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350화 (350/430)

제350화

“땅강아지 따위들이 감히 내게 손가락질하느냐?”

운청휘는 시간이 아깝다는 듯 순식간에 낙 대장의 앞에 나타났다.

우득!

운청휘가 낙 대장의 손가락을 휘어잡은 순간, 섬뜩한 소리가 나며 손가락이 부러지고 말았다.

“어, 어서 집행당에 알려라! 대역무도하게 집행반을 공격하는 이가 있어!”

“대원 둘을 죽였을 뿐 아니라 지금 낙 대장도 공격한다고!”

안색이 변한 집행반의 대원들이 소매에서 작은 죽통을 꺼내 심지를 잡아당겼다.

죽통의 심지를 타고 불꽃이 일더니, 허공으로 쏘아져 올라가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

펑! 펑! 펑! 펑!

17개의 폭발음이 단번에 천찬학관의 절반을 뒤덮으며 울려퍼졌다.

소식을 집행당에 전달했기에, 낙 대장이 고통을 참으며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이제 끝이다, 네놈! 천찬학관에서 사람을 죽이고 규칙도 무시하며 집행반을 공격했으니!”

“나와 학관 규칙을 얘기한다고?”

운청휘가 웃으면서 낙 대장의 말을 끊었다.

“내 기억대로라면 먼저 공격한 이들은 사토 타케루의 부하들이다. 설마 학관의 규칙이란 게 우리가 저항하지 않고 잡혀가야 한다는 뜻인가?”

“흥, 너희들의 신분을 사토 타케루와 비교할 수 있는가? 그는 높디높은 인왕경 생도이니, 그가 용오천을 보고자 하면 용오천은 얌전히 가야지!”

낙 대장이 콧방귀를 뀌며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

“그대의 말대로라면 용오천은 완고하고 호의를 모르기에 사토 타케루와의 만남을 거절했다. 그리하여 그의 부하들이 용오천을 데리고 가려 했지. 사토 타케루가 신분이 존귀하니 오천을 강제로 잡아 가도 천찬학관의 규칙을 어기는 게 아니란 말인가?”

운청휘가 또 물었다.

“그렇다!”

낙 대장이 부인하지 않았다.

“학관의 규칙이 지엄하지만, 상황에 맞게 운용해야지! 하물며 생도는 영변경 땅강아지를 위해 인왕경 생도와 맞서겠다는 것인가?”

“그렇군!”

마침내 운청휘가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학관의 규칙이라는 것은 약자를 속박하고, 강한 생도라면 규칙을 마음껏 짓밟을 수 있는 것이로군?”

“그렇다!”

낙 대장이 부인은커녕 도리어 적나라하게 말했다.

“학관의 규칙은 약자를 강제하고, 강자라면 언제든 짓밟을 수 있지!”

운청휘가 빙그레 웃었다.

그는 낙 대장의 입에서 저 말이 나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낙 대장 모르게 회상정으로 이 장면을 기록했으니, 오늘 천찬학관의 규칙을 마음껏 짓밟아 줄 요량이었다.

이 장면을 기록한 회상정은 때가 되면 흙보살에게 보여 주고!

“학관의 규칙을 철저하게 해석하느라 수고가 많군. 네놈은 마지막으로 죽여 주마.”

운청휘가 고개를 돌려 다른 17명의 집행반 대원들을 봤다.

“너희도 대장의 말에 동의하는 것 같으니, 강자인 내가 우선 너희부터 짓밟아 주겠다!”

운청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벽력 같은 일장이 날아갔다!

쿵!

집행반의 대원 한 명이 억 소리도 내지 못하고 시체가 되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이 반응할 시간도 없이, 운청휘는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놀라움과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무의식적으로 도망치려 했으나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운청휘가 내뿜은 기세가 어찌나 위압적이었는지, 도망은커녕 호흡마저 버거운 지경이었다.

퍼엉!

또다시 운청휘가 일장을 날려 한 명을 죽였다!

쿵!

쿵! 쿵! 쿵!

운청휘는 보란 듯이 17번의 장을 날려 집행반 대원들의 숨을 끊어 놓았다.

17번의 공격은 무수한 이들의 시선을 끌었고, 삼백 장 반경의 돌길에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밀집했다.

구경꾼들은 대부분 영변경의 생도였는데, 집행반 대원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는 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저 청년은 제정신인가? 모두의 앞에서 집행반의 대원들을 죽이다니!”

그렇다. 운청휘의 행위는 살인보다도 더 나아간, 도살이었다.

가축을 잡는 듯 운청휘의 표정은 무심하기까지 했다.

낙 대장은 한껏 공포에 질렸는데, 처음에는 집행당에 알리면 사그라들 줄 알았던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었다.

뜻밖에도 그는 자신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미치광이를 만난 셈이다.

결과 따위는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미치광이를.

“모, 모두의 앞에서 집행반을 이리 공격해?! 그만 멈추지 못할까! 집행반뿐만 아니라 천찬학관 전체가 너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운청휘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과장하는군. 나는 강자의 입장에서 규칙을 짓밟을 뿐이다. 하여 사토 타케루는 규칙을 어겨도 되고, 고등반의 생도인 나는 불가능하단 말인가?”

“뭐, 뭐라고?”

낙 대장이 놀란 두 눈을 부릅떴다.

“고등반 생도라고?”

이 순간, 낙 대장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동시에, 운청휘가 왜 그렇게 거침없이 행동했는지 깨달았다.

단순히 미치광이가 아니라, 고등반의 생도였기 때문이다!

무원의 천만 명 생도 중 고등반의 생도는 겨우 50여 명.

그 무게를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사토 타케루가 인왕경의 생도지만 낙 대장의 눈에는 높은 존재였는데, 고등반 생도라면 감히 눈을 들고 바라볼 수도 없는 존재였다.

“학관의 규칙은 약자를 강제하고, 강자는 언제든 이를 짓밟을 수 있다고 했나?”

운청휘는 낙 대장을 보며 두 눈에 살기를 나타냈다.

“네놈을 죽이면, 학관이 네놈 같은 땅강아지를 위해 고등반 생도인 나를 처벌할 것 같은가?”

“사…… 살려 줘, 내가 잘못했네……!”

낙 대장이 반쯤 울부짖으며 용서를 구했으나, 그의 말이 더 이어지기도 전에 운청휘가 목을 부러뜨렸다.

“멈춰!”

거의 동시에, 먼 곳의 하늘에서 준엄한 호통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호통 소리가 들려오는 동시에 운청휘가 낙 대장의 목을 부러뜨렸으니.

물론 조금 더 빨리 들렸더라도 운청휘는 멈출 생각이 없었지만.

‘반절 인황이 왔군!’

운청휘는 조금 뜻밖이라는 눈으로 신식을 펼쳤다. 어느새 100여 명의 대열이 접근하고 있었는데, 맨 앞에 있는 정정한 노인은 반절 인황경이었다.

“집행당의 당주이자 천찬학관의 이종헌 부원장이군!”

집행반의 사람들이 그를 위협하며 이종헌을 거론했으니, 지금 오는 이가 누굴지는 보나마나 뻔했다.

덤덤히 중얼거리는 운청휘와 달리, 구경하는 이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집행당의 당주인 이종헌이 출동했어!”

“저 청년도 이제 희망이 없군!”

“이 부원장은 반절 인황경이잖아!”

촌각이 지나고, 이종헌이 대열을 이끌고 운청휘가 있는 구역에 내려앉았다.

이때 그의 얼굴은 분노로 붉으락푸르락하고 있었다.

“후배여, 노부가 그대에게 멈추라고 했거늘, 낙운(骆殒)을 죽이다니!”

낙운은 낙 대장의 이름이다.

“나를 탓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내게 멈추라고 했을 때는 이미 늦었으니.”

운청휘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구경하던 이들은 모두 의아해졌는데, 운청휘가 이종헌 앞에서도 흐트러지지 않고 태연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응? 노부 앞에서 말을 신랄하게 하는 게냐?”

이종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원장님, 이런 말주변이 없는 후배는 바로 사로잡으소서!”

“맞습니다. 그가 죽인 낙운은 집행반의 구성원인 만큼, 이자는 천찬학관의 위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우리 집행당은 반드시 엄중하게 저런 생도를 처벌해야 합니다!”

이종헌 뒤에서 두 중년인이 날아왔다.

그들은 모두 인왕경 무위인데 집행당의 권위가 높아서 이종헌에 버금가는 존재였다.

“이 부원장, 나를 사로잡기 전에 이것부터 보고 다시 말하도록.”

운청휘는 영라 반지에서 회상정을 꺼내더니 공중으로 날려 보냈다.

곧 회상정에서 화면이 떠올랐다.

사토 타케루의 수하들이 영변경 생도들을 공격하는 것부터, 낙운을 포함한 집행반이 나타나는 것을 필두로 그간의 일들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집행반 대원들은 검은 옷의 난쟁이족들을 처리하기는커녕, 오히려 사토 타케루의 편을 들었고 영변경 생도들을 핍박했다.

그 결과 충돌이 일어났고, 운청휘는 사토 타케루의 부하들을 처리한 후 낙운과 대화를 시작했다.

-설마 학관의 규칙이란 게 우리가 저항하지 않고 잡혀가야 한다는 뜻인가?

낙운이 냉소했다.

-흥, 너희들의 신분을 사토 타케루와 비교할 수 있는가? 그는 높디높은 인왕경 생도이니, 그가 용오천을 보고자 하면 용오천은 얌전히 가야지!

이 대화는 회상정에서 몇 번이고 되풀이되었는데, 특히나 낙운의 이 말이 강조되었다.

-학관의 규칙은 약자를 강제하고, 강자라면 언제든 짓밟을 수 있지!

낙운의 말은 직접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집행단이 이런 녀석들이었다니!”

“낙운의 논리라면 우리 같은 영변경의 약자는 규칙에 속박되는 것이 마땅한 거냐!”

“사토 타케루 같은 인왕경 생도가 아니라면, 우리는 가치 없다는 거군!”

“집행당은 원래 이런 녀석들이구나!”

“오늘, 집행당이 해명을 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는 퇴관을 선택할 거야!”

“그래, 퇴관하자! 집행당의 해명 없이 어떻게 이 일을 넘어가겠어!”

“퇴관!”

“퇴관하자!”

“빌어먹을 집행당, 빌어먹을 천찬학관!”

여기저기서 원성이 터져나오며, 퇴관이라는 말이 끝없이 되풀이되었다.

집행당 쪽에서는 이종헌의 안색이 조금 변했다.

영변경의 생도들을 더하면 백만 명이 넘는데, 이 많은 생도들이 퇴관한다면 그 책임은 일개 부원장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어리석은 낙운, 저런 말도 떳떳하게 하다니!”

이종헌이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

이때 낙운은 운청휘에게 죽지 않았더라도 그가 단번에 죽였을 것이다!

“흥, 설마 이것을 회상정으로 녹화하다니!”

이종헌의 옆에 서 있던 두 중년인도 이를 갈았다.

사실 낙운이 말한 내용은 모두가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규칙이었지만, 떳떳하게 드러낼 수는 없는 내용이었다.

한데 낙운 이자는 어리석게도 그 말을 내뱉었을뿐더러 회상정에 녹화까지 되괴 만 것이다.

“낙운에게 있어 나는 규칙을 짓밟을 수 있는 강자인데, 무슨 문제라도? 이 부원장, 집행당이 나를 처리할 자격이 있는가?”

회상정을 거둔 운청휘가 너스레를 떨며 이종헌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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