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8화
누군가의 외침은 단번에 두 둔천사를 술렁이게 했다.
모든 사람들이 갑판 가장자리로 달려가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매미 날개처럼 얇은 꽃잎 아홉 장에서 자욱한 연기가 피어났는데, 성스러운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솨! 솨!
연달아 두 번, 허공을 찢는 소리가 나더니 백택과 왕무성이 거의 동시에 구련허영와의 앞에 나타났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동시에 외쳤다.
“시작!”
“첫 번째 시합, 천찬학관은 대표로 낙원을!”
“첫 번째 시합, 영흥성원은 대표로 소연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양쪽 둔천사에서 각각 청년이 나왔다.
“소연 형, 오랜만이군!”
“낙원 형, 우리가 싸운 지 3년이나 지났죠?”
두 청년은 허공에 떠서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들의 몸에서는 인왕경의 위압이 흘러나왔고, 그 여파로 공기마저 기이하게 일그러지는 듯했다.
낙원은 나이 제한만 아니었다면, 고등반에서 최강에 속해 있을 터였다.
소원은 말할 것도 없는 것이, 영흥성원이 처음으로 내보낼 정도가 아닌가.
쿵!
동시에, 두 사람이 맞부딪쳤다!
요란한 소리가 청천벽력처럼 울리고, 지면은 점토처럼 찢겨 너덜너덜해졌다.
인왕경의 전투는 단시간에 승부를 낼 수 없을뿐더러, 절정 인왕경인 만큼 전투가 길어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 시진이 흐르고 온 하늘은 전투로 인한 흙먼지로 자욱했으나, 사람들은 전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낙원은 영흥성원에서도 자리를 잡을 수 있어!’
왕무성은 마음속으로 낙원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 백택은 말이 없었는데, 낙원의 패색이 짙어진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들도 판세를 알아차렸다.
“이런, 낙원이 열세구나!”
“첫 순서인 만큼 낙원이 지면 사기가 꺾일 텐데.”
“이상해……!”
한 생도가 의문을 감추지 못했다.
“3년 전, 두 사람이 싸웠을 때는 이틀 밤낮을 꼬박 싸운 끝에 무승부가 났지. 하지만 지금은 한 시진만에 패색이 짙어진단 말야?”
운청휘는 묵묵히 전투를 지켜보았다.
이런 전투에는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더군다나 한 쪽이 고의로 져주는 싸움이라면.
비록 기술로 눈속임을 하고 있다고 하나, 어찌 운청휘의 신식을 피해갈 수 있겠는가?
다시 한 식경이 지난 뒤, 소연의 일장을 맞은 낙원이 비틀거리더니 선언했다.
“백 선생님, 저는 소연의 상대가 아니니 더 싸우는 것은 시간 낭비입니다. 패배를 인정하도록 허락하소서!”
“……알겠다!”
침음하던 백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찬학관의 다른 이들도 묵묵히 받아들였다. 그들이 보기에 낙원은 최선을 다했으니, 계속 싸워 봤자 시간 낭비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나는 게 양 측에 좋은 일이다.
“첫 시합은 우리 영흥성원의 승리군. 우리는 두 번째로…… 계속 소연 생도를 내보내겠다!”
왕무성의 잔잔한 목소리가 울리자마자, 천찬학관의 많은 이들은 얼굴이 굳고 말았다.
특히 백택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그들이 협의한 규칙에서 동일한 생도를 계속 내보내지 말라는 내용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시합에서 누가 그러리라 생각하겠는가?
“영흥성원은 너무 뻔뻔하구나, 똑같은 사람을 또 내보내냐!”
“만약 알았다면, 낙원은 패배하지 않았을거야!”
“맞아, 낙원이 비록 소연의 상대는 아니지만 최소한 소연의 무위를 소모시킬 수는 있었겠지!”
천찬학관의 생도들이 울분을 토하는 이때, 뜻밖에도 백택이 두 번째 생도를 호명했다.
“고등반, 장경원!”
장경원은 고등반에서 최절정에 속하는 무위를 지녔지만, 천찬학관의 생도들은 그에게 기대를 걸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는데, 장경원은 반년 전 낙원과 싸워 패배했기 때문이다.
그 낙원도 소연의 적수가 되지 못했는데 장경원을 내보낸다고 상황이 달라질까?
많은 사람들이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이상하네, 왜 장경원을 출전시켰을까?”
“낙병의 전투력이 장경원보다 강하잖아!”
“낙병뿐 아니라 양양(杨洋)의 전투력도 장경원보다 뛰어나!”
“주명(朱铭)도 있는데, 그가 나섰다면 소연을 이길 수 있어!”
운청휘조차도 의혹이 가득했다.
‘백택은 일부러 패배하려는 건가? 하지만 이상하군. 그가 왕무성과 대화를 나눌 땐 별다른 속셈을 찾을 수 없었다.’
소연과 장경원의 전투는 어느덧 격렬해지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들의 싸움에 고정되었다.
만약 이들의 대결이 구련허영화와 관계없었다면, 생도들은 고수들의 대결을 기쁜 마음을 구경했을 터였다.
소연과 장경원은 하늘에서 땅으로, 땅에서 다시 하늘로 오르락내리락하며 치열하게 맞붙었는데, 천지를 다시 창조하는 듯했다.
한 식경이 조금 지났을 때, 장경원을 열세에 몰렸지만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만약 지금 인정한다면 원성을 살 게 뻔했다.
그리하여 장경원은 열세에 몰린 상황에서도 소연에게서 3시진을 버텨냈다.
콰앙!
그 순간, 격렬한 타격음이 울리더니 소연의 일장을 맞은 장강원이 대지에 곤두박질쳤다.
“천추유광(天坠流光)!”
소연이 멈추지 않고 소리를 지르니 그의 몸에서 빛이 쏘아져 나오며 마치 유성이 떨어지는 듯했다.
그는 장강원을 향해 똑바로 쇄도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겁에 질린 숨을 들이켜는 가운데, 소연은 그대로 땅에 직격해 거대한 먼지 구름을 피워 올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격렬한 기침 소리가 연기 속에서 울려 퍼졌다.
“내가 졌어!”
피범벅이 된 장경원이 연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전투를 속행하기엔 무리인 모습이었다.
천찬학관 생도들은 아무런 원망도 하지 않았다. 그들도 장경원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으니까.
오직 운청휘만이 속으로 비웃을 뿐이었다. 장경원 또한 낙원처럼 고의로 패배했으니까!
“백 형, 규칙을 인정해 줘서 고맙소. 또 우리의 승리구려! 우리는 소연을 다시 내보내겠소!”
영흥성원의 왕무성이 말했다.
“소연을 계속 내보낸다고?”
백택이 다시금 미간을 찌푸렸다.
이전과는 달리, 이번은 천찬학관을 무시하는 처사였다.
낙원과의 일전에서는 낙원이 빨리 패배를 선언했기에 시간도, 소연의 무위도 소모하지 않았다.
그러나 장경원과의 대전은 소연의 무위를 적어도 이 할 정도는 소모시켰을 터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소연을 계속 내보낸다는 건, 천찬학관을 깔보는 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백 교관님, 저 주명이 출전을 원하오니 기회를 주세요!”
준수한 용모의 청년이 분노하며 외쳤다.
“맞아, 이제 주명이 나설 차례야!”
“주명은 우리 고등반 3위권 안에 있는 사람이니 그가 나선다면 반드시 한 번은 이길 거야!”
적지 않은 생도들이 수군거리며 주명의 출전을 원했지만, 백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세 번째는 황동(黄铜)이 출전한다!”
생도들은 순간 황당함에 말을 잃었다.
황동 본인도 지명받은 이유를 모르기에 멍하니 있다가 입을 열었다.
“교관님, 제 전투력은 고등반에서 최하위입니다. 주명 사형이 나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응?”
백택이 얼굴을 굳히더니 곧바로 반절 인황경의 기세를 내보내 황동을 억눌렀다.
“황동, 나의 명령을 거역할 셈이더냐?”
“제가 어찌 감히…….”
기세에 눌린 황동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며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백택이 코웃음을 치며 기세를 거두자, 황동은 그제야 둔천사를 빠져나갔다.
그러나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는 시합이나 다름없었다.
황동은 약 한 시진 반을 버티다 결국 패배를 선언했다.
벌써 영흥성원이 3승을 거둔 상황이다!
“다음은…….”
백택이 말끝을 흐리니 천찬학관의 생도들이 모두 귀를 쫑긋 세웠다. 이번에야말로 주명의 차례가 아니겠는가?
“담운이 출전한다!”
“네? 주명이 아니라고요!”
놀란 생도들의 원성이 터져나왔다.
“백 교관님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전투력이 높은 생도는 제쳐 두고 황동, 담운처럼 평범한 생도를 고르잖아!”
“담운은 황동보다 강하다곤 하지만, 소연을 상대하긴 역부족이야!”
“담운, 무엇하고 있지? 안 나갈 것인가?”
백택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네, 백 교관님!”
담운은 억지로 나섰다.
-주인님, 담운을 내보내는 건 결국 주인님이 나서게 하려는 것이 아닐까요?
청연지심화가 말을 걸어 왔다.
‘우선 지켜보도록. 담운이 상대가 되지는 않지만, 생명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니.’
운청휘는 곧 생각에 잠겼다.
‘백택은 영흥성원과 결탁하지 않았는데, 왜 계속 고의로 패배하는 것인가?’
첫 번째 생도였던 낙원은 그의 무위가 높으니 이해하겠지만, 그 후의 장경원과 황동, 담운을 호명하는 건 이해할 수 없었다.
백택이 영흥성원과 결탁했다면 모를까, 결탁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왜 계속 패색이 짙은 길을 간단 말인가?
운청휘의 의문을 뒤로하고, 담운과 소연의 대전이 시작되었다.
이전 세 번의 결투로 소연은 최소 3할의 무위를 소모했지만, 여전히 담운이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과연, 두 시진을 버티던 담운이 밀리기 시작하면서 천찬학관 생도들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이대로라면 천찬학관은 4연패를 당할 것이고, 남은 두 경기로 영흥성원의 승리가 확정될 수도 있었다.
생도들의 근심을 안은 채, 한 식경을 더 버티던 담운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복부에 일장을 맞았다!
그가 울컥 피를 토했다. 내상이 심하다는 증거였다.
“담운, 부상을 당했으니, 패배를 인정하게!”
훌쩍 멀어진 소연이 담운을 향해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흥, 네놈이 이기고 다시 말하거라!”
담운은 코웃음을 치며 다시금 소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스스로도 소연의 적수가 되지 못함을 알고 있지만, 적어도 소연의 무위를 소모시킬 작정이었다.
“이렇게 아둔하다면 너를 죽여도 탓하지 마라!”
소연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두 사람은 재차 부딪쳤고, 사방천지에 여파를 일으켰다.
쿠르릉…….
하늘에서 거대한 파도가 치듯이 공기가 일렁이며, 두 개의 둔천사마저 격렬한 진동을 일으켰다.
다음 순간.
푸우!
재차 피를 토한 담운이 멀리 날아갔다.
소연은 그를 바짝 뒤쫓더니, 아공간 반지에서 현천급 장검을 꺼내들었다.
이를 알아본 천찬학관 생도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소연은 담운을 죽이려는 것이다……!”
담운의 안색도 급변했다. 위기의 순간, 그는 급히 몸을 틀어 가까스로 급소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오른쪽 어깨가 관통되는 바람에 흰 뼈까지 드러나는 중상을 입었다.
“내가 졌다!”
담운이 황급히 외쳤다.
“흥, 너무 늦었어!”
이미 살기등등해 있던 소연은 코웃음을 치며 담운의 머리에 검을 겨누었다.
“패배를 인정했는데, 죽이려는 것이냐?”
운청휘의 담담한 목소리가 울리더니, 어느새 담운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