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341화 (341/430)

제341화

“백택,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왕무성이 불쾌한 듯 백택을 바라봤다.

“이번 전투에 나설 생도를 재고해 보겠네!”

말을 마친 백택이 생각에 잠겼다.

“응?”

백택의 말에 천원학관 생도들은 미간을 찌푸렸다.

운청휘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이성하를 단번에 죽여,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 줬다.

그들 중 누구도 대적할 수 없을뿐더러 영흥성원에서도 무적의 존재일 텐데, 굳이 교체를 고려하다니?

한편, 미간을 찌푸리긴 왕무성도 마찬가지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한비는 생도가 아니라 교관이었다.

그가 상고 전쟁터에 온 건 다른 용무 때문이었지만, 굳이 그를 내보내려는 건 운청휘를 죽이기 위해서였다.

만약 백택이 다른 생도를 내보낸다면 한비가 나설 이유도 사라진다.

-운청휘, 나로서도 한비의 무위가 가늠이 되지 않는군!

운청휘의 머릿속에 갑자기 백택의 음이 들렸다.

-한비는 인왕이 아니라…… 반절 인황경으로 의심된다네!

운청휘는 뜻밖이라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백택은 자신을 위해 전투를 잠시 중지한 것이다.

-그는 반절 인황경이 맞다. 또한, 영흥성원은 또 다른 반절 인황경을 이곳에 데리고 왔지.

백택이 호의를 보였으니, 운청휘도 이전의 앙금은 잊고 정보를 넘겼다.

-뭐라……!

백택의 안색이 변했다.

-영흥성원은 두 학관이 정한 규칙을 깨고 반절 인황경을 두 명이나 더 파견한 건가!

-그건 아닐 터.

운청휘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구련허영화가 진귀하다곤 해도 반절 인황경 한 명만 나서도 충분한 일이다. 두 명을 더 데려온 것은 다른 목적이 있다고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군.

-가능성이 있겠어!

백택이 동의했다.

-이렇게 하지. 지금 바로 구련허영화를 취하고, 왕무성과 한비, 나머지 반절 인황경을 유인하도록.

운청휘가 제안했다.

-그것은 좋지 않을 것 같은데…….

백택이 머뭇거렸다.

-반절 인황경이 셋인데 내가 구련허영화를 뺏어도 지켜내긴 어렵다네!

-유인만 하면 된다. 내가 그들을 물리치는 걸 돕겠다.

운청휘가 여유롭게 말했다.

-뭐라!

백택이 대경실색했다.

-서…… 설마 그들을 죽일 생각인가?

-그들은 우리를 돌려보낼 생각이 없다만? 낙원과 낙병도 그들과 결탁했다. 이곳에서 영흥성원의 둔천사와 마주친 것이 정말 우연이라 생각하는가?

-의심은 하고 있었지만……. 돌아가는 즉시 낙원과 낙병을 내 처리하겠네. 다만 반절 인황경 셋을 죽이는 것은 어찌…….

백택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자신이 반절 인황경인 만큼 운청휘의 제안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잘 알고 있었다.

진정한 인황경이 나서지 않는다면, 반절 인황경은 불사신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무엇이 어렵단 말이냐? 삼 합이면 끝나는 것을.

운청휘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

-노, 농담은 아니겠지?

백택은 여전히 믿기 어려운 얼굴이었다.

-농담하는 것으로 보이나?

운청휘가 반문하더니 말을 이었다.

-천찬학관에서 처리할 일이 있어, 모두의 앞에서는 실력 전부를 내보일 순 없다. 그러니 그들을 유인해 오도록.

-그들을 유인하기 전에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원장님께서 말한 여지가 정말로 그대인가?

백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가 그렇게 말했다면, 내가 맞겠지.

운청휘가 선선히 인정했다.

-흙보살은 내 실력을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다. 천찬학관에선 내가 그대를 죽일까 걱정되어 내게 부탁하기도 했지.

백택은 운청휘의 말을 완전히 믿게 되었다.

정말로 반절 인황경을 죽일 실력이 있다면, 자신이 운청휘를 제자로 받아들이겠다고 할 때 상대했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참았는데, 순전히 흙보살의 부탁 때문이었다.

자신이 이 자리에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백택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낙병, 이번에는 자네가 나서라!”

백택이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백택, 운청휘가 있는데 다른 생도를 내보내? 정녕 아둔한 거냐?”

왕무성이 욕설을 퍼부었다.

“응?”

갑자기 왕무성의 안색이 변했다.

“백택, 네놈이 감히……!”

백택이 낙병을 내보낸 건 왕무성의 주의를 흐트러트리기 위함이었다.

그가 욕을 퍼부을 때, 이미 백택은 환영처럼 흩어져 구련허영화에 다가갔다.

구련허영화가 단번에 백택의 손에 뽑혔고, 백택은 지체없이 상고 전쟁터의 심부로 날아가 버렸다.)

“백택, 죽고 싶나!”

왕무성이 곧바로 뒤를 쫓자, 머뭇거리던 한비도 백택을 뒤쫓았다. 그와 동시에, 영흥성원의 둔천사에서 한 신형이 나와 한비를 뒤따랐다.

양쪽 생도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특히나 천찬학관의 생도들은 백택의 우발적인 행동을 예상치 못했기에 넋이 나간 듯했다.

“응?”

그때, 운청휘가 별안간 영흥성원의 둔천사로 돌진해 왔다.

아무도 막을 수 없는 그의 속도에 영흥성원의 생도들은 한 여인이 붙들린 후에야 깨달았다.

소효여가 붙잡혔다!

소효여는 반절 인왕경이긴 하나, 현천급의 연단사다. 이 자리엔 반드시 필요한 존재인 셈이다.

“담운, 주명, 양양. 지금 바로 둔천사를 운전하여 학관으로 돌아가도록. 만약 이들이 방해한다면, 그 자리에서 소효여를 죽여라.”

운청휘는 소효여를 세 사람에게 넘겼다.

왜 굳이 인질을 삼았겠는가? 천찬학관의 생도들이 이곳을 무사히 떠나게 하기 위함이다!

“잊지 말도록. 소효여를 철저히 감시하고, 다른 사람들이 손대지 못하게 해야 한다.”

운청휘가 또 당부했다.

“운청휘, 정녕 미친 거냐! 그녀가 누군지나 알고?! 영흥성원의 현천급 연단사를 붙잡다니, 보복이 두렵지 않느냐!”

낙원과 낙병이 갑자기 튀어나와 호통을 쳤다.

“네놈이 죽고 싶은 거 같은데, 다른 사람은 연루시키지 마라!”

“네놈들을 찾기도 전에 스스로 와주다니!”

운청휘가 냉랭하게 웃더니, 그 자리에서 스륵 흩어졌다.

퍽! 퍽!

낙원과 낙병이 순식간에 얻어맞아 피를 내뿜었다. 중상이었다.

“낙원과 낙병은 영흥성원과 결탁하여 천찬학관을 배신하였으니, 그들을 데려가 처벌하도록!”

운청휘는 말을 마치며 법원의 힘으로 만들어 낸 밧줄로 그들을 꽁꽁 묶어 버렸다.

“담운, 당장 둔천사를 운전하도록. 주명, 양양. 낙원과 낙병을 일단은 살려 두어라.”

주명과 양양은 운청휘의 명령에 놀랐으나,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말게, 우리가 소효여를 잘 살피겠네!”

영흥성원 쪽에서 분개한 생도들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천찬학관의 둔천사를 포위했고, 당장이라도 공격할 기세였다.

그때, 운청휘가 둔천사를 나와 이들을 내려다보았다.

“죽기 싫으면 이 자리에서 사라지도록.”

“운청휘, 소효여를 풀어 줘라,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으면?”

운청휘의 시선이 자신에게 외친 생도에게 향했다. 별안간 그 생도는 주춤거리며 물러났는데, 운청휘의 시선이 닿은 것만으로도 기세에 눌릴 지경이었다.

이성하를 죽인 운청휘가 이리 나서니, 영흥성원의 생도들은 더 이상 둔천사에 접근하지 못하고 천천히 길을 내주었다.

“영흥성원의 사람들, 잘 듣거라! 소효여를 살리고 싶다면 우리와 삼천 장 이상 떨어지도록! 누구라도 그 거리를 넘는다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그때, 주명이 소효여의 목을 한 손에 쥔 채 둔천사 위에서 소리쳤다.

그 모습에 운청휘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머금었다.

“이제 마무리를 할 수 있겠군!”

주명과 양양이 우유부단하게 굴지 않을까 우려되었지만, 주명의 독기를 보니 안심해도 좋을 것 같았다.

천찬학관의 둔천사가 사라지자, 운청휘도 그 자리를 벗어났다.

더는 무위를 숨길 필요 없었기에 속도를 극대화했는데, 반절 인황경이 내는 전속력보다 최소 2배는 빨랐다.

일 다경 후, 운청휘의 신식에 백택 등의 그림자가 감지되었다.

백택은 여전히 도망치고 있었는데, 얼굴에 다소 복잡한 빛이 떠올라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가 어찌 이런 일을 했을까!

다만 영흥성원 측에서 먼저 음모를 꾸몄고, 그들이 한비를 출전시키지 않았다면 구련허영화를 얻는 쪽은 운청휘가 되었을 터.

어차피 손에 들어와야 할 구련허영화가 들어온 셈이니, 일단 행동에 나선 백택은 주저하지 않았다.

-이제 멈추도록.

그때, 운청휘가 신식으로 백택에게 음을 보냈다.

“죽고 싶은 게로구나, 백택! 감히 우리 영흥성원 앞에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더냐!”

왕무성과 한비 및 다른 반절 인황경이 음침한 표정으로 백택을 노려보았다.

말을 마친 세 사람이 동시에 공격을 퍼부었다.

백택도 곧바로 그들에게 맞서기 시작했다.

쿠르르릉……!

초반에는 백택의 열세였으나, 세 사람이 단번에 백택을 죽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운청휘는 그들이 접전 끝에 천지를 만신창이로 만들 즈음에야 모습을 드러내었다.

“운청휘, 감히 여기까지 오다니?”

왕무성이 운청휘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잘되었어. 이제 네놈을 죽일 수 있겠군!”

한비가 무표정한 얼굴로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아쉽군, 저 후배는 키울 가치가 있어 보이는데 하필 천찬학관의 사람이라니.”

반절 인황경이 안타깝다는 듯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동시에 그는 운청휘에 대한 살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상고 전장에 온 목적은?”

운청휘가 왕무성, 한비 및 마지막 반절 인황경을 보고 말했다.

“응?”

세 사람의 안색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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