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4화
둔천사는 강력한 역장(域场)에 진입했다.
알 수 없는 힘이 둔천사를 통제하더니, 더는 조종간이 움직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둔천사의 동력마저도 멈춰 버렸다.
‘저 역장이 둔천사를 멈춘 원인이군.’
운청휘의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이 역장의 존재로 상고 전쟁터에서는 전송 옥석을 사용할 수 없으나, 전에 왔을 때는 이 정도로 심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운청휘의 신식마저 방해를 받을 정도였다.
-주인님, 이곳의 역장이 매우 강합니다!
청연지심화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렸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무위가 아주 높은 선인들이 많이 죽었거나, 역장을 생성하는 지보가 여기 있는 거죠!
그러나 운청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 간단하지 않다. 본제의 신식마저도 영향을 받으니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군.”
-주인님의 신식도 방해를 받아요?
청연지심화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데, 별안간 백택의 목소리가 둔천사를 울렸다.
“모두들 집합!”
일 다경 후, 운청휘를 포함한 모든 생도가 둔천사의 갑판으로 나왔다.
생도들 앞으로 나선 백택은 어두운 안색으로 입을 열었다.
“현재 강한 역장 안에 있는 상태다. 구련허영화를 발견했다는 보고에서는 역장의 존재가 언급되지 않았으니, 우리는 두 가지 상황에 직면했다고 볼 수 있다. 상고 전쟁터가 워낙 넓고 구체적인 거리를 가늠할 수 없으니, 길을 잘못 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누군가 배신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
마지막 말을 내뱉으며 백택의 안색이 완전히 굳었다. 만약 그리된다면, 그들은 정말 죽음의 땅으로 온 것이나 다름없다.
백택을 포함한 모두가 구조를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백 교관님, 다시 돌아갈 수 없나요?”
한 생도가 물었다.
“맞아요, 왔던 길로 돌아가서 계책을 논의하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동감했다.
그들은 모두 인왕경으로 전도유망한 인재들이니, 이곳에서 목숨을 걸고 모험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백택은 돌아가자는 말을 꺼낸 이를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다.
“만약 누군가 우리를 배신했고, 이대로 되돌아간다면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겠는가?”
“빈틈이 없는 경계망!”
누군가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이제 어떻게 하죠?”
누군가 지시를 청하듯 백택을 봤다.
“우선은 몇몇을 보내 역장 안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탐사하고, 이곳을 살펴본 후 다시 논의하겠다.”
백택이 결론을 내렸다.
운청휘는 순간 좋지 않은 예감이 등골을 스치는 걸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생도들을 훑어보는 백택의 시선이 운청휘에게 한동안 머물러 있었다.
“둔천사를 떠나 역장 안의 상황을 탐색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백택은 운청휘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른 생도들은 잠잠했다. 둔천사도 멈추게 하는 역장을 탐색하라? 죽으러 가라는 말과 어떤 차이도 없었다.
한데 이때, 송서항과 정건, 만비, 문충이 앞으로 나섰다.
“저희가 가겠습니다!”
고등반의 생도들이 의아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저들은 고등반인 만큼, 확실한 이익이 없으면 나서지 않는 자들이었다.
한데 뜻밖에도 어떤 사고가 기다릴지 모르는 탐사대를 자청하고 있었다.
운청휘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그들의 속내가 빤히 보였으니까.
“그러나 저희 네 사람으로는 부족할 수 있으니, 안전을 위해 한 사람 더 데려가고 싶어요!”
송서항이 백택에게 지시를 청했지만 시선은 운청휘를 향했다.
“알겠네!”
백택이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를 데려가고 싶은가!”
“바로 운청휘죠!”
송서항이 운청휘를 가리켰다.
“운청휘는 마침 수련을 할 기회를 얻는구나!”
“운청휘, 걱정 마라, 우리 넷이 있으니 아무런 일도 없을 거야!”
“헤헤, 이런 기회는 얼마 없다구. 운청휘!”
정건, 만비, 문충도 운청휘를 보며 기괴하게 웃었다.
“운청휘, 함께 가는 것에 이의가 있나?”
백택이 운청휘를 봤다.
“그 말은 명령인가? 아니면 내 의견을 묻는 것인가?”
운청휘가 은은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운청휘, 모두를 위한 일인데 이기적으로 구는군! 회피하려 들지 마라!”
“송서항 등은 스스로 나왔는데, 운청휘는 그럴 배짱도 없단 말인가?”
“흥, 내 무위가 약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나갔을 거야!”
“배짱도 없는 녀석이 우리 천찬학관에 들어올 자격이나 았는 건지!”
천단탑의 대천급 연단사 여섯이 일제히 운청휘를 비웃었다.
단번에 운청휘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다른 생도들은 모르지만, 저들만큼은 운청휘가 천단탑의 수석 연단사임을 알고 있다.
한데 그를 사지로 내몬단 말인가? 속셈이 송서항 만큼이나 뻔했다.
“운 형제, 대답해서는 안 되네. 저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알지 않나!”
담운이 마침내 참지 못하고 일어섰다!
“담운, 나설 일이 아니니 물러…….”
백택이 미간을 찌푸렸으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담운이 재차 입을 열었다.
“제가 운 형제를 대신하여 송서항 등과 상황을 탐색하겠어요!”
“응?”
담운의 말을 듣고 송서항, 정건, 만비, 문충 네 사람의 안색이 침울해졌다.
“담운, 이 기회는 운청휘에게 주는 것이야. 네놈은 인왕이라 그와 기회를 다툴 필요가 없어!”
송서항이 어두운 안색으로 이를 갈았다.
“만약 운청휘가 가지 않는다면, 저희는 이전의 말을 취소하겠습니다.”
“맞아요, 운청휘가 우리와 가지 않겠다면, 우리도 가지 않습니다!”
정건, 만비, 문충도 이어서 말했다.
“알겠네!”
백택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운청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운청휘, 인솔 교관의 권한으로 명령하겠네. 송서항 등을 따라 바깥의 상황을 탐색하고 오게!”
원칙적으로, 인솔 교관인 백택은 생도들에게 명령할 권리가 있었다.
또한, 운청휘도 부당한 명령이 아니라면 거절할 권리가 없다.
운청휘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명령이라니 따라 주지. 비록 상고 전쟁터는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영영 돌아오지 못하겠지만.”
운청휘가 둔천사에서 나와 역장이 강렬한 깊은 구역으로 날아갔다.
“감히 우리를 앞서가다니!”
“입만 산 녀석이군. 도망칠 수 없도록 빨리 쫓자!”
송서항 등이 운청휘를 뒤따라 둔천사에서 날아갔다.
-낙원, 낙병! 우리 넷은 운청휘를 죽이려고 이런 무모한 모험을 했어!
-낙가의 약속을 잊지 마시길!
멀리서 네 사람이 낙원과 낙병의 귀에 음을 보냈다.
-걱정 말게. 그대들이 운청휘를 죽이는 데 성공하면 그 은혜를 어찌 잊겠는가!
낙원과 낙병도 음으로 답했다.
곧, 그들의 시선은 백택에게 향했다.
백택이 송서항 등의 편을 들어주었으니, 그의 속내가 잘 보였다.
‘운청휘가 백택의 제자가 되길 거부했으니 한이 쌓였겠지. 백택도 이렇게나 빨리 한을 풀게 될 줄은 몰랐을 거다.’
낙원과 낙병이 속으로 생각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둔천사를 벗어난 운청휘는 역장이 점점 강해지는 구역으로 향했다.
송서항 등도 운청휘를 공격할 요량으로 뒤를 바짝 쫓았지만, 지금 운청휘는 그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 구역은 기괴하고도 강력한 힘이 있어, 둔천사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운청휘의 신식까지 약화시켰다.
‘무슨 이치로 내 신식이 약해진단 말인가?’
운청휘의 신식은 선제의 신식이다.
보통의 역장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건만, 지금의 역장은 무엇이란 말인가?
더욱이 운청휘가 선계에 있을 때도 이런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역장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영향을 주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운청휘는 날아가며 허공과 지면에 신식을 펼쳐 끊임없이 탐색했다.
한 식경 후, 운청휘는 지하 5만 장 아래에 있는 거대한 지역을 찾아냈다. 그러나 그 안으로는 신식이 접근하지 못했다.
‘여기에 있겠군…….’
지하 5만 장 아래에 있는 지역은 벽에 둘러싸인 듯 그의 신식을 막아냈고, 운청휘로서도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기이하군. 다가갈수록 불길한 느낌이 든다.’
불안함과 동시에, 탐구심이 샘솟았다.
운청휘에게 불길한 느낌을 준다면 위기 중의 위기겠지만, 동시에 위기는 기회를 수반하지 않는가.
운청휘는 지면으로 내려와, 토 속성의 힘으로 지면을 내리눌렀다.
토양이 뭉개지며 양쪽으로 갈라지더니, 지하로 통하는 통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운청휘, 왜 이곳에 멈춘 것이냐?”
“무엇을 할 수 있겠나, 곧 죽을 예감이 들어서 구멍을 판 것이구나!”
뒤쫓아오던 네 사람이 운청휘의 뒤에 내려섰다.
그들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운청휘가 줄곧 둔천사 부근을 배회하며 살길을 도모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협조적으로 나와 탐사할 줄은 몰랐다.
지금 그들은 둔천사까지 한 식경은 걸려야 날아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고, 이곳이라면 운청휘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누구도 듣지 못할 터였다.
“무덤에서 뭘 하겠나.”
운청휘가 담담하게 말하더니 송서항 등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너희의 시체도 남길 생각이 없으니, 유감이군.”
“하하하, 이쯤 되었는데도 억지를 부리다니!”
“이 상황에서도 허풍이라니, 천성인 게로군!”
“자, 빨리 죽이고 빨리 돌아가자!”
정건, 만비, 문충 셋이 동시에 공격하려 했다.
“잠깐……!”
별안간 송서항이 소리를 치며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그가 마른 입술을 축이며 말했다.
“내가 녀석을 죽일 테니 지켜봐!”
그날, 고등반에서 운청휘에게 당했던 치욕을 어찌 잊겠는가? 송서항은 설욕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이리 위험한 곳까지 오는 모험을 할까.
“운청휘, 오늘은 자만하지 않겠다. 네놈이 내 공격을 몇 번 피하든 네놈을 죽이고 말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