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5화
운청휘는 곧바로 사토 타케루의 몸에 마종을 밀어 넣었다.
용어천과 용어언은 그사이에 회포를 마치고 공중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곧, 운청휘를 위한 첫 번째 선물이 도착했다.
모두 11명이었는데, 반절 인황경 2명에 인왕경 9명이다.
그중 한 명은 집행당주 이종헌이었다.
“이번에 백택이 개입하지 않으니, 이종헌은 도망칠 수 없다…….”
이종헌 등을 바라보는 운청휘는 먹음직스러운 식사를 보는 양 눈을 번뜩였다.
“어째서 운청휘인가!”
이종헌도 운청휘를 발견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운청휘가 자신을 보는 눈빛은 기이한 섬뜩함을 불러왔는데, 자신이 맛있는 음식이 된 듯했다.
다른 인왕경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듯 수군거렸다.
“저자, 취향이 독특한 것인가?”
한 인왕이 목소리를 낮췄다.
그들은 맛있는 음식도, 미녀도 아니니 남은 것은 운청휘가 남자를 좋아하는…….
“그보다 사토 타케루, 무슨 일이길래 이리 급하게 우릴 불렀나?”
“응? 얼굴은 왜 그러는가?”
잠시 엉뚱한 생각을 하던 이들은 사토 타케루의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그들이 알던 사토 타케루가 아니라, 웬 돼지머리가 있었다.
“저자를 죽여 다오!”
사토 타케루가 단번에 외쳤다.
“저자가 이리 만든 거로군?”
“안 그래도 저자의 눈빛이 기분 나빠서, 가만히 둘 수가 없었다.”
“저자는 남색가가 분명하니, 몸소 처벌해 주지!”
이종헌과 황세성은 묵묵히 서 있었지만, 9명의 인왕경들은 모두 질색하며 운청휘를 노려보았다.
이미 그들에게는 살기가 충만했고, 곧바로 살초를 날리는 게 아닌가!
그들의 수군거림을 다 들었던 운청휘로서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잘도 지껄이는군. 그 혀를 가만히 둘 수 없겠구나.”
운청휘는 마치 역린을 건드려진 용처럼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가 남색가라니, 얼토당토않은 말이었으니까.
별안간 운청휘가 맹렬한 분노를 담아 일장을 휘두르자, 아홉 인왕경은 황급히 몸을 날려 피해야만 했다.
“젠장, 도망쳐……!”
도망치던 그들은 하늘에 거대한 손이 형성되었음을 알아차렸다.
모든 것을 파괴할 위력을 담은 손은 빠르게 그들에게 쇄도했다!
콰아앙!
마치 유성이 떨어지듯 굉음이 천찬학관 전체에 울려 퍼지고, 대지가 들썩였다.
허무하게도, 아홉 인왕경은 형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가루가 되고 말았다.
그들의 마종을 거두려 했던 운청휘는 당초의 계획을 접고 분노를 터트린 셈이다.
“너희의 눈에도 내가 남색가로 보이는가?”
운청휘가 이종헌과 황세성을 보며 물었다.
두 눈에는 푸른 불꽃의 빛이 번뜩였는데, 청연지심화의 빛이었다.
“천 가가, 무서운 친구를 두셨네요.”
용어언이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어언, 그가 남색가가 아니니 저리 화를 내겠지.”
용오천이 고개를 저었다.
한편, 이종헌과 황세성은 하마터면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조금 전 운청휘가 자신들을 보는 시선이 오죽 미묘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지금 운청휘의 서슬 퍼런 기세를 보고, 그들은 황급히 말을 삼켰다.
“크흠. 어쨌든, 인왕경 아홉을 단번에 죽이다니 확실히 대단하군. 하지만, 백택이 없으니 네놈을 보호할 자도 없다. 노부가 죽여 주마!”
이종헌이 반절 인황경의 위압을 일으켜 운청휘를 내리누르려 했다.
“할 말을 대신해 주는군.”
운청휘는 코웃음을 쳤다.
이종헌은 백택이 운청휘를 보호했다고 생각하지만, 빗나가도 단단히 빗나간 생각이었다.
백택이 정말로 보호하려 했던 사람이 이종헌임을 알면, 이종헌도 꽤나 놀랄 터였다.
사토 타케루가 지나치게 겁을 먹으면, 다른 지원군이 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운청휘는 일부러 이종헌에게 밀리는 척하며 사토 타케루의 반응을 살폈다.
“이종헌, 녀석을 죽여, 죽이라고!”
과연, 사토 타케루는 열을 올리며 이종헌을 부추기고 있었다.
“녀석을 죽인다면 내가 아버지를 대신하여 은혜를 부탁하마!”
본래도 운청휘를 죽일 생각이었던 이종헌은 눈을 번뜩이더니, 공격의 기세를 높였다.
“네놈의 죽음으로 노부가 은혜를 입으니, 네놈에게 유감스러운 일은 아닐 터!”
퍼엉! 펑!
허공을 수놓는 폭발음은 마치 천둥소리처럼 울리고 있었다.
“우…… 운 형제가 이종헌과 정면으로 싸우고 있어!”
운청휘의 부탁대로 구역을 봉쇄하고 있던 고등반의 생도들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설마하니 저 정도로 싸울 줄이야.”
반절 인황경을 상대로 하는 전투는 그들을 전율케 했다.
“그러나, 운 형제의 상황이 조금 이상해……!”
곧, 열세에 밀린 운청휘가 이종헌의 공격에 직격당하자, 생도들의 눈에 걱정이 어렸다.
“역시 백택 교관님을 불러오는 게 좋을까?”
양양과 주명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필요 없다!
그때, 별안간 운청휘가 음을 보내 그들을 만류했다.
-이종헌은 나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으니, 이 구역의 봉쇄와 차단에만 집중하도록.
운청휘는 고등반의 다른 생도들에게도 당부했다.
운청휘가 벌인 전투를 보며, 생도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운청휘가 강하다는 것은 익히 알았지만, 그들은 결과만 전해 들었기에 눈 앞에 펼쳐지는 전투를 새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종헌, 네놈이 나를 겁박하는구나!”
별안간, 운청휘가 고함을 내질렀다.
“구천연혈혼원멸세장(九天燃血混元灭世掌)!”
다음 순간!
허공을 한 줄기 핏빛이 물들였다. 운청휘의 전신이 붉은 기운으로 일렁이기 시작했다.
“모든 정혈을 태운 것인가? 그 대가로 발동시키다니, 무슨 비술이기에!”
황세성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바로 그 순간, 세상을 멸할 듯 폭발적인 위협을 뿜어내는 핏빛 손바닥이 이종헌을 내리쳤다.
퍼엉!
삼천 장 허공에 떠 있던 이종헌이 단번에 중심을 잃고 추락하였다.
혈기와 피로 뒤덮인 운청휘가 그 뒤를 바짝 쫓으며 외쳤다.
“이종헌, 죽여 주마!”
콰아앙!
또다시 대지 전체가 뒤흔들리고, 학관의 건축물마저 들썩이더니 붕괴하기 시작했다.
지면에 처박힌 이종헌은 피범벅이 되어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운청휘와 친한 이들, 적대적인 이들 모두 이 순간만큼은 하나 된 마음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이종헌을 한 방에 피투성이로 만들었어!”
사토 타케루는 전신에 이는 오한에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걱정 마라, 사토 타케루. 운청휘의 실력은 이종헌보다 아래다. 그가 처음에 열세를 보였던 걸 잊었나? 방금은 정혈을 모두 태웠기 때문에 한순간 폭발적인 전투력을 냈을 테지!”
근처에 있던 황세성이 그를 달래면서도, 의혹 가득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다만 ‘구천연혈혼원멸세장’이라는 비술은 들어본 적이 없군.”
만약 이 자리에 기령이 있었다면 비웃느라 뒹굴었을 터.
지금 운청휘가 선보인 구천연혈혼원멸세장은 꾸며낸 무공에 불과했다.
어느 얼간이가 이렇게 어렵고 긴 이름을 붙이겠는가?
무엇보다 운청휘의 몸을 감싼 핏빛 혈기는 모두 위장이었다. 운청휘에게 접근하면 어떠한 피비린내도 나지 않을 터였다.
이것을 모르는 황세성은 사토 타케루의 어깨를 두드렸다.
“사토 타케루, 안심하거라. 운청휘가 보여 준 비술은 자신에게도 피해를 줄 것이다. 그는 이미 자신의 정…….”
정혈 두 글자를 말하기도 전에, 운청휘가 허공을 가로지르며 황세성에게 날아들었다.
육안으로 보기에 운청휘는 한 줄기 핏빛 섬광으로 보일 뿐이었다.
“내가 구천혼원연혈멸세장(九天混元燃血灭世掌)을 쓰다니, 오늘 죽더라도 또 날뛰마!”
광기 섞인 목소리와 함께, 운청휘의 핏빛 손이 황세성에게 접근했다!
이때, 고등반 생도들은 의아한 얼굴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아까 구천연혈혼원멸세장이라고 했잖아? 어째서 구천혼원연혈멸세장이 된 거지?”
신식으로 사방을 주시하고 있던 운청휘의 귓가에 그 말이 전해진 순간, 그는 하마터면 중심을 잃을 뻔했다.
‘다음에는 이렇게 긴 이름을 지어낼 수 없겠군…….’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다 보니, 글자 순서를 틀리고 말았다.
지척까지 다가온 운청휘를 보며 황세성의 안색이 굳었다.
“아직도 여력이 남은 건가? 흥, 그것도 끝이다!”
냉소하며 공격을 받아쳤지만, 곧 황세성이 두 눈을 부릅떴다.
“몸에서 피비린내가 나지 않아!”
황세성의 머릿속에 방금의 광경이 스쳐 지나갔다. 운청휘는 무공 이름을 틀리지 않았던가?
“젠장, 원래 그런 비술은 없었어. 운청휘가 이종헌을 죽인 것은…… 진짜 무위였어!”
지금 알더라도, 이미 늦은 것이나 다름없다.
퍼엉!
운청휘의 핏빛 일장이 황세성의 공격과 부딪히고, 귀를 찢을 듯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운청휘는 황세성이 더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곧바로 날아가는 그를 잡아채 마종을 넣은 후 회수했다.
여기까지 마친 운청휘는 기진맥진한 모습을 보이며 땅에 주저앉았다.
“양양, 주명, 담운…… 나를 보호하도록.”
운청휘는 양양 등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하하, 운청휘, 힘을 다 썼구나!”
이종헌과 황세성이 차례로 죽었지만, 사토 타케루의 얼굴에 낭패의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 그의 눈앞에서 운청휘가 기진맥진해 주저앉아 있으니,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사토 타케루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운청휘를 공격하려 했다.
“사토 타케루, 꺼져라!”
“사토 타케루, 정말로 이 주명이 네놈을 죽이지 못할까?”
“사토 타케루, 감히 운 형제를 건드리다니, 담운이 목숨을 걸고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 주마!”
양양과 주명, 담운이 거의 동시에 사토 타케루의 공격을 막아냈다!
사토 타케루가 몸이 멀쩡했어도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하겠지만, 이미 그는 운청휘에게 유린당해 정상이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사토 타케루는 세 사람의 방어에 밀려 훌쩍 날아갔다.
여세를 몰아 사토 타케루를 죽이려 달려드는데, 운청휘가 세 사람의 귓가에 음을 보냈다.
-죽이지는 말도록.
“응?”
세 사람은 모두 공격을 멈췄고, 운청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