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345화 (345/430)

제345화

담운이다!

그는 피를 토하며 움찔거렸는데, 그가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예리한 칼날 같은 공격이 그의 목을 가로질렀다.

“네놈 같은 쓰레기가 나와 대결할 용기가 있다고?”

뒤따라 온 구양가명의 눈에 냉혹함이 가득했다.

“주명, 우리 거래하자!”

구양가명이 담운을 사로잡아 조종실로 돌아왔다.

“네놈이 소효여를 놓아주고 나는 담운을 놓아준다. 어떠한가?”

구양가명이 주명을 노려보며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주명은 묵묵부답이었지만, 행동으로 답했다,

그의 새끼손톱이 바로 소효여의 목을 찔렀고, 푹 소리와 함께 선혈이 솟구쳤다.

“구양가명, 만약 내가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찌르면 그녀는 죽을까?”

주명이 차갑게 말했다.

“주명, 하…… 함부로 행동하지 마라!”

구양가명의 안색이 굳었다. 잊고 있었다, 주명이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을!

‘어쩐지 운청휘가 소효여를 주명에게 맡기더니, 역시나 미치광이였어!’

구양가명은 마침내 깨달았다. 그를 더 압박하면 정말로 소효여를 죽이고도 남았다.

“담운을 풀어 줘!”

주명이 냉랭하게 말하며 엄지손톱으로 소효여의 피부를 베었다.

구양가명이 망설이는 찰나, 주명의 손톱은 다시금 소효여의 목을 파고들었다.

결국 구양가명이 황급히 소리를 질렀다.

“주명, 냉정하게. 담운을 풀어 주지!”

말을 마친 구양가명이 담운에게 겨누고 있던 장검을 겨누고 그를 주명에게 보냈다.

“모두 멈춰!”

주명은 허공에서 양양을 포위하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모두 귀가 먹었나, 멈추라고!”

마침내 폭발한 구양가명이 고함을 내질렀다.

자유로워진 양양이 돌아와 주명을 바라보았다.

“역시 자네는 훌륭해!”

그 말대로다.

무른 사람은 심지가 굳은 이를 두려워하고, 심지가 굳은 이는 흉포한 이를 당해낼 수 없고, 흉포한 이라도 목숨을 다루는 이는 버거운 법이다.

구양가명은 심지가 굳고 흉포했지만, 주명을 당해낼 수 없었다.

주명은 다른 사람과 달랐는데, 보통 사람이라면 소효여를 그저 방패로 삼았으리라.

그리하여 구양가명이 이처럼 압박하는 상황이라면 소효여를 놓아주고 말았을 테지.

만약 소효여를 정말로 죽인다면 그들은 복수를 두려워해야 하겠지만, 주명의 사고방식은 여기서부터 차이가 난다.

그는 정말로 소효여를 죽일 수 있었고, 그 여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손에 쥔 목숨을 가지고 노는 이는 이처럼 당해내기 어려운 법이다.

“네놈들, 둔천사에서 꺼져!”

주명이 재차 말했다.

“주명, 너무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주명, 우릴 억압하는 거냐!”

“주명, 구양가명은 이미 후퇴했는데, 둔천사를 떠나라고 강요한다고?”

천단탑의 대천급 연단사들이 연달아 주명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때, 구양가명은 무언가를 떠올린 듯 주위 생도들에게 음을 보냈다.

-만약 너희들이 연루되기 싫다면 주명에게 소효여를 풀어 달라고 권하라.

잠시 후, 구양가명이 또 말했다.

-너희들이 주명을 설득하여 소효여가 풀려난다면 영흥성원의 사람들에게 그대들이 무고함을 증명해 주겠다!

본래 연루되기 싫었던 생도들은 구양가명의 말을 듣자마자 마음이 흔들렸다.

그들이 앞다투어 입을 열었다.

“정말로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건가?”

“소효여를 놓아주게. 그렇지 않으면 우리, 아니 천찬학관도 자네로 인해서 멸문지화당한다고!”

“주명, 혼자 죽는 건 괜찮으나, 우리까지 끌어들이지 말라구!”

“주명, 네놈이 무슨 자격으로? 이 일은 네놈이 책임질 수 없는 일이야! 우리 모든 생도들의 목숨이 걸린 일이라고!”

“주명, 네놈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운청휘에게 합류한 건 네놈의 일이지, 우리의 목숨까지 걸고 도박해도 좋다는 게 아닐세!”

구양가명과 주명 등이 충돌했을 때는 수수방관하던 생도들이, 구양가명의 약속을 받아내자마자 하나같이 등을 돌렸다.

“쓰레기들아. 소효여를 놓아주면 나뿐 아니라 네놈들도 죽는다고!”

주명이 분개하며 소리쳤다. 장남이라도 구양가명이 영흥성원의 첩자라는 게 분명하지 않은가?

“흥, 소효여를 놓아주지 않는데, 어떻게 우리가 모두 죽는 것을 아는 거냐?”

“구양 사형은 네놈이 소효여를 풀어 주면 영흥성원이 우리를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했다구!”

“주명, 헛소리 말고 소효여를 풀어 줘!”

“맞아, 어서 풀어 줘!”

이들이 주명을 압박하며 성토하기 시작했다.

만일 이런 말을 내뱉는 이가 구양가명이었다면, 주명은 이미 소효여의 목을 찔렀을 터였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이들은 천찬학관의 생도들이다.

그래, 비록 이용당하고 있긴 하나 영흥성원의 첩자가 아닌 것이다!

“너희들 미쳤어? 구양가명에게 이용당하지 말라고!”

담운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양양도 호통을 치려는 순간, 그들은 일제히 양양과 담운, 주명을 향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흥, 주명이 소효여를 놓아주지 않으면 우리가 죽는데 그럴 바에는 주명과 싸우자!”

“주명, 네놈이 우리들의 말을 듣지 않으니, 네놈과 싸우겠다!”

이들은 족히 수십 명이나 되었고, 모두가 고등반의 생도였다.

전투력이 셋보다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무위는 동급의 무인들이다.

이리 많은 이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니, 주명과 양양이 어찌 당해내겠는가!

그때, 가장 앞에서 막아내던 담운이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날아가며 허공에 선혈을 흩뿌렸다.

그 광경에 주명이 격노했다.

그는 정말로 치열하게 생각했으나, 이런 쓰레기 같은 자들이 구양가명을 도와 자신들에게 대적할 줄은 몰랐다.

잠시 망설이던 주명의 눈에 광기가 감돌았다.

“그럼 같이 죽자!”

주명이 소효여의 목을 비틀기 위해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한순간의 망설임이 있었는데, 그 틈을 노린 생도들이 주명에게 달려들었다.

퍽! 퍽!

별안간 생도 세 명이 더 달라붙더니, 먼저 달려든 생도들과 함께 주명을 붙들었다.

개중 한 명이 주명의 손에서 소효여를 빼앗았다.

“구양 사형, 제가 소효여를 구했어요!”

잔뜩 흥분한 생도가 소효여를 구양가명에게 보냈다.

“하하하, 범조전(范祖田). 정말 잘했어. 영흥성원의 사람들이 도착하면 포상을 내려주마!”

구양가명이 크게 웃으며 소효여를 바라봤다.

“효여 소저, 괜찮나?”

“괜찮아!”

소효여는 여전히 안색이 창백했지만, 몇 번 심호흡을 하더니 안정을 되찾았다.

이윽고 그녀의 얼굴에 악랄한 기운이 깃들었다.

“구양가명, 녀석들을 폐해버려. 내가 친히 녀석들을 뼈를 깎으며 죽을 때까지 천천히 괴롭히겠어!”

“……알겠네!”

구양가명이 얼떨결에 답했다.

소효여는 차분한 외모와는 달리 악랄한 말을 쏟아내었다.

촌각도 지나지 않아 담운은 중상을 입었고, 주명과 양양은 격렬히 저항했지만 이미 패색이 짙었다.

“주명 사형, 우리가 돕겠어요!”

“양양 사형, 우리가 돕겠어요!”

그때, 17명의 고등반 생도들이 전투에 참전했다.

둔천사 내에서 유일하게 주명 등의 편을 드는 이들이었다.

“죽고 싶은 사람이 또 있나?”

안색이 어두워진 구양가명이 별안간 전투에 참전했고, 그를 따라온 생도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일순간, 100명이 넘는 인왕경들이 맞붙어 전투를 치르기 시작했다.

“우리도 네놈들을 죽여 주마!”

여섯 대천급 연단사들의 눈에도 살기가 깃들더니, 함께 있던 소천급 연단사 아홉 명을 공격해 들어갔다.

“쓰레기들! 우리 앞에서 몇 번이나 운청휘를 깎듯하게 대하더군!”

“그렇다면 그 운청휘를 만나게 해 주마!”

전황은 곧 한쪽으로 기울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구양가명 쪽이 수적으로 우세할뿐더러, 구양가명이라는 절세고수가 있었으니.

주명과 양양 등은 완전히 짓눌렸다!

푸! 푸!

일각여 후, 중상을 입은 주명과 양양이 비틀거리며 주저앉았다.

그들의 입에서 선혈이 뚝뚝 떨어졌다.

“구양가명, 역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군!”

“하하하, 역시나 구양가귀의 동생이구나!”

그때, 한바탕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90명의 인왕경 무인이 천찬학관의 둔천사로 날아들었다.

천찬학관의 둔천사에서 몇만 장 떨어진 곳에는 거대한 둔천사 하나가 멈춰 있었다.

영흥성원의 사람들이 추격해 온 것이다.

“주명은 내게 줘!”

“양양은 내게로!”

개중 앞장선 두 명의 생도가 주명과 양양을 공격했다.

이때 주명과 양양은 중상을 입었으니, 그들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과연, 촌각도 지나지 않아 주명과 양양은 거의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 되어 둔천사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이들의 편에 섰던 17명의 생도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전부 제압되었다.

“주명, 이제 후회하나? 그러니 일찍 소효여를 풀어 줬어야지!”

“우리가 영민하게 처세해서 다행이지, 네놈 때문에 연루될 뻔했어!”

“주명, 사람은 용기만 낼 게 아니라 판세를 읽을 줄도 알아야 한다!”

구양가명을 도와 주명을 공격했던 고등반 생도들이 일제히 주명과 양양을 조롱했다.

특히나 주명에게서 소효여를 빼앗았던 범조전은 더욱 득의양양해져서, 주명을 들어올리더니 그를 끌고 소효여에게 다가갔다.

“주명을 천천히 괴롭혀 죽이겠다고 했으니, 내가 주명을 데리고 가겠네.”

그러나, 소효여는 범조전을 향해 경멸의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이윽고 그녀가 구양가명에게 말했다.

“저 개를 죽여. 아니, 저 개들을 죽여. 동문도 팔아넘기는 이런 개 같은 것들은 역겨워.”

범조전은 잠시 멍해졌다. 자신이 부단히 아첨한 결과가 이리 돌아오다니?

멍하니 있는 그를 향해 구양가명의 냉소가 쏟아졌다.

“효여 소저의 말이 맞아. 이런 개가 세상에 있으면 역겨울 뿐이지!”

펑!

구양가명이 일장으로 범조전을 날려 버렸다.

동시에 영흥성원의 생도들도 공격을 퍼부었는데, 그들의 목표는 구양가명을 도왔던 30여 명의 고등반 생도들이었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구양가명, 분명 영흥성원의 사람들이 우리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잖아?”

갑작스레 공격을 받은 그들은 방어에 급급하며 분노한 얼굴로 구양가명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구양가명은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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