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5화
운청휘도 네 사람을 바라보았다.
장한이 가장 먼저 이 일을 언급했고, 장걸이 실격을 건의했으며, 조뢰는 추방을 주장했다. 더욱이 주봉은 정원동의 살해를 조사해야 한다며 원소웅을 부추기지 않았는가.
마치 연습이라도 한 듯이, 그들은 일심동체로 운청휘를 곤경에 빠트리려 했다.
“운청휘, 그들의 말이 사실인가?”
원소웅이 침착한 얼굴로 운청휘를 바라봤다.
“대략은. 그러나…….”
원소웅이 바로 운청휘의 말을 끊었다.
“사실이면 사실이지, 그대는 자신의 죄를 알고 있는가?”
“원 원장님, 장한 등의 말이 사실이나, 그들이 언급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뜻밖에도, 여천이 운청휘를 감싸기 시작했다.
“운청휘와 정원동의 대결에서 상대를 죽음으로 내몬 사람은 줄곧…….”
여천은 운청휘와 정원동의 대결에서 정원동이 어찌 행동했는지 상세하게 전했다.
파진에 실패한 정원동이 운청휘를 살해하려 했고, 이도 실패하자 염치도 없이 무도로 승부를 내자고 권했다는 점까지 빠트리지 않았다.
“이것이 사실인가?”
원소웅이 장한 등을 바라봤다.
“모두 사실입니다!”
장한 등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하며 여천에 대한 증오심을 불태웠다.
어차피 숨겨도 언젠가는 알 일이었지만, 이렇게 처리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원소웅은 책임자인 만큼, 어떻게든 이 일을 덮으려 하지 않을까?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할 때, 원소웅이 별안간 입을 열었다.
“아무리 이유가 있다고 한들, 살인이 무죄가 될 수는 없네. 정원동은 반드시 본선에 나가야 할 이유가 있었지. 그만큼 충동적으로 행동했을 걸세. 하지만 그대는 이미 시합에서 이긴 몸인데, 왜 정원동을 죽였는가? 해명을 해 보게, 운청휘. 여기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이 아니라면, 나 원소웅이 그대를 실격 처리하고 진원에서 추방하겠네!”
원소웅의 말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그들은 지금까지 운청휘와 정원동에게 있던 일을 지켜보았고, 정원동의 죽음은 억울한 죽음이 아니었다.
운청휘는 담담한 표정으로 원소웅의 말을 듣더니,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간단히 말하지. 그가 나를 죽이려고 해서 죽였을 뿐이다.”
원소웅이 화를 냈다.
“운청휘, 역시 악독하고 살성이 짙구나! 고작 상대가 그대를 죽이려고 해서 죽이다니. 내가 그대를 죽이려고 한다면 부원장인 나도 죽일 셈인가?”
그때, 위경륜은 참으로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원소웅을 바라보았다.
만약 운청휘가 마음을 먹었다면, 천찬학관의 부원장 따위가 아니라 영흥제국의 황제라도 때려죽였을 터였다.
세상에 아둔한 사람은 참 많은데, 원소웅처럼 아둔하다 못해 사지로 걸어가는 사람도 드물었다.
운청휘는 원소웅을 똑바로 바라보더니, 간단히 일축했다.
“왜 못하겠나?”
이 자리에 있는 많은 이들에게 정원동과 원소웅은 진원의 생도와 책임자라는 큰 격차가 있었다.
하지만 운청휘의 눈으로 보는 두 사람은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그저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을 뿐.
정원동이 운청휘를 죽이려다 죽은 것처럼, 원소웅도 운청휘를 위협한다면 같은 전철을 밟게 될 터였다.
그러나 자리에 있는 이들은 운청휘의 간단명료한 대답에 잠시 혼미해졌다.
원소웅이 일부러 이 일을 트집잡는 건 모두 느꼈지만, 트집을 잡는 것과 운청휘가 모두의 앞에서 책임자에게 대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원소웅이 누구인가? 진원의 책임자이자 천찬학관 최고의 진법대사, 그리고 부원장 중 한 명이다.
그렇다면 운청휘는?
진법에 조예가 깊다 한들 그는 생도의 신분이었다.
“지금 보니 운청휘는 죽음이 두렵지 않은 녀석이구나!”
“원 원장님께서 지나쳤을지 모르지만 원 원장님도 운청휘가 살성이 과하지 않길 바라는 것이잖아!”
“호의도 모르고 모두의 앞에서 원 원장님도 죽인다는 말을 하다니.”
주위에서 운청휘를 향한 성토가 쏟아지자, 장한 등은 소리 죽여 웃었다.
만약 운청휘가 얌전히 잘못을 인정했다면 좋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건만, 운청휘는 굽히기는커녕 모두가 보는 앞에서 원소웅에게 대들었다.
왜 못하겠나.
그 말을 듣는 순간, 네 사람은 속으로 어찌나 웃었는지 모른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어리석음이 무엇인지, 그들은 마침내 깨달은 기분이었다.
이때, 운청휘가 무미건조하게 물었다.
“나를 죽이고 싶나?”
원소웅이 왜 이리 적대적으로 나오는지, 운청휘는 알고 있었다.
원소웅에게는 원청매(袁青梅)라는 딸이 있는데, 진원의 꽃으로 불리는 미인이었다.
그녀에게 구애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던지, 장한 등도 예외가 아니었으며 여천처럼 진중한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정원동이 가장 열렬하게 구애했고, 진지하게 혼사를 생각하고 있었다.
정원동은 그녀가 원소웅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원소웅에게 혼사를 요청했고, 원소웅은 그의 가능성을 높이 사 허락했다.
그러나, 혼사의 당사자인 원청매가 이를 거절했다.
그녀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원동의 구애를 거절했지만, 아버지의 뜻을 꺾을 수도 없기에 결국 대안을 제시했다.
학원대회 본선 진출의 자격.
이것이 원청매가 제시한 조건이었다.
그러니 정원동이 그토록 필사적으로 본선에 진출하려 한 것이다.
무엇보다 원소웅이 정원동을 아주 마음에 들어 했는데, 그가 보기에 정원동은 자질이 뛰어나고 크게 성장할 인재였기 때문이다.
한데 그 사윗감을 운청휘가 죽였다고 하니, 미움이 얼마나 크겠는가.
“운청휘, 건의를 하겠다!”
원소웅이 분노로 안색이 파랗게 질리자, 장한이 얼른 나섰다.
“참으로 흉악하고 악랄하여, 어른에 대한 존경심도 보이지 않는구나. 원 원장님, 이자를 직접 상대하면 원장님께서 소인배를 핍박했다는 오해를 사실 겁니다. 그러니 본 생도가 건의하건대, 운청휘를 본선에 참가시켜 주십시오. 대신, 운청휘에게만 해당하는 규칙을 정하는 겁니다.”
장걸, 조뢰, 주봉도 너 나 할 것 없이 찬성했다.
이대로라면 본선에서 운청휘를 죽일 수도 있거니와 원소웅에게 잘 보일 수도 있는 기회였다.
“맞습니다, 진법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뜻밖의 사고는 일어날 수 있는 법입니다.”
“운청휘가 대결에서 실수로 정원동을 죽인 것과 같아요. 만약 실수로 운청휘를 죽인다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죠.”
그들이 연달아 말하니, 원소웅의 마음도 기울었다.
사윗감이 사라져 분노한 만큼 운청휘를 직접 죽일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되면 흙보살의 체면이 난처해진다.
하지만 운청휘가 본선의 대결에서 사망한다면, 아무리 흙보살이라 한들 나설 명분이 없을 것이다.
어쨌든 운청휘도 진법 대결에서 정원동을 ‘실수로’ 죽인 전과가 있지 않은가? 그 실수가 자신에게도 해당하지 않으리라고는 말하지 못할 터였다.
원소웅은 싸늘한 시선으로 운청휘를 바라보더니, 모두의 앞에서 선언했다.
“본선을 시작하겠다. 최대한의 공평함을 위해, 모든 생도들은 전력을 발휘하여 모두에게 후회 없는 시합을 보여 주길 바란다. 그리고, 올해의 본선에서는 생사결을 허용하겠다!”
원소웅이 아공간 반지에서 번호 상자를 꺼냈다.
“본선 진출자 11명은 앞으로 나와서 번호를 뽑도록. 시합은 두 사람이 대결하여 승리한 쪽이 다음 시합에 진출하는 방식이며, 최후의 한 명이 남을 때까지 반복하겠다.”
곧 11명이 모두 번호를 뽑았고, 운청휘는 8번을 배정받았다.
원소웅이 바로 선언했다.
“첫 번째 시합은 8번과 5번이다!”
공교롭게도 5번은 운청휘를 위해 나선 여천이다.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생사결의 허용은 운청휘를 겨낭한 것이다.
운청휘가 원소웅에게 맞섰으니, 그를 위해 나설 사람은 없으리라.
더욱이 첫 대결인 만큼 모두가 흥미진진한 시선을 보냈다.
다만 상대가 여천이라는 점에서, 다소 의외의 대진이었다. 유일하게 운청휘를 위해 나섰던 사람이 아니던가?
“운 형제, 그대와 군자의 대결을 할 수 있으니 매우 영광이오!”
두 사람이 무대에 오르고 여천이 운청휘에게 예의를 갖췄다.
“여 형의 말씀, 감사히 받아들이지.”
운청휘도 예의를 갖췄다.
여천이 말한 군자의 대결은 운청휘와 생사결을 벌이지 않겠다는 암시인 동시에, 전력을 다해 달라는 의미였다.
운청휘는 실력을 숨기고 있었기에 자연스레 여천을 포함한 이들은 운청휘의 진정한 실력을 몰랐고, 이와 같은 제안을 한 것이다.
솨! 솨!
연달아 거대한 광막이 여천과 운청휘가 있는 자리에서 솟구쳤다.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진법을 포진하였다.
포진을 마치고 두 광막이 교차하는 지점이 생성된 순간, 콰앙!
별안간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 왔다.
진법이 겹친 부분에서 두 힘이 충돌한 것이다.
“여천이 사용한 진법은 삼광양회진(三光养晦阵)이다!”
“방어 위주의 진법이군. 반절 인왕경인 여천이 포진한 진법인 만큼, 인왕경의 고수라도 단번에 파괴할 수는 없어!”
“운청휘를 보라구. 저 진법은 또 듣도 보도 못한 진법이잖아!”
“응? 운청휘의 저 진법, 끊임없이 여천의 삼광양회진을 공격하고 있잖아!”
펑! 카드득!
격렬한 폭발음이 이어지더니,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여천의 삼광양회진에 균열이 일더니, 마침내 3분의 1이 부서지며 운청휘가 진법의 범위를 넓혀 갔다.
“운청휘, 비열하구나!”
“여천이 군자의 대결이라고 하여 방어 위주의 삼광양회진을 포진했어!”
“그런데 운청휘의 진법은 삼광양회진을 겨냥할 준비를 한 거야!”
“어찌 이럴 수가, 운청휘는 정말로 비열하구나!”
구경하던 이들이 비난을 쏟아냈다.
여천은 운청휘를 배려해 방어 진법을 펼친 반면, 운청휘는 공격 진법을 펼쳤으니 이러한 행동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격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장한 등의 얼굴에 비웃음이 걸렸다.
“여천은 이제 후회하겠지!”
“하하하, 어찌 후회뿐인가. 운청휘를 죽이지 못해서 원망하겠지!”
“하지만 잘된 일이군. 군자의 대결 운운한 것은 여천이 아닌가?”
“하하하, 맞아. 군자는 여천이니 누군가는 소인배가 되어야지.”
오직 원소웅만이 웃지 않고 침착하게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다만 그의 두 눈에는 의혹이 가득했다.
진법은 오행처럼 상호간에 상성이 있었기에, 절대무적의 진법도 없으며 무조건 약한 진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여천이 삼광양회진을 포진할 것을 운청휘가 미리 알았다면, 굳이 이런 편법을 쓸 필요는 없지 않은가? 운청휘가 포진한 진법은 여천이 알고 있는 진법이 아니다.
“내가 졌네!”
여천이 패배를 선언했다.
이때 그의 삼광양회진은 절반이나 운청휘의 진법에 침범당해 있었다.
어차피 패배는 시간문제이기에, 여천은 깔끔하게 단념한 것이다.
“받아들이마!”
운청휘가 예의를 갖추고 진법을 거두었다.
-운 형제의 배려에 감사하네!
여천이 별안간 음을 전했다.
운청휘는 부인하지 않고 음으로 답했다.
-과찬이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