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347화 (347/430)

제347화

그렇게 일 다경 후.

영흥성원의 둔천사는 다시 움직였다.

다만 그 안에 타고 있는 이들은 모두 천찬학관의 생도들이었다.

“운 선배님, 우리의 손실이 큽니다. 원장님께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조종실에 오른 백택이 쓴웃음을 지었다.

처음 100여 명으로 출발했던 그들은, 지금에 와선 운청휘를 더하더라도 31명이 남았을 뿐이다.

담운과 주명, 양양. 담운의 편을 들었던 17명의 생도들.

천단탑의 아홉 소천급 연단사와 백택, 운청휘.

인질인 소효여를 더해도 32명이 전부였다.

“안심하도록. 죽은 자들은 손실이 아니라 그들을 걸러내었으니 큰 수확이 아닌가? 구양가명과 그를 따르는 이들은 영흥성원의 첩자였고, 그의 편을 든 이들도 언젠가 학관을 배신할 이들이었다. 흙보살은 그대를 책망하기는커녕, 도리어 큰 상을 내릴 테지.”

운청휘가 백택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더군다나 임무를 완수했을 뿐만 아니라, 현천급 연단사를 얻지 않았나? 소효여는 내가 마종을 심었으니 내 명령만을 따른다. 그녀를 천찬학관에 머무르게 한다면, 영원히 충성하겠지.”

그 말에 백택의 걱정은 눈처럼 녹아 사라졌다.

생각해 보면 정말로 그렇다. 손실은 손실이지만, 수확은 그에 못지않게 거대했으니.

수확에 대해 말하자면, 가장 많은 수확을 얻은 이는 운청휘였다.

천찬학관은 이번에 인왕단 여섯 개를 얻고 3개는 운청휘의 몫으로 되어 있었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구련허영화의 꽃잎 아홉 장으로 연제한 인왕단은 9개가 아니라 18개였으니까.

즉 운청휘는 천찬학관에 줄 몫을 제외하고도 12개의 인왕단을 얻은 셈이다.

더욱이 현천급 연단사 소효여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었으니, 이 얼마나 큰 수확인가? 비록 그녀가 표면상으로는 천찬학관의 사람이 되었다고 하지만, 운청휘의 수중에 있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진정한 수확은 운청휘가 얻은 마종에 있었다.

반절 인황경의 마종 4개.

인왕경의 마종 130여 개!

운청휘가 흙보살에게 봉마비를 얻어 인왕경에 도달한 후, 지금 가지고 있는 마종을 흡수한다면 충분히 반절 인황경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그때가 되면 운청휘의 전투력은…… 그가 천성대륙 전체를 휩쓸지 않을까 두려울 지경이었다.

‘그 외에도 신의 법칙과 신들의 무덤을 알아냈지.’

이것을 생각하자 운청휘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신의 법칙이 있다면, 선제의 무위를 회복하고 확실하게 무상비경에 도달할 수 있다!

더욱이 신들의 무덤을 발견한 것은 가치를 헤아릴 수도 없는 수확이었다.

즐거운 수확과 함께, 돌아가는 길은 닷새가 걸렸다.

백택은 남은 생도들에게 운청휘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누설하지 못하도록 입막음을 시켰고, 그들은 하늘에 맹세했다.

학관으로 돌아오자, 운석 부원장이 가장 먼저 운청휘를 찾아왔다.

“원장님의 말씀이 맞았군. 그대가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롭군요!”

운청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식으로 보일 정도의 겸손함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인왕단 여섯 개를 꺼내 건넸다.

“약속한 것이니, 학관의 것을 주겠다.”

운석이 단약을 받고 의미심장하게 운청휘를 봤다.

“이변이 없다면 구련허영화의 꽃잎으로 인왕단을 아홉 개만 만든 것은 아니겠군요?”

운청휘도 숨기지 않고 말했다.

“그렇다.”

운석이 나머지를 달라고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줄 생각도 없었으니까.

더욱이 운석도 경중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운석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지만, 곧 화제를 돌렸다.

“이 외에 학관을 대표하여 감사하고 싶은데, 학관을 위해 현천급 연단사를 하나 얻어왔군요.”

“과찬이다. 나도 천찬학관의 생도이니, 학관을 위해 공헌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응, 흙보살 원장님께서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니 시간을 더는 끌지 않겠어요.”

운석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친히 운청휘를 흙보살의 저택으로 데려갔다.

“운 동포, 풍성한 수확을 축하합니다!”

흙보살이 웃는 낯으로 운청휘를 반겼다.

“동포의 수단에 감탄했을 뿐!”

운청휘가 희미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가 감탄했다면, 아첨이 아니라 흙보살에게 정말로 감탄할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감탄? 운 동포께서 어찌 그런 말씀을?”

흙보살이 손에 들고 있던 깃털 부채를 천천히 흔들었다.

“그대의 선견지명에 감탄했을 뿐.”

운청휘가 말했다.

운청휘가 가리킨 것은 흙보살이 백택에게 준 명단으로, 영흥성원이 이번에 파견한 모든 사람들의 자료가 담겨 있었다.

흙보살은 이를 미리 찬명하여 알아냈으니, 대단한 게 아니겠는가.

“하하, 운 동포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그것이군요!”

운청휘에게 칭찬을 들었으니, 확실히 자랑스러운 일이다.

흙보살도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그것도 잠시, 그의 안색이 천천히 굳었다.

“운 동포,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는데, 동포께서 사실대로 말씀하시길 바라요!”

운청휘가 대답하기도 전에 흙보살이 말을 이었다.

“상고 전쟁터에서…… 신들의 무덤과 관련된 단서를 얻었나요?”

순간 운청휘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역시, 흙보살이 자신을 먼저 찾은 것은 이것 때문이었으리라.

“단서? 전혀!”

운청휘가 태연하게 고개를 저었다.

굳이 말하자면, 운청휘의 말도 사실이긴 했다.

그는 신들의 무덤을 발견하고 무덤 진입도 성공했지만, 이는 결과에 도달한 것이지 단서를 발견한 게 아니니까.

흙보살은 아무 말 없이 운청휘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는데, 그의 표정으로 무언가를 알아내려는 듯했다.

그러나 운청휘의 표정은 고요한 호수처럼 평온할 뿐이니, 뭔가를 알아낸다면 그게 대단한 일이다.

“운 동포, 백원 대회가 끝나고 상고 전쟁터에 함께 가 주면 좋겠네요.”

흙보살이 또 그윽이 말했다.

“그때 시간이 있다면 거절하지 않으마.”

운청휘가 모호하게 대답했다.

“운 동포, 우리는 적이 될 수 없어요!”

흙보살이 갑자기 묘한 말을 했다.

“물론!”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운청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흙보살과의 대담을 마친 후, 운청휘는 위경륜을 불러들였다.

“위경륜, 이 단약을 복용하도록!”

운청휘는 인왕단 하나를 위경륜에게 건넸다.

이전에 영주에서 영흥제국까지 오는 동안, 위경륜의 몸에 인왕경의 마종을 심었지만 위경륜은 아직 인왕경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 이것은 인왕단!”

위경륜의 호흡이 절로 가빠졌다. 운청휘가 이토록 진귀한 단약을 줄 줄은 상상도 못 했던 터였다.

“인왕경 마종에 이어 또 인왕단이라니……! 공자님, 위경륜은 이번 생에 공자께 충성을 다하겠다고 맹세합니다!”

위경륜이 무릎을 털썩 꿇으며 감격에 겨워 말했다.

운청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어나라. 네가 인왕경에 도달해야 이후의 일이 편해진다. 가서 준비하도록. 내일 진원, 기원, 명각에 등록하러 갈 테니.”

운청휘가 또 말했다.

“네, 공자님!”

위경륜이 명령을 받았다.

“참, 공자님, 말씀드릴 것이 있는데요!”

위경륜이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용오천에게 일이 생겼네요!”

용오천은 천찬학관의 무원 보통반에 배정되었다.

보통반은 또 여러 등급으로 나뉘는데, 가장 아래부터 현경반, 영변경반, 공적경반, 마지막이 인왕경반이다.

용오천은 그의 무위에 맞춰 영변경의 반에 소속되었다.

한데 그에게 무슨 일이 있단 말인가? 흙보살은 운청휘에게 그를 잘 보호하겠다 말했고, 운청휘는 그 말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었다.

그렇다면 위경륜이 말하는 ‘일이 생겼다’는 용오천이 스스로 다른 이에게 폐를 끼쳐 역으로 피해를 당했다는 뜻이다.

용오천 스스로 폐를 끼쳤다면 흙보살이 그의 편을 들고 싶어도 어쩔 수 없고,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흙보살이 그를 보살핀 결과다.

“공자님, 이 일은…… 용오천에게 직접 물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위경륜이 잠시 생각하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도 이 일을 알고 있지만, 자신의 입장에서 편향된 진술을 할 수도 있으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용오천을 불러오도록. 그에게 직접 묻겠다.”

운청휘가 조용히 말했다.

그도 용오천의 성격을 잘 알았다.

북영 교룡족의 소주인 만큼 고귀한 출신이니, 다소 제멋대로의 성격으로 자라났을 수밖에.

다만 운청휘는 그가 제멋대로긴 해도, 이유 없이 날뛰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용오천이 남에게 폐를 끼쳤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물론 모든 것은 가정일 뿐, 구체적인 것은 용오천을 만나야 알 수 있다.

이 각 후.

위경륜이 용오천을 데려왔다.

“운 형제!”

용오천이 고개를 숙인 채 운청휘를 쳐다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하도록.”

운청휘가 말했다.

“미안하네. 운 형제, 내가 또 자네에게 폐를 끼쳤네!”

용오천이 여전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설마, 나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 건가?”

운청휘가 물었다.

“아, 아니야, 나는 그저 자네에게 적지 않은 폐를 끼쳐서 더…… 더는 자네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아서라네.”

용오천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애초에 운청휘가 낙가를 건드린 것도 자신 때문이니, 이번 일까지 운청휘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상대의 배경이 간단하지 않았고, 낙가보다 더 막강했으니까!

타앙!

그때 운청휘가 한 손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나무로 된 탁자에 깊은 손도장이 새겨졌다.

“네 이놈, 용오천! 나 운청휘는 그대를 진정 친구로 여겼거늘! 감히 내 앞에서 우물쭈물하며 무슨 일인지 말할 수도 없단 말인가?”

운청휘는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그와 용오천이 처음 만났을 때, 운청휘는 공작왕과 대붕왕에게 쫓기는 신세였고 용오천은 교룡족의 당당한 소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오천은 운청휘와의 교제를 마다하지 않았고, 모든 것을 다해 운청휘를 도왔다.

그 때문에 재회한 날 운청휘가 결과를 생각지 않고 용오천을 구했던 것이다.

더욱이 친분이 없다고 해도, 운청휘는 진상상의 체면을 생각해 용오천을 도왔으리라.

용오천과 진상상은 막역한 사이고, 진상상은 소도도의 쌍둥이 형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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