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361화 (361/430)

제361화

운청휘는 흙보살에게 3식을 전수하며 무공의 이름을 밝히진 않았다.

흙보살은 아직 복제의 기억이 깨어나지 않았으니, 그에게 선계를 연상케 하는 단어 하나라도 조심해야 했다.

“묻고 싶은 게 있다.”

운청휘가 재차 말을 이어갔다.

“찬명사는 한 사람의 운명을, 한 국가의 운명을, 한 대륙의 흥망성쇄를 추산할 수 있는데, 우주의 존망도 추산할 수 있는가!”

무수한 별들이 무너지고 은하수가 함몰되는 화면이 운청휘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이론상으로 가능하죠!”

흙보살이 대답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누구도 해 보지 않았죠.”

흙보살의 대답을 들은 순간, 운청휘의 눈에 실망이 스쳤다.

흙보살조차도 해 보지 않았다면, 누구도 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닌가?

그러나 이어지는 흙보살의 말은 뜻밖이었다.

“실제로 누구도 할 수 없으나…… 나는 우주의 운명을 알아보고 싶었어요!”

두 사람은 다음 날 아침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찬명술에 있어서 운청휘는 깊이 탄복했고, 속으로는 흙보살이 이미 복제의 기억을 지닌 건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다.

그렇지 않다면 찬명술에 대한 조예가 어찌 이리 깊단 말인가.

탄복하기로는 흙보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찬명술 외에는 운청휘가 무지하다고 여겼지만, 지금 보니 만물에 통달한 듯했다.

“운 동포, 다음에 기회가 되면 내게도 가르침을 주세요!”

흙보살은 운청휘를 친히 숙소까지 데려다주었다.

찬명살을 배우는 내내, 운청휘는 자신이 흙보살의 생도가 된 것처럼 가르침을 구했고, 찬명술 외의 부분은 흙보살이 운청휘에게 가르침을 구했다.

이들은 서로에게 가르침받고, 가르침을 내린 것이다.

“기회가 되면 거절하지 않으마.”

운청휘도 진지하게 답했다.

긴 대화를 나누고, 부쩍 친분이 깊어진 두 사람이었다.

유유상종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들은 똑같은 기재이고, 박학하니 자연히 서로 잘 어울릴 수밖에.

방에 들어온 운청휘는 팔괘육효현결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선제인 그로서는 어떤 무공이든 머릿속으로 한두 번 연습하면 익힐 수 있었으나, 팔괘육효현결은 조금 달랐다.

선제가 만든 무공인 만큼 익히는 데 약간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운청휘는 사흘간 팔괘육효현결의 3식을 익히는 데 전념했고, 수련이 끝난 뒤 나가보니 밖에 위경륜이 기다리고 있었다.

“공자, 학원대회가 오늘 시작됩니다.”

“다섯 과가 동시에 시작하나?”

운청휘가 물었다.

“아닙니다. 오늘 시작하는 것은 진원입니다.”

위경륜이 말했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길, 진원의 대회는 결승에만 나가시면 된다고 합니다.”

운청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후, 위경륜을 보며 물었다.

“경륜, 찬명사로서 다른 사람의 추산을 차단하는 능력이 있나?”

“네, 저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찬명사가 다른 사람이 추산하는 것을 차단하는 수법이 있죠.”

선선히 답하던 위경륜이 의아하게 운청휘를 바라보았다.

“공자, 설마……?”

위경륜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운청휘의 두 눈동자 속에 팔괘로 형성된 부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위경륜, 어린 시절부터 고아였군?”

운청휘가 갑자기 말했다.

“네……네, 그렇습니다. 공자, 설마 찬명사가 되신 것입니까?”

위경륜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 운청휘에게 말한 적이 없다.

그리고 위경륜이 아는 운청휘는 함부로 남의 과거를 묻지 않는 사람이었다.

재차 운청휘의 눈에 떠올랐던 부적에 생각이 미치고, 위경륜은 그가 찬명사가 되었음을 확신했다.

“다섯 살에 흙보살에게 입양되었고?”

위경륜이 고개를 끄덕이자, 운청휘의 말이 이어졌다.

“10살에 정식으로 찬명사가 되었군. 15살에 처음으로 부상을 입었고. 18살에는 한 여인을 좋아했는데, 석 달 어리고 진시에 태어난 여인이로군.”

운청휘는 위경륜의 과거를 정확히 짚어내었다.

위경륜은 자신의 과거를 이토록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사람은, 지금껏 흙보살뿐이라고 생각했다.

“여기까지 추산했는데, 전부 정확한가?”

운청휘가 추산을 마치고 말했다.

“정확합니다. 모두 정확합니다!”

어느새 위경륜의 눈빛에는 숭배감이 가득했다.

이전에도 운청휘를 우러러보기는 했으나, 어디까지나 무예에 한정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한 명의 찬명사로서 운청휘에게 깊이 감탄하였다.

흙보살에 이어 두 번째로 숭배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앞으로도 나를 배신하지 않겠군!”

운청휘가 불쑥 말했다.

위경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공자, 제가 마종이 심어지고 충성하게 되었지만 함께 지내면서 자란 충성심은…… 마종 때문이 아닙니다!”

운청휘는 자신의 사람이라 결정하면, 아낌없이 베풀었다.

위경륜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일찍이 인왕경의 마종이든 인왕단이든 그에게 아무렇지 않게 주지 않았던가. 그 외에도 무공까지 전수했다.

이걸 아는 위경륜은 이전부터 운청휘에게 깊이 매료되어 있었다.

위경륜의 대답을 듣고, 운청휘가 손을 내밀었다.

별안간 위경륜의 몸에서 수정처럼 투명한 구슬이 빠져나왔다.

마종이었는데, 어떠한 힘도 담겨 있지 않았다.

“공자, 제…… 제 몸의 마종을 거두신 것이군요!”

위경륜은 놀란 눈을 뜨며 무릎을 꿇었다.

운청휘가 마종을 거두었다.

이는 위경륜을 신임한다는 뜻이었고, 이 결정이 위경륜을 감동하게 만들었다.

“일어나도록. 이제부터 너는 내 심복이니, 나를 만나도 무릎 꿇지 않아도 된다.”

운청휘가 손을 내저었다.

“네……, 네. 공자님!”

위경륜이 격동을 감추지 못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에게는 더없이 영광스러운 날이었다.

다시 사흘이 지나며, 진원의 경기는 결승전에 다다랐다.

총 9명의 진법 대사가 결승전에 진출했다.

이날 아침, 운청휘는 위경륜의 안내를 받아 결승전 장소에 도착했다.

“이것이 진원 학원대회의 결승 지점?”

그가 있는 대형 광장은 거대한 진법으로 덮혀 있었다.

운청휘도 익히 아는 지살뇌광진(地煞雷光阵)이다.

인왕경의 진법 대사가 이 진을 사용한다면, 반절 인황경도 격파할 수 있는 위력을 지녔다.

‘내가 이 진법을 사용했다면 인황경도 중상을 입히거나…… 죽일 수 있겠군!’

지살뇌광진은 선계에서는 그리 고급 진법이 아니었지만, 포진에 필요한 재료가 희귀한 독특한 진이었다.

원진석, 지원석, 살음석, 뇌광석 등 일곱 가지 희귀한 광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떠올리자, 운청휘는 어디서 이 광석들을 훔쳐오고만 싶은 심정이었다.

만약 자신이 지살뇌광진을 포진할 수만 있다면, 막문천뿐만 아니라 동영 난쟁이족의 천황, 영가의 가주도 쓰러트릴 수 있지 않겠는가.

운청휘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광장에 모여든 사람은 어느새 수백만에 달했다.

대부분이 무인 생도들이었고, 연단사와 연기사는 적은 숫자였다.

진원의 생도들 1000여 명도 모두 이곳에 모여 있었다.

“그대가 운청휘인가?”

위경륜이 운청휘를 데리고 진법대사들이 집합한 구역으로 가니 30여 세의 중년인이 갑자기 걸어왔다.

“정원동(郑远东)!”

운청휘는 대답 대신 상대의 이름을 불렀다.

사흘 전, 진원의 시험을 볼 당시 운청휘는 정원동과 마주친 적이 있기에 이름을 알고 있었다.

정원동도 마찬가지였지만, 일부러 이름을 묻고 있었다.

“내 이름을 들어 봤구나. 그렇다면 나의 도전을 받아서 정정당당하게 진법으로 겨루겠는가?”

정원동은 운청휘를 도발하기 위해 다가온 것이었다.

“왜 받아 주어야 하지?”

운청휘가 실소했다. 어중이떠중이와 어울려 봐야, 격만 떨어질 뿐이다!

“정원동 사형의 도전에 대답도 못하면서, 어떻게 본선에 온 거지?”

그때, 정원동의 뒤에서 약관의 청년이 걸어 나오더니 운청휘를 한껏 노려보았다.

“작년의 본선은 예선 10위 안에 들어야 참가할 수 있었다!”

“정원동 사형은 이번에 11위에 그쳐 아쉽게 탈락했다. 그뿐이라면 이해하지만, 네놈은 바로 본선으로 진출했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특히나 예선 11위로 탈락한 정원동 사형에게는 너무도 불공평하다!”

또 일부 젊은 진법 대사들이 운청휘 앞으로 나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서 너희의 뜻은?”

운청휘가 젊은 진법 대사들을 바라봤다.

“간단하다. 모두의 앞에서 정원동 사형의 도전을 받아들여라!”

“만약 진법 싸움에서 네놈이 지면 본선 진출 자격을 양보하라!”

젊은 진법 대사들이 거의 동시에 말했다.

“내가 이기면 정원동은 무엇을 지불할 거지?”

운청휘가 물었다.

“하하하, 네놈이 어떻게 이기겠나, 애초에 승산도 없는 대결이거늘!”

“웃겨 죽겠네. 정원동 사형을 이기려는 망상을 갖다니!”

“운청휘, 사람은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 한다!”

젊은 진법 대사들을 포함하여, 정원동도 냉소를 금치 못했다.

“헛소리는 그만하고, 대답하시지!”

운청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내가 지면 자리를 내놓는데, 네놈이 지면 무엇을 줄 것이냐? 정원동.””

“나는 지지 않고, 질 수도 없어. 그러니 줄 것이 없다!”

정원동이 콧방귀를 뀌었다.

“줄 것이 없으면 당장 비키거라!”

운청휘가 말했다.

“뭐, 뭐라고?”

정원동이 떨떠름하게 물었다.

“공자께서 비키라고 했잖아!”

그때, 위경륜이 나서더니 정원동을 번쩍 들어서 내던졌다.

위경륜은 며칠 전에 인왕경에 도달했고, 정원동은 무도를 전공한 것이 아니라 아직 반절 인왕경의 무위였다.

자연스레 저항도 못해보고 위경륜에게 잡혀 나동그라질 수밖에.

“위경륜, 인왕경에 도달한 것이더냐!”

황급히 몸을 일으킨 정원동이 눈을 부릅떴다.

위경륜은 찬명사인 동시에 흙보살의 제자인 만큼, 많은 생도들이 그를 알고 있었다. 동시에 그가 반절 인왕경이라는 사실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한데 지금의 위경륜은 달라져 있다. 대체 어느 틈에? 놀라움이 가시자, 정원동의 얼굴에 분노가 차올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