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7화
아니나 다를까.
장한, 장걸, 조뢰 세 사람은 두려운 마음에 침을 삼킬 뿐이었다.
원소웅도 속으로 운청휘를 미치광이라고 욕했다.
다만, 그만두고 싶지 않은 듯 즉석에서 말했다.
“운청휘, 주봉은 이미 죽었는데, 계속해서 장한, 장걸, 조뢰 세 사람에게 도전할 생각인가?”
“네 사람이 모두 싸운다고 했는데, 지금은 세 사람이 되었군요!”
운청휘가 어깨를 으쓱였다.
“장한, 장걸, 조뢰, 그대들은 연합하여 운청휘에게 맞서겠는가?”
원소웅이 다시 세 사람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게…….”
세 사람 모두 머뭇거리는 낯이었다.
그들은 각자 운청휘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운청휘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공격에 두려움이 앞섰다.
만약 운청휘가 그들을 상대할 때도 자폭 진법을 사용한다면 목숨을 잃지 않더라도 정도가 어떻든 부상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수지가 안 맞는 대결이다.
선뜻 나서지 못하는 그들을 보고 원소웅은 세 사람의 걱정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곧, 은밀히 전음을 보냈다.
-정원동이 했던 것과 같이 대결 중에 운청휘와 내기를 하거라!
장한, 장걸, 조뢰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아무런 이득도 없는 상황에서 운청휘를 상대하는 것은 그들 중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이득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그들은 운청휘가 정원동과의 대결에서 보여준 진법을 탐내고 있었다.
여천을 상대할 때 사용했던 이름 모를 진법도 그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파랍오를 중상 입힌 ‘곤수의 진’ 또한 입맛을 다시게 했다.
게다가 운청휘가 아직도 얼마나 많은 진법을 숨기고 있는지 모르는 일이다!
-원 원장님, 내기와 관련하여 어떤 조언을 하시렵니까?
장한, 장걸, 조뢰 세 사람이 서로 눈빛을 교환한 뒤 한 사람이 대표로 원소웅에게 전음을 보냈다.
-기왕 할 것이라면 크게 해야지!
원소웅이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너희들이 패배하면 운청휘가 알아서 처리할거다. 운청휘가 패배하면 그가 아는 진법을 내놓으라고 하자!
-저희는 절대로 패배하지 않을 겁니다!
세 사람이 말을 듣고 동시에 대답했다.
-물론, 운청휘가 자폭 진법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우리를 부상 입힐 수 있겠죠.
-저희가 걱정하는 것은 운청휘가 패배한 후에도 인정하지 않고 그의 진법을 순순히 내놓지 않을까하는 것이죠.
역시나 세 사람은 그것을 걱정하고 있다.
그들의 눈에 운청휘는 완전히 미친놈이다.
만약 패배한 후에 인정하지 않으면 그들은 운청휘를 어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어찌되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인데 어떻게 그를 굴복시킬 수 있겠는가.
-너희들은 멍청한 게냐. 대결하기 전에 하늘에 맹세하라고 말하면 모든 것이 끝이거늘.
원소웅이 은은하게 말했다.
-맞아, 하늘에 맹세하면 되는 것을 우리가 어찌 잊었는가!
-하늘에 맹세를 한다면 운청휘도 어쩔 수 없이 굴복하겠지!
장한, 장걸, 조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리고 장한이 운청휘에게 전음을 보냈다.
-운청휘, 동시에 우리를 상대해도 좋지만 그냥 싸우는 건 심심하지 않겠나! 판을 크게 벌여 놀아볼까!
-가령, 우리가 패배하면 네놈이 알아서 우리를 처리하고!
-만약 네놈이 지면 네놈이 알고 있는 진법을 하나하나 내놓는 것이다!
운청휘는 당연히 거절하지 않는다.
그의 신식은 일찍이 원소웅과 그들 셋이 음을 전하는 것을 포착했다.
쌍방이 하늘에 맹세를 하고.
대결이 곧 시작된다.
장한, 장걸, 조뢰 세 사람이 등장했다.
장걸과 조뢰는 즉발 진법을 사용했다.
장한이 비록 즉발 진법을 사용하지 않으나 손으로 속도가 빠른 진법을 포진했다.
장한이 배치한 진법은 보통이 아니었는데, 비록 즉발 진법은 아니었으나 일각도 안 되어 하늘을 덮을 대진을 완성했다.
거대한 피 장막이 반경 만 리 안을 모두 덮었다.
의외인 것은 운청휘는 공격하지도 않고 줄곧 서있을 뿐이었다.
표정은 어떠한 감정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차분했다.
장한의 진법까지 만들어지고 운청휘가 세 사람을 향해 걸어갔다.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운청휘는 무슨 일을 꾸미기에 아직까지 포진을 하지 않는 건가!”
“설마 이전에 사용한 자폭 진법으로 타격을 많이 입어서 더는 진법을 사용할 힘이 없는 건가?”
“그건 아닐 게야. 만약 운청휘가 더는 사용할 힘이 없다면 어찌 네 사람을을 연달아 상대하겠는가."
장한 외 두 사람 또한 운청휘가 그들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보고 당황스러워하는 기색이었다.
물론, 그들은 어리둥절했지만, 조뢰가 가장 먼저 공격에 나섰다.
“원삼화진 (土源三花阵), 사면에 꽃을 피우라——”
운청휘의 전후좌우 지면에서 갑자기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을 내며 폭발이 일어났다.
격렬한 충격파가 사방팔방으로 돌진하는 것이 아니라 운청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런 정도의 폭파라면 인왕이어도 다칠 수 있다.
그런데 괴이한 장면이 나타났다.
운청휘가 손가락 하나를 휘둘러 허공을 향했다.
“얼어라——”
사방의 폭발이 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 멈춰버렸다.
“토원삼화진, 사면에 꽃을 피우라——”
이어서 운청휘의 고요한 목소리가 울렸다.
멀리는 그의 수천 리 밖, 조뢰의 주변 지면이 갑자기 터지니 격렬한 충격파가 단번에 조뢰의 입에서 피를 뿜게 만들었다.
“토원삼화진, 지하함락 (地海沦陷)——”
운청휘의 조용한 소리가 또 들렸다.
조뢰가 있던 지면이 갑자기 갈라지고 뒤집혔는데,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았다.
조뢰의 몸이 빠른 속도로 대지 속에 파묻혔다.
대지가 단숨에 그의 몸 대부분을 함락했다.
무리들이 순식간에 들끓었다.
끓는 물과 같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믿기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
“우……운청휘가 어떻게 했기에 도……도리어 조뢰의 진법을 통제한 것이냐!”
“법 빼앗기, 이것은 진법 빼앗기야. 내가 살아있는 동안 진법 빼앗기를 보게 되다니!”
“진법 빼앗기는 말로만 듣던 수단인데! 천찬학관의 진법 일인자 원소웅 부원장도 익히지 못했다고!”
소위 말하는 진법 빼앗기란.
상대가 힘겹게 포진한 진법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운청휘는 지금 조뢰가 포진한 ‘토원삼화진’을 빼앗은 것이다.
몇 번 호흡하고 조뢰의 그림자가 이미 완전히 지하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조뢰가 포진하고 운청휘가 빼앗아 조종하는 ‘토원삼화진’도 조뢰가 사라지며 무너졌다.
조뢰가 죽은 것이 분명했다!
무리들은 쥐죽은 듯 조용했는데 누구도 조뢰가 이렇게 빨리 죽을지 몰랐다.
장한과 장걸이 나란히 숨을 들이쉬며 운청휘가 진법 빼앗기를 한 것을 봤다.
속으로 운청휘에게 두려움이 생겨버렸다.
그리고 조뢰를 보니 고작 몇 숨 만에 죽었는데……운청휘에 대한 저항할 의지가 더 사라졌다!
“어서, 진법을 깨라고!”
장한이 황급하게 자신이 포진한 진법을 깼다.
장걸도 이어서 포진한 진법을 깼다.
그들은 조뢰처럼 운청휘가 진법 빼앗기를 할까봐 진법을 깨버린 것이다.
“후…….”
두 사람은 격렬하게 행동하지 않았으나, 진법을 깨버리고 숨을 헐떡였다.
얼굴이 공포로 가득했다.
“좋지 않아…….”
갑자기 두 사람의 안색이 또 변했다.
운청휘가 갑자기 즉발 진법을 사용하더니 그들 두 사람을 덮어버렸다.
“운청휘, 멈춰, 우……우리가 졌소!”
“맞아, 우리가 졌으니 어서 멈추게!”
장한과 장걸이 황급히 외쳤는데, 소리가 얼마나 큰지 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이 패배한 것을 똑똑히 들었다.
“그게 무슨 상관인거지?”
운청휘가 희롱하듯 말했다.
“우리의 내기를 잊었는가. 네놈들이 패배하면 내가 알아서 하기로 했는데.”
운청휘는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
그러나 장한과 장걸처럼 그에게 살기를 드러낸 사람에게는 절대로 인자함을 보여서는 안 된다.
“푸——”
“푸——”
연달아 두 번 피를 토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장한과 장걸이 나란히 피를 뿜었다.
“운청휘, 우리를 살려주게!”
“우리가 안하무인이었소 운청휘! 그대를 다시는 건드리지 않을 테니 제발 살려주시게!”
두 사람은 중상을 무릅쓰고 나란히 애원했다.
운청휘는 못 본 체하며 속으로 생각을 하여 진법을 더 광폭하게 만들었다.
희롱하는 힘이 장한과 장걸을 허공에 떨리게 하고 땅에 세게 떨어뜨렸다.
“우……운청휘, 놓아주시오. 살려만 준다면 어떤 조건이든 받아들이겠소!”
“운청휘, 원소웅이 싸우라고 종용한걸세. 억울하네! 나를 놓아주고 원소웅과 결판을 지으시오!”
운청휘는 두 사람을 신경 쓰지 않았다.
확실히 원소웅이 그들을 부추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운청휘를 죽이려 했고, 그의 진법을 탐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운청휘, 멈추게!”
갑자기 원소웅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의 그림자가 날아오르더니 단번에 운청휘가 있는 상공에 나타났다.
“용서할 때는 용서해야 하오. 장한과 장걸이 이미 패배를 인정했으니, 그들을 살려 주거라!”
운청휘는 원소웅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손가락을 장걸에게로 향했다.
‘펑’ 소리와 함께 장걸이 폭발하여 잘게 찢긴 고기반죽이 되었다.
“헉…….”
이 장면을 본 사람들 모두 숨이 멈췄다.
그들은 운청휘의 과감함에 놀랐다. 죽인다면 죽이는 운청휘의 담력이 대단했다.
원소웅이 전투를 멈추라고 했는데도 장걸을 죽인 것이다!
이것은 적나라하게 원소웅의 체면을 짓밟는 것이다!
“운청휘, 건방지구나, 내 말도 거역하다니——”
원소웅이 노발대발하며 포효했다.
“내가 건방진 게 뭐 어떠한가?”
운청휘가 개의치 않고 어깨를 으쓱하더니 또 손가락을 내밀었다.
장한에게 향한다.
장한은 안색이 크게 변했는데, 몸이 순식간에 팽창하더니 고무공처럼 터졌다.
광장에 있던 십만의 사람들은 순식간에 적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