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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귀환-359화 (359/430)

제359화

허공에 떠 있던 막문천도 다가오는 먹구름을 알아차렸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막 가주. 그대와 운 동포의 원한은 잘 알고 있으니, 본좌가 중재하는 건 어떨까요?”

흙보살의 평안한 목소리는 지면이 아니라, 번개가 치는 먹구름 사이에서 들려왔다.

놀랍게도, 먹구름이 갈라지더니 거대한 사람의 얼굴이 드러났다.

두 눈을 감고 있는 흙보살의 얼굴이었다.

“흙보살!”

막문천이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곧 실소를 흘렸다.

“운청휘는 고의 분신을 소멸시켰는데, 원한이 풀리겠는가?”

“막 가주께서는 어떻게 하고 싶으신지?”

흙보살이 물었다.

“고의 생각은 간단하네. 첫째, 운청휘가 도심종마대법을 내놓을 것! 둘째, 고에게 복종할 것!”

막문천의 입장은 확고했다.

“막 가주, 그 말은 외부인이 보아도 지나치군요.”

흙보살이 고개를 젓더니, 말을 이었다.

“막 가주, 제가 훗날 보은할 테니, 지금은 물러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하하하……!”

막문천이 흙보살을 노려보더니 폭소를 터트렸다.

“흙보살,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구나. 고작 네놈의 보은이 무슨 가치가 있다고?”

“그렇다면, 막 가주께서는 후퇴할 마음이 없다는 것이군요?”

흙보살이 말했다.

“당연하지. 도심종마대법을 넘기고 복종을 하는 게 좋을 거다. 그렇지 않다면 오늘 운청휘는 반드시 죽게 될 테니.”

막문천이 살기등등하게 말했다.

“뭐? 운청휘가 너를 다치게 했어?”

그때, 막문천이 들고 있던 전송 옥석으로 고개를 향하더니 전신에 살기를 피워올렸다.

“감히 나 막문천의 손녀를 공격하다니, 운청휘. 고는 네놈을 죽이고 말겠다! 흙보살, 네놈의 천찬학관도 멸망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막문천의 살기는 완전히 실질화되어 저택을 뒤덮기 시작했다.

이것은 막문천의 전력이 아니었지만, 지금의 운청휘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피해야 한다. 운청휘의 머릿속은 그 생각뿐이었다.

“……!”

운청휘가 몸을 날리려는데, 문득 하늘에 떠오른 흙보살의 얼굴이 거대한 눈을 뜨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이윽고, 천지를 전율케 하는 막대한 기운이 두 눈에서 쏟아져 나오는데…….

콰아앙!

진공은 비명을 지르고, 흙보살의 시선이 닿은 모든 존재가 그 위압을 견딜 수 없었다.

푸우!

허공에 떠 있던 막문천마저도 입에서 피를 뿜더니,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흙보살의 시선이 닿은 순간, 막문천은 단순히 몸을 눌린 것 외에도 영혼마저 갇힌 듯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언제나 타인에게 이런 위압감을 주는 존재였지, 타인에게 이런 위압감을 느끼는 존재가 아니었다.

설마하니 자신이 이런 지경에 처할 줄이야.

“흐…… 흙보살, 어, 어째서 이렇게 강한 거냐?”

추락한 막문천의 눈동자에 공포가 떠올랐다.

막문천이 이렇게나 공포에 떠는 건, 허공에 떠 있는 흙보살의 얼굴 때문이었다.

흙보살은 전체 힘의 일 푼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막문천이 저항할 의지를 꺾는 데 충분했다.

“인황경 제 3단계!”

운청휘마저 경악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흙보살의 투영된 얼굴이 지닌 힘은, 인황경 제 3단계의 힘과 대등했다!

“막 가주, 내가 중재인으로서 그대와 운청휘의 원한을 풀어주려 하는데 이의가 있는가?”

흙보살이 재차 말하며, 눈을 부릅떴다.

“어, 없네!”

막문천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는 영혼마저 전율을 느낀 탓에, 망설일 겨를이 없었다.

“그럼 일단 막 가주께선 돌아가시지요.”

흙보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보이지 않는 기운이 막문천을 감쌌다.

그와 동시에, 막문천의 형상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는 수백만 장 떨어진 곳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고, 전신이 식은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막문천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두 눈은 짙은 공포로 물들어 있었다.

“역시 영흥황실이…… 천찬학관을 건드리지 못하는 것이구나!”

한참 뒤, 막문천이 중얼거렸다.

한편, 흙보살의 저택 정전 안.

“운 동포, 나의 처리 방식에 만족하는지?”

흙보살이 운청휘를 바라봤다.

“그럭저럭!”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참지 못해 덧붙였다.

“하지만 막문천을 손대지 말았어야 했다. 인황경의 마종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알 텐데?”

흙보살이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관례를 깨고 개입했습니다. 그리고…….”

흙보살이 갑자기 음을 보내 운청휘에게 말했다.

-막안연의 생명은 나에게나 그곳에나 중대한 역할을 하니, 부디 동포께서는 그녀를 괴롭히지 말아 주세요!

-그곳?

이전에 막문천도 ‘그곳’을 언급한 적이 있었기에, 운청휘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곳이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말해보도록.

운청휘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나를 쫓아낸 곳이죠…….

흙보살의 눈에 복잡한 심경이 떠올랐다.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라, 흙보살은 더는 음을 보내지 않았다.

운청휘도 더 묻지 않았는데, 계속 물어도 대답하지 않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일이 없다면 먼저 가 보지. 내일 아침에 진원, 기원, 명각에 등록할 테니 학원의 시합 일을 처리하도록.”

운청휘가 곧 정전을 떠났다.

그는 흙보살과 천찬학관의 대표로 백원대회에 참여하여 종합 1위를 차지하기로 거래했다.

백원대회는 영흥제국의 모든 학관이 10년에 한 번씩 연합하여 개최하는 대회로, 무도뿐만 아니라 단도, 진도, 기도, 찬명술 등을 심사했다.

100년간 영흥성원이 무도에서 1위를 차지한 것처럼, 각각 두각을 드러내는 학관들이 있었다.

단도 1위는 영계학관(灵溪学官)이었다.

연기 1위는 북기학관(北器学官)이었다.

진법 1위는 둔갑학관(遁甲学官)이었다.

찬명술의 1위가 천찬학관이었다.

어찌 되었든 천성대륙의 주체는 무도이기에, 영흥성원의 입지가 높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연단사, 연기사, 진법 대사와 찬명사는 엄밀히 말하면 무인을 위한 직업이었다.

수가 적기 때문에 좋은 대우를 받기는 하나, 결국 무인을 위한다는 점에서는 변함없었다.

개중 천찬학관은 다른 학관에 비해 장단점이 뚜렷했는데, 각 분야에서 2위를 다툰다는 점에서는 큰 장점이 있었다.

그 때문에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학관에서 떨어졌을 때, 자연히 2순위로 천찬학관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천찬학관의 단점은 전체적으로 균등한 수준을 지닌 만큼, 다른 학관에 비해 무도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생도가 없다는 점이다.

인재들이 가장 우선시하는 학관이 천찬학관이 아니니, 당연한 결과였다.

결국 운청휘는 무도, 단도, 진도에서 3개의 학관을 꺾고 승리해야 했고, 찬명술의 경우에는 어차피 천찬학관이 1위이니 참여 여부는 상관이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위경륜이 운청휘의 방문을 두드렸다.

“공자, 준비가 되었으니, 오늘 진원, 기원, 명각 순서대로 가시면 됩니다!”

위경륜의 목소리가 들리자 운청휘가 문을 열고 걸어나왔다.

“우선 등록부터 하고 흙보살에게 학원대회를 열게 해야겠군.”

천찬학관의 대표로 나서려면, 일단은 천찬학관 내의 대회에서 3위 안에 들어야 했다.

이를 위해 운청휘는 나머지 학과에 등록할 계획이었고, 위경륜의 인도하에 먼저 진원에 도착했다.

진원의 시험은 운청휘에게는 누워서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기에, 설명할 필요도 없이 통과였다.

기원의 시험도 이 각 만에 소천급 법보를 만들어 내어 가뿐히 통과했다.

다만 명각의 시험에서 조금의 난관이 있었다.

선제인 운청휘는 대륙의 거의 모든 직업에 통달했지만, 찬명술만은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다.

이는 찬명술이 천부적인 재능을 갖추는 것 외에도 한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인데, 운청휘는 바로 그 점을 충족하지 못했다.

찬명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일단 운명을 믿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이는 운명의 존재를 믿는 것으로, 모든 사물의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생각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운청휘는 운명이 아니라 자신을 믿었고, 하늘을 뒤엎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었다. 운명이 정했더라도, 개인의 힘으로 개척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운청휘의 이념, 즉 가치관은 찬명사의 기본적인 전제와 충돌하고 있었다.

“공자, 명각은 제 스승님의 관리하에 있습니다. 일단 명각에 들어오라 하셨습니다.”

운청휘는 비록 명각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위경륜이 전송 옥석으로 흙보살에게 연락해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백원대회는 사흘 뒤에 열립니다. 그동안 제 스승님께 찬명술을 배우시면 됩니다.”

위경륜이 또 말했다.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장 흙보살에게 안내하도록.”

어차피 세 번째 봉마비를 얻기 전까지는 아무리 수련을 해도 소용없으니, 운청휘에게도 시간이 남았다.

이번 참에 흙보살에게 찬명술을 배워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수확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었다.

흙보살의 저택으로 돌아온 운청휘는 그의 안내를 받아 대전으로 향했다.

“작게는 수학적 계산, 크게는 만물의 운명 추산까지, 모두 찬명술의 범위에 포함되죠.”

“수학적 계산까지 찬명술에 들어간단 말인가?”

흙보살의 첫 마디는 운청휘를 흥분케 했다.

비록 찬명사는 아니었지만, 운청휘는 줄곧 찬명술에 수학적 계산이 들어간다고 여기고 있었다.

다만 운청휘가 이전에 만났던 찬명사들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중에는 위경륜도 포함되어 있었다.

운청휘가 말한 수학적 추산이, 위경륜을 얼마나 분노케 했던가.

“운 동포께서는 알고 계시면서 왜 또 묻는 건가요.”

흙보살은 고개를 저으며 어쩔 줄 몰랐다.

“많은 찬명사들이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수학은 확실히 찬명술의 일부분에 속하죠……. 심지어 수학이 찬명술의 기초라고도 하네요!”

“수학이 찬명술의 기초라니, 처음으로 들어 보는 말이군!”

운청휘는 흙보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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