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2화
“위경륜, 건방지구나, 감히 높디높은 진법대사에게 완력으로 맞서다니!”
“오늘은 우리 진원의 학원대회인데 명각의 생도가 건방지게 굴다니!”
“어서 사과하라!”
“위경륜, 정말로 완력을 믿고 진원에서 날뛰고자 하는 것이냐?”
위경륜의 과격한 행동은 진법 대사들의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진법 대사와 연단사, 연기사들의 공통점이라면 바로 무인을 깔보는 태도였다.
그들의 눈에 비친 무인은 완력만 있고 머리는 텅 비어 있는 자들이니, 위경륜이 완력을 쓰자 자연스레 반감이 든 것이다.
“위경륜, 네놈은 찬명사이거늘 어찌 완력을 쓰는가? 제대로 설명하도록!”
위경륜과 나이가 비슷한 진법 대사가 위경륜에게 다가왔다.
“여천(吕天) 형, 사실은 이렇다오…….”
위경륜은 여천이라는 진법 대사와 친분이 두터운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원동이 진법으로 운청휘에게 도전하려 했고, 패하면 자리를 양보하라고 했단 말인가? 한데, 정원동이 패하면 어떤 대가도 치르지 않겠다고 했단 말이냐?”
자초지종을 들은 여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가 굳은 얼굴로 정원동을 바라보았다.
“정원동, 정말 재주가 대단하구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익을 챙기려고 하다니.”
“여천 사형, 그게 아닙니다. 제가 패배하지 않을 게 확실하니 대가를 생각하지 않은 것입니다.”
정원동이 황급히 여천에게 해명했다.
정원동은 적절한 순간에 해명했고, 다시 운청휘에게 다가가 말했다.
“운청휘, 정중하게 도전하도록 하지. 그대가 지면 자리를 내게 양보하고, 내가 진다면…….”
정원동은 아직 자신이 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가 잠시 말끝을 흐리더니 덧붙였다.
“만약 내가 진다면 ‘기우이변’의 진결을 그대에게 주겠다!”
“지금 정원동 사형이 기우이변의 진결을 주겠다고 한 건가?!”
“기우이변은 소환류의 진법으로 단시간에 신수(神兽)인 기우를 부를 수 있어!”
“가치로 보면 기우이변의 진결은 현천급의 단방과 동등하거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술렁였다.
누군가는 기우이변의 진결이 현천급의 단방과 동등하다고 했지만, 사실 진법 대사의 눈에는 기우이변의 진결이 현천급의 단방보다 열 배는 더 진귀했다.
그러니 이것을 승부의 대가로 내거는 데 충격을 받을 수밖에.
하지만 사람들은 곧 깨달았다. 그만큼 정원동은 지지 않으리라 확신하고 있음을!
진원의 1000여 명이 넘는 생도들 중, 실력으로 11위를 차지한 정원동이다.
그러니 예선도 치르지 않고 본선에 바로 진출한 운청휘가 얼마나 하찮게 보이겠는가?
‘기우이변? 신수 기우를 소환할 수 있는 소환 진법?’
한편, 운청휘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소환류의 진법은 선계에서도 드물거니와 기우이변이라는 진법은 처음 들어 보았다.
운청휘가 아무리 진법에 조예가 깊다곤 하나, 전문적인 진법 대사가 아니기에 모든 진법을 파악한 건 아니었다.
그러니 처음 듣는 진법에 자연스레 흥미가 일었다.
“도전을 받아들이지. 어떻게 시합하고 싶으냐?”
운청휘가 진원 생도들의 앞에서 말했다.
“내가 진법을 포진하면 네가 깨거나, 네가 진법을 포진하면 내가 깨기로 하지. 어느 쪽이든, 정해진 시간 내에 진법을 깨는 쪽이 승리다!”
정원동이 시합 규칙을 말하고 운청휘를 봤다.
“이 규칙 괜찮겠나?”
“상관없다.”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이자, 정원동이 덧붙였다.
“누굴 괴롭혔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으니, 네가 포진하고 내가 깨는 게 좋겠군.”
“그렇게 하지.”
거절도 귀찮아져, 운청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포진을 하는 사람과 진법을 해제하는 사람을 놓고 보자면, 자연스레 포진을 하는 쪽이 우세하다.
“주어진 시간은?”
이번엔 운청휘가 물었다.
시간을 정해 두지 않으면 하룻밤이 지나도 자신의 진법을 못 깰 텐데, 그걸 기다려 줄 마음 따윈 없었다.
“반 시진으로 하지!”
정원동이 말하고 덧붙였다.
“보통 진법대사 간의 파진 시합은 기한을 반 시진으로 한다네!”
반 시진이라면 운청휘도 허용할 수 있었다.
그러자 구경하던 생도들이 두 사람에게 1만여 평의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십팔나생문을 포진하면 되겠군.’
계산을 마친 운청휘는 곧바로 영라 반지에서 황홍이 교차한 깃발을 꺼내 들었다.
살진 ‘나생문’을 간략화한 진법이니, 실수로 정원동을 죽일 걱정은 없었다.
깃발을 정해진 위치에 던진 운청휘가 재빠르게 진을 포진했다.
“저게 무슨 진법이지?”
구경하던 생도들은 스산한 살기를 느끼며 숨을 들이켰다.
십팔나생문이 완성된 순간, 진법의 범위 안은 숨막히는 살기와 한기로 뒤덮였기 때문이다.
멀리 떨어져 있던 이들마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이 진법은 간단하지 않아. 안에서 살기가 느껴지는걸!”
무원에서 온 구경꾼이 입을 열었다.
“뭐, 자네도 살기를 느꼈나?”
말을 꺼낸 이는 서송(徐松)으로, 무원의 인왕경 생도였다.
“백화진!”
진 안에서 정원동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들은 진원의 생도들이 하나같이 감탄했다.
“역시 정원동 사형이로군. 진법으로 진법을 깨려 하고 있어!”
“진법 대사라도 반드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저것만 해도 진원의 대부분의 생도들을 뛰어넘은 거야!”
“청광진!”
진법 안에서 또 정원동의 목소리가 울렸다.
“응? 또 진법 하나를 포진했어!”
“다른 사람의 진법에 두 개의 진법을 더 포진하다니, 사형의 조예가 무서울 지경이군.”
진원의 생도들이 혀를 내둘렀다.
일 다경 후, 진 안에서 다시 정원동이 외쳤다.
“파멸진!”
구경하던 진원의 생도들은 점점 할 말을 잃었다.
정원동은 지금 운청휘의 진 안에 있었고, 다른 사람의 진법 안에서 포진한다는 것은 무척 고난이도의 일이었다.
무려 세 개나 포진했으니 이는 조예가 깊고 얕은 수준을 떠나, 이미 절정의 진법 대사만이 가능한 일인 것을!
그때, 또 한 번 정원동의 외침이 들려 왔다.
“선규진!”
이번에는 여천처럼 예선 5위 안에 든 생도마저 돌랐다.
네 개의 진법을 다른 이의 진 안에 포진하는 일은, 여천으로서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원동이 보여 준 포진 실력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격동한 이들은 예선 5위권에 든 여천(吕天), 주봉(周锋), 조뢰(赵磊), 장걸(张杰), 장한(章邯)도 포함되어 있었다.
“보아하니 운청휘의 진법을 깨는 것은 반 시진도 걸리지 않겠군!”
“반 시진이 아니라, 이 각도 안 걸리겠어!”
“만약 그 이변이 아니었다면, 예선에서 10…… 아니 5위 안에 들었을 텐데!”
“암, 정원동 사형은 확실히 그럴 실력을 갖췄어!”
여기저기서 칭찬이 난무하는 가운데, 여천 등은 할 말을 잃었다.
그들은 정원동에게 진심으로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정원동이 예선 10위 안에 들지 못한 건 이변이 틀림없었다. 지금 정원동이 보여 준 기술은 이미 자신들을 뛰어넘은 듯했으니까.
여천 등이 서로를 마주보았다.
“정원동이 10위 안에 들지 못한 것은 참 유감이네!”
“이미 주객이 전도되었네. 진법은 천지의 영기를 흡수하여 작동하는데, 정원동이 운청휘의 진법 안에서 작동 영기를 빼앗고 있을 테니!”
“이 각은 무슨, 최대 일각이면 정원동이 저 진을 깨고 나올 걸세!”
“일각도 후하게 쳐 주는 거라네. 나는 일 다경이라 확신해!”
그렇게 일 다경이 지나고, 정원동은 운청휘의 진 안에서 버티고 서 있었다.
다섯 번째 진법은 포진하지 않는 걸로 보아, 네 개가 한계인 듯했다.
하나의 진 안에서 새로운 진을 포진하는 것은 더하기의 개념이 아니라 제곱의 개념이므로, 이 정도의 수준도 굉장히 훌륭하다 할 수 있었다.
“이상하군. 운청휘의 진이 깨지지 않아.”
장한의 말에,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촌각이 흐르고, 여천 등이 뜻밖이라는 듯이 덧붙였다.
“일각이 다 되어 가는데도 운청휘가 버티고 있군!”
“게다가 진 자체의 힘도 약해지지 않았네! 운청휘가 저토록 태연한 걸 보게나!”
“반면 정원동은 땀이 흥건하군. 이제 보니 정원동이 억지로 버티고 있는 것이었어.”
분명 정원동이 선택한 파진의 수법은 패도적이었다.
진으로 진을 파진하는 건, 힘으로 힘에 맞서는 원리와 같았다.
다시 일각이 지나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 운청휘와 달리, 정원동의 얼굴은 점점 핏기를 잃어갔다.
그의 얼굴에서 땀이 비 오듯이 흘러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다!
카득!
그 순간, 진 안에서 날카로운 파열음이 들려 왔다.
퍼엉!
진법 안에서 작은 폭발이 일고, 다음 순간 정원동이 울컥 피를 뱉어냈다.
그가 포진한 네 개의 진법 중 두 개가 단번에 파괴되고 말았다.
“이럴 수가……!”
구경하던 생도들이 모두 놀랐다.
“정원동이 실패했어!”
“그럼 진법의 조예는 운청휘가 더 높다는 건가?”
“운청휘가 포진한 진법의 등급이 높다는 것도 배제할 수 없어!”
“하긴, 다들 운청휘가 포진한 진법의 이름을 모르니 그럴 가능성도 있겠어.”
“그런 진법일 경우 세 가지 가능성이 있지. 등급이 너무 높아서 본 사람이 적거나, 이미 소멸되었거나. 소멸되었지만 극도로 격이 높은 진법이거나!”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다시 일 다경이 흘렀다.
퍼엉! 펑!
정원동의 나머지 두 진법마저도 십팔나생문의 힘에 눌려 파진되었다!
정원동의 안색은 시퍼렇게 질리고 말았다. 이는 그의 철저한 실패를 의미했으므로.
“운청휘, 나를 놀라게 하는구나!”
정원동이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그러나 지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도 큰 오산이야!”
외침과 함께, 정원동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허공에는 황홍이 교차한 깃발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이 깃발의 면 하나하나가 십팔나생문의 진안으로, 하나만 파괴되어도 진법을 파진할 수 있다.
정원동이 처음에 쓴 수법보다 훨씬 간단한 방식이지만, 정원동은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에 힘으로 진을 깨고자 했다.
지금에 와서 이 방법을 선택하는 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적어도 지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