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333화 (333/430)

제333화

방으로 들어간 운청휘는 기를 차단하는 진법을 설치한 후, 영라 반지에서 인왕경 흉수의 마종 네 개를 꺼내 부적을 새기기 시작했다.

인황경의 상대를 만난다면 저항할 능력도 없을 테니 만반의 대비를 해야 했다.

‘인왕경 마종 네 개를 구천주선살진에 넣었으니 인황경을 당분간 가두기에 충분하다.’

부적을 완성한 후, 운청휘는 영라 반지에 그것들을 담아 두었다.

-주인님, 운석이 가진 천화 현빙한염은 그녀를 완전히 인정하지 않는데…… 주인님께서 원하시면 뺏을 기회가 올 것입니다!

그때, 청연지심화가 말을 걸어왔다.

운청휘는 고개를 저으며 한마디로 일축했다.

‘필요없다.’

비록 운청휘가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라지만,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람은 아니었다.

운석은 그에게 악의가 없으니, 굳이 운석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 둔천사 바깥의 하늘이 검게 물드는 저녁이 찾아왔다.

바깥에서는 바람 소리만이 들려오는데…….

쿵! 쿵! 쿵!

운청휘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녀석들인가…….’

가부좌를 틀고 명상하던 운청휘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가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방문이 휙 열렸다.

복도에 서 있던 두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 낙원과 낙병이었는데, 그들은 30살이 넘었지만 20대 초반으로 보였다.

“운청휘, 네놈은 이미 우리의 신분을 알겠지?”

“상고 전쟁터는 무수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데다 인왕경의 흉수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걸 일깨워 주러 왔다. 고작 반절 인왕경인 네놈이 자칫 죽을지도 모르니까!”

두 사람은 어떠한 위협이나 조롱도 담지 않고 덤덤히 말했다.

운청휘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충고는 감사하군. 볼일이 없다면 돌아가도록.”

말을 마친 운청휘가 손을 휘두르자, 두 사람의 코앞에서 문이 쾅 소리와 함께 닫혔다.

낙원과 낙병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지금 운청휘가 날뛰는 것을 보셨겠죠?”

삼 장 떨어진 곳에서 송서항이 보란 듯이 말했다. 그는 정건과 만비, 문충과 함께였다.

“우리 앞에서도 이렇게나 불경하다니!”

“낙휘와 낙건에게 일어난 일뿐만 아니라, 고모님의 일도 저자의 짓이 확실하군!”

낙원과 낙병이 침착하게 말했다.

“두 사형, 지금 녀석을 죽일까요?”

송서항이 갑자기 차가운 기운을 내며 말했다.

“이틀만 있으면 도착하니 기회를 봐서 죽이자.”

“개를 때려도 주인을 보고 때려야지. 둔천사에서 녀석을 죽이면 백택 교관님을 곤란하게 만들 거야.”

낙원과 낙병은 고개를 저었다.

그들의 눈에 비친 운청휘는 이미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으나, 백택이 곤란할 일을 만들기 싫어서였다.

방 안에서 신식으로 대화를 감지한 운청휘는 조용히 한기를 내뿜을 뿐이었다.

이틀간 무수한 산천과 강을 건너, 둔천사는 어둑어둑한 상고 전쟁터에 도달했다.

한때 운청휘가 지나쳤던 곳과 완전히 다른 구역이었다. 그만큼 상고 전쟁터의 범위가 넓다는 증거였다.

다시 밤낮으로 이틀을 더 갔을 무렵, 별안간 둔천사가 크게 진동했다.

“둔천사가 흉수의 공격을 받았다!”

적지 않은 생도들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지금 그들이 타고 있는 둔천사는 인왕경 무인이 낼 수 있는 극한 속도보다 빨랐는데, 이 둔천사를 따라잡아 공격했단 말인가?

그 말인즉슨, 최소 반절 인황경의 흉수가 왔다는 뜻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둔천사에서 기다리고, 내 명령이 없다면 둔천사를 떠나지 말거라!”

백택의 목소리가 모든 사람들의 귀에 울렸다.

“이 망할 자식은 내가 해결하마!”

백택이 곧바로 둔천사를 빠져나가고, 곧 거대한 충돌음이 일었다.

둔천사에서 바라보면 대지가 갈라지고, 격전의 불빛이 화산처럼 폭발하는 듯했다.

백택은 장검을 꺼내 휘둘렀는데, 천지를 가르는 검기가 눈부셨다.

그 시각.

난데없이 운청휘의 방문이 벌컥 열렸다.

낙원, 낙병! 송서항, 정건, 만비, 문충!

여섯 사람이 매섭게 운청휘를 바라봤다.

“허락 없이 남의 방문을 열다니 집안 어른들이 교양을 가르치지 않던가?”

운청휘가 여섯 사람을 바라봤다.

“죽음이 코앞에 닥쳤거늘 교양을 말하는 게냐?”

교양 운운하려면, 염라대왕 앞에서 하거라!”

낙원, 낙병 등 여섯 사람이 냉소하며 살기를 내뿜었다.

그 순간, 고함이 울렸다.

“송서항, 무엇을 하고 있나?”

담운이었다!

백택이 둔천사를 나간 후, 담운은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그 직감을 따라와 보니, 역시나 송서항 등이 운청휘를 상대하러 온 것이 아닌가.

“담운, 무슨 일이 있어?”

그의 외침을 들은 다른 생도들도 다가왔다.

그러나 운청휘의 방 앞에 서 있는 이들을 알아본 순간, 생도들은 일제히 태도를 바꾸었다.

“담운, 낙가와 운청휘의 원한에, 네가 끼어드는 것이냐!”

“담운, 이곳에서 방해하지 말고 가거라!”

담운의 외침을 듣고 온 이들은 그와 친분이 두터웠다. 당연히 담운이 다치는 걸 원치 않으니, 으름장을 놓으며 그를 끌고 가려 했다.

그러나 담운은 그들을 뿌리치고 나와 운청휘의 방으로 뛰어들었다.

“담운, 네놈이 지금 무엇을 하는지 아느냐?”

송서항 일행이 담운을 노려보았다.

담운이 이리 나온다면 그들은 섣불리 운청휘를 공격할 수 없다.

담운을 비롯한 다른 이들까지 모두 죽일 작정이 아니라면.

하나 그들 여섯으로 가능한 일일까?

“나야말로 무슨 속셈인지 묻고 싶군. 이렇게 많은 이들이 운 형제의 방 앞에서 무엇을 하는 건가?”

담운은 이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용기를 쥐어짰다.

“우리가 무슨 속셈이 있겠나, 그저 운청휘를 찾아 인생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을 뿐이네.”

낙원이 냉소하더니 송서항 등을 보며 말했다.

“자, 가자!”

떠나기 전에 그들은 담운을 보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담운, 이곳은 온갖 위험이 도사리니 그대도 조심하게!”

“흥, 그대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네!”

담운은 코웃음을 치며 그들을 보낸 후, 운청휘를 돌아보았다.

“운 형제, 괜찮은가!”

운청휘가 희미하게 웃었다.

“제때 와 주었군. 덕분에 아무 일도 없었다.”

담운은 송서항 일행뿐만 아니라 운청휘의 일도 망친 셈이지만, 운청휘는 그를 탓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는 꽤나 감동한 상태였다.

최근 담운은 낙원과 낙병 등과 거리를 두며 피해다녔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운청휘를 위해 나서주었다.

진실로 이러한 사람이 친구가 아니면 누구겠는가?

“이 은혜는 잊지 않겠다.”

운청휘가 담운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담운이 굳은 얼굴로 답했다.

“운 형제, 오늘부터 우리는 같이 지낼 거야. 내가 있으면 송서항과 낙원 등은 그대를 꺼릴 것이네!”

운청휘가 고개를 저었다.

“호의는 고맙지만, 괜찮다. 방금 전의 일로 송서항 등도 자제할 테니.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잠잠할 터.”

“알겠네!”

담운도 그렇게 생각했으나, 덧붙였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알려 주게. 한 사람이 더 있으면 힘이 더 생기니까!”

담운이 떠나고, 청연지심화가 슬그머니 말했다.

-주인님, 담운의 호의가 방해가 되지 않았습니까.

‘담운은 낙가에 등을 돌리고 나를 도운 것이다. 그만큼 나를 친구로 여긴다는 뜻이니, 그리 말하지 말도록.’

사귈 가치가 있는 친구를 하나 받아들이게 되었으니, 운청휘로서는 기분이 좋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한편, 백택과 흉수의 싸움은 두 시진이 넘게 이어지고 있었다.

반경 수억 장의 대지는 모두 황량한 구덩이로 화했고, 자욱한 흙먼지가 사방을 에워쌌다.

그들의 전투는 백택이 조금 우세했던 까닭에 백택의 승리로 끝났다.

신식으로 전투를 지켜보던 운청휘는 아쉬운 마음을 접어야 했다.

반절 인황경의 마종이라니, 얼마나 구미가 당기는 물건인가.

백택이 둔천사로 돌아온 후, 운청휘는 방 안을 금지로 만들어 둔 후 창문을 통해 둔천사를 빠져나왔다.

백택과 싸운 흉수는 ‘암흑염호(暗黑焰虎)’로, 호랑이처럼 생겼으나 덩치가 작은 산만 하고 칠공에서 검은 화염을 내뿜고 있었다.

암흑염호는 백택과의 전투로 적지 않은 부상을 입어, 몸을 추스르고 있었다.

그러나 하늘에서 별안간 운청휘가 나타나니, 기척을 알아차린 암흑염호가 흉악한 살기를 내뿜었다.

단번에 전신의 일곱 구멍에서 검은 화염이 일렁였다!

“크오오!”

천지를 떨어 울리는 울부짖음과 함께, 거대한 발톱이 운청휘를 향해 덮쳐갔다.

운청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거대한 손을 만들어 내 발톱을 쳐냈다.

콰앙!

충격으로 날아간 암흑염호가 지면으로 곤두박질쳤다.

운청휘는 다시금 일장을 날렸고, 암흑염호는 피할 틈도 없이 뼈가 부서지고 말았다.

암흑염호가 움직이지 못하는 틈을 타, 운청휘가 마종을 암흑염호의 몸에 넣었다가 거두었다.

“이 마종만으로도 이곳에 온 가치가 있군.”

운청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마종을 영라 반지에 넣었다.

이곳에는 무수한 흉수들이 있지만, 반절 인황경의 흉수를 만나는 데는 운이 따라야 했다.

운청휘는 곧바로 몸을 돌려 둔천사로 돌아왔다.

한편, 백택도 못지 않게 부상을 입었기에 치료에 매진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의 눈에 의혹이 스쳤다.

‘이상해, 방금 암흑염호의 울부짖는 소리가 났어!’

암흑염호와 대결한 후, 백택은 염호가 울부짖은 소리를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 소리는 암흑염호가 공격을 받아야 나는 것인데…… 또 반절 인황의 흉수가 나타난 건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백택은 치료를 서둘러 마치고 둔천사의 조종실로 향했다.

그는 직접 둔천사를 조종하며 속도를 높였고, 둔천사는 고속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반나절 정도 지났을까, 빠르게 날아가던 둔천사가 벽에 부딪힌 듯이 급정지했다.

그 충격으로 수련에 매진하던 모든 생도들이 웅성거렸다.

“또 무슨 일인 거지?”

이번에 운청휘의 얼굴도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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