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2화
“학원 규칙은 약자를 속박하고 강자는 언제든 마음껏 짓밟을 수 있다! 이 말은 정말로 집행당의 사람들이 말한 그대로였어…….”
“왜 아니겠나, 이 말은 집행당의 사람이 말했는데, 지금 집행당이 증명을 당했어!”
“집행당의 체면은 말이 아니겠어!”
“오늘 일은 집행당이 먼저 도리에 어긋났으니, 학관 측에서도 그들을 질책하겠지!”
“설마하니 학관이 집행당이라는 쓰레기들을 위해 고등반의 생도들을 처벌하겠나!”
고등반의 생도들은 집행반의 사람들보다 몇 배는 더 횡포를 부렸지만, 누구도 고등반 생도들에게 반감을 가지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고등반이 횡포를 부리더라도 함부로 다른 이들을 공격하지 않았고, 그들이 부리는 횡포는 집행당에게 한정되어 있었으니까.
백택과 이종헌의 전투도 일각여 만에 종료되었다.
거대한 하늘은 두 반절 인황경 고수의 전투로 인해 짙은 구름 같은 연기가 가득 끼어 있었는데,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백택, 노부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이종헌이 콧방귀를 뀌며 허공에서 떠났다.
“이종헌, 패장은 말이 없는 법이다. 이 말을 잊지 말도록!”
백택이 웃으며 허공에서 내려왔다.
“우…… 운청휘, 이 결과 만족하는가?”
백택이 운청휘를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하며 우물쭈물 물었다.
“친히 나섰으니 생도로서 감격할 일이다.”
운청휘가 무관심하게 말했다.
“다만, 다음에는 쓸데없는 일을 하지 마시길!”
반절 인황경의 마종은 많으면 많을수록 운청휘에게 도움이 되었다.
물론 운청휘는 이미 4개의 반절 인황경 마종을 가졌으니 따지고 보면 이종헌의 것까지 필요친 않았다.
다만 이종헌의 일은 마종을 심고 말고의 문제를 떠나 버렸다.
이종헌이 운청휘의 성격을 건드렸으니, 마음 같아서는 그자를 죽이고도 남았다.
백택은 표면적으로는 운청휘의 편에 서서 이종헌과의 대전을 불사했지만, 실은 이종헌을 보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알겠네, 다음은 없을 것이네!”
백택이 황급히 말했다.
사실 백택도 난감한 처지였다.
그와 이종헌이 비록 좋은 사이는 아니지만, 반절 인황경을 잃으면 학관의 손실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이종헌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런 사실도 모르고, 이종헌은 백택을 증오하고 있으리라.
고등반 생도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일찍이 운청휘의 수단을 보아 그의 강함을 알고 있었지만, 백택이 이렇게나 공손한 모습을 보이리라고는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마침 잘 왔군, 이 일을 맡기지.”
운청휘가 영라 반지에서 회상정을 꺼냈다.
“이것을 흙보살에게 전하도록.”
“알겠네!”
선뜻 대답한 백택이 곧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물었다.
“내가 봐도 되려나?”
“마음대로!”
운청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우리도 볼 수 있어?”
양양, 주명, 담운 등 학생들도 호기심을 참지 못했다.
“물론. 이미 다른 이들의 앞에서도 보인 것이다.”
운청휘가 선선히 대꾸하자, 다들 모여들어 회상정의 기록을 살폈다.
일 다경 후.
백택을 포함한 모든 고등반 생도들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럴 수가!”
“이런 규칙이 있었다니, 집행당 이 잡졸들 정말로 날뛰었구나!”
“젠장, 그들을 보내주다니, 가자, 지금 집행당을 멸망시키자!”
양양, 주명, 담운 등 호전적인 생도들은 노발대발하며 집행당의 일원들을 돌려보낸 것을 후회했다.
특히나 진묘와 장찬, 두 사람은 죽지도 않고 돌아갔으니 더욱더 아쉬웠다.
“땅강아지 따위에게 시간을 쓸 필요는 없다.”
운청휘가 그들을 저지했다.
“백 교관,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운청휘가 또 고소해하며 백택을 봤다.
“이종헌은 죽여야지!”
백택이 단호하게 말했다.
속으로는 거듭 후회하고 있었다.
고작 이런 작자를 보호하기 위해 운청휘에게 죄를 짓다니!
“죽이든 말든 상관치 않는다. 그가 다시 나를 화나게 할 일도 없을 테니.”
운청휘가 재촉했다.
“자, 회상정을 흙보살에게 전해 주도록. 담운, 양양, 주명. 너희는 나와 함께 가야겠다. 이 일을 처리하고 나면 마음껏 술이라도 마시도록 하지.”
운청휘가 고등반 생도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남은 20명 생도들은 모두 교제할 만한 성품에 의리가 있으니, 운청휘는 그들과 함께 거나하게 잔치를 벌여 볼 생각이었다.
“하하, 좋네. 우리는 일찍이 운 형제와 맘껏 술을 마시고 싶었어!”
“운 형제, 어떤 일인지 모르지만, 가죠!”
고등반의 생도들은 모두 웃는 얼굴로 말했다.
“가자꾸나, 오천.”
운청휘는 용오천과 고등반 생도들과 함께 보통반 인왕경 생도들의 거주관으로 향했다.
용오천은 이때 멍한 표정으로 합류했다.
그도 운청휘가 고등반 생도임을 이제야 알았을뿐더러, 그 쟁쟁한 생도들이 모두 운청휘의 지휘를 따르고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충격을 받은 동시에, 용오천은 속으로 무한한 감격을 느꼈다.
지금의 운청휘는 그가 쳐다볼 자격도 없건만, 그럼에도 자신의 형제였다.
용오천은 속으로 굳은 다짐을 했다. 운청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그는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줄 생각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인왕경 생도들의 거주관 앞에 도착했다.
“사토 타케루는 어디에 있는가, 당장 나오거라!”
그들은 인왕경 생도들의 거주관에 도착하자마자 큰소리로 외쳤다.
“어떤 덜렁쇠가 감히 이곳에서 소리를 치……!”
그때, 많은 고등반 생도들이 날아오자 입을 연 이는 말을 마치지도 못하고 입을 쩍 벌렸다.
“주명, 양양…… 어째서 너희들이!”
“고등반의 친구들이여, 이곳에 온 목적이라도?”
“하하, 어쩐지 아침부터 까치가 울던데, 고등반의 친구들이 오늘 오셨구만!”
같은 인왕경이라도, 고등반의 인왕경은 지위가 천차만별이다.
“됐어, 너희들과 헛소리할 시간 없으니, 사토 타케루를 데려오라!”
“보통반의 사토 타케루는 우리 형제의 형제의 약혼녀에게 손을 댔다!”
“자, 사토 타케루를 데려와! 그렇지 않으면 우리 고등반이 너희들의 거주지를 초토화시킬 것이니까!”
고등반 생도들은 용오천의 이야기에 일제히 분노했다.
이때 그들은 사토 타케루를 토막 내 버리겠다고 아우성이었다.
한편, 사토 타케루는 거주관 밖에서 용어언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내 수하들이 떠난 지 이 각이 지났다. 이변이 없다면 곧 돌아오겠지. 용어언, 내 요구를 생각해 봤나? 지금이라도 대답하고 싶다면 눈을 깜박여 봐. 그렇지 않다면 용오천의 최후는 물론…… 헤헤!”
사토 타케루는 용어언을 보고 병적인 냉소를 지었다!
“사토 타케루, 큰일이 났어……!”
바로 이때, 인왕경 생도 한 명이 사토 타케루의 거주관 밖으로 날아왔다.
그자는 바로 사토 타케루의 뒤에 착륙해 숨을 가다듬었다.
“오파랍(吴巴拉), 무슨 큰일인데?”
사토 타케루가 몸을 돌려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고등반에서 20명이 왔는데, 그대가 자신들 형제의 약혼녀에게 손을 댔다고 말하는군!”
오파랍이라고 불리는 인왕경 생도가 말했다.
“내가 그들의 약혼녀를 건드렸다고?”
사토 타케루는 우선 냉소했는데, 곧 안색이 변했다.
“설마 용오천이 고등반의 사람들을 안다고?”
“용오천? 그는 영변경 무위의 교룡족 청년인데?”
오파랍이 바로 물었다.
“맞아, 용오천은 확실히 교룡족이고 영변경 무위야!”
사토 타케루가 고개를 끄덕였는데, 안색은 좋지 않았다.
“고등반의 사람들 중에 녀석이 있었지?”
“맞아!”
오파랍이 말했다.
“젠장, 용오천 따위가 고등반의 사람을 알고 있다니!”
사토 타케루는 화가 나 이를 갈았지만, 황급히 아공간 반지에서 영패 하나를 꺼냈다.
“오파랍, 이것은 나의 영패야. 당장 그것을 가지고 집행당의 이종헌을 찾아가게!”
“알겠네!”
오파랍은 평소 사토 타케루의 은혜를 입었으니, 이리 따르는 것은 당연했다.
오파랍이 떠난 직후, 두 명의 신형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사토 타케루, 네놈이 감히! 고등반의 사람들까지 건드리다니!”
“사토 타케루, 네놈의 배경이 대단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평소에 포악했다지!”
“그러나 네놈은 고등반의 사람까지도 건드렸어!”
“자, 가만히 있지 말고 곧 우리 고등반의 사람을 만나러 가자!”
사토 타케루가 도리어 손사래를 쳤다.
“그럴 필요 없어. 그들이 나를 만나고 싶다면 그들이 나를 만나러 오라고 하게!”
“사토 타케루, 미쳤나? 그들은 고등반의 사람인데 가…… 감히 그들보고 오라고 하다니?”
“좋아, 네놈이 죽고 싶어 하니, 남을 탓할 수 없지. 우리가 사실대로 고등반의 사람들에게 알리겠어!”
이 두 사람은 평소 사토 타케루와 사이가 좋지 않았기에, 즉시 운청휘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고했다.
“친구들, 사토 타케루가 너무 건방지네요. 녀석이 말하길 자신을 만나고 싶으면 여러분들께서 오라는군요!”
“하하, 사토 타케루, 허세를 부리다니!”
“가자, 우리가 난쟁이를 보러 가자구!”
“흥, 모르긴 몰라도 녀석의 말투가 대단하구나!”
운청휘가 곧바로 용오천과 고등반의 생도들을 데리고 사토 타케루의 거처로 날아갔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운청휘의 신식은 곧 채찍 자국으로 가득한 용어언을 발견했다.
“어언……!”
거리가 가까워지자 용오천도 바닥에 엎드린 용어언을 봤다.
“그녀가 바로 제수씨구나?”
양양과 주명이 물었는데, 눈길이 싸늘해졌다.
그들도 용어언의 몸에 빼곡한 채찍 자국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