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344화 (344/430)

제344화

“구양가명은 어떻게 처리할 거죠?”

“그도 영흥성원의 첩자인가?”

운청휘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증좌는 없지만, 그를 여기로 데려온 건 첩자임을 증명하기 위해서입니다.”

백택의 표정이 굳어졌다.

“구양가명은 고등반에서도 가장 출중한 데다 절정의 기재입니다. 비록 선배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어쨌든 원장님께서도 그가 10년 안에 반절 인황경에 다다를 것이며 언젠가는 인황경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구양가명이 절정의 기재라는 말에는 운청휘도 이견이 없었으나, 흙보살의 평가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구양가명에게는 구양가귀 (欧阳家贵) 라는 형이 있는데, 3살 위고 이미 반절 인황경이죠. 만약 구양가명이 죽기 전에 인황경이 될 수 있다면 구양가귀는 반드시 인황경에 도달하겠죠!”

백택이 왜 구양가명의 형까지 들먹이는지 알 수 없었으나, 운청휘는 차분히 백택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구양가귀는 영흥성원의 사람이자 영흥성원에서도 힘 있는 생도입니다. 형이 영흥성원에 있는데 굳이 천찬학관으로 왔으니,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다만 구양가명이 평소에 처신을 잘하고 빌미를 주지 않으니, 심증만 있었을 뿐입니다.”

운청휘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미 구양가명이 영흥성원의 첩자라고 생각하면서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니.

“그렇다면 더더욱 함께 가야겠군.”

운청휘가 재차 속도를 내었는데, 이번에는 드는 대신 법원의 힘으로 그를 떠올려 함께 비행했다.

백택의 눈이 재차 휘둥그레졌다. 그가 전속력을 내어도 운청휘가 지금 내는 속도가 세 배는 빨랐으니까.

몇만 리 떨어진 상공, 뿌연 대기를 가르고 천찬학관의 둔천사가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조종실 안에서, 담운은 신중하게 둔천사를 운전해 나갔다.

중상을 입은 낙원과 낙병은 법원의 밧줄에 묶인 채 조종실 한쪽에 누워 있었다.

주명과 소효여도 이 안에 있었는데, 주명이 줄곧 한 손으로 소효여의 목을 틀어쥐고 있어 그녀는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는 처지였다.

둔천사 바깥에서는 양양이 뒷짐을 진 채 끊임없이 사방을 경계하는 중이었다.

절정 인왕경인 양양은 삼십만 장 바깥까지 경계할 수 있으니, 영흥성원의 추적이 있다면 단박에 알릴 수 있었다.

둥둥둥!

그때, 누군가 조종실 문을 두드렸다.

“누구지? 지금은 조종실의 출입을 금했는데?”

주명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날세, 주명! 구양가명이네.”

목소리와 함께 구양가명이 조종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뒤에는 10여 명의 고등반 생도들이 서 있었다.

“구양가명, 여기 왜 온 거지?”

주명의 태도는 냉랭하기만 했다.

주명과 양양, 구양가명은 고등반에서도 세 손가락에 꼽는 이들이었고, 그중에서도 구양가명이 제일 뛰어났다.

그러나 주명도 양양도 구양가명에게 호감이 없었다.

구양가명은 겸손한 태도를 보이지만, 그 기저에는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태도와 안하무인적인 모습이 숨겨져 있었으므로.

“주명, 나는 사형으로서 더는 못 봐주겠어서 왔다네!”

구양가명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주명을 안쓰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대도 고등반에서 세 손가락에 꼽는 인재로서 천찬학관의 보물이거늘, 운청휘에게 이용당하고 있지 않나. 게다가 영흥성원의 소효여까지 납치해? 그녀는 현천급 연단사일 뿐만 아니라 소씨 일가일세!”

소씨는 영흥제국 황실의 성씨로, 구양가명이 소씨임을 강조한 건 영흥제국 황실을 내세우기 위해서였다.

주명은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냉랭하게 구양가명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동시에, 소효여의 목을 쥔 다섯 손가락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소효여는 거의 숨을 쉴 수 없는 지경이었다.

“주명, 소효여를 풀어 주게. 영흥성원이 따진다면 내가 그대를 위해 책임지겠네!”

구양가명이 호기롭게 가슴을 치더니, 주명에게 다가가려 했다.

“멈춰!”

주명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

“구양가명, 한 걸음만 더 다가오면 소효여의 목을 부러뜨릴 거야!”

구양가명의 눈에 희미한 한기가 스쳤으나, 곧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알겠네, 여기에 있겠어. 그러나 주명, 소효여를 다치게 하면 안 된다네.”

이어서 구양가명이 눈을 돌려 중상을 입고 묶여 있던 낙원과 낙병을 봤다.

“연피(燕彼), 초생(肖生). 뭐 하는 거야. 어서 낙원과 낙병을 부축하지 않고. 그들이 막주성 낙가의 자제임을 잊었어? 이들에게 이변이 생기면 너희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구양가명의 말은 비록 연피, 초생에게 말하는 것이지만 빙 둘러서 담운 일행을 욕하고 있었다.

“연피, 초생. 거기 멈춰. 그리고 구양가명, 이들은 운 형제가 제압하였음을 모르는 거냐?”

둔천사를 운전하던 담운이 마침내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담운, 네놈이 뭔데 감히 운청휘로 나를 억누르는 거지?”

구양가명이 냉소하며 담운을 내려다봤다.

“운청휘는 사악하고 잔인한 수법으로 영흥성원의 생도들을 연달아 죽였다. 그중에는 황실의 혈맥을 지닌 생도들도 있으니, 운청휘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힘들 터. 영흥성원이 그자를 추적할 것이고, 나 구양가명도 그리 잔인한 자가 천찬학관에 남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그리고 담운, 네놈은 고작 인왕경인 주제에 감히 운청휘의 권세를 믿고 나 구양가명을 억누르려고 하니 우습기 짝이 없다! 경고하건대, 지금 둔천사를 멈추지 않으면 어떤 자비도 기대하지 말거라!”

말을 마친 구양가명이 기세를 끌어올리니, 폭풍우 같은 힘이 담운을 덮쳤다.

구양가명의 뒤에 있던 생도들도 일제히 기세를 폭발시켰다.

비록 이들은 무위도 전투력도 담운의 아래였지만, 수가 많고 구양가명의 기세까지 합쳐지니 담운도 비틀거릴 수밖에 없었다.

담운이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주춤주춤 물러나자, 그 틈을 노린 구양가명이 단번에 몸을 날렸다.

쿠구궁!

단번에 조종대를 잡은 구양가명은 둔천사를 급정거시켰고, 둔천사는 거대한 소음과 함께 허공에서 멈춰섰다.

이로 인한 관성으로 둔천사에 타고 있던 다른 이들이 허우적거렸고, 후방을 바라보던 양양도 놀라 조종실을 돌아보았다.

“조종실에 사고가 났다!”

양양의 안색이 변했는데, 갑자기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조종실을 향해 날아갔다.

“무슨 일이지?”

“둔천사가 어째서 멈춘 거지?”

“담운이 둔천사를 운전하고 있는데, 설마 담운에게 일이 생긴 건가?”

“가자, 둔천사의 조종실로 간다!”

단번에 모든 학생들의 조종실로 향했다.

이들 중에는 천단탑에서 보낸 열다섯 명의 연단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양양은 조종실에 들어서자마자 주명의 곁으로 향했다.

구양가명을 비롯한 그의 일행과 양양, 담운, 주명이 대치하는 형세가 되었다.

“내가 듣기로는 구양가명에게 형이 있는데, 영흥성원의 생도라지? 이전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지금은…….”

양양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냉소하며 구양가명을 바라봤다.

“양양, 주명, 무슨 일이지?”

“담운, 둔천사는 자네가 운전하는 것이잖아? 어째서 갑자기 구양 선배가 된 거지?”

곧이어 도착한 생도들이 미심쩍은 얼굴로 물었다.

일부 영리한 생도들은 낙원과 낙병의 제압이 풀려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 일에 연루되지 않으려 슬쩍 바깥으로 나가 버렸다.

“주명, 소효여를 놓아주게. 운청휘에게 이용당하지 말라구!”

구양가명이 둔천사를 제압하자 저력이 더해저 주명을 바라보는 눈빛은 이전과 달랐다.

“주명, 양양! 운청휘에게 이용당하지 말라구!”

“운청휘는 살인을 한 데다 영흥성원, 영흥제국의 황실에도 죄를 지은 주제에 도망쳤어! 우리를 이곳에 남긴 이유가 뭐겠어?”

“주명, 양양! 자네들도 어리석지 않을 테니 잘 생각하게!”

구양가명의 일행들이 계속해서 권유했다.

“지금이라도 소효여를 풀어 주면 영흥성원도 자네들을 해치지 않을 걸세. 어찌 되었든 자네들은 운청휘에게 이용당했을 뿐이 아닌가?”

천단각의 여섯 대천급 연단사도 갑자기 뛰쳐나왔다.

“우리들의 충고를 듣고 소효여를 놓아주시오. 당신들은 현천급 연단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것이오!”

“소효여에게 이변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당신들은 물론 우리 천찬학관도 멸문지화를 당할 수 있어요!”

“우리가 도망친 운청휘의 몫까지 화를 뒤집어쓸 이유가 없습니다!”

천단각의 여섯 대천급 연단사, 그들은 수석 연단사 자리를 놓고 다투는 관계였다.

수석 연단사가 그들 사이에서 나왔다면, 달갑지 않더라도 결과에 승복했을 터였다.

어찌 되었든 조예가 비슷한 이들이니 서로의 깊이를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청휘가 나타나며, 그들 사이의 균형이 깨지고 불만이 팽배했다.

그날 운청휘는 천단탑에서 소천급 단약을 연제했고, 수량이 조금 많았을 뿐. 결국 소천급 연단사의 역량이 아니던가?

운석을 뺀 다른 연단사들은 운청휘가 소천급 연단사라 생각했기에 수석 연단사 자리에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주명, 양양. 천단탑의 연단사들도 저리 말하는군. 아직도 운청휘에게 이용당하려는가?”

구양가명이 재차 입을 열었다.

“소효여를 놓아주면 안 된다네. 놓아주면 우리 모두는 죽을 것이네!”

담운이 옆에서 소리쳤다.

“우리와 영흥성원은 이미 척을 지었네. 소효여는 단순히 인질을 넘어 우리의 목숨줄이나 다름없어!”

담운의 생각과 같았기에, 주명과 양양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주명이 어두운 얼굴로 구양가명을 바라보았다.

“구양가명,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마. 사람들을 데리고 조종실에서 물러나라.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소효여의 목을 부러뜨리마!”

주명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다섯 손가락의 손톱이 소효여의 목을 파고들었다.

소효여는 숨을 거의 쉬지 못해 안색이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주명, 정말로 뻔뻔하구나!”

구양가명의 안색도 완전히 침울해졌다.

“구양 사형, 제게 좋은 생각이…….”

구양가명의 일행 중 한 생도가 구양가명에게 귓속말을 했다.

“이 방법 괜찮겠군…….”

구양가명이 중얼거리자마자 별안간 그의 신형이 흩어졌다.

담운의 안색이 급변했는데, 구양가명이 별안간 그의 앞에 나타나 공격해 오는 것이 아닌가!

펑펑펑!

조종실 안에서 빠르게 합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자욱한 연기를 일으켰다.

담운과 구양가명은 그 기세를 몰아 둔천사를 빠져나갔고, 상공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다.

주명과 나란히 있던 양양이 얼굴을 굳히며 담운을 도우러 가려 했다.

“양양, 네놈의 상대는 나다!”

“나는 무슨, 우리들이 맞지. 헤헤, 네놈들의 자리를 얻고 싶었다고!”

구양가명을 따라온 10여 명의 생도들이 냉소했는데, 그중 7명이 동시에 양양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나머지는 주명을 견제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이들은 고등반에서도 실력이 중간쯤 가는 생도들로, 양양과는 비교할 수 없으나 수적으로 우세했다.

쿵!

그때, 요란한 소리가 나며 한 사람이 둔천사의 갑판에 나뒹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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