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6화
-난 다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다친 척을 하는 이유를, 그대들이 모르진 않겠지.
운청휘의 음에 세 사람은 잠시 말이 없었다.
-운 형제, 생각보다 간사한 사람이었군.
담운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어쩐지 운 형제가 무공명도 틀린다 했더니, 어쩌면 그 무공도 운 형제가 지어낸 것이 아닌가.
양양도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이었다.
마지막으로 주명도 비슷했지만, 그 외에도 그는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그렇다면 운 형제가 이종헌과 황세성을 죽인 것은…… 진짜 무위로?
운청휘는 더는 숨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결과다.
그때, 날아갔던 사토 타케루가 몸을 일으켰다.
운청휘를 필두로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공격을 당했으니, 그는 한껏 노발대발하며 세 사람을 노려보았다.
“감히 나를 막아? 오늘 후회라는 글자를 어찌 쓰는지 본 황자가 알려 주겠다! 네놈들의 가문도 오늘 네놈들의 행동으로 멸문할 것이다!”
사토 타케루는 전신이 분노로 채워진 듯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
조금만 버티면, 그의 강력한 원군들이 도착할 것이다.
낙가, 위가, 경가를 비롯해, 숨은 가문 막가!
특히나 막가에서 보낸 이들은 반절 인황경 셋이니, 운청휘가 이를 또 어찌 감당하겠는가?
“응? 낙가의 사람이다!”
그때 사토 타케루의 안색이 밝아졌다. 8명의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그가 익히 아는, 낙가의 인왕경들이었다.
“오오, 위가에서는 12명의 인왕경을 보냈군! 운청휘를 죽이면 두둑히 포상해야겠어!”
낙가의 사람들에 이어 또 12명의 대열이 날아왔는데, 이들은 위가의 사람이다.
“응? 경가도 17명을 보냈는데, 인왕경이 고작 2명이네!”
사토 타케루의 미간이 갑자기 찌푸려졌는데, 경가의 대열은 그가 보기에 정말로 하찮았다.
“사토 타케루, 가주의 명령을 받아 도착했다!”
“우리도 가주의 명령을 받아 그대를 돕고자 왔다!”
“우리 경가도 왔다!”
세 가문에서 보낸 대열이 차례로 사토 타케루를 호위하듯 내려섰다.
일순간 그들의 시선은 사토 타케루의 얼굴과 비참한 꼴에 쏠렸으나, 내색하진 않았다.
“저들을 죽이거라!”
사토 타케루는 운청휘 등을 가리키며 험악하게 말했다.
“양양, 주명, 담운!”
그러나 세 가문의 사람들은 곧바로 양양과 주명, 담운을 알아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사토 타케루, 저들은 고등반의 생도다. 만약 해를 입히면 천찬학관에서 어찌 나올지 모른다.”
“담운은 생략하자!”
“주명과 양양도 마찬가지일세! 저 두 사람을 건드리면 천찬학관뿐만 아니라 우리와 관계된 세력들도 피해를 입을 것이네.”
세 가문의 사람들이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지만, 가주들의 명령을 거절할 수도 없기에 머리를 굴렸다.
“이렇게 하지. 담운과 저 붉은 장포의 청년은 우리가 죽이겠네!”
그들의 말이 이어졌다.
“양양과 주명은 막가의 사람에게 죽이라고 하지!”
세 가문은 천찬학관의 분노를 감당키 어렵지만, 막가는 다르다.
막주성에서 막가를 당해낼 수 있는 가문이 어디 있을까?
세 가문도 은연중에 그들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37명의 대열이 모두 운청휘와 담운에게 달려들었다.
그중 22명은 인왕경이었지만, 이들을 없애기엔 충분해 보였다.
“양양, 주명, 죽고 싶으냐?”
그 순간, 양양과 주명이 나섰다.
세 가문의 사람들은 양양과 주명을 피했지만, 오히려 두 사람이 덤벼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뭐라고 하든, 양양과 주명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기회다!”
그때, 반절 인왕경 한 명이 흥분하며 소리를 질렀다. 막무가내로 공격하다 보니 세 사람의 방어를 뚫고 운청휘 앞에 도달한 것이다.
그자가 곧바로 운청휘를 찌르려 했다.
곧 죽을 사람처럼 희멀건 안색으로 앉아 있던 운청휘는 공격이 닿으려는 순간 일장을 날렸다.
콰앙!
단번에, 반절 인왕경의 숨이 끊어졌다.
“정말 어리석구나, 운 형제가 비록 힘을 다 썼으나, 반절 인왕경 따위가 그를 건드릴 자격이 있을까!”
담운이 코웃음을 쳤지만, 어딘가 어색했다.
운청휘가 힘을 다 썼다니, 자신이 말하고도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펑! 펑!
다음 순간, 양양과 주명이 날아갔다. 낙가와 위가의 연합 공격이었다.
두 사람을 견제하자, 모든 인왕경이 약속이나 한 듯 운청휘에게 쇄도했다.
“왔군!”
그때, 운청휘는 자신에게 달려오는 인왕경들에겐 어떠한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몸을 일으켰는데, 삼만 장 바깥에서 전해져 오는 반절 인황경의 기운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운청휘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비로소, 움직일 시간인가.”
막가의 반절 인황경을 기다리고 있던 운청휘는 부상을 입은 척했으나, 이제 그들이 왔으니 더는 연기할 필요가 없었다.
“어리석은 녀석!”
“하하하, 우리에게 한 손바닥이면 죽을 텐데!”
세 가문의 인왕경들이 냉소했다.
그러나 그들의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별안간 운청휘에게서 어마어마한 위압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왕이라 한들, 이 순간에는 뼈를 찌르는 한기를 느꼈다.
콰아앙!
운청휘가 무심히 휘두른 일장으로, 22명의 인왕경들은 피할 틈도 없이 지면에 그대로 찍혀 버렸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핏물이 울컥 솟구치는 소리도 들렸지만, 곧 고통스러운 신음소리에 뒤덮였다.
이윽고 운청휘의 손에서 마종이 하나둘 나오더니, 22명의 인왕경들에게 빠짐없이 들어갔다.
담운과 양양, 주명은 혀를 내두르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일격으로 저들에게 중상을 입히다니, 정녕 하늘을 거스르는 무위야.”
“저 마종에 인왕경의 모든 무위가 들어있으니, 저 마종들의 가치를 헤아릴 수가 없군!”
마종을 전부 회수한 후, 운청휘는 단번에 인왕경들을 불태워 재로 만들었다.
남은 반절 인왕경들에겐 일장을 날리기도 귀찮아졌기에, 그대로 법원의 힘을 발사하여 심장을 관통해 버렸다.
운청휘는 그런 사람이었다. 함부로 죽일 마음은 먹진 않지만, 적으로 규정한 이상 철저히 죽인다!
이때, 사토 타케루는 망연자실했다.
그가 부른 지원군이 죄다 죽어나갈뿐더러, 운청휘가 지원군을 부르라고 한 목적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윽고 사토 타케루가 황급히 전송 옥석을 움켜쥐고 외쳤다.
“마, 막 집사님! 요청했던 이들을 돌아오라고 하십시오! 뭐, 뭣. 이미 도착했단 말입니까!”
그러나, 먼 하늘에서 다가오는 세 개의 신형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었다.
사토 타케루에게는 낯이 익은 얼굴들이었기에, 그가 황급히 고함을 내질렀다.
“양구(杨玖), 막강(莫强), 원인(袁因)……! 어서 도망쳐!”
막가의 반절 인황경 셋은 미간을 찌푸렸다.
“사토 타케루가 미쳤나, 감히 우리의 이름을 부르다니!”
“막 집사에게 부탁해 우리를 보내달라고 하더니, 이제는 도망치라고? 우리를 우습게 아는 것이냐?”
“저자가 약속한 대가가 크지만 않았더라도, 단번에 죽였을 것을!”
막가의 반절 인황경은 코웃음을 치며 전부 사토 타케루 앞에 내려앉았다.
“우리는 시간이 없으니 무슨 일이 있거든 당장 말하라!”
“응? 여기에서 싸움이 있었던 것 같은데?”
“사토 타케루, 이렇게 다쳤는데 우리를 부른 목적이 네놈의 분풀이 때문이더냐?”
세 사람이 사토 타케루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운청휘 등을 바라봤다.
“네놈들이 이렇게 만들었나? 대답할 필요는 없네. 어서 사토 타케루 앞에 무릎을 꿇게. 이제 네놈들의 목숨은 이자에게 달렸으니!”
“어? 저 두 사람의 본체는 교룡이군. 무위가 너무 약해. 하나는 영변경, 하나는 반절 인왕경이라니.”
“애석하구만. 무위가 좀 더 강했다면, 우리가 끌고 가서 가주님의 마차를 끌게 할 수 있었거늘!”
막가의 반절 인황경은 운청휘 일행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 제각각 할 말을 했다.
물론, 그들의 무위와 지위, 배경을 생각하면 다른 이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태도는 설명되긴 했다.
“응? 네놈들 왜 아직도 서 있는 거지? 사토 타케루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했을텐데?”
“설마 천찬학관의 생도면 우리가 어찌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나?”
운청휘 일행이 무릎을 꿇을 리가 없으니, 저절로 반절 인황경 셋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토 타케루, 무슨 표정인 게냐?”
문득 반절 인황경 한 명이 돌아보니, 사토 타케루가 소리없이 절망하며 주저앉고 있었다.
“네놈들의 죽음을 알리는 표정이다.”
별안간 운청휘의 목소리가 울리더니, 반절 인황경 셋에게 다가오는 그가 보였다.
평온한 표정이었지만, 마치 제왕이 신하들을 내려다보는 듯 위압감이 넘쳤다.
“우리를 죽인다고? 하하, 요즘 젊은이들은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구나!”
“감히 우리를 내려다보다니!”
“녀석은 내가 죽일 테니 개입하지 말게!”
세 반절 인황경 중 한 명이 나서더니, 운청휘를 직접 잡으려 나섰다.
그는 병기도 들지 않고 맨손으로 나서며 운청휘를 한껏 깔보았다.
천천히 다가오던 운청휘가 별안간 걸음을 멈추고 손을 뻗더니, 그대로 다가오는 반절 인황경에게 휘둘렀다!
퍼억!
번개와도 같은 속도에 반절 인황경은 미처 피하지 못했고, 단번에 일격을 맞아 휘청거렸다.
머리가 핑 돌고, 이는 잔뜩 부러진 데다 콧등까지 부서져 선혈이 뚝뚝 떨어졌다.
“원인이 대처도 못하고 당하다니!”
“어, 어떻게 이럴 수가!”
막가의 반절 인황경 둘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이 광경을 마주했다.
“고작 이런 힘으로 나를 죽이겠다고?”
냉소를 지은 운청휘는 원인이 몸을 추스르기도 전에 그를 한 발로 짓밟기 시작했다.
힘이 실린 운청휘의 공격은 반절 인황경이라 해도 막아낼 수 없었다.
콰득!
원인의 얼굴은 사정없이 밟혀 그 형체를 잃어가고 있었다.
일찍이 이종헌과 황세성을 처리하는 걸 지켜본 담운 등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질겁하며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운 형제, 너무 독하군!”
“순수하게 치욕을 줄 생각인 거야.”
“녀석, 멈춰라!”
정신을 차린 두 반절 인황경이 각자 병기를 빼 들었다.
촹! 촹!
그들의 기세가 한 줄기 불빛이 되어 솟구치더니, 폭발하기 직전의 별처럼 부풀어 올랐다.
누구든 보면 겁을 먹을 듯한 기세였으나, 운청휘는 그들을 힐끗 보고 말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