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342화 (342/430)

제342화

“뭐라고, 우리는 모르겠구나!”

“이쯤 되었으니, 모두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도록.”

운청휘가 어깨를 으쓱했다.

“구련허영화가 아무리 진귀하다 한들, 반절 인황경 세 명이 나설 가치가 있던가?”

세 사람의 안색이 조금 굳었으나, 이름을 모르는 반절 인황경이 코웃음을 쳤다.

“어차피 곧 죽을 놈들이니 알려 줘도 무방하겠지. 우리가 온 목적은 신들의 시체를…….”

“빙황위(冯况伟), 입 다물어!”

줄곧 무표정하던 한비가 갑자기 호통을 쳤다.

“곧 죽을 사람이든, 누구에게든 누설하면 안 되네! 운청휘, 이만 죽거라!”

한비가 별안간 운청휘를 잡으려 몸을 날렸다.

백택은 한비를 막아서려 했으나, 왕무성의 공격에 가로막혔다.

“백택, 네놈의 상대는 나다!”

“그리고 나도 있다!”

빙황위도 공격에 가세했다.

콰르릉!

느닷없이 아래쪽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까마득한 지면에 거대한 손자국이 새겨지고, 그 중심에는 온몸의 뼈가 부서진 한비가 있었다.

운청휘가 착륙하더니 단번에 한비를 들어 올려 몸에 마종을 심었다.

마종을 빼낸 운청휘가 그 자리에서 허약해진 한비의 목숨을 빼앗았다.

반절 인황경이라곤 믿을 수 없는 최후였다.

왕무성과 빙황위는 순간 넋이 나가고 말았다.

“하, 한비가 운청휘에게 죽었어. 게다가…… 이리도 쉽게 죽다니!”

백택도 눈을 부릅떴다.

이전에 운청휘가 말하길 반절 인황경을 죽일 능력이 있다고 했지만, 설마하니 일격으로 이런 결과를 낼 줄은 몰랐다.

“이곳에 온 목적은?”

운청휘가 다시 날아올라 빙황위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 네놈은 분명 반절 인왕경인데 어째서 이리도 강한 것이냐!”

“아니야, 네놈은 경계를 숨기고 있어. 반절 인왕경이 아니라 이…… 인황경이다!”

왕무성과 빙황위가 공포에 떨었다.

반절 인황경을 일격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건 진정한 인황경뿐이다.

백택마저도 은연중에 운청휘의 무위가 인황경이라고 짐작했다.

“인황경? 마음대로 생각하도록. 시간 낭비하기 싫으니 목적을 말해라.”

운청휘가 반절 인왕경의 기세를 뿜어내 왕무성과 빙황위를 내리눌렀다.

분명 반절 인왕경의 기세이건만, 왕무성과 빙황위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며 진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흥, 우리 입에서 비밀을 듣고 싶다니, 꿈 깨거라!”

“왕무성, 우리 각자 도망치도록 하지. 어느 쪽이 잡히든, 절대 누설해선 안 되네.”

빙황위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조금 전만 해도 운청휘를 죽일 자신이 있었건만, 상황은 역전되고 말았다.

자신들이 운청휘의 사냥감이 되긴 했지만, 죽어도 굴복할 수는 없었다.

솨! 솨!

빙황위와 왕무성은 두 개의 빛줄기가 되어 각각 반대편으로 흩어졌다.

“호의를 모르니, 영혼을 빼내서 물어야겠군!”

운청휘의 싸늘한 목소리가 울리기 무섭게, 그가 양손을 펼친 후 잡아당기자 거대한 흡입력이 천지에 휘몰아쳤다.

이미 수십만 장을 날아갔던 왕무성과 빙황위는 거대한 손에 붙들린 듯 그 자리에서 꼼짝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의 얼굴에 저절로 공포심이 묻어났다.

운청휘가 그들에게 보여 준 방식은 저절로 인황경을 연상케 할 만큼 위압적이었으니까.

“응?”

운청휘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왕무성과 빙황위가 목숨을 끊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

“감히 내 앞에서 생사를 결정해?”

코웃음을 친 운청휘가 그들의 몸에 마종을 넣었다.

“왕무성, 말해라!”

운청휘가 왕무성을 봤다.

“우…… 우리가 온 목적은 구련허영화가 아니라 신들의…….”

공포에 질린 왕무성은 떠듬거리며 말을 내뱉었으나, 중요한 대목에서 입을 다물었다.

그 대가로, 입에서 피가 울컥 흘러나왔고 가슴이 찢기는 듯한 고통을 느껴야 했다.

마종이 심어진 이상 그들은 운청휘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했고, 설령 운청휘가 그들을 죽인다고 해도 저항할 수 없었다.

만약 운청휘를 거역하려 들면 육신과 영혼이 죽을 때까지 타격을 입게 되는데, 왕무성은 지금 그 결과를 감수하며 저항하고 있었다.

“빙황위, 말하라!”

운청휘가 고개를 돌려 빙황위를 봤다.

“……푸!”

끝내 빙황위가 피를 뿜으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동시에 그의 전신의 힘줄이 끊기고, 흉측한 몰골이 되었다.

이대로라면 그는 곧 육신이 폭발하여 형체도 남지 않을 터였다.

마종이 심어지고도 의지를 굽히지 않으니, 비록 적이라고 해도 운청휘는 이들에게 경탄하는 기색을 보였다.

“운청휘, 득의양양하지 말거라. 소 어르신께서 복수할 것이다!”

왕무성이 피를 토하며 원통하게 내뱉었다.

“우리가 죽고 소 어르신께서 네놈을 죽일 뿐 아니라, 가족, 구족까지 주살할 것이다!”

빙황위도 운청휘를 원망스럽게 바라봤다.

“소 어르신?”

이때, 백택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소진(萧尘), 소인황인가?”

“하하하, 그렇다. 소진 소인황이 상고 전쟁터에 있으니…… 모두 죽기를 기다리거라!”

왕무성과 빙황위가 흉악하게 웃었다.

“네놈들은 정말로 입을 다물면 내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나?”

운청휘의 눈에 냉혹한 빛이 번뜩였다.

영흥성원을 위해 끈질기게 마종에 저항하며 목적을 말하지 않던 그들의 모습에, 운청휘는 잠시나마 측은지심을 가졌다.

그들을 살려 주려고 마음먹었던 운청휘였으나, 하필 그들이 운청휘의 가족과 구족을 언급하며 협박하고 말았다.

그들은 역린을 건드렸으니, 살길을 영영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아!”

“아!”

왕무성과 빙황위가 별안간 비명을 내질렀다. 뜻밖에도, 마종이 그들의 몸에서 억지로 나와 주먹만 한 구멍을 만들었다.

운청휘는 빠르게 그들의 영혼을 찾아냈고, 강제로 정보를 실토하게 한 뒤 영혼을 소멸시켜 버렸다.

“도심종마대법!”

왕무성과 빙황위의 몸에서 나온 마종을 알아본 백택은 눈을 부릅떴다.

그의 식견으로 마종을 알아보지 못할 리가.

“이미 세상에서 사라진 도심종마대법까지 수련했다니!”

운청휘가 바로 화제를 돌렸다.

“지금은 이것을 논할 때가 아니다. 자리를 옮기지.”

운청휘의 재촉에 그들은 서둘러 허공으로 떠올라 날아갔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운청휘가 입을 열었다.

“속도가 너무 느리군.”

운청휘는 백택이 반응하기도 전에 법원의 힘으로 백택을 덮었고, 그를 이끌어 더 빠른 속도로 하늘 끝을 향해 날아갔다.

한 시진 후.

그들은 운청휘가 신의 시체를 발견했던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가 포진한 진법은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군.’

신식을 펼친 운청휘는 곧바로 자신의 진법을 점검했다.

‘왕무성, 빙황위, 한비, 그들이 상고 전쟁터에 온 진짜 목적은 신의 시체를 찾기 위함이고…….’

운청휘가 생각에 잠겼다.

‘그들의 기억대로라면, 신의 시체에는 신들의 무덤으로 통하는 열쇠가 존재한다.’

“잠시 기다리도록.”

운청휘는 내려가서 신의 시체를 다시 조사할 셈이었다.

“운청휘, 잠깐 기다려!”

백택이 황급히 그를 불러세웠다. 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일단은 천찬학관으로 돌아가세! 소진이 이곳에 있다면, 절대 희망이 없네!”

“만약이 아니지. 그는 이곳에 있으니.”

운청휘가 태연히 말했다.

“왕무성 등은 구련허영화를 얻고 소진과 합류할 생각이었겠지.”

“뭐, 소인황이 정말로……!”

백택이 숨을 들이켰다. 조금 전의 당황함은 사그라들었지만, 두려움이 커지고 있었다.

“운청휘, 그렇다면 더 빨리 돌아가야 한다! 돌아가야 진짜로 안전하다!”

운청휘가 고개를 내저었다.

백택이 거슬리긴 해도, 나름 인물이라 생각했건만.

인황이 이리 겁을 먹는단 말인가?

“한숨 자고 있도록.”

운청휘의 신형이 연기처럼 흩어지더니, 다음 순간 백택의 뒤에서 나타났다.

퍽!

팔꿈치로 그의 목덜미 혈을 타격하니, 백택이 눈을 까뒤집고 정신을 잃었다.

반절 인황이라도 기습에는 못 당하는 법이다.

운청휘는 백택을 잘 숨겨 두고, 지하로 향했다.

신의 시체가 있는 곳에 도달해 보니, 신의 시체는 법칙을 잃어버려 이전과 같은 위압은 보이지 않았다.

‘역시나 전송진이 있었군…….’

신의 거대한 몸을 이리저리 살피던 운청휘가 입으로 날아갔다. 과연, 목구멍 뒤에 전송진이 있었다!

운청휘는 감히 전송진을 발동하진 못하고, 신식으로 관찰해 보았다.

“명계로 이어지는 전송진?”

믿기지 않았지만,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희미하게나마 명계의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신들의 무덤은 장신연에 있다.’

의혹과 함께 괴이한 예감이 운청휘의 목덜미를 스쳤다.

이는 신들의 무덤과 큰 관련이 있는 전송진이다!

운청휘는 잠시 망설였지만, 자신의 직감을 믿고 전송진에 오르기로 했다.

직감을 확인하려면 직접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전송진이 발동되고, 운청휘는 공간의 긴 흐름을 통과했다.

이 전송진은 그가 천성대륙에서 타 보았던 여느 전송진보다도 빨랐고, 거의 선계에 필적했다.

일 다경 후 전송진이 멈추고, 운청휘는 묵빛처럼 어둡고 서늘한 세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하늘에도 땅에도, 흐르는 강에도, 무덤이 무수히 솟아올라 있었다.

모든 무덤에는 이름 없는 비석이 세워져 있었고, 공중에 떠 있는 무덤은 기이하게도 번갯불처럼 번쩍였다.

붉은 강물을 떠다니는 무덤들을 살피니, 적막한 기를 내뿜는 용암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이곳은 장신연!”

과거 심마선겁에 빠졌을 때, 장신연에 들렀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운청휘가 고개를 드니 허공에 회오리치는 공간 폭풍들이 보였다.

공간 폭풍을 따라 몇만 장을 따라가면, 절벽의 꼭대기가 있다.

이곳은 천운왕조의 낭야산. 운청휘가 공간 폭풍에 휘말려 선계로 떨어졌던 그곳이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던 운청휘는 마침내 의혹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왕무성, 빙황위의 기억에 있던 ‘신들의 무덤’은 곧 장신연이며, 장신연은 정말로 명계에 위치하고 있었다!

다만 운청휘가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장신연의 꼭대기, 즉 절벽은 천성대륙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명계와 천성대륙은 고작 3만 장을 사이에 두고 존재했던 것이다.

일찍이 심마선겁의 환상 속에서 장신연을 향해 뛰어내렸던 운청휘는 그 높이를 잴 수 있었다.

“이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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