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337화 (337/430)

제337화

이때, 영흥성원의 둔천사에 타고 있는 연단사들도 똑같은 말을 했다.

“하루 남았어!”

두 학관의 사람들은 정확한 시간을 알고 구련허영화를 찾아왔다.

만개하는 시간이 아침 혹은 저녁이기에, 예측이 가능했다.

“백사통(百事通), 상대 둔천사에 연단사가 몇 명 있는지 알겠는가?”

왕무성이 40여 세의 중년인을 불러 물었다.

“모두 15명의 연단사인데 9명이 소천급 연단사, 6명은 대천급 연단사네요.”

백사통이라고 불린 중년인이 말했다.

“그들은 현천급 연단사를 보내지 않았어?”

왕무성이 의외라는 듯 물었다.

“저기 붉은 장포를 입은 청년은 모르는 얼굴이지만, 나머지는 모두 압니다. 저들 중에 연단사는 15명이 확실합니다.”

백사통이 호언장담하자, 천찬학관의 사람들은 안색이 굳었다.

“젠장, 영흥성원의 사람들이 백사통을 찾아내다니!”

“백사통? 우리 막주성에서 모르는 것이 없다는 그 백사통?”

“백사통이 있다면 우리의 자료는 단번에 알게 되는데?”

백택이 손을 흔들어 모두를 조용하게 했다.

“저들이 백사통을 초청할 것은 예상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저들의 자료를 가지고 있으니 안심하도록.”

백택의 외침과 함께 그가 끼고 있던 아공간 반지에서 수백 장의 종이가 쏟아져나왔다. 종이는 의지를 가진 것처럼 날아가 모든 생도들의 손아귀로 들어갔다.

빼곡하게 적힌 이름들이 유난히 두드러졌다.

소연(萧缘): 27세, 인왕경 무위, 현광진공(炫光真功) 수련!

소익(萧翼): 25세, 인왕경 무위, 열화심경(烈火心经) 수련!

서매(徐梅): 25세, 인왕경 무위, 매화화결(梅花火诀) 수련!

이들뿐만 아니라 영흥성원의 둔천사에 오른 사람들의 정보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배, 백 교관님. 이런 자료를 우리 천찬학관이 어떻게 얻었단 말입니까?”

한 생도가 감탄하며 물었다.

운청휘도 뜻밖이라는 듯 종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비록 둔천사에 숨어 있는 두 반절 인황경의 자료는 없었지만, 다른 사람의 자료는 모두 적혀 있었다.

“하하, 우리 천찬학관의 원장님이 누구인지 잊었는가?”

백택이 별안간 빙그레 웃었다.

천찬학관의 원장은 영흥제국, 더 나아가 천성대륙 제일의 찬명사라 불리는 흙보살이 아니던가!

“그럼 원장님께서 추산하신 것입니까?”

한 생도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의 추측대로라면 흙보살은 영흥성원이 보낼 사람들을 모두 추산했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 정도면 신통력이라 해도 무방했다.

“원장님께서는 별다른 말씀 하지 않으셨네. 하지만 이 목록은 원장님이 주신 것이 맞네.”

백택은 그리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흙보살이 추산한 것이라 확신했다.

“소효여(萧晓茹), 반절 인왕이자 현천급의 연단사. 영흥성원에서 구련허영화를 손에 넣으면 그녀가 연제하겠군요.”

한 생도가 명단을 살피더니 백택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충돌이 시작되면 우리는 공격해야 할까요?”

백택이 손사래를 쳤다.

“현천급 연단사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데, 그녀가 사고를 당하면 두 학관은 반드시 전투에 돌입할 걸세.”

많은 생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 교관님의 말씀이 옳아. 우리의 주 임무는 구련허영화를 손에 넣는 것이지, 전투가 아니니까.”

“영흥성원의 사람들도 우리의 체면을 구기려 하지 않겠지.”

운청휘가 옆에서 슬쩍 비웃었다.

이미 그는 신식으로 영흥성원의 사람들이 천찬학관의 사람들을 몰살할 방법을 궁리하는 것을 감지했다.

다만 그들도 논의에 그칠 뿐, 시도 자체는 꺼리고 있었다.

가령 시도한다면 백택은 반드시 죽여야 하는데, 왕무성과 숨은 반절 인황 둘이 연합한다고 해도 격파에 그칠 뿐이다.

더욱이 생존자를 남겨둘 수 없기에 논의는 몇 차례 지지부진하게 이어졌다.

그 끝에, 왕무성은 쟁탈이 시작되면 천찬학관의 생도들을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그 외에도 그들은 한 가지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천찬학관이 보낸 연단사들이었다.

천찬학관은 현천급 연단사를 보내지 않았으니, 그들이 구련허영화를 손에 넣어도 쓸모가 없지 않은가?

그걸 모르지 않을 텐데, 이번 대열을 보낸 의도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왕 원장님, 천찬학관은 저희를 견제하려는 게 아닐까요?”

한 생도가 묻자, 왕무성은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여겼다.

다만 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다른 생도가 답을 가로챘다.

“굳이 상고 전쟁터까지 와서 우리를 견제한다고? 반절 인황경까지 끌고 와서?”

왕무성은 끝이 나지 않을 듯한 두 사람의 이야기에는 흥미가 없었다. 그가 소효여에게 물었다.

“효여, 자네는 현천급 연단사로서 식견도 넓겠지. 저기 붉은 장포에 장검을 짊어진 청년을 아는가?”

“왕 선생님, 저 사람은 처음 봅니다.”

청색의 긴 치마를 입은 곱상한 외모의 소효여가 답했다.

소효여도 그렇고, 백사통도 저 청년만을 처음 본다고 했다.

이 때문에 왕무성이 청년의 정체를 궁금하게 여기는 것으로, 천찬학관이 수를 썼다면 저 청년이 현천급 연단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현천급의 연단사는 워낙 희소하니 마주하면 서로 알 수 있지. 한데 효여, 자네도 모른다면 현천급 연단사일 확률은 희박하다. 다만 ‘그곳’출신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왕무성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곳이요?”

소효여의 안색도 변했다.

“만약 그곳 출신이면 제가 모르는 것은 당연하죠!”

시간이 흐르고 저녁 무렵.

백택과 왕무성이 대담을 가졌다.

“백 형, 쌍방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내일 쟁탈전은 시합으로 겨루는 게 어떻습니까?”

왕무성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시합?”

백택이 미간을 찌푸렸지만 물었다.

“구체적인 규칙은?”

왕무성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각자 10명의 학생을 보내서 대결하는데, 더 많은 승리를 거둔 쪽이 구련허영화를 얻는 것이죠.”

백택의 미간이 다시 찌푸려졌다. 왕무성이 제안한 시합은 언뜻 보기에는 공평하지만, 따지기 시작하면 천찬학관에 불리한 조건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흥성원의 고수들은 천찬학관보다 높은 경지에 있으니까.

그러나 백택은 생각을 바꾸었다.

어차피 어떤 형식의 쟁탈전이든 열세인 건 천찬학관 쪽이다. 흙보살이 이를 모르고 그들을 보냈을까? 그는 출발하기 전 흙보살이 한 말을 떠올렸다.

‘무슨 여지가 있다고 한 것 같았는데.’

그때, 흙보살은 이렇게 말했었다.

‘여지가 있다. 그로 인해 천찬학관은 반전을 맞이할 것이다.’

흙보살의 말에 걸어 보기로 한 백택은 왕무성과 협의를 마쳤다.

각자의 둔천사로 돌아간 후, 백택은 모든 생도들에게 협의 내용을 알리고 강제로 휴식에 돌입했다.

내일의 시합을 맞이하려면 최상의 상태가 되어야 했다.

그렇게 한밤중이 되었는데, 누군가 운청휘의 방문을 두드렸다.

“운 형제, 알려 줄 것이 있다네!”

“무슨 일이기에 이리 늦은 시간에?”

담운의 목소리에 방문을 열었지만, 운청휘의 표정은 의문이 가득했다.

“내일의 시합에 자네가 선택되었다네!”

담운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나를? 반절 인왕인 나를 참가시켜 영흥성원에 목숨을 내주라는 뜻인가?”

운청휘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어차피 내일의 시합은 우리에게 승산이 없네. 그러니 운 형제가 나서지 않아도 상관은 없을 걸세. 다만 누군가는 영흥성원의 손을 빌려, 운 형제를 제거하고 싶어 할 테지!”

담운이 안쓰럽다는 듯 말했다.

그는 이 소식을 친구에게서 전해 들었는데, 그자는 낙원, 낙병과 친분이 있었다.

낙원과 낙병이 계획을 담운의 친구에게 전했고, 이로 인해 담운의 귀에까지 들어온 것이다.

무엇보다 낙원, 낙병은 내일 운청휘의 상대가 그를 죽이리라고 장담했었다.

운청휘의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를 출전시키는 것은 낙원과 낙병이 아니라 백택의 결정에 달렸다.

이미 백택은 한번 운청휘를 사지로 몰아넣은 적이 있었고, 이번 시합에도 출전시킨다면 운청휘를 죽도록 내버려 두는 것과 다름없었다!

“운 형제, 만약 출전한다면…… 포기하고 투항하길 바라네!”

담운이 운청휘를 보고 정중하게 말했다.

“기권한다면 영흥성원의 생도는 자네를 죽일 수 없지. 패배를 인정했으니 상대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목숨으로 장난을 치지 않으니, 안심하도록.”

담운의 호의를 저버릴 순 없기에, 운청휘는 선선히 답했다.

다른 것들은 내일이 오면 알게 되리라.

담운이 떠난 후, 운청휘는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창밖을 보았다.

‘백택, 두 번이나 기회를 주었거늘.’

백택은 운청휘를 제자로 거두지 못하게 되자 태도가 냉랭해졌지만, 당시 운청휘는 흙보살의 체면을 보아 그에게 손대지 않았다.

두 번째 기회는 바로 어제였다.

송서항 등이 운청휘와 탐사를 보내 달라고 했을 때, 백택도 그들의 속내를 알 것이 분명한데도 운청휘를 함께 보냈다.

이 또한 흙보살의 체면을 보아 넘어갔지만, 이번이 세 번째다.

더는 흙보살의 체면을 생각해 줄 수 없었다.

같은 시각, 천찬학관 둔천사의 한 객실.

낙원과 낙병, 고등반의 생도 셋과 대천급 연단사 여섯이 모여서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장경원(张庆元), 담운에게 전했나?”

낙원이 고등반 생도 한 명을 보고 말했다.

“네, 낙원 사형!”

장경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담운은 제 말을 듣자마자 운청휘에게 전하러 갔어요!”

“그렇다면 내일 운청휘는 투항하겠군!”

낙원과 낙병은 냉소를 지었다.

그중 한 대천급 연단사도 같이 웃으며 말했다.

“운청휘가 항복한다면 학관 문호를 청소한다는 핑계로 죽여 버리자고!”

“백택은 운청휘를 고깝게 여기니, 그가 싸우지도 않고 투항한다면 우릴 막기는커녕 부추길걸?”

“하하하, 담운도 머저리야. 장경원이 말하는 것을 다 믿잖아!”

“맞아, 어쩌면 우리가 나서기도 전에 영흥성원의 사람들이 죽여 줄지도 모르겠군!”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냉소했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대천급 연단사가 물었다.

한데 백택을 어떻게 매수한 겁니까? 운청휘가 출전하려면 그의 동의가 필요했을 텐데요.”

“낙가의 은혜를 하나 줬다네!”

대답을 하는 낙원과 낙병의 눈에 어두운 그림자가 스쳤다. 백택에게 준 대가는 결코 적지 않았으니까.

어느덧 새벽이 다가오고, 둔천사 아래의 산봉우리에서 성결한 빛이 솟구쳐 올랐다.

“구련허영화가 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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