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6화
류연한은 약간 의외였다. 운제를 모르는 것이 없는 존재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해가 갔다.
운제가 어떤 신분인가?
어찌 그가 인간 세계의 세력을 알 수 있겠는가.
인간의 세력은 선계에서 상류에 속할 수 있다.
“제가 공간 폭풍에 휘말려 천성대륙에 왔을 때 중상을 입어 실력이 전성기의 티끌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천성성지(天星圣地)의 장지동(张之洞) 장로께서 저를 구하셨고 저는 그분을 스승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운제께서 보시기에 보잘 것 없다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승님께서는 비록 위선 절정이나 학식이 폭넓어 마도까지 섭렵하신 분입니다. 제게 일상 수행을 가르치고 계시지요.”
“흙보살은 스승님의 선배이자 한때 천성성지에서 불세출의 천재로 불리셨지요. 그러나 훗날 흙보살이 잘못을 저질러 천성성지에서 쫓겨났습니다.”
마찰녀 류연한이 왜 천성성지에 합류했고 흙보살의 정체가 무엇인지 간단하게 설명했다.
“천성성지?”
운청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천성성지’라는 이름이 그의 흥미를 끌었다.
그가 알고 있는 이름은 천성대륙이다.
“천성성지는 인간 세계에서 지존께서 만드신 것입니다. 운제께서는 이미 이 지존이 누구신지 알고 계실 겁니다.”
“풍무극광——”
운청휘가 말했다.
마찰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성공 제일 강자라고 불리는 풍무극광입니다.”
“풍무극광의 일생은 전설처럼 내려져옵니다. 소인은 그의 전설이 운제의 일생과 비견될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마찰녀가 여기까지 말하고 얼굴을 붉혔다.
“소인이 선계에 있었을 때 운제의 일생을 더 자세히 알게 되었죠.”
운청휘는 의외가 아니었다.
그의 일생을 자세히 하는 사람은 마찰녀뿐만 아니다.
“이름만 보면 천성성지는 절정의 세력인데, 어찌하여 대다수 생령이 천성성지의 존재를 모르는 것인가? 존재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자들마저 어찌 언급을 꺼리는 것이지?”
운청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마찰녀가 말했다.
“천성성지는 확실히 천성대륙의 엄청난 최절정의 세력이지만 그것이 존재하는 사명이 특수하기 때문에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마찰녀가 말하는 도중 무언가 생각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망설이다 결국 입을 열었다.
“소인이 일찍이 천성성지에서 고적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고적에는 천성대륙이…… 선의 대륙(仙之大陆) 최중심의 보금자리였으며, 신들이 은거하는 곳이었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고적에 쓰인 것들이 너무 경악스러운지라 운제께서 믿지 못하실 수 있습니다. 고적에 따르면 선계는 이전에 선계로 불리지 않았고 선의 대륙이라고 불렸습니다. 당시 온 우주에는 오직 선의 대륙만 존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선의 대륙이 우주의 태반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훗날 알 수 없는 위기로 신들이 죽었고 신의 대륙이 파괴되어 무수한 파편으로 쪼개져 흩어졌습니다.”
“가장 큰 파편이 바로 지금의 선계이며 두 번째로 큰 파편이 명계가 되었죠.”
“세 번째로 큰 파편이 도교의 성지인 도계이며!”
“네 번째는 불교가 점거하는 불계가 되었습니다!”
운청휘는 멍해졌다.
마찰녀의 말은 그에게 극대한 충격을 가져왔다.
도교이든 불교든 선계에서 이미 사라져 종적도 찾을 수 없었다.
뜻밖에도 도교와 불교가 모두 이동하여 도계와 불계가 되다니!
마찰녀는 계속 말했는데 말하는 것마다 운청휘를 놀라게 했다.
예를 들어 불교 다음인 5위에 있던 명계(命界)는 찬명술이 휘황찬란했던 세계다.
6위의 진계는 진법대사의 세계이며 진계의 생령은 거의 모두가 진법대사다!
7위의 단계는 단약 문명이 휘황찬란했던 세계인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단약사다.
8위의 기계는 말 그대로 연기 문명이 번영하던 세계였고 모두가 연기사였다.
그리고 뒤에 유교계, 법계, 묵계, 병계…… 등 삼천대세계였다!
삼천대세계라고 하여 삼천대세계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큰 3000개의 세계를 말한다!
삼천대세계 외에는 무수한 소세계가 있다!
예를 들어 천성대륙은 무수한 소세계 중 하나다!
그러나 마찰녀의 말에 따르면 천성대륙이 비록 작지만 과거 선의 대륙 중심에 있었기에 천성대륙이 품은 운수는 순위 1위의 선계도 초과한다!
“천성대륙의 운수가 선계를 뛰어넘는다고 한 것이냐?”
운청휘가 놀라 생각에 잠겼다.
운수는 한 세계의 번영과 관계된다!
선계가 어찌하여 군웅들을 우습게 보고 모든 세계 중 제일이 되었는가!
단순한 크기 때문이 아니라 선계가 내포한 대운수 때문인데 대운수는 절세의 호걸만 잉태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 마찰녀의 말은 천성대륙의 운수가 선계보다 위라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운제!”
마찰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그녀는 지금의 운청휘보다 더 격렬한 반응을 보였던지라 그의 반응이 놀랍지 않았다.
“다만 그 고적에 따르면 천성대륙의 운수는 누군가에 의해 봉인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봉인한 자가 바로…… 풍무극광입니다.”
“그가 천성대륙의 운수를 3천 년 간 봉인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3천 년이 지나 천성대륙의 운수가 점점 깨어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들은 운청휘는 참지 못하고 말을 끊었다.
“그래서 천성성지가 존재하는 사명은 천성대륙의 운수를 지키는 것이다?”
여기까지 들은 운청휘는 참지 못하고 말을 끊었다.
“그래서 천성성지가 존재하는 사명은 천성대륙의 운수를 지키는 것이다?”
마찰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천성성지가 이전에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은 천성대륙의 운수가 봉인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지금 봉인된 운수가 점점 깨어나고 있습니다. 당연히 천성성지도 세상에 나오게 되죠!”
“사실 천성대륙의 운수를 지킨다는 것은 천성대륙 전체를 지키는 것입니다.”
“운수가 깨어날수록 천성대륙이 마주하게 될 위기가 커질 것입니다.”
“천성성지에서 들은 소식에 의하면 이미 다른 세계에 속하는 자들이 천성대륙에 잠복하고 있다고 합니다.”
말을 들은 운청휘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선제로서 자연스레 제천만계의 존재를 알고 있다.
그러나 운청휘도 선계의 다른 생령들과 같은 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선계가 우주의 유일한 대세계이며 다른 세계는 모두 소세계로서 선계에 의존하는 세계라고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소세계의 사람들이 어찌하여 선이 되고 선계로 날아오겠나?
운청휘를 비롯한 선계의 다른 생령들이 이런 관념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그들이 삼천대세계를 모르기 때문이다.
선계의 생령들은 모두 도계, 불계, 명계, 진계와 같은 대세계를 모르고 있다.
“어쩐지, 내가 천성대륙에 돌아오고 뜻밖의 만남이 이어지더니……”
운청휘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자 운수를 포함한 마찰녀의 모든 말을 믿게 되었다.
천화로 말할 것 같으면 선계에서도 매우 드물어 운제는 한 개도 얻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천성대륙에 돌아오고 3개나 만났다.
첫 번째는 청련지심화로 그가 수복했다.
두 번째는 유묵귀화(幽默鬼火)로 이염죽이 수복했다.
세 번째 천화는 운청휘가 얼마 전 천찬학관 제일의 연단사 운석의 몸에서 보았다.
천화 외에도 운청휘는 당초 천성대륙에 돌아왔을 때 서영서(噬灵鼠)도 수복했었다.
선계에서라면 서영서는 오직 한 마리로 이미 요족까지 수련한 선제다.
또한 운청휘는 성공거수 하나를 연화시켜 자신의 분신으로 만들었다.
성공거수는 혼돈고수 기령처럼 맹위를 떨치는 존재다.
가장 중요한 만남만 나열했을 뿐 그 외 만남은 셀 수 없이 많다.
천성대륙이 대운수를 갖고 있음이 여기서 드러난다.
“참, 그대가 흙보살이 잘못을 저질러 천성성지에서 쫓겨났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흙보살이 구체적으로 어떤 잘못을 저질렀기에 쫓겨난 것인가?”
운청휘가 저도 모르게 물었다.
그가 특별히 이것을 묻는 이유는 매우 단순했다.
흙보살의 신분을 말하기 어려운 것은 복제의 또 다른 몸으로 환생했기 때문이다.
“흙보살이 저지른 잘못은 매우 심각합니다. 성지의 귀한 분께서 지켜주지 않으셨다면 그는 이미 처형당했을 몸입니다.”
마찰녀가 숨을 고르고 말했다.
“흙보살은 천성대륙의 운수를 훔치려 했습니다. 하마터면 성공할 뻔했죠.”
운청휘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흙보살이 그런 부도덕한 일을 저질렀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가 아는 복제는 모든 일에 인과가 있다고 설파하던 자였다.
운수를 훔친다는 것은 약탈, 방화, 살인보다도 훨씬 무거운 중죄이다.
최소 운청휘의 심성으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한 세계의 운수가 모든 생령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다.
선계의 사람들이 출중한 이유는 그들이 선계의 운수를 믿기 때문이다.
운수를 훔치는 것은 한 세계를 파괴하는 행위다.
“흙보살이 비록 운수를 훔치는데 실패했으나 그로 인해 심각한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천성대륙의 운수가 깨어나려면 10년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흙보살이 운수를 훔치려 시도하다가 봉인이 일부 파괴되어 예정보다 일찍 깨어난 것입니다.”
마찰녀가 여기까지 말하고 또 쓴웃음을 지었다.
“게다가 흙보살이 붙잡히자 운세를 훔치려 했던 웃지 못할 이유를 말하더군요.”
“무슨 이유지?”
운청휘가 물었다.
“그가 말하길…… 운수를 훔치려 한 것은 인과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마찰녀가 말했다.
“쿨럭”
이유를 듣자 운청휘가 사레 걸린 듯 기침했다.
그는 마찰녀가 흙보살이 운수를 훔치려고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믿지 못했다.
그러나 ‘인과’라는 두 글자를 듣자 믿을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흙보살에게 고마워해야 하나…… 그가 천성대륙의 운수를 일찍 깨어나게 하지 않았다면 이런 기이한 만남도 없었겠지.”
운청휘는 속으로 또 중얼거렸다.
인과, 확실히 기묘한 것이다.
“운제, 저들을 어떻게 처리하시겠습니까?”
만신창이로 줄곧 무릎을 꿇고 있던 소진, 막문천, 사토 겐야를 가리키며 마찰녀가 말했다.
“마종을 빼서 죽여야지.”
운청휘는 곧바로 말했다.
이들은 운청휘의 주변을 인질로 삼아 그를 위협했다.
운청휘의 역린을 건드린 자들이니 죽어야 마땅하다.
“운제 살려주시오…… 살려주시오……”
“운제,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충성할 기회를 주십시오……”
소진, 막문천 사토 겐야가 끊임없이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구했다.
그들은 이미 운청휘와 류연한의 대화로 신분을 추측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선계에서 왔으며 운청휘는 선계를 지배하는 선제다!
운청휘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용서를 빌어 충성을 다하는 것 외에 그들은 어떤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운청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마찰녀 류연한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마찰녀가 조롱하며 말했다.
“네놈들 따위가 운제께 충성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자격 미달인 자들이 감히 운제님의 부하가 될 생각을 하다니 가소롭구나!”
마찰녀가 말을 마치고 운청휘의 명령을 기다렸다.
“운제, 이들의 몸에서 마종을 빼내 제게 주시겠습니까?”
“저는 이미 인황경 1단계 절정에 달해 2단계까지 한 걸음 남은 상태입니다.”
“만약 저들의 선혈을 제게 주신다면 한 달 안에 인황경 2단계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운청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쓰레기를 이용한다는데 내 어찌 거절을 할까!”
운청휘가 말을 마치고 소진, 막문천, 사토 겐야 몸에 있는 마종을 꺼냈다.