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선제귀환-364화 (364/430)

제364화

“받아들이지.”

모든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시선을 보냈다. 아무도 운청휘가 승낙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탓이다.

“실력은 좋은데, 운청휘는 혹시 멍청한 건가?”

“흥, 멍청해도 아주 멍청해. 죽음을 재촉하는 것이잖아!”

“정원동은 반절 인왕이야! 운청휘가 10명, 아니 100명이 와도 정원동을 죽일 수 없어!”

무도의 대결에서는, 누구도 운청휘의 승리를 점치지 않았다.

비록 운청휘가 진법에 대한 조예로 사람들을 감탄하게 했다지만, 30살이 넘어 무도에서 진취를 이른 정원동보다 더 높은 무위를 지녔으리라곤 생각지 않았다.

특히나 운청휘가 진법에 조예가 깊은 만큼, 다른 분야를 포기하고 진법만 파고들었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 운청휘가 만약 현경의 무위를 지녔다고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응? 무슨 일이지?”

그때, 십팔나생문 안에서 장벽이 올라오더니, 단번에 외부와 진법 내부를 차단해 버렸다.

“운청휘, 정말로 진법을 포기하고 나와 정정당당하게 싸운다고?”

진법 안에서, 정원동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그게 어떻단 말이냐?”

운청휘가 무심하게 반문했다.

“하하하, 운청휘. 네놈은 죽음을 자초했으니, 저승에 도착해도 나를 원망하지 말거라!”

정원동이 크게 웃더니, 신형이 흩어지며 운청휘에게 돌진했다.

“내 공격을 받아랏!”

정원동의 신형이 도착하기도 전에, 그는 허공에서 손뼉을 치고 있었다.

그러자 공원의 힘으로 형성된 충격파가 운청휘 쪽으로 몰아쳤다.

한편으로는 운청휘가 다시 진법으로 막아내지 않을까 정원동이 걱정하는 순간.

펑! 펑! 펑!

공격에 직격당하는 운청휘가 눈에 들어오자, 정원동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하하하하, 운청휘, 이렇게 아둔하다니!”

정원동은 웃음을 터트리며 다시 공원의 힘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원동의 착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분명 공격에 명중당했던 운청휘가 태연하게 서 있는 게 아닌가. 더욱이 한없이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정원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참으로 약하군. 가만히 서서 백 년, 아니 천 년을 기다려도 다칠 수 없겠구나.”

정원동의 입이 떡 벌어졌다.

“어째서냐, 이번에는 진법도 쓰지 않았는데! ……설마 호신 갑옷을 입은 게냐? 맞아, 반드시 그럴 테지! 하지만 호신 갑옷을 입었다 한들, 내 손으로 끝내 주마!”

정원동은 단번에 거리를 좁혔고, 이번에는 운청휘를 향해 직접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정원동의 일장이 운청휘의 명치에 직격했다!

“아……!”

짧은 비명이 울려퍼졌다.

그러나 비명의 주인공은 명치를 직격당한 운청휘가 아니라, 손을 내뻗은 정원동이었다.

“네…… 네놈은 인왕이구나!”

정원동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분명 자신이 운청휘를 쳤건만, 오히려 강한 반탄력에 손뼈가 갈라지고 말았다.

“인왕 따위가 뭐라고!”

운청휘가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말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그 순간, 천지를 굴복시킬 기운이 진 안에 휘몰아쳤다.

털썩!

한낱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기운 앞에서, 정원동이 맥없이 무릎을 꿇었다.

“기세도 막지 못하면서 감히 나를 죽이려고 하다니!”

운청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주제도 모르고 덤비는 놈들은 많이 봤지만, 네놈 같은 수준은 처음이구나. 더는 말을 섞기도 싫으니, 기우이변의 진결을 내놓도록.”

“패배를 인정하니, 내놓겠네!”

정원동은 순순히 응했지만, 황급히 덧붙였다.

“기우이변진결을 내놓을 테니 살려 주게나!”

운청휘가 단번에 웃었는데, 냉소였다.

“정원동, 꿈을 꾸는 게냐? 여러 번이나 내게 살기를 드러내고, 나를 죽일 궁리를 했는데 감히 목숨을 구걸해?”

그 말에 정원동의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이내 흉흉하게 일그러졌다.

“살려 주지 않겠다면, 내게 기우이변 진결을 받을 생각은 말라!”

운청휘는 대답하기도 성가셨다. 그가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쿵 소리와 함께 일장에 직격당한 정원동의 몸에서 혼이 빠져나갔다.

그 순간, 운청휘는 단번에 그의 영혼을 낚아채 수색하기 시작했다.

촌각도 지나지 않아, 그의 기억을 뒤져 기우이변의 내용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렇군. 그런 이유로 본선에 가려 했나. 아둔하여 죽었으니, 참으로 억울하겠군.”

기억을 살펴본 운청휘는 미련 없이 불길을 일으켜 시체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이윽고 그가 장벽과 진법을 거둔 후, 걸어 나갔다.

“정원동은?”

구경하던 사람들이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걸어나오는 이는 오직 운청휘뿐이었다.

“운 사제, 정원동은 죽었는가?”

여천이 물었다.

“그렇다.”

운청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운청휘, 진법으로 죽인 것인가, 아니면 무위로 죽인 것인가?”

주봉도 물었다.

“운청휘, 분명히 진법으로 정원동을 죽였겠지?”

조뢰도 물었고, 또 음흉하게 웃었다.

“헤헤, 정말로 간사하구나. 고의로 정원동에게 무도로 대결하겠다고 대답하고 결국에는 진법으로 그를 죽였구나!”

“운청휘, 진법으로 정원동을 누르고 이겼으면 되었지 어찌 죽였어야 했는가.”

장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운청휘, 살성이 너무 심하니 진법에서 오래 머물지 못하겠어!”

장한이 가장 차갑게 운청휘를 내려다보며 설교하는 어투로 말했다.

운청휘는 대답하지 않았는데, 심지어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위경륜을 보고 말했다.

“본선은 언제 시작하지?”

“심판 원소웅(袁绍雄)이 도착하면 시작입니다.”

위경륜이 대답했다.

“원소웅이 심판이라?”

운청휘의 눈빛이 이채를 띠었다.

방금 살펴본 정원동의 기억에 원소웅이라는 이름이 있었고, 그가 정원동이 본선에 나가야 하는 이유와 관련되어 있었다.

원소웅은 천찬학관 최강의 진법대사이자 진원의 책임자로, 비록 인왕경의 무위지만 진법에 조예가 깊어 부원장 중 한 명이 되었다.

“응? 저길 좀 봐, 원소웅이 왔어!”

누군가 소리를 질렀고, 무수한 시선이 서북쪽 하늘을 바라봤다.

원소웅은 100살을 넘겼지만, 30살 정도의 외모를 지닌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다.

그에게서는 매년 진해지는 기세가 뿜어져 나왔는데, 그가 등장하자마자 모든 진원의 생도들이 경외 어린 눈빛을 보냈다.

무위로는 진원 안에서 무적이며, 진법으로는 진원의 스승이니 그의 가르침을 받지 않은 진원의 생도들이 없었다.

“모두 모였나?”

원소웅은 주변을 훑어보고 예선 10위 안에 들었던 여천 등에게 멈췄다.

“모두 왔고, 바로 본선에 진출한 운청휘도 있습니다.”

10위 안에 든 학생 하나가 말했다.

원소웅이 고개를 끄덕였는데, 운청휘가 본선에 바로 참가하는 것은 흙보살이 이미 언급했었다.

“그럼 시작을…….”

“원 원장님, 보고드릴 것이 있는데…….”

장한이 갑자기 원소웅의 말을 끊었다.

“방금 운청휘와 정원동이 사적으로 대결을 했는데, 두 사람이 각각 본선 자리와 기우이변진결을 걸었습니다…….”

장한은 운청휘와 정원동의 대결을 원소웅에게 보고했다.

원소웅이 듣고 놀라운 기색이었다.

“정원동은 예선에서 이변이 일어나 탈락한 것인데 운청휘가 정원동을 정면 대결에서 이겼다고?”

장한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운청휘를 힐끔 보며 말했다.

“이겼을 뿐 아니라 정원동을 죽였습니다.”

“뭐, 정원동이 죽어?”

원소웅은 우선 어리둥절했는데, 이후 분노했다.

“네, 시체도 남기지 못했습니다!”

장한이 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 원장님, 운청휘는 너무 악독하니 그를 실격시키길 건의합니다!”

장걸이 갑자기 앞으로 나와 말했다.

“진원은 아무리 많은 시합을 해도 사망자를 낸 일이 없습니다. 그러니 운청휘와 같이 살성이 짙은 자가 진원의 생도가 될 자격은 없지요!”

조뢰가 거들고, 주봉도 덧붙였다.

“운청휘를 진원에서 추방할 뿐만 아니라, 진원동을 살해한 일도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한, 장걸, 조뢰, 주봉은 각각 운청휘에게 설교했지만 무시당했고, 이로 인해 불만이 생긴 터였다.

마침 원소웅이 왔고, 운청휘를 위기에 빠트릴 수 있게 되었으니 그들은 적극적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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