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339화 (339/430)

제339화

소연의 장검이 닿기 직전, 운청휘는 담운을 데리고 둔천사로 돌아와 있었다.

“이것을 먹도록!”

운청휘가 단약을 꺼내더니, 담운이 대답할 틈도 없이 먹여 버렸다.

“이것은 무슨 단약이지……?”

안색이 굳어졌던 담운은 단약을 먹은 후 몸을 덥히는 훈훈한 온기를 느꼈다. 그가 의아하게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지. 우선 쉬도록. 시합은 내가 갚아 주마.”

말을 마친 운청휘는 눈을 번득이며 둔천사를 벗어났다.

하늘로 떠오른 운청휘가 고함을 내질렀다.

“운청휘, 출전하겠다!”

이때 운청휘의 눈에는 냉기만이 가득했으며, 백택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백택은 아무 말이 없었다.

“운청휘가 미친 건가, 이 전투에 반절 인왕이 참가할 수 있다고?”

“이미 네 번이나 패배했는데, 이번에도 패배하면 끝이야!”

“낙원도 소연의 상대가 되지 못했는데, 운청휘가?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한단 말인가?”

“주명 사형, 부디 출전해 주십시오. 저 녀석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게 분명합니다. 담운과 친분이 두터운 까닭에 나섰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양양 사형, 도와주십시오!”

천찬학관의 생도들은 제각기 술렁이며 떠들기 시작했다.

운청휘를 욕하는 이들과 그를 비난하는 이들, 걱정하는 이들이 있었다.

심지어 무위가 높은 이들은 운청휘를 강제로 데려올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주명과 양양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번 시합은 최종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전투가 될 텐데, 운청휘가 나설 자리가 아니였다.

하여 그들이 출전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백택이 굳게 다문 입을 열었다.

“……나가서 싸워라!”

“뭐라고!”

“미쳤어, 미쳤다고, 백 교관님은 대체 왜 저러는 거지!”

“황동에 담운, 이제는 운청휘까지 내보내다니. 영흥성원의 첩자가 아닐까?”

“듣자 하니 백택이 우리의 인솔 교관이 된 건 영흥성원이 지목한 거라지? 다 이유가 있었군!”

백택의 한마디에 생도들은 폭발하고 말았다.

그들은 더 이상 백택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백택을 비난하기 바빴다.

심지어 줄곧 운청휘를 죽이려 했던 낙원과 낙병도 이 상황은 뜻밖이었다.

‘그가 첩자라고? 첩자라면 이렇게 뻔하게 행동할 리가! 운청휘를 죽이는 것과 학관의 승패는 별개인데!’

천찬학관의 생도들이 끓는 솥처럼 시끌시끌한 와중에도, 영흥성원의 생도들은 고요하기만 했다.

무엇보다 왕무성은 백택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선포했다.

“이번 전투, 영흥성원은 소연을 내보낸다!”

소연은 군소리 없이 장검을 휘둘러 보더니, 운청휘를 향해 쇄도했다.

“소연, 한 번만 더 이기면 5연승이야! 우리를 실망시키지 마!”

“이번 전투로 영흥성원의 승리가 확실해지겠어!”

“이렇게 쉽다니, 소연 혼자서도 천찬학관을 멸망시킬 수도 있겠군!”

영흥성원의 생도들이 낄낄거리며 저마다 한마디씩 던졌다. 이번 구련허영화 쟁탈전은 너무나도 순조로웠다.

특히나 백택의 알 수 없는 행동은 그들의 아군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으니.

소연은 단번에 운청휘에게 접근했고, 어느새 장검의 끝은 운청휘의 미간을 향해 있었다!

“감히 내 손에서 사람을 구했으니, 네놈의 목숨으로 대신해라!”

소연은 패배를 인정한 담운을 죽이려 했을뿐더러, 운청휘에게 살기를 보였다.

이로써 그가 죽을 이유는 차고 넘쳤다.

소연의 장검이 미간을 아슬아슬하게 찔러들어 올 무렵, 운청휘가 마침내 움직였다.

그의 신형은 덧없는 연기처럼 흩어지더니, 곧바로 소연의 좌측에서 나타났다.

운청휘의 두 손가락이 검 손잡이를 쥐더니, 조금 힘을 쓰자마자 검이 소연의 손아귀에서 회전하며 튕겨나왔다.

슈욱!

운청휘가 잽싸게 장검을 낚아채었고, 그대로 허공에 반원을 그려내었다.

그가 그린 반원을 따라 핏물이 허공을 적셨다.

퉁!

이윽고, 무언가가 묵직한 소리와 함께 지면으로 추락했다!

사람들이 소연을 보니, 몸만 허공에 떠 있었고, 목에서는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소연의 몸뚱이도 떨어지려는 찰나, 운청휘가 장검을 그의 몸에 찔러넣었다!

푸슉!

장검은 소연의 몸을 관통할 뿐만 아니라, 그대로 소연을 이끌고 후방으로 밀려 나갔다!

쿵!

해발 삼천 장 높이의 산봉우리 중턱에, 소연의 몸이 그대로 꽂혔다.

그것을 끝으로, 사방이 조용해졌다.

“후배여, 우리 생도를 죽이다니. 두 학관의 전쟁을 바라는 것인가?”

왕무성이 우선 정신을 차리고 적막을 깼다.

“이 시합 규칙에 살인이 금지되어 있었나?”

운청휘가 왕무성을 무시하고 고개를 돌려 백택을 봤다.

“……없다네!”

백택이 멍하니 있다가 대답했다.

“똑똑히 들었겠지. 이자를 죽인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운청휘가 그제야 왕무성을 바라봤다.

“하물며, 이자가 담운의 목숨을 취하려 들지 않았더라면, 나도 살수를 쓰지 않았을 터.”

그 말에 천찬학관 생도들이 일제히 환호하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운청휘의 말은 거만하지도 비굴하지도 않았고, 오직 적수를 맞이할 뿐이었다.

얼굴이 시퍼래진 왕무성은 당장에 운청휘를 죽이고 싶었으나, 자신이 쓴 수에 당한 격이기에 간신히 눌러참았다.

“시합을 재개한다! 영흥성원은 소익을 내보내겠다!”

왕무성이 쩌렁쩌렁하게 선포하더니, 운청휘를 향해 도발하듯 말했다.

“천찬학관은 여전히 네놈이겠지?”

운청휘가 왕무성을 무시하고 백택을 봤다.

“동의하나?”

“물론이라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백택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영흥성원의 둔천사에서 소익이 훌쩍 뛰어나왔다.

그의 몸 주위로 미미한 살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소익이 살기를 일으켰어!”

영흥성원의 성도들이 놀라 숨을 들이켰다.

“소익은 미치광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인데, 살기까지 드러냈으니 저자는 재앙을 만난 격이군.”

“게다가 소익은 반절 인황에 근접해 있어. 그가 진심을 다하면 반절 인황에 곧 도달할 거라는 말도 있지.”

그런 소익이 살기를 내뿜으니, 천찬학관의 생도들도 묵직한 압박감을 느꼈다.

“나는 소익의 적수가 되지 않는다!”

문득 주명이 탄식했다.

“1년 전, 나와 소익이 싸웠는데…… 10합을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양양도 말했다.

“뭐라고, 양양이 고작 10합을 버텼다고?”

생도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운청휘가 소연을 죽일 수 있었던 건 그의 기이한 재주와 운 덕분이지.”

한 생도가 입을 열었다.

그는 구양가명(欧阳家明)으로, 실력으로는 고등반에서도 으뜸이었다.

구양가명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운청휘는 기이할 정도로 속도가 빠르지. 이게 운청휘의 강점이 되고, 전투에서 잘 활용한 거야. 소연이 찌르려고 할 때도 피했고, 소연의 검을 뺏어 그가 방어하기 전에 머리를 베지 않았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 물었다.

“구양 사형, 그렇다면 운청휘의 운은 무엇인가요?”

“그것도 간단해. 운청휘는 반절 인왕경이니, 대부분의 인왕경은 그를 마주할 때 방심하게 되지. 소연도 그 때문일 걸세.”

구양가명이 확신에 찬 말투로 내뱉었다.

고등반의 일인자가 하는 말인 만큼, 많은 이들이 그의 말에 설득되었다.

“구양 사형, 운청휘가 승산이 있다고 보나요?”

또 누군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승산?”

구양가명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내가 소익을 전력으로 상대해도 무승부일세. 운청휘가 만약 소익을 상대로 10합을 버텨내면 기적이라고 부를 수밖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운청휘의 패배를 점쳤다.

“정말로 놀랍구나, 천찬학관에 네놈 같은 인물이 있다니!”

소익이 운청휘를 보며 여전히 미미한 살기를 풍겼다.

“천부적 재능이 아주 뛰어나군. 같은 일절 천부적 재능을 가진 자로서 내 죽은 사촌보다 낫구나. ‘소인왕’이라고 불렸건만 영주라는 작은 땅에서 죽고 말았지.”

소익과 딱히 말을 섞고 싶지 않았던 운청휘였지만, 이때만큼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소인왕이 사촌이라면, 네놈도 영흥제국 황실의 사람인가?”

“나뿐 아니라 네놈이 죽인 소연도 황실의 핏줄을 가지고 있어!”

“모두 성이 같은 이유가 있었군.”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이며 은은하게 말했다.

“나와 영흥제국 황실의 인연이 꽤 깊군. 그리 생각한다면, 나는 영흥제국 황실의 사람을 셋이나 죽였다.”

소익이 별안간 눈을 부릅떴다.

“네놈이 소인왕을 죽였느냐?”

운청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숨길 이유가 있겠는가?

“내 부하의 손으로.”

그 순간, 미미하게 풍겨나오던 소익의 살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짙어졌다.

“오냐, 오늘 네놈을 죽여 복수를 하겠다! 고목지완진!”

소익의 몸에서 36면의 홍색, 황색 깃발이 교차하여 솟구쳤고, 곧 그와 운청휘를 둘러싸는 진법이 설치되었다.

“고목지완진, 속도를 제한하는 진법이다!”

“진법으로 운청휘의 최대 강점을 제한하다니!”

“운청휘가 과연 반격할 수 있을까? 속도를 제한당했으니 꼼짝없이 죽는 거 아냐?”

“어쩐지 소익이 운청휘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더니, 몰래 포진을 한 거로군!”

주위 사람들, 특히 영흥성원의 사람들이 감탄하며 열렬히 반응했다.

“소익이 우리에게 승기를 되찾아주는군. 이런 일에도 소홀하지 않고 전력을 다했으니!”

“소익의 무위라면 운청휘를 참살하는 것도 시간문제인데, 신중하게 고목지완진까지 준비할 줄이야!”

천찬학관 생도들의 얼굴은 먹구름이 드리운 듯했다.

구령허영화는 점점 그들에게서 멀어지고 있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때, 소익이 먼저 몸을 움직였다.

기이하게도 그는 노인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릿하게 손을 뻗어 기술을 다 보이는 게 아닌가.

다만 아무리 느리다고 해도, 그 공격에 실린 힘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천지를 파괴하는 위력이 담긴 법원의 힘이 소익의 뒤에서 나타났다. 이윽고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구불거리며 운청휘에게 몰려들었다.

누구도 운청휘가 그 공격을 피할 수 있으리라 생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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