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331화 (331/430)

제331화

“축하하네, 자네는 지금부터 천단탑의 일원이다.”

말을 하며 운석이 단로로 향했다.

그녀가 다가오자, 운청휘는 옅고도 향긋한 체취를 맡을 수 있었다.

“이 영변단의 품질이 뛰어나니, 그대에게서 구입하여 다른 연단사들에게 보여 주고 싶군.”

운청휘가 입술을 떼기도 전에, 단로 앞에 도착한 운석이 눈을 부릅떴다.

“어떻게 이럴 수가?”

단로 안에는 두 개의 동글동글한 영변단이 들어 있었다.

“운 원장님, 무엇을 보신 거죠?”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한 연단사가 단로로 다가왔다. 이윽고 그도 운석처럼 눈을 부릅뜨더니 외쳤다.

“영변단이 두 개라니!”

“뭐, 두 개?”

다른 연단사들의 얼굴이 멍해지더니 허둥지둥 달려와 단로를 확인했다.

있을 수 없는 결과에, 다들 어안이 벙벙해졌다.

“맹추(孟秋), 임해(林海), 약재를 얼마나 얻어왔나??”

운석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운 원장님, 맹세할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단약 하나 분량의 약재를 가져왔습니다.”

약재를 가지러 갔었던 맹추와 임해가 즉각 답했다.

“모두 듣도록. 오늘부터 운청휘는 천단탑의 수석 연단사다. 앞으로 운청휘를 만나면 운 수석이라 부르도록.”

운석이 선언하더니, 운청휘에게 시선을 주었다.

“운청휘, 수석 연단사가 되는 데 동의하는가?”

“물론!”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이며 예의를 갖추었다.

“운 원장님의 호의에 감사드리지.”

“수석 연단사가 운청휘라면, 받아들일게요!”

“저도 받아들일게요!”

“이리 간단히 승복하는 건 이 맹추의 삶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야.”

36명의 연단사들이 모두 운청휘가 수석 연단사가 된 것에 진심으로 승복했다!

“이 영변단은 천단탑의 약재로 만든 것이니, 이곳에 기증하겠다. 더불어 연제 방법도 적어서 넘겨 주마.”

운청휘의 말은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불러일으켰다.

운석마저도 눈에 흡족한 빛을 띠었다. 과연, 운청휘는 재능도 출중하더니 도량도 넓었다!

“운 수석님, 이전에 했던 말은 사과드립니다!”

“핑계가 아닙니다. 정말로 몰라뵈었습니다.”

“18세의 소천급 연단사를 직접 보지 않았다면 믿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연단사들이 솔직하게 사과해왔다.

운석도 얼굴에 옅은 홍조가 일었다. 그녀도 운청휘가 허풍쟁이라 생각하였으니까.

“맞다!”

갑자기 연단사 하나가 말했다.

“운 원장님, 수석 연단사로 책봉하려면 그 여섯 명이 반대할 수도 있습니다!”

비록 이름은 말하지 않아도,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여섯 명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7층과 8층에 있는 대천급 연단사 여섯 명이다.

“그들이 반대한다면 내게 찾아오도록 하시게!”

운석이 개의치 않고 말했다.

“그들도 한 개 분의 재료로 두 개의 단약을 만들 수 있다면, 수석 연단사가 아니라 부원장 자리도 양보할 것이네!”

운석 자신도 운청휘처럼 하나를 연제할 양으로 두 개를 연제할 수는 없을뿐더러, 그 난이도가 얼마나 높은지도 잘 알고 있었다.

“됐다, 이제 해산하게!”

운석은 손을 내저어 연단사들을 물린 후,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수석 연단사의 영패를 받으러 가세, 그리고…….”

운석이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대의 도움이 필요하네!”

운석은 운청휘를 데리고 천단탑 9층으로 올라갔다.

“이것은 천단각의 수석 연단사의 영패라네!”

운석이 옥으로 만든 영패를 건네자, 운청휘는 망설임 없이 바로 받아들었다.

이때 운청휘는 운석이 할 말이 있음을 눈치채고 있기에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운석이 입술을 달싹였다.

“운청휘, 그대는 고작 소천급 연단사가 아니겠지?”

“왜 그렇게 생각하나?”

운청휘는 조금의 동요도 없이 답했다.

“자네가 한 일은 소천급 연단사가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설마 내가 곧이곧대로 믿을 거라 생각하는가?”

운석의 두 눈이 운청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잘 보았군. 소천급 연단사가 아니다.”

운청휘가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인정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품급의 연단사인지 말하지 않았다.

“후!”

운석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정말로 소천급이 아니라니……. 그럼 다시 묻지. 자네는 정말 18살인가?”

“천성대륙에서의 나이는 확실히 18살이다.”

운청휘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선계에서의 시간을 포함하자면 3천 살이 넘지만, 천성대륙에서 보낸 시간은 18년이 맞지 않은가?

운석은 경악하느라 그의 말에 숨어 있는 계략을 놓쳤다.

“운청휘, 자네는 정말로 기재 중의 기재야! 정녕 18살에 이런 성취라니! 자네는 최고의 강자로 불리던 풍무극광과도 견줄 수 있어!”

운석의 말에 운청휘는 진땀이 날 지경이었다.

“칭찬이 과하군. 본론이 무엇이지? 무엇을 원하나? 도울 수 있는 건 사양하지 않겠다.”

운청휘의 그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운석이 아공간 반지에서 회상정을 꺼내 건넸다.

“이것은…… 구련허영화?”

회상정 안의 풍경에는 한 송이의 흰 연꽃이 담겨 있었다. 꽃잎은 모두 아홉 장이었는데, 한 장 한 장이 매미의 날개처럼 얇은 데다 그윽한 영기를 품고 있었다.

“맞네, 이것은 인왕단(人王丹)을 연제시키는 구련허영화라네!”

운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왕단은 품급은 현천급이지만, 가치는 다른 현천급 단약과 비교도 할 수도 없었다.

이는 인왕단이 반절 인왕경이 복용시 경계를 돌파할 확률을 오 할이나 올려 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하나로 부족하다면 여러 개를 먹을 수도 있다. 물론 그만한 양의 인왕단을 준비해야겠지만.

“구련허영화 한 송이로 족히 아홉 개의 인왕단을 연제시킬 수 있네!”

운청휘가 운석을 보았다.

“천찬학관의 경제력을 알 수는 없지만, 과연 한 학관이 움직일 만한 가치가 있군.”

“움직이다 뿐인가, 어떠한 수단을 동원해서든 얻으려고 할 걸세.”

고개를 끄덕인 운석의 얼굴이 굳었다.

“다만 얻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지. 우리의 경쟁자가 영흥성원이니까.”

우리?

운청휘가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학관을 위해 구련허영화를 따오라는 것인가?”

“아닐세. 따는 일은 다른 사람이 할 거야. 그대에게 도움을 받고 싶은 것은 인왕단의 연제일세!”

운석의 대답을 듣고 운청휘의 눈에 의혹이 스쳤다.

“내가 만드는 건 둘째치고, 현천급 연단사라 들었는데 스스로 하는 게 더 적합하지 않겠나.”

운석이 쓴웃음을 지었다.

“나설 수 있다면 부탁하지도 않지. 구련허영와는 천찬학관뿐만 아니라 영흥성원도 서식지를 알고 있다네. 만약 두 학관이 맞붙게 된다면 손해가 너무 커. 하여 두 학관은 생도를 보내 경쟁하도록 합의를 보았네. 자네도 알다시피, 구련허영화는 꺾은 지 3시진 이내에 단약으로 연제해야만 효력이 있지.”

천찬학관이 구련허영화를 얻는다고 해도 현천급 연단사가 동행해야 3시진 이내에 연제를 마칠 수 있었다.

천찬학관의 유일한 현천급 연단사는 부원장이니, 당연히 나설 수 없다.

이때 운청휘가 와 주었으니, 운석에게는 이만한 희망이 없었다.

“이 일을 도와줄 수 있겠나?”

운석이 운청휘를 봤다.

“……그러지!”

운청휘가 잠시 머뭇거렸지만 결국 말했다.

이 대답은 그가 현천급 연단사라는 방증이다. 운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인왕단을 연제하면, 보수로 3개를 가져가야겠는데.”

운청휘가 말했다.

“물론일세!”

운석이 단번에 대답했다.

“돌아가서 준비하게, 모레 아침 출발이네!”

그렇게 천단탑을 떠난 후, 운청휘는 위경륜과 함께 흙보살의 저택으로 돌아갔다.

가는 내내 운청휘의 머릿속은 인왕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종으로도 인왕경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인왕단이라면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운청휘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설령 내게 소용이 없다고 해도, 부모님과 채아, 가족들에게 큰 도움이 될 터.’

운석의 설명대로라면 구련허영화 한 송이로 인왕단을 9개 만들 수 있지만, 운청휘는 두 배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굳이 그녀에게 밝히진 않았지만.

기원과 진원, 명각도 등록해야 하나 운청휘에게는 할 일이 생겼다. 바로 내일이 떠나는 날이기 때문에, 그는 등록을 연기해 두었다.

정오 무렵, 위경륜이 찾아왔다.

“공자, 운 부원장께서 미리 준비하라고 하셨습니다. 구련허영화의 서식지는 상고 전쟁터입니다. 이걸 받으십시오. 수행 대열의 명부입니다.”

명부를 받아든 운청휘가 가볍게 목록을 훑었다. 무원 고등반의 생도들은 전부 있었고, 개중에는 송서항도 적혀 있었다.

고등반 외에도 무원의 다른 학생들이 일부 있었다.

천단탑에서도 15명의 연단사가 동행하기로 했으며, 그중 6명은 대천급 연단사였다.

목록 자체는 평범하나, 눈에 띄는 것은 적지 않은 이름에 그어진 붉은 줄이었다.

무원 고등반의 송서항, 정건(郑乾), 만비(万飞), 문충(文忠).

무원의 다른 학생인 낙원(骆远), 낙병(骆炳).

그리고 여섯 대천급 연단사의 이름에 줄이 그여 있었다.

‘이게 무슨 뜻이지?’

운청휘의 눈에 의혹이 스쳤다.

“위경륜, 운 원장이 명부를 줄 때 아무 말도 없었나?”

운청휘가 위경륜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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