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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336화 (336/430)

제336화

경솔한 생도 몇몇이 결국 그 말을 내뱉고 말았다.

다만 운청휘가 송서항과 낙가에 진 원한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이 알고 있으니, 이번의 탐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았다.

그들은 십중팔구 운청휘가 죽고 나머지 네 사람만 돌아올 거라 생각했으나, 돌아온 이는 운청휘 혼자뿐이었다.

“참, 송서항, 정건, 만비, 문충은?”

누군가 질문을 던졌다.

“운청휘, 어찌 혼자만 돌아온 건가?”

백택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낙원과 낙병은 운청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운청휘는 바로 대답하는 대신 느긋하게 주변의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담운에게 시선이 머무를 땐 슬쩍 미소를 지었지만, 백택과 낙원, 낙병에게는 끝없는 조롱의 시선을 보냈다.

“그들은 나를 보호하다 반절 인황경 흉수에게 잡아먹혔다.”

운청휘는 슬퍼하는 척하며 일의 경과를 말했다.

“어……?”

다른 이들은 물론, 담운조차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운청휘는 거짓말마저 성의 없이 꾸며내는 듯했으니.

그러나 운청휘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풀어놓았다.

바깥에서 탐사를 하던 중 반절 인황경의 흉수를 만났다. 송서항과 정건, 만비, 문충은 목숨을 걸고 운청휘를 도망치게 도왔다.

더욱이 정건은 죽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운청휘, 도망가!”

만비도 지지 않고 외쳤다.

“운청휘, 우리는 죽어도 괜찮아!”

마지막으로 문충이 쐐기를 박았다.

“너는 절세의 기재이자 천찬학관의 미래다!”

즉, 그들 셋은 운청휘를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목숨마저 아낌없이 내놓았다는 게 운청휘의 설명이었다.

참으로 뻔뻔한 거짓말이었다. 절세의 기재이자 천찬학관의 미래라니…….

“송서항은 왜 없어? 그는 아무 말도 안 했어?”

누군가 물었다.

“비참하게도, 그는 말할 기회도 없었다. 한 방에 맞아 죽었으니.”

운청휘는 억장이 무너진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운청휘는 눈시울까지 붉히며 가슴 아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묘하게 위화감이 들었다.

어쩐지 잘됐다는 듯한 기색도 느껴지니…….

“반절 인황경 흉수? 너희가 마주치면 이리 도망칠 기회도 없을 텐데!”

백택이 불쑥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 반절 인황경의 실력을 잘 아는 그다.

만약 그가 마음을 먹고 이곳에 있는 이들을 죽이려 한다면, 누구도 도망칠 수 없을 터였다.

반절 인황경 흉수도 마찬가지니, 생도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운청휘, 솔직하게 말하도록! 송서항 일행이 정말 흉수에게 죽은 것이냐? 아니면…… 네놈에게 죽은 것이냐?”

낙원과 낙병이 물었다.

“반절 인왕경인 내가 인왕경 넷을 죽였다고?”

운청휘가 평온하게 반문했다.

“확실히, 자네의 실력으론 송서항 등을 죽일 순 없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백택이 불쑥 물었다.

“송서항 등이 자네를 보호하다가 흉수의 손에 죽었다고 했는데, 증거가 있는가?”

“증거?”

운청휘의 얼굴이 단번에 굳으며 백택을 바라보았다.

“무슨 뜻이지? 설마 내가 거짓을 말한다고 하는 것이냐?”

“응?”

“감히 백 교관님께 저런 어조로 말하다니!”

운청휘의 대답에 적지 않은 생도들이 당황했다.

운청휘는 그저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면 그만인데, 굳이 백택을 자극하고 있었다.

낙원과 낙병이 냉랭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들이 운청휘를 노리지 않아도, 백택이 이미 운청휘를 걸고넘어지지 않는가.

“백 교관님!”

담운이 갑자기 일어섰다.

“우, 운 형제는 반절 인황경 흉수에게서 탈출했습니다. 보통 일이 아니니, 잠시 정신이 혼미하여 횡설수설할 수도 있습니다. 누구든지 이런 경험을 하면 평정을 유지하기 어려운 게 사실 아닙니까!”

담운은 이번에도 운청휘를 위해 나섰다.

정말로 운청휘가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왔다면, 지금 마음에 동요가 일다 못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말을 분별 있게 하는 것도 어려울 터였다.

“백 교관님도 생각해 보십시오! 운 형제는 흉수를 마주치고 곧바로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증거를 신경 쓸 겨를이 있겠습니까?”

담운의 말은 많은 이들을 설득했다.

반절 인황경 흉수를 앞에 두고 목숨을 부지하는 것을 생각하지, 싸우려 들겠는가?

더욱이 급박한 상황에서 증거를 챙겨왔다고 하는 게 더 부자연스럽다.

물론, 운청휘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은 없었다.

송서항 등은 사사건건 운청휘를 겨냥하며 위협했으니, 그들이 운청휘를 감싸고 죽을 리가.

“정말 흉수를 만나서 허둥지둥 도망치다 마지막에 운청휘만 살아남았을 수도 있겠어.”

“물론 운청휘가 제일 먼저 줄행랑을 쳤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변명을 저리 어처구니없게 하진 않겠지.”

생도들이 숙덕거리기 시작했다.

“확실한 건, 운청휘는 송서항 등을 죽일 수 없다는 거야. 그는 반절 인왕경이잖아.”

생도들이 담운의 말에 수긍하니, 백택은 침묵을 지켰다.

이 기세를 몰아, 담운은 운청휘에게 다가가 말을 이었다.

“운 형제, 어서 백 교관님께 사과하게. 자네는 송서항 등의 죽음과는 무관하지만, 백 교관님께는 정중해야지.”

담운은 사과를 권하는 한편, 이 자리에서 운청휘가 송서항 등의 죽음과 무관하다고 못을 박아 버렸다.

“사과할 필요 없다네. 흉수를 만난 것 말고 무슨 수확이 있었는가.”

백택이 코웃음을 치더니 물었다.

운청휘는 담운을 힐끔 보았다. 그가 이리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한 건, 백택과 낙원, 낙병이 자신을 몰아붙이게 만들 요량이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충돌이 생기면 운청휘에게 좋은 일이건만…… 담운이 나서는 바람에 흐지부지되었다.

의도치 않게 두 번이나 운청휘의 계획을 방해한 담운이었으나, 운청휘는 조금도 불만을 품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담운은 자신을 위해 두 번이나 나서서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었다.

“흉수를 만난 곳은 진법 근처로, 그때 흉수는 미친 듯이 진법을 파괴하고 있었다.”

운청휘는 적당히 둘러대었다.

이곳의 역장이 강해진 건 진법 때문인데, 흉수에게 파괴되었으니 역장이 서서히 약해질 거라는 내용이었다.

그 말에 백택의 눈에서 의혹이 가셨다.

낙원과 낙병도 송서항 등이 정말 운이 나빠 변고를 당했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기 시작했다.

“천찬학관의 친구들이 아닌가?”

바로 이때 둔천사 위에서 위엄이 넘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왕무성(王武城)의 목소리야!”

안색이 변한 백택이 곧바로 위를 올려다보았다.

“왕무성?”

운청휘를 제외한 다른 이들의 안색도 굳어 버렸다.

왕무성은 영흥성원의 부원장 중 한 명으로, 반절 인황경의 강자였다.

그가 이번 영흥성원 대열의 인솔 교관으로 온 것이다!

일 다경 후, 거대한 둔천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영흥성원의 둔천사다!”

적지 않은 생도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길을 잘못 든 줄 알았는데, 천찬학관의 사람들을 만났으니 다행이군!”

이때 운청휘는 신식으로 영흥성원의 둔천사에서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들도 천찬학관 사람들과 같은 상황을 맞이했는데, 쌍방이 들어온 구역이 달라 서로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시체 안에 있던 신의 법칙을 운청휘가 가져갔으니 역장은 사라졌다.

그 덕분에 영흥성원의 둔천사가 움직일 수 있었고, 이렇게 천찬학관의 사람들과 마주친 것이다.

‘역시 영흥제국 제일의 학관이라 할 만하군. 간단하지 않다.’

신식으로 영흥성원의 둔천사를 살핀 운청휘가 생각에 잠겼다.

인솔 교관인 왕무성 외에도 반절 인황경이 두 명이나 더 숨어 있었다.

반면 천찬학관의 반절 인황경은 백택뿐이다.

‘다만 저들은 규칙을 어기고 있는데?’

운석의 말대로라면, 두 학관은 각각 반절 인황경의 교관 한 명씩을 파견하여 생도들을 보호한다. 물론 그들은 쟁탈전에 개입할 수 없고, 갑작스러운 충돌을 방지할 목적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천찬학관도 반절 인황경을 무수히 데려오지 않겠는가?

구련허영화는 확실히 두 학관이 다툴 만큼 진귀하긴 하지만, 무수한 인명 피해를 감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영흥성원이 두 명의 반절 인황경을 더 파견한 건, 구련허영화 외에도 목적이 있다는 뜻이 된다.

백택이 둔천사를 나가더니 영흥성원의 왕무성과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

“영흥성원의 인솔 교관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들의 둔천사도 이 구역에 갇혔었다. 움직이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네.”

백택이 말을 마치고 운청휘를 힐끗 쳐다보더니 음을 전했다.

-운청휘, 반절 인황 흉수를 만난 곳을 알려 주게.

운청휘도 음으로 대답했다.

-이곳에서 서남쪽 방향으로 한 식경을 가면 그곳이 나온다.

거짓말이다.

운청휘가 신의 시체를 발견한 지점은 서남쪽이 아니라 동쪽이었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백택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시선을 거두었다.

“가자! 길을 제대로 왔으니 반나절 더 가면 목적지가 나온다!”

이윽고 백택은 다시 둔천사를 조종해 출발시켰다.

영흥성원의 둔천사는 일정 거리를 두었지만, 같은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운청휘는 태연히 서 있었지만, 둔천사가 신의 시체가 있는 지점을 지나갈 땐 속으로 혀를 내둘러야 했다.

다행히 기를 숨기는 진법을 포진해 두었고, 땅굴도 메웠으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그러나 영흥성원의 왕무성과 다른 반절 인황경 둘은 은밀하게 무엇을 찾는 듯 두리번거렸다.

반나절이 지나고, 두 둔천사가 거대한 산봉우리 위에 우뚝 멈췄다.

해발 삼천 장 높이의 산은 두꺼운 눈으로 덮여 있었고, 산봉우리는 꽁꽁 얼어붙은 얼음층을 이루고 있었다.

그 산봉우리 꼭대기에, 한 자 길이의 구련허영화가 솟아 있었다. 바람을 견디는 아홉 장의 꽃잎은 신비한 영기를 품고 파르르 떨리길 반복했다.

“만개까지 하루가 남았군!”

천단탑의 대천급 연단사 여섯이 구련허영화를 보자마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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