 아주 뛰어난 영변단을 만들었다. 또 하나는 영변단을 두 개 연제했다는 것인데, 우리가 준비한 약재는 하나 분량이니 이건 있을 수 없겠군.”

이 연단사의 말은 모두의 지지를 얻었고, 사람들이 수런거렸다.

“정말로 단약을 연제할 줄은 몰랐는데. 더군다나 품질까지 좋다고?”

“한 식경 정도 걸렸나? 연제 속도도 비정상적으로 빠르군.”

연단사인 그들은 냄새만으로 연제의 성공 여부를 알 수 있었기에, 단로를 들여다보는 이는 없었다.

운석이 운청휘를 바라보더니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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