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1화
“이 원장님, 이 녀석을 살려 두면 안 됩니다. 일벌백계하여 우리 집행당의 위엄을 살려야 합니다!”
“이 원장님, 집행당을 위해서 녀석을 죽여야 합니다!”
이종헌 옆에 있던 두 인왕경 중년인이 음침한 얼굴로 말했다.
“뿐만 아니라 녀석의 회상정도 폐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내용은 천찬학관뿐만 아니라 영흥제국 전체로 퍼질 겁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 집행당은 웃음거리가 될 거고, 학관의 처분도 피할 수 없습니다.”
두 인왕경 중년인이 이를 갈면서도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물론 그들이 말하는 건 어디까지나 집행당의 ‘공적인’ 부분이다.
사적인 입장을 보자면 그들은 운청휘에게 매우 언짢음을 느끼고 있었기에, 그 감정이 공적인 처리에 더해지고 있었다.
“좋네, 녀석을 잡게!”
이종헌이 고개를 끄덕였다.
운청휘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회상정을 통해 집행당의 명성을 더럽혔으니, 운청휘에 대한 처분을 논의할 수 있었다.
이종헌의 명령이 떨어지자, 두 중년인이 살기 어린 웃음을 지었다.
이들은 곧바로 공격하는 대신, 입을 열었다.
“낙운이 우리 집행당에 들어온 것은 확실히 우리 고위층의 실책이다!”
“그러나 네놈이 천찬학관에서 사람을 함부로 죽여도 된다는 뜻은 아니지. 낙운의 잘못은 우리 집행당의 사람들이 처리해야 하는 문제다!”
운청휘의 미간이 찌푸려지며 말했다.
“그 논리대로라면 나는 낙운에게 죽어 마땅해야 하는 것인가? 한데 내가 그를 죽인 건 규칙에 위배되고? 너희의 논리는 낙운의 논리와 별다른 차이가 없군!”
“후배여, 헛소리를 멈추라!”
두 인왕경 중년인이 폭발하며 바로 공격했다!
“논리를 말하자면 나를 이길 수 없을 텐데, 고작 몇 마디에 흥분해서 달려드는군!”
운청휘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나도 너희와 헛소리를 주고받기 싫으니, 바로 때려 죽여 주마!”
운청휘가 손을 휘두르자, 허공에서 무형의 거대한 손이 나타나며 하늘을 뒤덮었다.
거대한 다섯 손가락은 산봉우리처럼 보였고, 이윽고 창공 위에서 위협적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콰르릉!
천지를 찢어발길 듯한 굉음과 함께, 온 대지가 몸을 떨었다.
이때 짙은 연기가 하늘 높이 치솟으며 모두의 눈을 가렸는데, 멀리서 보면 거대한 구름이 지상에 내려온 듯했다.
이같은 상황에 모든 사람들이 일시에 멍해졌다.
그들은 집행당에서 나온 중년인들의 무위를 알고 있었는데, 그들이 운청휘에게 한 방을 맞은 것만으로 나가떨어진 게 아닌가!
“푸!”
“푸!”
짙은 연기 속에서 피를 토하는 소리가 났다.
“음? 죽지 않았나?”
운청휘는 조금 뜻밖이라는 듯 말하며 신식을 방출했다.
“호신 갑옷을 입었군!”
운청휘가 손을 살짝 흔들어 바람을 내뿜었고, 순식간에 사방의 연기를 흐트러트렸다.
이윽고 그가 산보라도 하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두 중년인에게 향했다.
삼백여 장 떨어진 거리였지만, 운청휘는 단 한 걸음만으로 두 사람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때, 이종헌의 눈에도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의 두 수하는 보통의 인왕경보다는 수준이 떨어지지만, 결국에는 인왕경이건만 일격만으로 중상을 입지 않았던가.
이종헌은 일언반구도 없이 즉시 살초를 날렸다.
반절 인황경의 기세가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자, 주위의 생도들은 전부 허덕이며 바닥에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후배여, 노부가 친히 네놈을 죽일 것이니, 죽더라도 자랑스럽겠구나!”
운청휘와 육천 장 떨어져 있던 이종헌이 순식간에 운청휘의 삼백 장 앞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이종헌, 누가 감히 우리 고등반의 생도를 공격하라고 한 것이냐?”
그때, 백택이 이종헌과 운청휘의 사이에서 빛처럼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윽고 그가 손을 휘두르며 일장을 내지르니, 이종헌의 살초와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콰아앙!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굉음이 울리며 두 개의 충격파가 대기에 넘실거렸고, 사방팔방으로 휘몰아쳤다.
‘참으로 공교로운 때에 나타나는군.’
운청휘가 고개를 내저었다. 백택이 조금만 더 늦게 나타났더라면, 그는 반절 인황경의 마종을 얻을 수 있었을 텐데.
“어쩔 수 없군.”
운청휘가 손을 휘두르니, 대지에서 원형의 흙담이 솟구쳐 오르며 두 사람의 전투로 인해 발생한 충격파를 감쌌다.
카드드득……!
흙담은 순식간에 갈라졌으나, 충격파의 위력을 수십 배나 상쇄했다!
덕분에 주위에서 관전하던 영변경의 생도들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우…… 운청휘, 괜찮은가?”
백택이 서둘러 운청휘의 곁으로 날아들었다.
그는 하마터면 ‘운 선배님’이라고 말할 뻔했으나, 운청휘의 눈총에 황급히 고쳐 불렀다.
“별일이 있겠는가?”
운청휘가 백택을 흘겨봤다.
“또 이런 상황을 마주한다면, 나타날 순간을 잘 계산하도록.”
백택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종헌이 천찬학관의 부원장이잖아. 그래서…….”
“되었다. 다음부턴 유념하도록.”
운청휘는 백택의 말을 더 듣고 싶지 않았기에 단번에 두 중년인을 들어 올렸다.
백택은 운청휘가 무엇을 할지 잘 알고 있었기에, 막지 않았다.
설령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마종을 심은 후 빼내고, 운청휘는 단번에 그들의 목숨을 거두었다.
“후배여, 그대가 감히 저들을 죽이다니!”
백택이 나타난 김에 전투를 중단하려 했던 이종헌의 안색이 재차 어두워졌다.
백택도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죽인 게 어때서? 고작 집행당의 조무래기 둘이 우리 고등반 생도와 비교할 가치나 있나? 네놈들 집행당을 소멸시키지 않은 걸 감사히 여겨라!”
이종헌의 안색이 또 변했다.
“백택, 네놈은 저 후배를 위해 나와 대치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가?”
백택이 이종헌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지금 백택이 감싸는 이는 운청휘가 아니라 이종헌 자신임을 모르고 있다!
한데도 이 어리석은 노인은 계속해서 운청휘를 건드리는 게 아닌가.
‘젠장, 운 선배께서 살기를 발동했어!’
백택의 안색이 급변했다. 그는 지금 운청휘의 살기를 느끼고 있었다.
이에 백택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종헌을 공격해 들어갔다.
펑펑펑펑……!
연이은 폭파음과 함께 두 사람은 공중에서 맞붙기 시작했다.
백택과 이종헌이 맞붙으며, 주변의 생도들의 술렁거림이 커졌다.
백택이든 이종헌이든 모두 반절 인황경의 고수이건만, 그 두 사람이 지금 운청휘 때문에 싸우고 있지 않은가!
“어쩐지 저 생도가 대담하게 나오더니, 배경이 대단하구나. 고등반의 백택 교관이 뒤에 있었다니!”
“헤헤, 백택 교관이 고등반 생도라고 말한 것을 못 들었는가?”
“일격으로 집행당의 두 인왕경을 쓰러트렸으니, 천찬학관 전체를 뒤져봐도 오직 고등반의 인왕경만 가능한 일이야!”
바로 이때 먼 하늘에서 20여 개의 그림자가 날아왔다.
“운청휘!”
“운 형제!”
“집행당의 녀석들 살고 싶지 않은 거야? 우리 고등반의 사람마저 건드리다니!”
20여 개의 그림자는 도착하지 않았으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젠장, 저거 양양과 주명이잖아?”
“양양과 주명뿐 아니라 10여 명이 모두 고등반이야!”
“저기 담운인데, 난 쟤를 본 적이 있어!”
“그리고 초창하(楚昌河), 황헌(黄轩)도 고등반의 사람이야!”
“세상에, 고등반의 사람들은 평소에 보이지도 않더니 단번에 절반이 출동했어!”
20개의 신형을 알아본 생도들이 모두 기겁했다.
놀라기는 집행당도 마찬가지였다.
집행당의 지위가 아무리 존귀하다 한들 고등반의 생도들 앞에서는 땅강아지나 다름없을 뿐.
상고 전쟁터의 일로 고등반의 생도 수는 반 토막이 났지만, 아직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기에 모두가 고등반의 인원을 50여 명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고등반의 인원 절반을 움직일 수 있는 운청휘라는 존재에 전율할 뿐!
양양, 주명, 담운 등 20명이 일제히 날아와 운청휘의 곁에 섰다.
“모두 운 형제 앞에 무릎을 꿇어라!”
주명이 입을 열자 인왕경의 기세가 거세게 몰아쳤다.
100여 명의 집행당 사람들 모두가 기세의 영향을 받았고, 두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지면으로 나동그라졌다.
“진묘(陈苗), 장찬(张璨)! 듣지 못한 거냐?”
주명이 차분한 얼굴로 기세에 영향을 받지 않은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진묘와 장찬도 인왕경의 무위로, 집행당의 간부들이었다.
“아직도 오지 않는 게냐?”
담운도 인왕경의 기세로 이미 땅에 떨어진 100여 명을 짓누르고 있었다!
“알겠네……. 우, 우리가 꿇겠네!”
결국, 집행당의 일원들은 전부 운청휘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인왕경의 기세에 짓눌리니, 고개도 함부로 들 수 없었다.
“하하, 날뛴 게 너무 오래전 이야기라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 고등반의 위풍을 잊었구나!”
양양이 냉소했는데, 눈은 허공에 있던 진묘와 장찬에게 향했다.
“어떤 형제가 나와 함께 두 멍청이들을 죽이러 가겠나!”
양양이 입을 열 때 이미 허공에 날아올랐다!
“내가 가겠네!”
“나도 가겠네!”
“우리 모두 원한다네!”
20명의 고등반 생도가 전부 양양을 따라 허공으로 솟구쳤다.
주명과 양양이 나란히 선두에 섰다.
챙! 챙! 챙! 챙!
검을 뽑아드는 20개의 소리가 거의 동시에 울리고, 인왕경의 기세들이 진묘와 장찬을 덮쳐 왔다!
고등반은 무원의 기재들이 모인 곳으로, 모두가 오만불손한 무법자나 다름없었다.
그런 이들의 목숨을 운청휘가 구해주었으니, 이들은 은인인 운청휘에게 더없이 깍듯했다.
진묘와 장찬은 감히 운청휘 앞에 무릎을 꿇지 않았으니, 그들이 보기에는 사형감이었다.
콰르르릉!
전투는 순식간에 벌어졌다!
고등반의 어떤 생도이든 진묘와 장찬보다 무위가 위였는데다, 하물며 패싸움이니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촌각도 지나지 않아, 진묘와 장찬은 두 팔과 다리를 잃고 강제로 운청휘 앞에 나뒹굴었다.
“땅강아지 따위들은 사라지도록.”
운청휘가 이들을 신경 쓰지도 않았다.
“운 형제의 말을 듣지 못했나? 어서 꺼져라!”
“앞으로 우리 고등반의 사람과 마주친다면 하나씩 죽여 주마!”
집행당의 사람들은 모두 고등반 생도들에게 연이어 발길질을 당하고 흩어졌다.
주위의 생도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집행당은 그들에게 하나같이 높은 부서였건만, 고등반의 생도들 앞에서는 땅강아지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